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太古普愚 禪師(태고보우 선사). 太古庵歌(태고암가) 19수

산곡 2025. 7. 3. 15:24

太古普愚 禪師(태고보우 선사).   太古庵歌(태고암가)  19수

 

[ 제 1 ]

吾住此庵吾莫識(오주차암오막식)

내가 사는 이 암자는 나도 모르네

深深密密無壅塞(심심밀밀무옹색)

깊고도 그윽하나 막힘이 전혀 없도다

函蓋乾坤沒向背(함개건곤몰향배)

乾坤을 모두 가두었으니 앞과 뒤가 없고

不住東西與南北(불주동서여남북)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네

 

[ 제 2 ]

珠樓玉殿未爲對(주루옥전미위대)

주루와 옥전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요

少室風規亦不式(소실풍규역불식)

조사스님 세운 청규도 본받지 않았지만

爍破八萬四千門(삭파팔만사천문)

팔만 사천 법문을 태워 부수니

那邊雲外靑山碧(나변운외청산벽)

저쪽 구름 밖으로는 청산이 푸르르네

 

[ 제 3 ]

山上白雲白又白(산상백운백우백)

산 위에 흰구름은 희고 또 희며

山中流泉滴又滴(산중류천적우적)

산속의 흐르는 샘물 끊임없이 흘러가네

誰人解看白雲容(수인해간백운용)

흰구름의 형용을 누가 볼 줄 아는가

晴雨有時如電擊(청우유시여전격)

개었다 비가 오고 때로는 번개 친다네

誰人解聽此泉聲(수인해청차천성)

이 샘물의 소리를 누가 들을 줄 아는가

千回萬轉流不息(천회만전류불식)

천 굽이 돌고 만 굽이 굴러 쉼 없이 흐르네

 

[ 제 4 ] 

念未生時早是訛(염미생시조시와)

한 생각도 일기 전에 이미 그르쳤거니

更擬開口成狼藉(갱의개구성랑적)

다시 입을 연다면 산란함만 더하리라

經霜經雨幾春秋(경상경우기춘추)

봄비와 가을 서리에 몇 해를 지났던고

有甚閑事知今日(유심한사지금일)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오늘에야 알겠네

 

[ 제 5 ]

麁也飡細也是飡(추야찬세야시찬)

맛이 있거나 없거나 음식은 음식이라

任儞諸人取次喫(임이제인취차끽)

누구든지 마음껏 먹는 대로 맡겨 두네

雲門糊餠趙州茶(운문호병조주차)

雲門운문스님의 떡과 趙州조주스님의 차라 해

何似庵中無味食(하이암중무미식)

이 암자의 맛없는 음식만은 하겠는가

 

[ 제 6 ] 

本來如此舊家風(본래쳐차구가풍)

본래부터 이와 같이 내려오는 옛 家風가풍을

誰敢與君論奇特(수감여군논기특)

누가 그대와 더불어 기특하다 말할 건가

一毫端上太古庵(일호단상태고암)

하나의 털끝 위에 우뚝한 태고암은

寬非寬兮窄非窄(관비관혜착비착)

넓으면서 넓지 않고 좁으면서 좁지 않네

 

[ 제 7 ]

重重刹土箇中藏(중중찰토개중장)

겹겹한 세계들이 그 안에 모두 들어 있고

過量機路衝天直(과량기로충천직)

뛰어난 큰 길이 하늘을 뚫고 뻗었네

三世如來都不會(삼세여래도불회)

삼세의 부처님께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歷代祖師出不得(역대조사출불득)

연대의 조사들도 얻지 못했네

 

[ 제 8 ]

愚愚訥訥主人公(우우눌눌주인공)

심히 어리석고 말을 더듬는 주인공은

倒行逆施無軌則(도행역시무궤칙)

행동하고 베푸는 데 일정한 법칙 없으니

着却靑州破布衫(착각청주파포삼)

떨어진 淸州의 베 장삼을 걸치고서

藤蘿影裡倚絶壁(등라영리의절벽)

칡덩굴 그늘 속의 절벽에 의지해 있네

 

[ 제 9 ] 

眼前無法亦無人(안전무법역무인)

눈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 또한 없으니

旦暮空對靑山色(단모공대청산색)

아침 저녁 부질없이 푸른 산을 마주하네

兀然無事歌此曲(올연무사가차곡)

우뚝 앉아 일없이 이 노래를 부르나니

西來音韻愈端的(서래음운유단적)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 더욱 분명해지네

 

[ 제 10 ]

徧界有誰同昌和(편계유수동창화)

온 세계의 그 누구가 이 노래에 화답하리

靈山少室謾相拍(영산소실만상박)

부처님과 달마 스님 부질없이 손뼉 치네

誰將太古沒絃琴(수장태고몰현금)

누군가가 태곳적 줄 없는 거문고를 켜면

應此今時無孔笛(응차금기무공적)

구멍 없는 피리로 지금 바로 응답하리라

 

[ 제 11 ]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太古庵中太古事(태고암중태고사)

태고암 가운데의 태고 시절 일들은

只這如今明歷歷(지저여금명역력)

지금도 뚜렷이 밝고 분명하며

百千三昧在其中(백천삼매재기중)

백천의 모든 삼매가 그 가운데 있어서

利物應緣常寂寂(이물응연상적적)

인연 따라 만물을 이롭게 하나 항상 고요하네

 

[ 제 12 ] 

此菴非但老僧居(차암비단노승거)

이 암자는 이 노승만 사는 곳이 아니라

한량없는 불조들이 風格풍격을 같이 하네

塵沙佛祖同風格(진사불조동풍격)

한량없는 불조들이 風格(풍격)을 같이 하네

決定說兮君莫疑(결정설혜군막의)

결정코 말하노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라

智亦難知識莫測(지역난지식막측)

지혜나 지식으로는 측량하기 어렵노라

 

[ 제 13 ]

回光返照尙茫茫(회광반조상망망)

빛을 돌이켜 비추어도 오히려 아득하며

直下承當猶滯跡(직하승당유체적)

지금 당장 알았다 해도 흔적은 남네

進問如何還大錯(진문여하환대착)

무엇인가 돌아보아도 크게 어긋나거니

如如不動如頑石(여여부동여완석)

不動(부동)하고 如如(여여) 하기가 굳은 돌과 같다네

 

[ 제 14 ]

放下着兮莫妄想(방하착혜막망상)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망상을 말지어다

卽是如來大圓覺(즉시여래대원각)

이것이 곧 여래의 크게 원만한 깨달음일세

歷劫何曾出門戶(역겁하증출문호)

무량겁 중 어느 때에 이 문을 빠져 나와

暫時落泊今時路(잠시낙박금시로)

지금 잠시 이 길 위에 떨어져 머물고 있네

 

[ 제 15 ] 

此庵本非太古名(차암본비태고명)

이 암자에 본래 이름은 太古(태고)가 아니지만

乃因今日云太古(내인금일운태고)

오늘이 있기 때문에 太古라고 부른다네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모든 것 있고 모든 것 속의 하나이지만

一不得中常了了(일부득중상료료)

하나라 해도 맞지 않지만 항상 분명히 드러나네

 

[ 제 16 ]

能其方 亦其圓(능기방 역기원)

능히 모가 나기도 하고 또 둥글기도 하나니

隨流轉處悉幽玄(수류전처실유현)

흐름 따라 변하는 곳 모두가 그윽하도다

君若問我山中境(군약문아산중경)

그대가 만일 나에게 경계를 물으면

松風蕭瑟月滿天(송풍소슬월만천)

솔바람 시원하고 달은 시내에 가득하다 하리

 

[ 제 17 ]

道不修兮禪不參(도불수혜선불참)

道도 닦지 아니하고 참선도 하지 않나니

水침燒盡爐無烟(수침소진로무연)

沈水香(침수향)다 타 버린 향로에 연기 없다네

但伊騰騰恁마過(탄이등등임마과)

그저 이렇게 등등하게 일없이 지나거나

何用區區求其然(하용구구구기연)

무엇 하러 구차스레 특별한 것을 구하랴

 

[ 제 18 ]

徹骨淸兮徹骨貧(철골청혜철골빈)

뼛속까지 사무쳐 맑고 뼛속까지 가난하지만

活計自有威音前(활계자유위음전)

살아가는 계책은 위음왕불 이전부터 있었네

閑來浩唱太平歌(한래호창태평가)

한가하면 태고암가를 소리 높여 부르고

倒騎鐵牛遊人天(도기철우유인천)

무쇠의 소를 거꾸로 타고 人天인천을 노닌다네

兒童觸目盡伎倆(아동촉목진기량)

아이들의 눈에는 이 모두가 재주놀이라

曳轉不得徒勞眼皮穿(예전불득도로안피천)

멍청하게 서서 눈이 뚫어지도록 바라보네

 

[ 제 19 ]

庵中醜拙只如許(암중추졸지여허)

이 암자의 추하고 졸렬함이 그저 이러하여

可知何必更重宣(가지하필갱중선)

거듭 말할 필요가 더 없는 줄 알겠거니

舞罷三臺歸去後(무파삼대귀거후)

춤을 그치고 三臺山(삼대산)으로 돌아가게 되면

淸山依舊對林泉(청산의구대임천)

푸른 산을 등지고 수풀과 샘을 마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