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炯庵 李德懋(형암 이덕무) 96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在先來宿(재선래숙) 재선이 와서 묵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在先來宿(재선래숙) 재선이 와서 묵다 輝輝書室白(휘휘서실백)서재가 한하게 밝으니寂境燈囱燈(적경등창등)고요한 상태를 창가의 등이 알려주네見酒愁隨散(견주수수산)술을 보니 근심이 금세 사라지고爲詩意與凝(위시의여응)시 지으니 뜻이 더불어 모이는구나麤心吾未聖(마심오미성)마음이 거칠어서 나는 성인이 못 되지만專氣爾其僧(전기이기승)기운이 하나로 되니 그대는 마땅히 승려구려因靜而求動(인정이구동)고요함에서 움직임을 구하니墻風攪睡能(장풍교수능)담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잠을 깨울 만하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書園卽事(서원즉사) 서원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書園卽事(서원즉사)서원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輕寒生古巷(경한생고항)옛 마을에 가벼운 추위가 밀려들더니夜雨添春山(야우첨춘산)밤비가 봄 산에 내리네鳥換眠慵際(조환면용제)꾸뻑꾸뻑 졸고 있으니 새가 바뀌고花添坐久間(화첨좌구간)오래도록 앉아 있으니 꽃이 피었구나斜陽尊酒在(사양존주재)해 질 녘 통술이 있으니明歲幾人還(명시기인환)다음 해에는 몇 사람이나 돌아오려나留約携淸月(유약휴청월)밝은 달밤에 술 들고 오기로 미리 약속하니能無掩竹關(능부엄죽관)대사립을 닫아걸지 않아도 되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苦 熱 (고 열) 무더위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苦 熱 (고 열) 무더위 毛孔洞開汗雨蒸(모공동개한우증)털구멍이 활짝 열려 땀이 빗물처럼 흐르니 潑紅炎旭壓簷勝(발홍염욱압첨승)한바탕 불볕더위가 처마를 누르며 오르네 冷然欲入那羅谷(랭연욕입나라곡)맑고 시원한 극락의 천계로 들어가려 하는데 冠珮璁瓏五色冰(관패총롱오색빙)의관 패옥에 오색의 얼음이 영롱하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江 行 (강 행) 강을 배타고 가며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江 行 (강 행) 강을 배타고 가며 憐花行拾墮采花(련화행습타채화)꽃이 사랑스러워 떨어진 꽃을 다니며 줍는데 陳陳光風帽任斜(진진광풍모임사)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모자가 비뚤어졌네 孤島劇靑潮忽白(고도극천조홀백)외딴 섬은 몹시 푸르고 조류는 갑자기 허예지니 船郞突兀刺晴沙(선랑돌올자청사)우뚝 선 뱃사공이 맑은 모래 위에서 노 젓는듯 하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洞仙嶺(동선령) 동선령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洞仙嶺(동선령) 동선령 樹深何處坐黃鶯(수심하처좌황앵)나무가 깊숙이 우거졌으니 어느 곳에 꾀꼬리가 앉아 있을까 不露其身只送聲(불로기신지송성)그 몸은 드러내지도 않고 다만 울음소리만 보내네 日午衣鞍都綠影(일오의안도록영)한낮이라 옷과 안장에 모두 푸른 그림자 뿐인데 櫻花如粉向人明(앵화여분향인명)앵두꽃이 분 같아서 사람을 향해서 밝고 환하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夢踏亭雨(몽답정우)몽답정 에 내리는 비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夢踏亭雨(몽답정우)몽답정 에 내리는 비 紅欄旖旎擁羣芳(홍란의니옹군방)호화롭게 붉은 단청을 한 난간이 온갖 향기 나는 꽃을 품었는데 絲雨終朝滞畵堂(사우종조체화당)아침내 내리는 실비에 화려하게 꾸민 집에 머무르네 欲試眉稜深淺醉(욕시미릉심천취)눈썹 가장자리가 얼마나 취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生衣乍整照回塘(생의사정조회당)여름옷 잠시 가지런히 하고 굽이진 연못에 비추어 보는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騎 牛 2 (기 우 2) 소를 타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騎 牛 2 (기 우 2) 소를 타다 岩花捎眠睡才驚(암화소면수재경)바위에 핀 꽃이 눈에 스쳐 놀라서 졸다가 깨니 政看斜陽角末明(정간사양각말명)때마침 저무는 해가 소뿔 끝에 환하게 비치네 行處山童爭拍手(행처산동쟁박수)가는 곳마다 산골 아이들은 다투어 손뼉을 치며 笑余叱喏似書聲(수려질야사서성)소 모는 소리가 글 읽는 소리 같다며 나를 보고 웃는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騎 牛 1 (기 우 1) 소를 타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騎 牛 1 (기 우 1) 소를 타다 空山一道叱牛行(공산일도질우행)텅 빈 산 외길로 소 몰고 가는데 坐覺背皮似席平(좌각배피사석평)등가죽 위에 앉아 있으니 자리처럼 편안하네 才着一身安穏了(재착일신안은료)겨우 몸 한나 조용하고 편안히 자리하고 나니 更無餘地置功名(경무여지치공명)고을 세워 이름 떨치려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다시 없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甁 菊(병 국) 병에 꽂은 국화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甁 菊(병 국) 병에 꽂은 국화 亭亭孤蘂向秋暉(정정고예향추휘)우뚝 솟은 외로운 꽃이 가을빛을 향하니 雌蜨多情墜粉飛(자접다정추분비)암나비가 다정하여 꽃가루를 떨어뜨리며 날아드네 移揷瞻甁勤惜護(이삽첨병근석호)병에 옮겨 꽂고 부지런히 아끼고 돌보니 忍隨凡卉寂寥歸(인수범훼적요귀)차마 뭇꽃처럼 고요하고 쓸쓸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로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日醉題(추일취제) 가을날 술에 취해서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日醉題(추일취제)가을날 술에 취해서 쓰다 敗絮寒蒙菊枕斜(패서한몽국침사)묵은 솜 들어있는 찬 이불에 말린 국화 넣은 베개는 비스듬한데 濃酣搖筆字如鴉(농감요필자여아)거나하게 취해 붓을 놀리니 글자가 까마귀 같네 百憂千慮驅除了(백우천려구제료)온갖 근심과 여러 가지 생각이 다 사라지더니 硯沼泓澄落眼花(연소홍진락안화)벼루못 맑은 물에 눈앞에 어른거리던 불똥만 떨어지는구나 漢陰 李德馨[한음 이덕형].   題三足堂[제삼족당]  삼족당에 쓰다. 野色煙中隱[야색연중은] : 들판의 정경은 안개 속에 숨고 灘聲月下寒[탄성월하한] : 여울물 소리 달빛 아래 쓸쓸하네. 秋風吹不盡[추풍취부진] : 가을 바람 불면서 그치지 않으니 淸興暮江干[청흥모강간] : 저무는 강 줄기에 맑은 흥이 이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鏡匣(제경갑) 거울을 넣어 두는 상자에 대해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鏡匣(제경갑)거울을 넣어 두는 상자에 대해 쓰다 淨似秋江斂水痕(정사추강염수흔)물자국을 거둔 가을 강처럼 깨끗하여 匣中藏得別乾坤(갑중장득별건곤)갑 속에 별천니가 숨겨져 있네 涵虛淸潔非徒翫(함허청결비도완)텅 빈 것을 받아들여 맑고 깨끗하니 부질없이 구경만 할것이 아니라 但慕吾心不自昏(단모오심불자혼)다만 내 마음도 이처럼 어둡지 않기를 바라노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竹 ( 죽 ) 대나무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竹 ( 죽 ) 대나무 錦綳初脫琅玕枝(금붕초탈랑간지)죽순 이 껍질을 막 벗은 대나무 가니 堦上日高影轉移(개상일고영전이)섬돌 위로 해 높이 떠오르다 그림자가 옮겨 가네 萬古幾經風與雪(만고기경풍여설)오랜 세월 눈바람을 얼마나 겪었는가 此君淸節我能知(차군청절아능지)대나무의 맑고 깨끗한 절개는 내가 잘 아노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漁 翁 2( 어 옹 2) 고기 잡는 노인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漁 翁 2( 어 옹 2) 고기 잡는 노인 風來水國夜氣淸(풍래수국야기청)물나나레 바람 불어오니 밤기운이 맑아서 兩岸諸禽自呼名(양안제금자호명)양쪽 언덕의 온갖 새들이 스스로 이름을 부르네 興逸維舟叢竹下(흥일유주총죽하)흥에 겨워 대나무 숲 아래 배를 매어 두고 燒魚荻火濕烟生(소어적화습연생)억새 불에 물고기를 굽자 젖은 연가기 피어오르는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漁 翁 1(어 옹 1) 고기 잡는 노인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漁 翁 1(어 옹 1) 고기 잡는 노인 中心淨潔水同淸(중심정결수정청)마음이 깨끗하고 깔끔하니 물도 함께 맑은데 誰識此翁姓與名(수식차옹성여명)이 늙은이 성고 이름을 누가 알겠는가 蕭瑟秋風飄短髮(소슬추풍표단발)스산한 가을 바람에 짧은 머리털 날리며 繫舟蓼岸夕烟生(계주료안석연생)여귀꽃 핀 언덕에 배를 매니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嬋娟洞(선연동) 선연동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嬋娟洞(선연동) 선연동 嬋娟洞艸賽羅裙(선영동초새라군)선연동의 풀은 비단 치마처럼 곱고 剩粉殘香暗古墳(잉분잔향암고분)진한 분의 남은 향기가 옛 무덤을 감싸네 現在洪娘休詑艶(현재홍랑휴이염)지금의 젊은 여인들 아름답다고 자랑하지 마오  此中無數舊如君(차중무수구여군)이 무덤들 속에 지난날 그대 같았던 여인들이 헤아릴 수 없다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夢踏亭共賦(몽답정공부) 몽답정에서 함께 짓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夢踏亭共賦(몽답정공부) 몽답정에서 함께 짓다 荷香妙燈寂然心(하향묘등적연심)연꽃 향기가 묘하게 고요한 마음을 증명하고 紅鯽搖腮閣瓦陰(홍즉요시각와음)금붕어는 아가미를 벌름거리며 처마 그늘에서 헤엄쳐 다니네 古翠寒蕤林滴滴(고취한유림적적)꽃과 나뭇잎 떨어진 예스럽고 푸른 숲에서 묿자룰  어지고 天光一線透溪深(천광일선투계심)한줄기 하늘빛이 깊은 시내를 꿰뚫었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論 詩 (논 시) 시를 논하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論 詩 (논 시) 시를 논하다  難齊萬品整而斜(난제만품정이사)온갖 물건이 가지런하거나 비스듬하니 다 같기는 어렵고 色色璁瓏日炙霞(색색총롱일자하)여러 가지 색깔로 환하니 햇빛에 구운 노을 이로다 喫著雖殊元一致(끽저수수원일치)먹고 입는 것이 비록 다르지만 본디 서로 같은 것이니 蠶家未必哂耕家(감가미필신경가)누에 치는 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농사짓는 집을 비웃지는 않으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漢水舟中(한수주중) 한강 위 배 안에서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漢水舟中(한수주중) 한강 위 배 안에서 日脚玲瓏水步舒(일각령롱수보서)햇발은 영롱한데 물은 느리게 흘러가고 春波綠闊素舲虛(춘파록활소령허)푸르고 넓은 봄 물결에 희고 작은 배가 텅 빈 채로 떠나네 潛吹細沫空明裏(잠위세말공명리)맑은 물속에서 몰래 잠거품 부는 針尾芒須二寸魚(침미망수이촌어)바늘 꼬리에 가시 수염 난 두 치짜리 물고기로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讀 莊 (독 장) 장자를 읽고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讀 莊 (독 장) 장자를 읽고 哺死蜉悲午死蜉(포사부비오사부)저녁나절에 죽을 하루살이가 낮에 죽은 놈을 슬퍼하니 些兒相距較誰優(사아상거교수우)작은 아기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셈인데 견주어 누가 낮다고 할 것인가 高擡眼孔閻浮界(고대안공염부계)눈을 치켜뜨고 덧없는 세상을 바라보니 大笑彭觴辨短脩(대소팽상변단수)오래 산 팽조와 어려서 죽은 아이의 길고 짧음을 따지는것이 우습기만 하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紅蜻蜓戱影(홍청정희영) 고추잠자리의 그림자를 보고 장난삼아 짓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紅蜻蜓戱影(홍청정희영)고추잠자리의 그림자를 보고 장난삼아 짓다 墻紋細肖哥窰坼(장문세초가요탁)담장의 작은 무뉘인 듯 가마가 갈라진 듯 篁葉紛披个字靑(황엽분피개자청)어지럽게 흩어진 댓잎인 듯 개 자 모양으로 푸르네 井畔秋陽生影纈(정반추양생영힐)우물가 가을볕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紅腰婀娜瘦蜻蜓(호요아나수청정)잠자리가 여위어 붉은 허리가 곱고 아리땁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