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東溟 鄭斗卿 (동명정두경). 閑居卽事 13수(한거즉사 13수) 한가롭게 지내며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산곡 2023. 4. 12. 07:55

東溟 鄭斗卿 (동명정두경).  閑居卽事 13(한거즉사 13)

한가롭게 지내며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제 1 수

正月冰初泮(정월빙초반)

정월이라 얼음이 막 녹기 시작하자

春江獺祭魚(춘강달제어)

봄 강에서는 수달이 물고기를 늘어놓고 제사 지내네

漁人理漁艇(어린리어정)

어부가 고깃배를 수리하고

將欲釣江湖(장욕조강호)

장차 강과 호수에서 낚시하려고 하네

 

제 2 수

 

昨日飄風至(작일표풍지)

어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連山起海潮(연산기해조)

산에 닿을 듯 조수가 밀려들었네

波濤眞可畏(파도진가외)

물결이 참으로 드렵더니

只是不終朝(지시부종조)

겨우 아침 내내 불지도 못하고 잦아드는구나

 

제 3 수

 

海溢無平陸(해일무평육)

해일이 밀어닥치니 평형한 땅이 다 사라지고

雲雷鬱不開(운뢰울불개)

구름과 우레 잔뜩 끼어 걷히지도 않네

長鯨方震蕩(장경방진탕)

기다란 고래가 바야흐로 몸을 뒤흔들고

黃鵠正徘徊(황곡정배회)

고니가 때마침 이리저리 날아다니네

 

제 4 수

 

隣舍商船發(린사상선발)

이웃집 장삿배가 떠나는데

皆云吉日行(개운길일행)

모두 상서로운 날에 간다고 말하는 구나

白鷗波泛泛(백구파범범)

하얗게 이는 파도가 넘실거리는데

飛散棹歌聲(비산도가성)

뱃노래 부르는 소리가 날아서 흩어지네

 

제 5 수

 

且說干將劍(차설간장검)

각설하고 간장검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하니

休言側注冠(휴언측주관)

한나라 유방이 예에 어긋나게 유자의 관에 오줌을 눈 일을 말하지 말게

常思傳介子(상사전개자)

늘 생각하네 부개자 가

萬里向樓蘭(만리향루란)

아득히 먼 누란으로 나아간 일을...

 

제 6 수

 

客自他鄕至(객자타향지)

나그네가 타향에서 오니

花從昨夜開(화종작야개)

꽃이 어젯밤부터 피었구나

春山有芳草(춘산유방초)

봄 산에는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돋아났고

山雉正時哉(산치정시재)

산꿩은 제때를 만났네

 

제 7 수

 

卜築臨蒼海(복축임창해)

넓고 큰 바다가에 집을 짓고

登高望海門(등고망해문)

높은 곳에 올라 해협을 바라보네

春來常晝寢(춘래상주침)

봄이 오니 늘 낮잠을 자는데

不覺水聲喧(불가수성훤)

물소리 시끄러운 줄 모르겠구나

 

제 8 수

 

種竹西窓下(종죽서창하)

서쪽 창 아래 대나무를 심었는데

閉簾翠色寒(폐렴위색한)

발을 걷으니 비취색이 차갑네

何時爾成長(하시이성장)

언제 대나무가 자라서 길어지려나

欲作釣魚竿(욕작조어간)

낚시대를 만들고 싶구나

 

제 9 수

 

樓上誰家女(누상수가녀)

누각 위 누구네 집 여인인가

携琴坐夜分(휴금좌야분)

밤중에 거문고를 안고 앉아 있네

思君彈一曲(사군탄일곡)

임 생각하며 한 곡조 뜯는데

綠水月中聞(녹수월중문)

닭은 달빛 속에 녹수곡이 들려오는 구나

 

제 10 수

 

陶潛有詩集(도잠유시집)

도연명이 시집을 남겨 놓았지만

好作也無多(호작야무다)

좋아하는 시는 많지가 않네

平生吾所取(평생오소취)

한평생 내가 즐겨 읽은 것은

只在詠荊軻(지재영형가)

오직 영형가 를 노래하다 뿐 이라네

 

제 11 수

 

池上蓮花出(지상연화출)

연못 위로 연꽃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靑靑蓮葉齊(청청연엽제)

싱싱하게 푸른 연잎이 가지런 하네

從容魚正樂(종용어정락)

조용히 노니는 물고기 참으로 즐거운지

時戱葉東西(시희엽동서)

이따금 이리저리 오가며 연잎을 희롱하는 구나

 

제 12 수

 

宇宙浮雲塞(우주부운색)

온 세상이 뜬 구름에 가려 있으니

下視見日光(하시견일광)

언제 햇빛을 볼 수 있을까

風帆三萬里(풍범삼만리)

돛단배 타고 아득히 머나먼 곳

吾欲向扶桑(오욕향부상)

해가 뜨는 동쪽 바다로 가고 싶구나

 

제 13 수

 

欲向扶桑去(욕향부상거)

해가 뜬는 동쪽 바다를 향해 가고 싶은데

連天海水遙(연천해수요)

하늘이 잇닿은 바다 아득히 멀리 있다고 하네

誰驅鬼神石(수구귀신석)

누가 귀신의 돌을 모아다가

更作祖龍橋(경작조룡교)

다시 진시황이 놓으려던 다리를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