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澤堂 李植( 택당 이식). 東湖崖寺卽事(동호애사즉사) 동호의 언덕 위 절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5수

산곡 2025. 7. 6. 09:39

澤堂 李植( 택당 이식).   東湖崖寺卽事(동호애사즉사)

동호의 언덕 위 절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5수

 

[ 제 1 수 ]

平湖細浪動晴空 (평호세랑동청공)

잔잔한 호수湖水의 잔물결에 비친 맑게 갠 하늘이 흔들리는데

銀漢西斜月出東 (은한서사월출동)

은하수銀河水가 서쪽으로 기우니 달이 동쪽에서 솟아오르네.

不覺高臺凌汗漫 (불각고대릉한만)

높은 곳의 흥취興趣가 신선神仙들이 노니는 것보다 나으니

悞疑身在廣寒宮 (오의신재광한궁)

이 몸이 광한궁廣寒宮에 있는 것만 같구나.

 

[ 제 2 수 ]

松林一面俯滄浪 (송림일면부창랑)

솔숲 한쪽으로 맑고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는데

黃鳥聲中白日長 (황조성중백일장)

꾀꼬리 울어 대는 가운데 대낮이 길기도 하네.

木榻蒲團回午夢 (목탑포단회오몽)

나무 평상平床 부들방석方席 위에서 낮잠의 꿈에서 깨고 나니

水風吹作滿衣涼 (수풍취작만의량)

물바람이 옷에 가득 서늘하게 불어오는구나.

 

[ 제 3 수 ]

懸崖一室敞南窓 (현애일실상남창)

낭떠러지 위 방 하나의 탁 트인 남쪽 창窓가에서

吾與維摩對榻雙 (오여유마대탑쌍)

나와 고승高僧이 선탑禪榻에 마주 앉았다가

貝葉芸編俱不展 (패엽운편구불전)

불경佛經이든 서책書冊이든 모두 펴지도 못하고

夜深明月下淸江 (야심명월하청강)

깊은 밤 밝은 달빛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 강江으로 내려가는구나.

 

[ 제 4 수 ]

蘆根晴漲繞村墟 (로근청창요촌허)

마을을 휘감은 맑은 물이 갈대 뿌리에 넘실거리니

獨駕輕舠泝碧虛 (독가경도소벽허)

홀로 가볍고 빠른 거룻배 타고 푸른 하늘로 거슬러 오르네.

手把絲綸慵不擲 (수파사륜용불척)

낚싯줄 손에 쥔 채 던지는 것이 마음 내키지 않아서

滿江斜日看跳魚 (만강사일간도어)

강江물 가득 저녁 햇빛 비추는 가운데 뛰노는 물고기만 바라보는구나.

 

[ 제 5 수 ]

前郊樵牧各歸村 (전교초목각귀촌)

앞 들녘의 나무꾼과 목동牧童들 각자 마을로 돌아가서

山雨江風早掩門 (산우강풍조엄문)

산山비와 강江바람에 일찍 문門을 닫네.

知有賣魚沽酒客 (지유매어고주객)

알겠구나, 물고기 팔고 술 사는 나그네들만

土爐松火共黃昏 (토로송화공황혼)

질화로火爐와 관솔불로 해 질 녘에 함께할 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