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1786) 92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雪霽窓明書鐵虯扇(설제창명서철규선)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雪霽窓明書鐵虯扇(설제창명서철규선) 눈이 개어 창이 밝아 철규의 부채에 글을 쓰다 雪後烘晴暖似還(설후홍청난사환) 눈 개자 해 쪼이니 다슨 철 돌아온 듯 夕陽漫漫小窓間(석양만만소창간) 눈부신 작은 창에 석양이 느릿느릿 稻堆庭畔高於塔(도퇴정반고어탑) 뜨락의 나락 벼눌 탑보다 더 높아서 直對西南佛鬘山(직대서남불만산) 바로 저 서남쪽 불만산을 마주쳤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喜贈吳大山昌烈(희증오대산창렬)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喜贈吳大山昌烈(희증오대산창렬) 대산 오창렬에게 재미로 주다 未窺一字岐軒書(미규일자기헌서) 기제의 의학책을 한 글자도 못 보고서 白喫人間酒麵猪(백끽인간주면저) 남의 술, 돼지, 국수를 그냥 먹어대는구나 慾速他年地獄罰(욕속타년지옥벌) 다른 해에 지옥에 빨리 가고 싶은지 陽陽跨馬又騎驢(양양과마우기려) 버젓이 말을 타고 또 나귀를 타는구나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悼亡(도망) 죽음을 슬퍼하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悼亡(도망) 죽음을 슬퍼하다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어쩌면 저승에 가 월로에게 애원하여 來世夫妻易地爲(래세부처역지위) 내세에는 그대와 나 땅을 바꿔 태어나리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나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에 남는다면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이 마음 이 슬픔을 그대가 알리마는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果寓村舍(과우촌사)과천에초가집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果寓村舍(과우촌사)과천에초가집 寒女縣西擁病居(한여현서옹병거) 한녀라 고을 서쪽 병을 끼고 사노라니 溪聲徹夜甚淸虛(계성철야심청허) 밤을 새는 시내 소리 몹시도 청허하네 羸牛劣馬橋前路(리우렬마교전로) 다리 앞 한길가의 여윈 소랑 조랑말은 畫科蒼茫也屬渠(화과창망야속거) 창망한 그림 재료 저 들의 차지로군 兩山靑綠夾晴開(양산청녹협청개) 양쪽 산 파릇파릇 갠 날 끼고 트였는데 村氣泥醺盡野獃(촌기니훈진야애) 마을 기운 무더워라 모두가 흐리멍텅 不覺平生牛後耻(불각평생우후치) 우후의 부끄럼을 평생에 모르는 듯 城中日日販柴廻(성중일일판시회) 성안에 가 날마다 땔감 팔고 돌아오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卽事(즉사).즉흥적으로 짓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卽事(즉사).즉흥적으로 짓다 日見過橋幾百人(일견과교기백인) 몇 백 명이 날마다 다리를 지나는데 何曾橋力減橋身(하증교력감교신) 다리 힘이 언제 한 번 줄어든 일 있었던고 丁之畚土添橋者(정지분토첨교자) 장정이라 흙 담아 다리에 붓는 자는 荒落山川報政新(황락산천보정신) 황락한 산과 내[川]에 새론 정사 알려주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用元曉故事曇病在腨又戲續示曇 (용원효고사담병재천우희속시담)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用元曉故事曇病在腨又戲續示曇 (용원효고사담병재천우희속시담) 담 병이 장딴지에 있기에 원효 고사를 쓰고 또 장난으로 적어서 담에게 보이다 四百四病無是病(사백사병무시병) 사백 네 가지 병에 이 병은 없거니와 八十毒草無渠藥(팔십독초무거약) 팔십 가지 독초에도 저놈의 약은 없도다. 可是今日拭瘡紙(가시금일식창지) 도리어 오늘날에 부럼 닦은 종이에는 金剛三昧經的的(금강삼매경적적) 금강의 삼매경이 뚜렷이 적혀있도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次兒輩喜雨(희차아배희우)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次兒輩喜雨(희차아배희우) 희롱삼아 아배의“희우”에 차운하다 村橋呑漲汎村流(촌교탄창범촌류) 마을 물 크게 불어 마을 다리 삼켰어라 上下濃靑處處柔(상하농청처처유) 위아래로 짙고 푸러 곳곳마다 부드럽네 太守力能廻野色(태수력능회야색) 원님의 힘이 능히 들 빛을 돌려 노니 婆娑數樹効神休(파사수수효신휴) 우쭐대는 두어 나무 아름다움 바치누나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題示優曇 曇方踝腫 (희제시우담 담방과종)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題示優曇 曇方踝腫 (희제시우담 담방과종) 희제하여 우담에게 보이다. 담이 지금 복숭아 뼈에 종기가 났다 抹却毗邪示疾圖(말각비사시질도) 비야의 병을 없애고 병 그림을 보여주니 佛瘡祖病一都盧(불창조병일도로) 불의 창조의 병이 하나의 돌림병이 되었도다 法華藥草還鈍劣(법화약초환둔열) 법화의 약초에조차 도리어 우둔열등하니 不是藥者採來無(불시약자채래무) 약 캐는 자가 약을 캐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奉寧寺題示堯仙(봉령사제시요선)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奉寧寺題示堯仙(봉령사제시요선) 봉선사에서 요선에게 써 보임 野寺平圓別一區(야사평원별일구) 들판에 있는 절, 평평하고 둥글어 특별한 이구역 遙山都是佛頭無(요산도시불두무) 먼 봉우린 도무지 불두라고는 전연 없도다. 虎兒筆力飛來遠(호아필력비래원) 송나라 호아의 필력이 멀리도 날아 와서 淸曉圖成失舊樵(청효도성실구초) 청효도가 이뤄지니 옛 무본 무색하도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贈晩虛(희증만허)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戲贈晩虛(희증만허) 만허에게 재미삼아 주다 28자 涅槃魔說送驢年(열반마설송려년) 열반이라 마설로 여년을 다 보내니 只貴於師眼正禪(지귀어사안정선) 다만 스님에겐 눈 바른 선이 귀해 茶事更兼叅學事(차사경겸참학사) 차 일에다 아울러 학의 일을 참하노니 勸人人喫塔光圓(권인인끽탑광원) 마시거든 둥그런 저 탑광을 마셔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