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99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피서대(避暑臺) 피서대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피서대(避暑臺) 피서대 巖頭月白無時照 (암두월백무시조)바위 위에 뜬 달은 밝아서 무시無時로 비추고 石眼風淸盡日吹 (석안풍청진일취)돌구멍에서 부드럽고 맑은 바람이 온종일 불어오네. 願與世人分爽快 (원여세인분상쾌)세상世上 사람들과 상쾌爽快함을 나누고 싶지만 此心能有幾人知 (차심능유기인지)이 마음을 몇 사람이나 알 수 있을까.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동일기석상암(冬日寄石上庵) 겨울날 석상암에 임시로 얹혀살며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동일기석상암(冬日寄石上庵)겨울날 석상암에 임시로 얹혀살며 石頭路嶮足難措 (석두로험족란조)자갈길이 험險해 발 내딛기도 어려워서 竿木隨身猶躂倒 (간목수신유달도)지팡이도 몸을 따르다가 오히려 미끄러져 넘어졌네. 況須天寒氷雪多 (황수천한빙설다)하물며 날씨가 춥고 얼음과 눈까지 많으니 故應石上無人到 (고응석상무인도)마땅히 석상암石上庵에 오는 사람 없으리라.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암중청우(庵中聽雨) 암자庵子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암중청우(庵中聽雨)암자庵子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路上趨馳應厭雨 (로상추치응염연우)길 위에서 바쁘게 뛰어다닐 때는 마땅히 비가 싫었는데 庵中燕坐不須晴 (암중연좌불수청)암자庵子에서 좌선坐禪하니 갤 필요必要가 없네. 因慈歇却閑遊覽 (인자헐각한유람)고맙게도 비가 그치면 한가롭게 돌아다니며 구경할 것이니 靜聽簷頭滴瀝聲 (정청첨두적력성)처마 끝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구나.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又 (우) 또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又 (우) 또 我與先生同在纏 (아여선생동재전) 나와 선생先生 모두 번뇌煩惱에 얽매어 있어서 回幾籠鶴望雲來 (회기롱학망운래)몇 번이나 새장欌 속의 학鶴처럼 구름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던가. 月明每憶當年約 (월명매억당년약)달빛이 밝으면 늘 그해의 약속約束을 생각하는데 何日山中共和禪 (하일산중공화선)어느 날에나 산山속에서 함께 선禪에 들게 되려나……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계기능(誡技能)기능을 경계하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계기능(誡技能)기능을 경계하다 大德無爲絶技能 (대덕무위절기능)큰 덕德을 가진 사람은 재능才能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不須工巧學多能 (불수공교학다능)솜씨가 좋은데 여러 기능技能을 배울 필요必要가 없네. 有能常被無能使 (유능상피무능사)능력能力이 있으면 능력 없는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니 須信無能勝有能 (수신무능승유능)모름지기 무능無能이 유능有能보다 낫다는 것을 믿어야 하리라.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화갈선생견기(和葛先生見寄) 갈 선생이 보내온 시에 화답하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화갈선생견기(和葛先生見寄)갈 선생이 보내온 시에 화답하다 春蠶吐絲還自纏 (춘잠토사환자전)봄누에는 실을 토吐해 도리어 자신을 얽매고 醯鷄自足甕中天 (혜계자족옹중천)초파리는 항아리 속 하늘에도 스스로 만족 해하네. 君如脫縛遊方外 (군여탈박유방외)그대가 만일 굴레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서 노닐고 싶다면 火急回頭學我禪 (화급회두학아선)서둘러 고개 돌려 우리 선禪을 배우시구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祖月庵聞笛( 조월암문적 ) 조월암祖月庵에서 피리 소리를 들으며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祖月庵聞笛( 조월암문적 )조월암祖月庵에서 피리 소리를 들으며 巖屏萬疊雪威重 (암병만첩설위중)겹겹이 둘러싸인 병풍屛風바위에 눈 많이 쌓였는데 村笛一聲春意濃 (촌적일성춘의농)마을에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 한 곡조曲調에 봄기운이 짙네. 遙想萬家桃李樹 (요상만가도리수)멀리 수많은 집들의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를 생각하니 幾枝花白幾枝紅 (기지화백기지홍)어느 가지에 흰 꽃 피고 어느 가지에 붉은 꽃 피었을까.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만청(晚 晴)저물녘 날이 개어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만청(晚 晴)저물녘 날이 개어 點開山色看無厭 (점개산색간무염)점점點點이 산山빛이 열리니 보아도 싫지가 않고 洗出鶯聲聽更新 (세출앵성청갱신)씻은 듯한 앵무새 울음소리 들을수록 더욱 새롭네. 多謝晩霖特一霽 (다사만림특일제)너무나 고맙게도 저물녘에 장마가 대번에 개니 着些滋味慰閑人 (착사자미위한인)뚜렷하고도 작은 재미가 한가로운 사람을 위로해 주는구나.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파 초(芭 蕉) 파 초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파 초(芭 蕉) 파 초 心抽綠蠟燭無烟 (심추록랍촉무연)가운데서 솟아 나온 푸른 밀랍蜜蠟은 연기煙氣 없는 촛불이요, 葉展藍衫袖欲舞 (엽전람삼수욕무)잎을 쪽빛 적삼처럼 펼치니 소매는 춤추려는 듯하네. 此是詩人醉眼看 (차시시인취안간)시인詩人의 취한 눈에는 이렇게 보이지만 不如還我芭蕉樹 (불여환아파초수)나에게 파초芭蕉를 돌려보내느니만 못하리라.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送六眉上人省親 (송륙미상인성친 ) 어버이를 뵈러 가는 육미상인 을 배웅하며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送六眉上人省親 (송륙미상인성친 )어버이를 뵈러 가는 육미상인 을 배웅하며 行盡迢迢千里路 (행진초초천리로)아득히 머나먼 길을 다 걸어가며 白雲兒就靑山父 (백운아취청산부)흰 구름처럼 떠도는 승려僧侶가 된 아들이 고향故鄕 집 아버지를 뵈러 가네. 同身共命不相知 (동신공명불상지)같은 몸, 같은 운명運命임을 서로 알지 못하는데 雲自下來山自住 (운자하래산자주)름 스스로 내려앉는 곳에 산山 저절로 머무르는구나.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답최시랑(答崔侍郞) 최 시랑 께 답하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답최시랑(答崔侍郞) 최 시랑 께 답하다 賢勞王事日忙忙 (현로왕사인망망)홀로 나랏일에 힘써 수고하느라 날마다 바쁘시고 憂國憂民用意長 (우국우민용의장)나라와 백성을 근심하느라 늘 마음을 가다듬으시네. 威振一方風草偃 (위진일방풍초언)한쪽에서 위엄을 떨치셔도 바람이 부는 대로 풀이 눕듯이 백성들이 따르고 使華千里耀皇皇 (사화천리요황황)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신의 일을 잘 처리하시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금성동(金城洞)금성동 에서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금성동(金城洞)금성동 에서 萬里秦城纔二世 (만리진성재이세)진秦나라의 만리장성萬里長城은 겨우 이대二代에 이어졌고 千金童塢未多年 (천금동오미다년)그처럼 귀貴했던 천재天才 동오童塢도 요절夭折했네. 不貪之寶寶無盡 (불탐지보보무진)탐貪내지 않음을 보배로 여기면 보배는 다함이 없을 것이요, 以德爲城城始堅 (이덕위성성시견)덕德으로 성城을 쌓으면 성은 비로소 견고堅固하리라.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제마곡루교(題麻谷樓橋) 마곡사麻谷寺의 지붕 덮인 다리에 대해 쓰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제마곡루교(題麻谷樓橋)마곡사麻谷寺의 지붕 덮인 다리에 대해 쓰다 前來後去水悠悠 (전래후거수유유)앞으로 오고 뒤로 가는 시냇물 아득하기만 한데 橫截中流構此樓 (횡절중류구차루)내의 중간을 가로질러 이 지붕 덮인 다리를 놓았네.  設有滔天洪浪起 (설유도천홍랑기)만약 하늘에 닿을 만한 큰 물결이 일더라도 行人到此竟無憂 (행인도차경무우)나그네가 이곳에 이르면 끝내 아무런 걱정이 없으리라.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답전녹사(答田祿事) 전 녹사田錄事에게 답答하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답전녹사(答田祿事)전 녹사田錄事에게 답答하다 君去城市我靑山 (군거성시아청산)그대는 티끌세상世上으로 가고, 나는 푸른 산山으로 떠났지만 相見無虧頃刻間 (상견무휴경각간)서로 만나 보면 잠시라도 저버리지 않았네. 夜暗日明空色界 (야암일명공색계)밤이면 어두워지고 낮에는 밝아지는 공계空界와 색계色界 誰非居士老僧顏 (유비거사노승안) 누가 거사居士와 노승老僧의 얼굴이 어긋난다고 하겠소.  * 녹사錄事 : 고려 시대高麗時代에, 각급 관아官衙에 속하여 기록에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하급下級 실무직實務職 벼슬.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유백중사(留白中使) 백 중사를 머무르게 하며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유백중사(留白中使) 백 중사를 머무르게 하며 方今事急急驅軍 (방금사급급구군)지금 일이 급박急迫해서 군사軍士를 동원動員하는 일도 급한데 憂國憂家意甚勤 (우국우가의심근)나랏일과 집안일 걱정하는 마음에 너무 애쓰시는구려. 一日停驂殊不惡 (일일정참수불악)하루 정도 말을 쉬게 한다고 유달리 잘못된 일도 아니고 夜來新雨爲留君 (야래신우위류군)밤새 비까지 새로 내려 그대를 머무르게 하는구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인월대(隣月臺) 인월대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인월대(隣月臺) 인월대 巖叢屹屹知幾尋 (암총흘흘지기심)바위너설 우뚝 솟아 몇 길이나 되려는지 上有高臺接天際 (상유고대접천제)그 위에 높다란 대臺가 있어 하늘 끝에 잇닿았네. 斗酌星河煮夜茶 (두작성하자야다)북두칠성北斗七星으로 은하수銀河水 길어다가 차茶 끓이는 밤 茶煙冷鎖月中桂 (다연랭쇄월중계)차 달이는 연기煙氣가 달 속의 계수나무를 차갑게 가리는구나.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春晩遊燕谷寺贈堂頭老(춘만유연곡사증당두로). 봄날 저녁 연곡사에서 노닐다가 늙은 주지에게 지어 주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春晩遊燕谷寺贈堂頭老(춘만유연곡사증당두로)봄날 저녁 연곡사에서 노닐다가 늙은 주지에게 지어 주다 春深古院寂無事 (춘심고원적무사) 봄 깊어 가는 오래된 절은 고요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風定閑花落滿庭 (풍정한화락만정)바람 그치니 한가로운 꽃이 뜰 가득 떨어지네. 堪愛暮天雲晴淡 (감애모천운청담)저녁 하늘에 떠 있는 맑고 엷은 구름이 좋기만 한데  亂山時有子規啼 (란산시유자규제)여기저기 어지럽게 솟은 산山에서 이따금 두견이가 울어 대는구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우증별(又贈別) 헤어지며 또 지어 주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우증별(又贈別) 헤어지며 또 지어 주다 天色陰沈含雨意 (천색음침함우의)하늘빛 흐리고 컴컴한 것이 빗기운을 머금었고 山容慘淡作愁顔 (산용참담작수안)산山의 모습은 슬프고 괴로운 것이 근심스러운 얼굴이 되었네. 幸爲道友分携易 (행위도우분휴이)다행히 함께 도道를 닦는 벗과는 쉽게 헤어지지만 若是情交不淚難 (약시정교불루난)이같이 두터운 사귐은 눈물 흘리지 않기가 어렵구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능운대(凌雲臺) 능운대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능운대(凌雲臺) 능운대 龍鱗閃日千凹水 (룡린섬일천요수)햇살에 번쩍이는 용龍의 비늘은 많은 구덩이의 물이요, 象骨堆雲萬凸巖 (상골퇴운만철암)구름 쌓인 코끼리뼈는 볼록한 수많은 바위네. 俯瞰傍睽增逸炁 (부감방규증일기)내려다보고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기세氣勢가 뛰어나 自然神化脫庸凡 (자연신화탈용범)대자연大自然의 신비神秘로운 조화造化는 평범平凡함을 벗어났도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향백운암 차사중[向白雲庵次辭衆) 백운암으로 향하면서 “사중백성들과헤어지며”시에 차운하다

無衣子 慧諶(무의자 혜심).    향백운암 차사중[向白雲庵次辭衆)백운암으로 향하면서 “사중백성들과헤어지며”시에 차운하다 暫向雲庵養病身 (잠향운암양병신)병病든 몸을 치료治療하러 잠시 백운암白雲庵으로 향하니 禪流切勿往來頻 (선류절물왕래빈)선승禪僧들은 절대 자주 오가지 말게나. 曹溪無物不常住 (조계무물불상주)육조 혜능의 가르침은 본디 집착할 물건이 없다는 것이라 늘 살고 있음이 없으니 莫道堂中無主人 (막도당중무주인)절집에 주인主人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