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심주(沈周)
아호 : 석전(石田). 백석옹(白石翁)
제목 : 야좌도(夜坐圖)
언제 : 明
재료 : 족자 종이에 수묵담채
규격 : 84.8 x 21.8 cm
소장 : 대북 고궁박물원
해설 : 길고 좁은 화면에 글씨와 그림이 거의 반씩을 차지하는 이 야좌도는 심주 자신이 어느 쌀쌀한 가을밤에 직접 겪은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효현한 것이다. 화면의 중심부에 위치한 서재에는 그가 책과 등잔이 놓인 책상 옆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글에 쓰인 대로 비가 방금 그친 달밤의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듯한 경치를 약간의 담채와 먹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화제를 대강 요약하면 다음과 같? 차가운 밤에 잠은 달콤한데. 갑자기 깨어나니 정신이 맑아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옷을 입고 앉아 깜박이는 등잔불 앞에서 책을 읽다가 피곤하여 접어두고. 방금비가 그치고 달이 떠오른 경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고요한 가운데 먼 곳의 바람소리. 북소리. 종소리들이 점점 더 잘 들리는 것을 느끼며 새벽까지 앉아 있었다. 나는 원래 밤중에 앉아 있기를 즐기는 성격인데. 오늘처럼 외정(外靜)과 내정(內定)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이와 같이 고요하고 안정된 가운데 모든 소리와 색채를 체험하였다. 그들은 내 정신을 더욱 맑고 깨끗하게 해주었으며. 의지(意志)를 일게 해주었다. 보통때도 이와 같은 소리를 못 들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란 외적(外的)인 것에 매달리고 마음 역시 이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것은 사람에게 이익되기보다는 손해를 끼칠 때가 많다. 그러나 일단 마음이 정정(靜定)의 상태에 들어가면 색과 소리의 영향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그들은 나의 자아(自我)와 묘하게 일체(一體)가 되고 나 자신의 문화(文華)를 돕는 역할을 한다. 소리와 색은 점차 내 의식에서 사라지고. 이들을 모두 흡수한 내 의지도 점점 강해짐을 느낄수 있다. 지(志)라는 것은 과연 외적(外的)인 것인가 혹은 내적(內的)인 것인가? 그것은 외적인 물체에 존재하나. 혹은 물체에서 발(發)하는 것인가? 나는 지금 이와 같은 사고(思考)의 과정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심주는 자신의 명상과정과 예술행위을 직접 연결시키지는 않았으나. 정신수양과 그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문인화 정신과 외계(外界)와 내계(內界)의 일치를 꾀하고 거기서 우주의 질서를 찾았던 당시의 신유교(新儒敎) 정신의 일치를 화제(畵題)속의 글과 그림에서 표현하였다. 그의 서예체는 힘있고 활달한 북송의 서예가 황정견의 글씨체를 본받았다. 글의 내용. 글씨체. 그림 모두 심주라는 인간과 그의 예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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