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晩春田園雜興(만춘전원잡흥)
늦봄 전원의 여러 흥취 12수
[ 제 1 수 ]
紫靑蓴菜卷荷香(자청순채권하향)
자줏빛에 푸른 순채蓴菜는 연꽃 향기를 돌돌 감아 싸고
玉雪芹芽拔薤長(옥설근아발해장)
백옥같이 희고 깨끗한 미나리 싹 주위로 염교가 곧게 자랐네.
自擷溪毛充晩供(자힐계모충만공)
몸소 물가 채소를 캐서 저녁 찬거리로 쓰려다가
短篷風雨宿橫塘(단봉풍우숙횡당)
작은 거룻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횡당橫塘에서 묵네.
[ 제 2 수 ]
湖蓮舊蕩藕新翻(호련구탕우신번)
호수의 오래된 연밭에는 연뿌리가 새로 뒤집혔고
小小荷錢沒漲痕(소소하전몰창흔)
동전처럼 작디작은 연잎은 불어난 물에 가라앉았네.
斟酌梅天風浪緊(짐작매천풍랑긴)
매실이 익어가는 장마철에 바람과 물결이 거셀 것을 어림잡아 헤아려서
更從外水種蘆根(경종외수종로근)
다시 바깥쪽 물가에서부터 갈대 뿌리를 심네.
[ 제 3 수 ]
胡蝶雙雙入菜花(호접쌍쌍입채화)
나비는 짝을 지어 채소꽃으로 날아들고,
日長無客到田家(일장무객도전가)
해는 길건만 농가를 찾는 손님 하나 없네.
雞飛過籬犬吠竇(계비과리견폐두)
닭은 날아서 울타리를 넘어가고 개는 개구멍에서 짖어대니,
知有行商來買茶(지유행상래매다)
도붓장사가 찻잎을 사러 온 것을 알겠네.
[ 제 4 수 ]
湔裙水滿綠蘋洲(전군수만록빈주)
초록색 개구리밥이 지천인 물가 강물이 넘치는 곳에서 옷을 씻는다는데
上巳微寒懶出遊(상사미한라출유)
삼짇날 몸이 으슬으슬 추워 나가서 놀지 못했네.
薄暮蛙聲連曉鬧(박모와성련효료)
땅거미 질 때부터 울던 개구리 소리 새벽까지 계속 시끄러우니
今年田稻十分秋(금년전도십분춘)
올해 벼농사 풍년 들겠네.
[ 제 5 수 ]
新綠園林曉氣凉(신록원림효기량)
새로 나온 잎의 초록빛으로 물든 정원의 새벽녘 시원한 공기 속에서
晨炊蚤出看移秧(신취조출간이앙)
새벽같이 밥을 먹고 일찍부터 모내기를 보러 나서네.
百花飄盡桑麻小(백화표진상마소)
온갖 꽃들은 모두 바람에 날려 떨어졌고 뽕나무와 삼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했는데
夾路風來阿魏香(협로풍래아위향)
좁은 길을 따라 바람이 부니 아위阿魏 향이 퍼지네.
[ 제 6 수 ]
三旬蠶忌閉門中(삼구잠기폐문중)
삼십 일 동안 누에가 놀랄까 조심하며 문을 닫으니
鄰曲都無步往蹤(린곡도무보왕종)
이웃과는 모두들 내왕한 흔적도 없네.
猶是曉晴風露下(유시효청풍로하)
다만 맑게 갠 새벽 바람결에 빛나는 이슬 아래서
采桑時節暫相逢(채상시절잠상봉)
뽕잎 딸 때 잠시 서로 만날 뿐이네.
[ 제 7 수 ]
汙萊一稜水周圍(오래일릉수주위)
잡초만 우거진 거친 땅 한 이랑이 물에 둘러싸였는데
歲歲蝸廬沒半扉(세세와려몰반비)
여러 해 동안 살던 작고 초라한 집은 문짝이 반이나 물에 잠겼네.
不看茭靑難護岸(불간교청난호안)
제법 자란 줄풀로도 둑을 지켜 흘러넘치는 강물을 막기 어려운 법이고, 그런 광경 지켜볼 수 없으니
小舟撐取葑田歸(소주탱취봉전귀)
작은 배를 저어 봉전葑田으로 가 줄풀 뿌리를 뽑아가지고 돌아오네.
* 봉전葑田 : 줄풀의 뿌리가 여러 해 얽히고 쌓여서 된 밭.
[ 제 8 수 ]
茅針香軟漸包茸(모침향연점포용)
삘기의 향기는 부드러워 점점 자욱하게 퍼지고
蓬虆甘酸半染紅(봉류감산반염홍)
새콤달콤한 복분자覆盆子는 반쯤 붉게 물들었네.
采采歸來兒女笑(채채귀래아녀소)
여기저기서 넉넉하게 따가지고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보고 웃으니
杖頭高挂小筠籠(장두고괘소균롱)
지팡이 끝에 작은 대바구니 높이도 매달았네.
[ 제 9 수 ]
穀雨如絲復似塵(곡우여사복사진)
곡우穀雨에 내리는 비는 실처럼 가늘면서 티끌처럼 부슬거리고
煮甁浮蠟正嘗新(자병부랍정상신)
병 덥히니 술에 밀蜜이 뜨지만 정말 그 맛이 신선하네.
牧丹破萼櫻桃熟(목단파악앵도숙)
모란이 봉오리를 터뜨리고 앵두꽃이 만발하니
未許飛花減却春(미허비화감각춘)
꽃잎 날려 봄기운이 줄어드는 것을 아직 허락하지 않았네.
[ 제 10 수 ]
雨後山家起較遲(우후산가기교지)
비가 온 뒤 산속에 있는 집이라 조금 늦게 일어나니
天窗曉色半熹微(천창효색반희미)
지붕창으로 보이는 새벽빛이 반쯤 희미稀微하네.
老翁欹枕聽鶯囀(노옹의침청앵전)
늙은 나는 베개에 기대어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데
童子開門放燕飛(동자개문방연비)
사내아이는 문 열고 제비를 쫓아 날리네.
[ 제 11 수 ]
海雨江風浪作堆(해우강풍랑작퇴)
바다에 비 오고 강에 바람 불어 물결이 쌓이더니
時新魚菜逐春回(시신어채축춘회)
때를 맞춰 새로 나온 생선과 푸성귀가 봄을 따라 돌아왔네.
荻芽抽筍河魨上(적아추순하돈상)
물억새 싹이 나고 복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며
楝子開花石首來(련자개화석수래)
소태나무 꽃이 피고 조기가 돌아오네.
[ 제 12 수 ]
烏鳥投林過客稀(오조투림과객희)
까마귀들 숲에 들고 지나가는 나그네도 드문데
前山煙暝到柴扉(전산연명도시비)
앞산의 저녁 안개는 사립문에 이르렀네.
小童一棹舟如葉(소동일도주여엽)
어린아이 노질 한 번에 배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獨自編闌鴨陣歸(독자편란압진귀)
저 혼자 오리 무리 이끌고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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