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谷 李珥 (율곡 이이). 至夜書懷[지야서회]
동짓날 밤의 회포를 쓰다.
子半一陽動[자반일양동] : 자시에 모든 양기가 움직이니
天心妙難議[천심묘난의] : 천심은 묘하여 분간하기 어렵네.
若識無中有[야식무중유] : 없는 속에 있는 반야를 알아도
雷聲殷大地[뇌성은대지] : 우뢰 소리 대지에 진동을 하네.
中宵點新火[중소점신화] : 한 밤에 새로이 불을 켜고
耿耿坐不寐[경경좌불매] : 마음에 잊히지 않아 앉아서 잠못드네.
及此夜氣淸[급차야기청] : 이 밤의 맑은 기운과 더불어
默念玄機祕[묵념현기비] : 묵묵히 신비한 깊고 묘한 이치를 생각하네.
向來剝牀膚[향래박상부] : 저번 때는 천박한 평상의 괘라
萬彙凋困瘁[만휘조곤췌] : 많은 무리들 시들고 곤하여 병들었네.
春回九泉底[춘회구천저] : 봄은 땅속 밑에서 돌아오니
萌蘖含生意[맹얼함생의] : 그루터기에 싹이 나올 뜻을 품는구나.
一氣互動靜[일기호동정] : 모든 기가 서로 움직여 고요한데
闔闢誰汝使[합벽수여사] : 누가 너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하나 ?
感彼天運復[감피천운복] : 저 감응에 하늘이 움직여 돌아오니
省心還惴惴[생심환췌췌] : 도리어 두려워 벌벌 떠는 마음을 더네.
噫我參三極[희아참삼극] : 아 ! 나는 천 지 인 삼재를 살피니
精氣秀萬類[정기수만류] : 정기는 많은 무리에 무성하구나.
明德皎日月[명덕교일월] : 깨끗한 본성은 해와 달처럼 밝고
斯皇天所畀[사황천소비] : 이 위대함은 하늘이 베풀어 주네.
妄念蝕本明[망념식본명] : 망녕된 생각은 밝은 본성을 좀먹으니
始微終轉熾[시미종전치] : 처음엔 작게 하고 끝에는 더욱 성하네.
山木困斧斤[산목곤부근] : 산의 나무는 도끼와 자귀에 위태롭고
天眞泪私僞[천진루사위] : 하늘의 본성은 거짓된 사랑에 우는구나.
二十五年閒[이십오년한] : 이십 오 년을 등한히 하였으니
沈迷夢中醉[침미몽중취] : 매우 혼미한 꿈속에 취하였었네.
追思昨者非[추사작자비] : 거슬러 생각하니 어제의 것이 아니오
令人發驚悸[령인발경계] : 남들로 하여금 놀라 두려워 떠나게 하였네.
我今痛自誓[아금통자서] : 나는 이제 번민하다 스스로 맹서하니
昊天應聽視[호천응청시] : 넓고 큰 하늘에 화답하여 듣고 보리라.
色爲伐性斧[색위벌성부] : 꾸미려는 성품을 도끼로 베어내야 하는데
胡爲留汝思[호위류여사] : 어찌하여 네 생각은 더딘지 ?
若使敬爲主[약사경위주] : 만약 자신을 삼가 하게 하려한다면
染心安所自[염심안소자] : 더렵혀진 마음에 어찌 스스로 당 하리오 ?
名乃實之賓[명내실지빈] : 이름은 곧 본질에 따르게 되나니
莫以文爲事[막이문위사] : 글로써 일을 다스리려 말게나.
用功於實地[용공어실지] : 바탕과 처지에 의지해 열심히 공부하고
繡繪何暇嗜[수회하가기] : 오색 그림을 어찌 한가히 즐기리오 ?
家貧親已老[가빈친이로] : 집은 가난하고 어버이 이미 늙으셨으니
念之常不置[렴지상불치] : 생각을 항상 세우지 못하네.
君子養以善[군자양이선] : 자식은 부모를 선으로써 봉양해야하나
三牲不足比[삼생부족비] : 여러번 희생하여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네.
苟能素其位[구능소기위] : 진실로 처음의 지위에 마땅히 능하니
所居常坦易[소거상탄이] : 있는 곳 마다 항상 평탄하고 쉬우리라.
外貌不莊肅[외모부장숙] : 겉 모양이 엄숙하고 단정하지 않으면
怠慢於斯萃[태만어사췌] : 게으르고 오만함이 이를 따라 모이네.
散坐與空談[산좌여공담] : 한가히 앉아 쓸데없는 농담에 참여함은
畢竟非善戲[필경비선희] : 결국엔 좋은 놀이는 아니니라.
衣冠必整飭[의관필정칙] : 의관은 반드시 삼가 하여 단정히하고
言語愼勿費[언어신물비] : 언어는 삼가 하여 쓸데없이 지꺼리지 말지라.
中心不專一[중심부전일] : 속 마음이 오로지 한결같지 않으면
邪思所窺覬[사사소규기] : 사악한 생각이 자리를 바라며 엿보리라.
擾擾起復滅[요요기부멸] : 시끄럽게 출세하면 다시 멸망하기가
火炎兼馬駛[화염겸마사] : 불이 타듯이 말이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截斷前後際[절단전후제] : 전세와 후세의 사이를 잘라버리고
卓立恒勿貳[탁립항물이] : 높이 똑바로 서서 항상 변하지 않으리라.
愼獨與不息[신독여불식] : 홀로 근신하며 더불어 쉬지 아니하고
聖謨斯爲至[성모사위지] : 이를 다하면 임금의 계책이 이루어지리라.
參前復倚衡[참전복의형] : 미리 헤아리고 준칙에 맞추어 고하면
不可須臾離[불가수유리] : 반드시 잠깐의 근심도 허락하지 않으리라.
處心廓如天[처심곽여천] : 마음이 머무는 곳 하늘과 같이 넓으니
屋漏可無愧[옥루가무괴] : 집이 새어도 가히 부끄러울 것이 없구나.
任重且道遠[임중차도원] : 임무는 무겁고 또한 길은 멀기에
要以志爲帥[요이지위수] : 맹세로 써 뜻을 바르게 다스리네.
九仞今正始[구인금정시] : 높이 모으는 것 이제부터 바르게 시작하여
莫使虧一簣[막사휴일궤] : 한 삼태기라도 멋대로 줄이지 않으리라.
冥觀天地化[명관천지화] : 하늘과 땅의 가르침 어리섞게 점치니
至健功乃施[지건공내시] : 굳세고 과분한 공을 의외로 베푸는구나.
爲人不法此[위인불법차] : 사람 됨됨이 이를 본받지 아니하면
有身乃自棄[유신내자기] : 있는 몸도 도리어 절로 돌보지 않게되네.
但使泥塵盡[단사니진진] : 다만 티끌과 더러움 다 없애기만 한다면
水鏡元無累[수경원무루] : 사사로움 없이 착하여 폐를 끼침도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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