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113

蘭皐 金炳淵 (란고 김병연). 飄然亭 2(표연정 2)

蘭皐 金炳淵 (란고 김병연). 飄然亭 2(표연정 2) 飄然亭子出長堤(표연정자출장제)끝없이 긴 방축 끝에 우뚝솟은 표연정아鶴去樓空鳥獨啼(학거루공조독제)학은 떠나가고 빈 정자에 잡새들만 우짖누나一里煙霞橋上下(일리연하교상하)허허벌판 다리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니一天風月水東西(일천풍월수동서)하루 풍월 싯감(시제)이 동서로 갈리었제神仙蹤迹雲過杳(신선종적운과묘)신선이 노닐던 자취는 구름속에 아득하네遠客襟懷歲暮幽(원객금회세모유)나그네의 회포가 세월 속에 그윽하다羽化門前無問處(우화문전무문처)우화문 앞에서 물어 볼길 없으니蓬萊消息夢中迷(봉래소식몽중미)신선들의 그 소식 꿈속조차 희미하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飄然亭 1(표연정 1) 표연정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飄然亭 1(표연정 1) 표연정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성를 한바퀴 휘돌아 표연정에 올라와覓酒題詩問幾流(멱주제시문기류)술을 찾고 시를 쓰며 강이 몇인가 묻노라古木多情黃鳥至(고목다정황조지)고목은 정이 많아 꾀꼬리가 모여들고大江無恙白鷗飛(대강무양백구비)강물은 하염없이 흐르며 갈매기 나르네英雄過去風煙盡(영웅과거풍연진)영웅호걸 사라지고 세상은 고요한데客子登臨歲月愁(객자등임세월수)나그네 누각에 올라 세월을 잊었노라宿債關東猶未了(숙애관동유미료)관동땅을 다 보지 못한 이쉬움이 있고欲隨征雁下長洲(욕수정안하장주)기러기를 따라서 장주에도 가 보리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愛 (애) 사랑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愛 (애) 사랑 靑春抱妓天金芥(청춘포기천금개)젊은몸에 기생을 품으니 천만금이 소용없고今夜當樽萬事雲(금야당준만사운)이 밤에 쑬까지 나누니 만사가 구름같네鴻飛遠天易隨水(홍비원천역수수)날아가는 기러기는 물결 따라 내려앉듯蝶過靑山難避花(접과청산난피화)산 속을 지나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우렵구나對月紗窓弄未休(대월사창롱미휴)창가에 마주앉아 희롱을 하다보니半含嬌態半含羞(반함교태반함수)그모습 수줍다할까 애교롭달까低聲暗問相思否(저성암문상사부)그토록 좋으냐고 조그맣게 물으니手整金釵笑點頭(수정금채소점두)금비녀 매만지며 고개만 끄덕이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故情(고정) 옛정을 그리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故情(고정) 옛정을 그리며 一從別後豈堪忘(일종별후기감망)한번 헤어진 후 옛정을 잊을 손가汝骨爲紛我秀霜(여골위분아수상)너도 늙었겠지만 내 머리도 서리를 맞았네鸞鏡影寒春寂寂(난경영한춘적적)정분은 변함없는데 봄 기운은 적막하고風簫音斷月茫茫(풍소음단월망망)소식 끊긴 지 오래이니 달빛조차 막막하구나早今衛北歸薺曲(조금위북귀제곡)지난 날은 귀제곡을 즐겨 부르더니虛負周南採藻章(허부주남채조장)지금은 헛되이 채조곡이 웬 말이냐舊路無痕難再訪(구로무흔난재방)어디 있는지 간 곳 몰라 만나보기 어렵다가停車坐愛野花芳(정차좌애야화방)이제야 걸음 멈추고 들꽃향기 즐기노라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詠笠(영립) 내 삿갓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詠笠(영립) 내 삿갓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牧堅輕裝隨野犢(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興到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俗子依冠皆外飾(속자의관개외식)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滿天風雨獨無愁(만천풍우독무수)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過寶林寺(과보림사) 보림사를 지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過寶林寺(과보림사) 보림사를 지나 窮達在天豈易求(궁달재천개이구) 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從吾所好任悠悠(종오소호임유유)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家鄕北望雲千里(가향북망운천리) 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身勢南遊海一漚(신세남유해일구)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掃去愁城盃作箒(소거수성배작추)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釣來詩句月爲鉤(조래시구월위구)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寶林看盡龍泉又(보림간진용천우) 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物外閑跡共比丘(물외한적공비구)속세떠나 한가한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答僧金剛山詩(답승금강산시)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答僧金剛山詩(답승금강산시)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百尺丹岩桂樹下(백척단암계수하)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柴門久不向人開(시문구불향인개)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나 ?今朝忽遇詩仙過(금조홀우시선과)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喚鶴看庵乞句來(환학간암걸구래) -僧(승)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矗矗尖尖怪怪奇(촉촉첨첨괴괴기)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人仙神佛共堪凝(인선신불공감응)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平生詩爲金剛惜(평생시위금강석)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詩到金剛不敢詩(시도금강불감시) - 笠(립)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牛(노우) 늙은 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牛(노우) 늙은 소  瘦骨稜稜滿禿毛(수골릉릉만독모)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傍隨老馬兩分槽(방수노마양분조)늙은 말과 함께 구유를 나눠 쓰네役車荒野前功遠(역거황야전공원)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공은 멀고牧竪靑山舊夢高(목수청산구몽고)목동따라 푸는 산에 풀 뜯던 꿈만 높아健耦常疎閑臥圃(건우상소한와포)튼튼하던 쟁기는 텃밭에 넘어져 있고苦鞭長閱倦登皐(고편장열권등고)채찍 맞으며 괴로이 언덕 오르던 시절可憐明月深深夜(가련명월심심야)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回憶平生謾積勞(회억평생만적노)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棋(기) 바둑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棋(기) 바둑 縱橫黑白陳如圍(종횡흑백진여위)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勝敗專由取舍機(승패전유취사기)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四皓閑秤忘世坐(사호한칭망세좌)사호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三淸仙局爛柯歸(삼청선국난가귀)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詭謨偶獲擡頭點(궤모우획대두점)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誤着還收擧手揮(오착환수거수휘)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半日輪贏更挑戰(반일윤영갱도전)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丁丁然響到斜輝(정정연향도사휘)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이 빛나네. *사호(四皓) : 진시황 때 난을 피해 상산(商山)에 숨은 네 은사(隱士). 동원공(東 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博(박) 장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博(박) 장기  酒老詩豪意氣同(주로시호의기동) 술친구나 글친구들이 뜻이 맞으면戰場方設一堂中(전장방설일당중)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飛包越處軍威壯(비포월처군위장)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猛象준前陳勢雄(맹상준전진세웅)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直走輕車先犯卒(직주경차선범졸)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橫行駿馬每窺宮(횡행준마매규궁)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殘兵散盡連呼將(잔병산진연호장)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二士難存一局空(이사난존일국공)두 사가 견디다 못해 장기판을 쓸어 버리네. *주객(酒客)과 시우(詩友)가 대청 마루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읊었다. 포(包), 상(象), 차(車), 마(馬)의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