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栗谷 李珥(율곡 이이)

栗谷 李珥 (율곡 이이). 訪梅鶴亭(방매학정) 매학정을 방문하고서

산곡 2025. 4. 26. 06:58

栗谷 李珥 (율곡 이이).   訪梅鶴亭(방매학정) 매학정을 방문하고서

 

若木平明車載脂(약목평명거재지)

동녘이 밝을 무렵 수레에 기름 치고,

幾度登山復渡水(기도등산복도수)

산에 오르기 몇 번이며 물은 몇 번 건넜던가,

孤山迫在大野頭(고산박재대야두)

외로운 산은 넓은 들 앞에 맞대어 있고,

洛江烟波遶汀沚(낙강연파요정지)

낙동강 뿌연 연기는 온 물가에 둘러 있네.

披榛覓路扣竹扉(피진멱로구죽비)

덤불 헤치고 길을 찾아 대 사립문을 두드리니,

小童應門迎我喜(소동응문영아희)

동자가 문에 나와 날 반가이 맞아주네.

玲瓏朱閣絶點塵(영롱주각절점진)

으리으리한 붉은 누각 먼지 한 점 없어,

儉而不陋奢不侈(검이불누사불치)

간소하면서 누추하지 않고 화사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네.

空階梅萼未返魂(공계매악미반혼)

빈 뜰에 매화송이는 아직 피지 않았는데,

九皐淸音時入耳(구고청음시입이)

깊은 못의 학 울음소리가 가끔 귀에 들려오네.

童言主人在田野(동언주인재전야)

주인은 밭에 있다고 동자가 말하는데,

邨逕逶迤隔十里(촌경위이격십리)

구불구불 시골길이 십리나 떨어졌다네.

須臾報道主人歸(수유보도주인귀)

주인이 돌아왔다고 조금 뒤에 알리더니만,

入窓執闥同徙倚(입창집달동사의)

문에 들어와 설주잡고 함께 서성거렸네.

曾聞傾蓋便若舊(증문경개편약구)

오다가다 만나도 구면 같다고 들었는데,

此言從知非妄矣(차언종지비망의)

그 말이 거짓 아님을 이제 알 수 있구려.

星山邂逅適我願(성산해후적아원)

성산에서 우연히 만난 일 나의 원에 흡족하여,

一見便許以知己(일견편허이지기)

보자마자 지기라고 서로가 허여 하였네.

況復相逢物外境(황복상봉물외경)

더구나 우리 속세 밖에서 만났거니,

世間交道安足非(세간교도안족비)

세간의 사귀는 도리와 비교가 될 것인가.

斜陽半山破煙鬟(사양반산파연환)

산 중턱 석양빛은 푸른 산 빛 흩뜨리고,

粼粼遠水金波起(린린원수금파기)

해맑은 먼 강물은 금물결 일어나네.

江分沙島燕尾開(강분사도연미개)

강물이 모래섬에서 분류하여 제비 꼬리처럼 갈라졌고,

樹列汀洲翠支蓋(수열정주취지개)

나무 늘어선 물가는 푸른 가지로 뒤덮였네.

逍遙縱目逸興飛(소요종목일흥비)

거닐면서 멀리 바라보니 일흥이 넘쳐,

千里江山通一視(천리강산통일시)

천리의 강산이 단번에 다 보이네.

蒼然瞑色滿虛亭(창연명색만허정)

어슴푸레한 석양빛이 빈 정자에 가득하건만,

收拾風光猶未己(수습풍광유미기)

풍경을 구경하느라 쉬지 않았네.

遙看漁火數點明(요간어화수점명)

두어 점 반짝이는 고기잡이 불이 보이자,

江村盡入熹微裏(강촌진입희미이)

강 마을이 모두 희미한 속에 묻히는구려.

閉戶挑燈群動息(폐호도등군동식)

문 닫고 등불 켜니 온갖 것이 조용해,

永夜淸談時隱几(영야청담시은궤)

긴 밤에 맑은 이야기하며 가끔 안석에 기대기도.

先生不是俗中人(선생불시속중인)

선생은 속세의 사람이 아니어서,

生憎逐利求名士(생증축이구명사)

재리와 명예 구하는 선비를 한평생 미워하였네.

自言卜築尋形勝(자언복축심형승)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집을 지었다고 말하면서,

況是先人有基址(황시선인유기지)

더구나 이곳은 선인에게 물려받은 터전이라고 하네.

十年之計樹百卉(십년지계수백훼)

10년 계획으로 온갖 꽃나무를 심어,

春來繞舍皆桃李(춘래요사개도리)

봄이 오면 복사꽃 오얏 꽃이 온 집을 둘러싼다네.

腐餘糞土夢已斷(부여분토몽이단)

썩어빠진 진세의 꿈 끊은 지 오래지만,

明時貧賤吾不隱(명시빈천오불은)

맑은 시대에 빈천하다면 나는 숨지 않으리.

時將醉興作草戲(시장취흥작초희)

때로는 취흥으로 인해 붓 잡아 희롱하면,

蛇怒虯驚風滿紙(사노규경풍만지)

성낸 뱀 놀란 용이 종이에 꿈틀거리네.

簞效區區慕羶蟻(긍효구구모전의)

도시락 밥 표주박 물도 분수에 족하거늘,

嗟余誤落輭紅中(차여오락연홍중)

번화한 진세 속에 떨어진 내가 가여워라,

役役未免牽僞累(역역미면견위누)

위선과 번뇌에 끌리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네.

擧世徒知鷄肋味(거세도지계륵미)

온 세상이 단지 계륵1) 맛을 알 뿐으로,

秋風誰憶鱸魚美(추풍수억로어미)

가을바람 노어 맛2)을 기억하는 자 누구던가.

先生一言眞起余(선생일언진기여)

선생의 한 말씀이 참으로 나를 깨우쳤으니,

放浪江湖吾所跂(방랑강호오소기)

강호를 방랑함이 나의 바램일세.

矢將身世老漁樵(시장신세노어초)

맹세코 고기잡고 나무하며 한평생 늙을지언정,

不欲醉生還夢死(불욕취생환몽사)

흐리멍텅하게 취생몽사는 하고 싶지 않네.

今宵扅酒不須辭(금소이주불수사)

오늘 밤 술잔을 사양치 않음은,

破除萬事從此始(파제만사종차시)

인간만사 털어버리길 여기에서 시작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