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溟 鄭斗卿 (동명정두경). 閑居卽事 13(한거즉사 13)
한가롭게 지내며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제 1 수
正月冰初泮(정월빙초반)
정월이라 얼음이 막 녹기 시작하자
春江獺祭魚(춘강달제어)
봄 강에서는 수달이 물고기를 늘어놓고 제사 지내네
漁人理漁艇(어린리어정)
어부가 고깃배를 수리하고
將欲釣江湖(장욕조강호)
장차 강과 호수에서 낚시하려고 하네
제 2 수
昨日飄風至(작일표풍지)
어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連山起海潮(연산기해조)
산에 닿을 듯 조수가 밀려들었네
波濤眞可畏(파도진가외)
물결이 참으로 드렵더니
只是不終朝(지시부종조)
겨우 아침 내내 불지도 못하고 잦아드는구나
제 3 수
海溢無平陸(해일무평육)
해일이 밀어닥치니 평형한 땅이 다 사라지고
雲雷鬱不開(운뢰울불개)
구름과 우레 잔뜩 끼어 걷히지도 않네
長鯨方震蕩(장경방진탕)
기다란 고래가 바야흐로 몸을 뒤흔들고
黃鵠正徘徊(황곡정배회)
고니가 때마침 이리저리 날아다니네
제 4 수
隣舍商船發(린사상선발)
이웃집 장삿배가 떠나는데
皆云吉日行(개운길일행)
모두 상서로운 날에 간다고 말하는 구나
白鷗波泛泛(백구파범범)
하얗게 이는 파도가 넘실거리는데
飛散棹歌聲(비산도가성)
뱃노래 부르는 소리가 날아서 흩어지네
제 5 수
且說干將劍(차설간장검)
각설하고 간장검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하니
休言側注冠(휴언측주관)
한나라 유방이 예에 어긋나게 유자의 관에 오줌을 눈 일을 말하지 말게
常思傳介子(상사전개자)
늘 생각하네 부개자 가
萬里向樓蘭(만리향루란)
아득히 먼 누란으로 나아간 일을...
제 6 수
客自他鄕至(객자타향지)
나그네가 타향에서 오니
花從昨夜開(화종작야개)
꽃이 어젯밤부터 피었구나
春山有芳草(춘산유방초)
봄 산에는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돋아났고
山雉正時哉(산치정시재)
산꿩은 제때를 만났네
제 7 수
卜築臨蒼海(복축임창해)
넓고 큰 바다가에 집을 짓고
登高望海門(등고망해문)
높은 곳에 올라 해협을 바라보네
春來常晝寢(춘래상주침)
봄이 오니 늘 낮잠을 자는데
不覺水聲喧(불가수성훤)
물소리 시끄러운 줄 모르겠구나
제 8 수
種竹西窓下(종죽서창하)
서쪽 창 아래 대나무를 심었는데
閉簾翠色寒(폐렴위색한)
발을 걷으니 비취색이 차갑네
何時爾成長(하시이성장)
언제 대나무가 자라서 길어지려나
欲作釣魚竿(욕작조어간)
낚시대를 만들고 싶구나
제 9 수
樓上誰家女(누상수가녀)
누각 위 누구네 집 여인인가
携琴坐夜分(휴금좌야분)
밤중에 거문고를 안고 앉아 있네
思君彈一曲(사군탄일곡)
임 생각하며 한 곡조 뜯는데
綠水月中聞(녹수월중문)
닭은 달빛 속에 녹수곡이 들려오는 구나
제 10 수
陶潛有詩集(도잠유시집)
도연명이 시집을 남겨 놓았지만
好作也無多(호작야무다)
좋아하는 시는 많지가 않네
平生吾所取(평생오소취)
한평생 내가 즐겨 읽은 것은
只在詠荊軻(지재영형가)
오직 영형가 를 노래하다 뿐 이라네
제 11 수
池上蓮花出(지상연화출)
연못 위로 연꽃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靑靑蓮葉齊(청청연엽제)
싱싱하게 푸른 연잎이 가지런 하네
從容魚正樂(종용어정락)
조용히 노니는 물고기 참으로 즐거운지
時戱葉東西(시희엽동서)
이따금 이리저리 오가며 연잎을 희롱하는 구나
제 12 수
宇宙浮雲塞(우주부운색)
온 세상이 뜬 구름에 가려 있으니
下視見日光(하시견일광)
언제 햇빛을 볼 수 있을까
風帆三萬里(풍범삼만리)
돛단배 타고 아득히 머나먼 곳
吾欲向扶桑(오욕향부상)
해가 뜨는 동쪽 바다로 가고 싶구나
제 13 수
欲向扶桑去(욕향부상거)
해가 뜬는 동쪽 바다를 향해 가고 싶은데
連天海水遙(연천해수요)
하늘이 잇닿은 바다 아득히 멀리 있다고 하네
誰驅鬼神石(수구귀신석)
누가 귀신의 돌을 모아다가
更作祖龍橋(경작조룡교)
다시 진시황이 놓으려던 다리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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