추사 김정희(1786) 92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上仙巖(상선암) 상선암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上仙巖(상선암) 상선암 行行路轉峯廻處(행행로전봉회처) 걷고 또 걸으니 길은 굽고 산봉우리 돌아드는 곳 一道淸泉天上來(일도청천천상래) 한 가닥 맑은 샘물 천상에서 흘러오네 縱使有方能出世(종사유방능출세) 아무리 방법이 있어 세상에 나간다 하더라도 異時歸海亦蓬萊(이시귀해역봉래) 훗날 바다로 나간다면 또한 봉래이리라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鵲巢(작소) 까치집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鵲巢(작소) 까치집 喜鵲喳喳繞屋茆(희작사사요옥묘) 기쁜 까치 째작째작 띠 집을 맴돌아라 窓南直對一丸巢(창남직대일환소) 창 남쪽의 한 덩이 둥지를 마주했네 新來不唾靑城地(신래불타청성지) 청성 땅을 새로 오면 침도 감히 못 뱉는데 透頂恩光敢自抛(투정은광감자포) 정상 뚫는 은광을 언감히 포기하리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 3(추일만흥 3)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 3(추일만흥 3)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이끼 꽃 수도 없이 댓돌머리 솟아 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산 집의 제일 가을 짐작하고 남겠구만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석류 뒤 국화 앞에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장원홍 저게 바로 풍류를 아울렀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2(추일만흥2)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2(추일만흥2)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은하수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고 喜事明朝占燭華(희사명조점촉화) 좋은일 아침에 있다고 촛불이 아려주는구나.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상서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희게 비치는구나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1(추일만흥1)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秋日晩興1(추일만흥1)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누런 벼와 자색 개 나는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秋興無端雁水邊(추흥무단안수변) 기러기 날아가는 물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도다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고기 잡는 누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모랫가 새는 저절로 졸고 있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喚風亭(환풍정)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喚風亭(환풍정) 喚風亭接望洋臺(환풍정접망양대) 환풍정 올라보니 망양대와 맞닿고 俯見紅毛帆影來(부견홍모범영래) 굽어 보니 붉은 돛단배 그림자 떠오네 眼界商量容一吸(안계상량용일흡) 눈 앞의 물을 보니 단번에 마실 것 같은데 兩丸出入掌中杯(양환출입장중배) 손 가운데 술잔에 해와 달이 떠고 진다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 3(영우 3)비를 노래함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 3(영우 3)비를 노래함 春雨冥濛夕掩關(춘우명몽석엄관) 봄비는 아득아득 사립 닫힌 저녘 나절 一犁田水想潺湲(일리전수상잔원) 한 쟁기의 논 물은 아마 좔좔 흐르겠군 任他笑吠黎家路(임타소폐여가로) 웃건 짖건 내 맡겨라 여가의 마을길에 坡老當年戴笠還(파노당년대립환) 당년의 동파 노인 삿갓 쓰고 돌아오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2(영우2)비를 노래함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2(영우2)비를 노래함 時雨山川破久慳(시우산천파구간) 철 비 만나 산천이 오랜 침묵 깨뜨리니 東風力斡曉雲還(동풍력알효운환) 샛바람이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一絲一點皆膏澤(일사일점개고택) 한 오라기 한 방울도 모두가 고택이라 草木心情恰解顔(초목심정흡해안) 풀과 나무 심정도 일제히 우쭐우쭐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1(영우1) 비를 노래함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詠雨1(영우1) 비를 노래함 入雨山光翠合圍(입우산광취합위) 빗속에 든 산빛이 푸르러 에웠는데 桃花風送帆風歸(도화풍송범풍귀) 도화 바람 돛바람을 보내어 돌아가네 春鴻程路無遮礙(춘홍정로무차애) 봄 기러기 노정은 걸릴 게 전혀 없어 纔見南來又北飛(재견남래우북비) 남으로 오자마자 북으로 또 나는구만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隱仙臺(은선대)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隱仙臺(은선대) 黃葉空山打角巾(황엽공산타각건) 빈 산의 누른 나뭇잎 각건을 두들기며 떨어지고 長歌何處采芝人(장가하처채지인) 긴 노래 들리는데 어느 곳에 鞭鸞駕鶴還多事(편란가학환다사) 지초 캐는 사람 이 있는가 旣是神仙又隱淪(기시신선우은윤) 난새이미 신선이 되었는데 또 숨어살기조차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