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秋江 南孝溫(추강 남효온). 感 興(감 흥) 감동 된 흥취. 6수

산곡 2025. 7. 7. 20:31

秋江 南孝溫(추강 남효온).   感 興(감 흥) 감동 된 흥취.  6수

 

[ 제 1 수 ]

亂蟬黃葉已秋分 (란선황엽이추분)

어지럽게 울어 대는 매미와 누렇게 물든 잎에 벌써 추분秋分이라

潮打蠶頭老石根 (조타잠두노석근)

잠두봉蠶頭峰의 늙은 돌부리를 밀물이 때리네.

軋櫓一聲天寂寂 (알로일성천적적)

조용하고 쓸쓸한 하늘에는 삐걱거리며 노 젓는 소리만 울려 퍼지고

道人閒事撫桐孫 (도인한사무동손)

도인道人은 한가롭게 거문고를 어루만지는구나.

 

[ 제 2 수 ]

秋霖霽後千江明 (추림제후천강명)

가을장마 갠 뒤 온 강江물 환한데

落葉蕭蕭鬧五更 (낙엽소소요오경)

쓸쓸하게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첫새벽에 시끄럽네.

起坐擁衾心萬里 (기좌옹금심만리)

일어나 앉아 몸을 이불로 휩싸서 덮으니 마음은 머나먼 고향故鄕을 그리워하니

扁舟一葉付殘生 (편주일엽부잔새)

작은 배 한 척隻에 여생餘生을 맡기리라.

 

[ 제 3 수 ]

柴桑隱者無絃曲 (시상은자무현곡)

시상柴桑에서 은거隱居하던 도연명陶淵明의 줄 없는 거문고 곡조曲調

誰識如今第一聲 (수식여금제일성)

지금은 제일가는 소리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十載光陰調鼎裏 (십재광음조정리)

그 옛날 범려范蠡는 10년 세월歲月 재상宰相으로 지내면서

烏巾空復五湖情 (오건공복오호정)

오건烏巾 쓰고 부질없이 대자연大自然 속에 은거할 마음을 지녔구나.

 

* 오건烏巾 :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는 사람이 쓰던 검은색의 두건頭巾.

 

[ 제 4 수 ]

黃庭誤讀被天譴 (황정오독피천견)

황정경黃庭經』을 잘못 읽어서 하늘이 내리는 벌罰을 받고

謫在人間四十霜 (적재인간사십상)

인간 세상人間世上으로 귀양 온 지 40년.

白髮滿頭歸日逼 (백발만두귀일핍)

머리에 흰 머리털이 가득해 돌아갈 날이 닥치니

黃公壚上別山王 (황공노상별산왕)

황공黃公의 주막에서 산도山濤, 왕융王戎과 헤어지노라.

 

* 산도山濤, 왕융王戎 : 죽림칠현竹林七賢.

 

[ 제 5 수 ]

梅福無心釣世名 (해복무심조세명)

은자隱者 매복梅福은 세상에서 거짓을 꾸며 명예名譽를 구할 마음이 없었고

枕中鴻寶要丹成 (심중홍보요단성)

베개 속『홍보鴻寶』로 단약丹藥을 만들려고 하였네.

何人爲酌河梁酒 (하인위작하량주)

누가 나를 위하여 이별주離別酒 따르고

細唱驪駒慰此情 (세창려구위차정)

<이별가離別歌>를 가늘게 불러 이 마음을 위로慰勞해 줄까.

 

*『홍보鴻寶』: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베개 속에 비장秘藏하였던 도술서道術書.

 

[ 제 6 수 ]

魯酒強澆磊塊情 (노주강요뢰괴정)

약하고 부드러운 술로 시름겨운 마음 달래는데

微涼推暑過江城 (미량추서과강성)

서늘한 기운이 더위를 밀어내며 강성江城을 지나가네.

黃粱夢裏修丹藥 (황량몽리수단약)

황량몽黃粱夢 속에서 단약丹藥을 지어

行盡荊楊十萬程 (행진형양십리정)

형주荊州, 양주楊州 머나먼 길을 다 둘러보리라.

 

* 황량몽黃粱夢 : 인생이 덧없고 영화榮華도 부질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