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晩春田園雜興(만춘전원잡흥) 늦봄 전원의 여러 흥취 12수

산곡 2025. 7. 3. 07:37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晩春田園雜興(만춘전원잡흥)

늦봄 전원의 여러 흥취  12수

 

[ 제 1 수 ]

紫靑蓴菜卷荷香(자청순채권하향)

자줏빛에 푸른 순채蓴菜는 연꽃 향기를 돌돌 감아 싸고

玉雪芹芽拔薤長(옥설근아발해장)

백옥같이 희고 깨끗한 미나리 싹 주위로 염교가 곧게 자랐네.

自擷溪毛充晩供(자힐계모충만공)

몸소 물가 채소를 캐서 저녁 찬거리로 쓰려다가

短篷風雨宿橫塘(단봉풍우숙횡당)

작은 거룻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횡당橫塘에서 묵네.

 

[ 제 2 수 ]

湖蓮舊蕩藕新翻(호련구탕우신번)

호수의 오래된 연밭에는 연뿌리가 새로 뒤집혔고

小小荷錢沒漲痕(소소하전몰창흔)

동전처럼 작디작은 연잎은 불어난 물에 가라앉았네.

斟酌梅天風浪緊(짐작매천풍랑긴)

매실이 익어가는 장마철에 바람과 물결이 거셀 것을 어림잡아 헤아려서

更從外水種蘆根(경종외수종로근)

다시 바깥쪽 물가에서부터 갈대 뿌리를 심네.

 

[ 제 3 수 ]

胡蝶雙雙入菜花(호접쌍쌍입채화)

나비는 짝을 지어 채소꽃으로 날아들고,

日長無客到田家(일장무객도전가)

해는 길건만 농가를 찾는 손님 하나 없네.

雞飛過籬犬吠竇(계비과리견폐두)

닭은 날아서 울타리를 넘어가고 개는 개구멍에서 짖어대니,

知有行商來買茶(지유행상래매다)

도붓장사가 찻잎을 사러 온 것을 알겠네.

 

[ 제 4 수 ]

湔裙水滿綠蘋洲(전군수만록빈주)

초록색 개구리밥이 지천인 물가 강물이 넘치는 곳에서 옷을 씻는다는데

上巳微寒懶出遊(상사미한라출유)

삼짇날 몸이 으슬으슬 추워 나가서 놀지 못했네.

薄暮蛙聲連曉鬧(박모와성련효료)

땅거미 질 때부터 울던 개구리 소리 새벽까지 계속 시끄러우니

今年田稻十分秋(금년전도십분춘)

올해 벼농사 풍년 들겠네.

 

[ 제 5 수 ]

新綠園林曉氣凉(신록원림효기량)

새로 나온 잎의 초록빛으로 물든 정원의 새벽녘 시원한 공기 속에서

晨炊蚤出看移秧(신취조출간이앙)

새벽같이 밥을 먹고 일찍부터 모내기를 보러 나서네.

百花飄盡桑麻小(백화표진상마소)

온갖 꽃들은 모두 바람에 날려 떨어졌고 뽕나무와 삼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했는데

夾路風來阿魏香(협로풍래아위향)

좁은 길을 따라 바람이 부니 아위阿魏 향이 퍼지네.

 

[ 제 6 수 ]

三旬蠶忌閉門中(삼구잠기폐문중)

삼십 일 동안 누에가 놀랄까 조심하며 문을 닫으니

鄰曲都無步往蹤(린곡도무보왕종)

이웃과는 모두들 내왕한 흔적도 없네.

猶是曉晴風露下(유시효청풍로하)

다만 맑게 갠 새벽 바람결에 빛나는 이슬 아래서

采桑時節暫相逢(채상시절잠상봉)

뽕잎 딸 때 잠시 서로 만날 뿐이네.

 

[ 제 7 수 ]

汙萊一稜水周圍(오래일릉수주위)

잡초만 우거진 거친 땅 한 이랑이 물에 둘러싸였는데

歲歲蝸廬沒半扉(세세와려몰반비)

여러 해 동안 살던 작고 초라한 집은 문짝이 반이나 물에 잠겼네.

不看茭靑難護岸(불간교청난호안)

제법 자란 줄풀로도 둑을 지켜 흘러넘치는 강물을 막기 어려운 법이고, 그런 광경 지켜볼 수 없으니

小舟撐取葑田歸(소주탱취봉전귀)

작은 배를 저어 봉전葑田으로 가 줄풀 뿌리를 뽑아가지고 돌아오네.

* 봉전葑田 : 줄풀의 뿌리가 여러 해 얽히고 쌓여서 된 밭.

 

[ 제 8 수 ]

茅針香軟漸包茸(모침향연점포용)

삘기의 향기는 부드러워 점점 자욱하게 퍼지고

蓬虆甘酸半染紅(봉류감산반염홍)

새콤달콤한 복분자覆盆子는 반쯤 붉게 물들었네.

采采歸來兒女笑(채채귀래아녀소)

여기저기서 넉넉하게 따가지고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보고 웃으니

杖頭高挂小筠籠(장두고괘소균롱)

지팡이 끝에 작은 대바구니 높이도 매달았네.

 

[ 제 9 수 ]

穀雨如絲復似塵(곡우여사복사진)

곡우穀雨에 내리는 비는 실처럼 가늘면서 티끌처럼 부슬거리고

煮甁浮蠟正嘗新(자병부랍정상신)

병 덥히니 술에 밀蜜이 뜨지만 정말 그 맛이 신선하네.

牧丹破萼櫻桃熟(목단파악앵도숙)

모란이 봉오리를 터뜨리고 앵두꽃이 만발하니

未許飛花減却春(미허비화감각춘)

꽃잎 날려 봄기운이 줄어드는 것을 아직 허락하지 않았네.

 

[ 제 10 수 ]

雨後山家起較遲(우후산가기교지)

비가 온 뒤 산속에 있는 집이라 조금 늦게 일어나니

天窗曉色半熹微(천창효색반희미)

지붕창으로 보이는 새벽빛이 반쯤 희미稀微하네.

老翁欹枕聽鶯囀(노옹의침청앵전)

늙은 나는 베개에 기대어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데

童子開門放燕飛(동자개문방연비)

사내아이는 문 열고 제비를 쫓아 날리네.

 

[ 제 11 수 ]

海雨江風浪作堆(해우강풍랑작퇴)

바다에 비 오고 강에 바람 불어 물결이 쌓이더니

時新魚菜逐春回(시신어채축춘회)

때를 맞춰 새로 나온 생선과 푸성귀가 봄을 따라 돌아왔네.

荻芽抽筍河魨上(적아추순하돈상)

물억새 싹이 나고 복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며

楝子開花石首來(련자개화석수래)

소태나무 꽃이 피고 조기가 돌아오네.

 

[ 제 12 수 ]

烏鳥投林過客稀(오조투림과객희)

까마귀들 숲에 들고 지나가는 나그네도 드문데

前山煙暝到柴扉(전산연명도시비)

앞산의 저녁 안개는 사립문에 이르렀네.

小童一棹舟如葉(소동일도주여엽)

어린아이 노질 한 번에 배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獨自編闌鴨陣歸(독자편란압진귀)

저 혼자 오리 무리 이끌고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