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古普愚 禪師(태고보우 선사). 太古庵歌(태고암가) 19수
[ 제 1 ]
吾住此庵吾莫識(오주차암오막식)
내가 사는 이 암자는 나도 모르네
深深密密無壅塞(심심밀밀무옹색)
깊고도 그윽하나 막힘이 전혀 없도다
函蓋乾坤沒向背(함개건곤몰향배)
乾坤을 모두 가두었으니 앞과 뒤가 없고
不住東西與南北(불주동서여남북)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네
[ 제 2 ]
珠樓玉殿未爲對(주루옥전미위대)
주루와 옥전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요
少室風規亦不式(소실풍규역불식)
조사스님 세운 청규도 본받지 않았지만
爍破八萬四千門(삭파팔만사천문)
팔만 사천 법문을 태워 부수니
那邊雲外靑山碧(나변운외청산벽)
저쪽 구름 밖으로는 청산이 푸르르네
[ 제 3 ]
山上白雲白又白(산상백운백우백)
산 위에 흰구름은 희고 또 희며
山中流泉滴又滴(산중류천적우적)
산속의 흐르는 샘물 끊임없이 흘러가네
誰人解看白雲容(수인해간백운용)
흰구름의 형용을 누가 볼 줄 아는가
晴雨有時如電擊(청우유시여전격)
개었다 비가 오고 때로는 번개 친다네
誰人解聽此泉聲(수인해청차천성)
이 샘물의 소리를 누가 들을 줄 아는가
千回萬轉流不息(천회만전류불식)
천 굽이 돌고 만 굽이 굴러 쉼 없이 흐르네
[ 제 4 ]
念未生時早是訛(염미생시조시와)
한 생각도 일기 전에 이미 그르쳤거니
更擬開口成狼藉(갱의개구성랑적)
다시 입을 연다면 산란함만 더하리라
經霜經雨幾春秋(경상경우기춘추)
봄비와 가을 서리에 몇 해를 지났던고
有甚閑事知今日(유심한사지금일)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오늘에야 알겠네
[ 제 5 ]
麁也飡細也是飡(추야찬세야시찬)
맛이 있거나 없거나 음식은 음식이라
任儞諸人取次喫(임이제인취차끽)
누구든지 마음껏 먹는 대로 맡겨 두네
雲門糊餠趙州茶(운문호병조주차)
雲門운문스님의 떡과 趙州조주스님의 차라 해
何似庵中無味食(하이암중무미식)
이 암자의 맛없는 음식만은 하겠는가
[ 제 6 ]
本來如此舊家風(본래쳐차구가풍)
본래부터 이와 같이 내려오는 옛 家風가풍을
誰敢與君論奇特(수감여군논기특)
누가 그대와 더불어 기특하다 말할 건가
一毫端上太古庵(일호단상태고암)
하나의 털끝 위에 우뚝한 태고암은
寬非寬兮窄非窄(관비관혜착비착)
넓으면서 넓지 않고 좁으면서 좁지 않네
[ 제 7 ]
重重刹土箇中藏(중중찰토개중장)
겹겹한 세계들이 그 안에 모두 들어 있고
過量機路衝天直(과량기로충천직)
뛰어난 큰 길이 하늘을 뚫고 뻗었네
三世如來都不會(삼세여래도불회)
삼세의 부처님께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歷代祖師出不得(역대조사출불득)
연대의 조사들도 얻지 못했네
[ 제 8 ]
愚愚訥訥主人公(우우눌눌주인공)
심히 어리석고 말을 더듬는 주인공은
倒行逆施無軌則(도행역시무궤칙)
행동하고 베푸는 데 일정한 법칙 없으니
着却靑州破布衫(착각청주파포삼)
떨어진 淸州의 베 장삼을 걸치고서
藤蘿影裡倚絶壁(등라영리의절벽)
칡덩굴 그늘 속의 절벽에 의지해 있네
[ 제 9 ]
眼前無法亦無人(안전무법역무인)
눈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 또한 없으니
旦暮空對靑山色(단모공대청산색)
아침 저녁 부질없이 푸른 산을 마주하네
兀然無事歌此曲(올연무사가차곡)
우뚝 앉아 일없이 이 노래를 부르나니
西來音韻愈端的(서래음운유단적)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 더욱 분명해지네
[ 제 10 ]
徧界有誰同昌和(편계유수동창화)
온 세계의 그 누구가 이 노래에 화답하리
靈山少室謾相拍(영산소실만상박)
부처님과 달마 스님 부질없이 손뼉 치네
誰將太古沒絃琴(수장태고몰현금)
누군가가 태곳적 줄 없는 거문고를 켜면
應此今時無孔笛(응차금기무공적)
구멍 없는 피리로 지금 바로 응답하리라
[ 제 11 ]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太古庵中太古事(태고암중태고사)
태고암 가운데의 태고 시절 일들은
只這如今明歷歷(지저여금명역력)
지금도 뚜렷이 밝고 분명하며
百千三昧在其中(백천삼매재기중)
백천의 모든 삼매가 그 가운데 있어서
利物應緣常寂寂(이물응연상적적)
인연 따라 만물을 이롭게 하나 항상 고요하네
[ 제 12 ]
此菴非但老僧居(차암비단노승거)
이 암자는 이 노승만 사는 곳이 아니라
한량없는 불조들이 風格풍격을 같이 하네
塵沙佛祖同風格(진사불조동풍격)
한량없는 불조들이 風格(풍격)을 같이 하네
決定說兮君莫疑(결정설혜군막의)
결정코 말하노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라
智亦難知識莫測(지역난지식막측)
지혜나 지식으로는 측량하기 어렵노라
[ 제 13 ]
回光返照尙茫茫(회광반조상망망)
빛을 돌이켜 비추어도 오히려 아득하며
直下承當猶滯跡(직하승당유체적)
지금 당장 알았다 해도 흔적은 남네
進問如何還大錯(진문여하환대착)
무엇인가 돌아보아도 크게 어긋나거니
如如不動如頑石(여여부동여완석)
不動(부동)하고 如如(여여) 하기가 굳은 돌과 같다네
[ 제 14 ]
放下着兮莫妄想(방하착혜막망상)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망상을 말지어다
卽是如來大圓覺(즉시여래대원각)
이것이 곧 여래의 크게 원만한 깨달음일세
歷劫何曾出門戶(역겁하증출문호)
무량겁 중 어느 때에 이 문을 빠져 나와
暫時落泊今時路(잠시낙박금시로)
지금 잠시 이 길 위에 떨어져 머물고 있네
[ 제 15 ]
此庵本非太古名(차암본비태고명)
이 암자에 본래 이름은 太古(태고)가 아니지만
乃因今日云太古(내인금일운태고)
오늘이 있기 때문에 太古라고 부른다네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모든 것 있고 모든 것 속의 하나이지만
一不得中常了了(일부득중상료료)
하나라 해도 맞지 않지만 항상 분명히 드러나네
[ 제 16 ]
能其方 亦其圓(능기방 역기원)
능히 모가 나기도 하고 또 둥글기도 하나니
隨流轉處悉幽玄(수류전처실유현)
흐름 따라 변하는 곳 모두가 그윽하도다
君若問我山中境(군약문아산중경)
그대가 만일 나에게 경계를 물으면
松風蕭瑟月滿天(송풍소슬월만천)
솔바람 시원하고 달은 시내에 가득하다 하리
[ 제 17 ]
道不修兮禪不參(도불수혜선불참)
道도 닦지 아니하고 참선도 하지 않나니
水침燒盡爐無烟(수침소진로무연)
沈水香(침수향)다 타 버린 향로에 연기 없다네
但伊騰騰恁마過(탄이등등임마과)
그저 이렇게 등등하게 일없이 지나거나
何用區區求其然(하용구구구기연)
무엇 하러 구차스레 특별한 것을 구하랴
[ 제 18 ]
徹骨淸兮徹骨貧(철골청혜철골빈)
뼛속까지 사무쳐 맑고 뼛속까지 가난하지만
活計自有威音前(활계자유위음전)
살아가는 계책은 위음왕불 이전부터 있었네
閑來浩唱太平歌(한래호창태평가)
한가하면 태고암가를 소리 높여 부르고
倒騎鐵牛遊人天(도기철우유인천)
무쇠의 소를 거꾸로 타고 人天인천을 노닌다네
兒童觸目盡伎倆(아동촉목진기량)
아이들의 눈에는 이 모두가 재주놀이라
曳轉不得徒勞眼皮穿(예전불득도로안피천)
멍청하게 서서 눈이 뚫어지도록 바라보네
[ 제 19 ]
庵中醜拙只如許(암중추졸지여허)
이 암자의 추하고 졸렬함이 그저 이러하여
可知何必更重宣(가지하필갱중선)
거듭 말할 필요가 더 없는 줄 알겠거니
舞罷三臺歸去後(무파삼대귀거후)
춤을 그치고 三臺山(삼대산)으로 돌아가게 되면
淸山依舊對林泉(청산의구대임천)
푸른 산을 등지고 수풀과 샘을 마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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