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農齋 李翊(농재 이익). 記 夢 10수(기 몽 10수)

산곡 2023. 1. 10. 13:40

農齋 李翊(농재 이익).   記 夢 10수(기 몽 10수)

꿈을 기록하다

 

[제 1 수]

若有人在阿(약유인재아)

사람이 언덕에 있는 듯한데

被服何炳娘(피복하병낭)

옷이 얼마나 밝고 환하던지

山河豈不美(산하기불미)

대자연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天地豈不廣(천지기불광)

한늘과 땅이 어찌 넓지 않겠는가

 

[제 2 수]

春至朝陽煗(춘지조양난)

봄이 오니 아침 햇빛 따뜻하고

風來夕波興(풍래석파흥)

바람 부니 저녁 물결이 이네

脩然步西山(수연보서산)

내 마음대로 서산을 거니는데

松栢被丘陵(송백피구릉)

소나무와 잣나무가 언덕을 덮었구나

 

[제 3 수]

鳥啼音悽惋(조제음처완)

새 우는 소리 구슬픈데

樓空影婆娑(루공영파사)

누각은 텅 비었고 그림자만 춤추듯 너풀거리네

春陰易欺日(춘음역기일)

흐린 봄날이 쉽게 해를 가리니

林雨濕靑莎(림우습청사)

숲에 내리는 비가 푸른 잔디를 적시는 구나

 

[제 4 수]

獨島橫遠渚(독도횡원저)

홀로 나는 새는 먼 물가를 가로지르고

歸鴻拂蒼昊(귀홍불창호)

돌아가는 기러기는 맑고 푸른 하늘을 스쳐 지나가네

延佇吾將返(연저오장반)

오래도록 우두커니 서 있다가 나 이제 돌아가서

爲君結幽草(위군결유초)

그대를 위해 그윽한 곳에 우거진 풀을 엮어 집을 지으리

 

[제 5 수]

寒日下西陸(한일하서륙)

차가운 해가 서쪽 뭍으로 저물어 가는데

餘輝映脩竹(여휘영수죽)

남은 햇빛이 길게 자란 대나무를 지추네

鍾梅不成(종매불성실)

매화를 심었더니 열매를 맺지 못했는데

鍾蘭時茂綠(종란시무록)

난초를 심었더니 때마침 푸르게 우거졌구나

 

[제 6 수]

堂中有古琴(당중유고금)

집에 오래된 거문고가 있는데

絃絶復誰愋(현절복수훤)

줄이 끊어졌으니 다시 누가 연주 하겠는가

時有松風入(시유송풍입)

이따금 솔바람이 불어 들어오니

泠泠託遊魂(영영탁유혼)

바람결에 울리는 거문고의 맑고 시원한 소리에 떠도는

넋을 맡겨야 겠네

 

[제 7 수]

衆羽苦啾喧(중우고추훤)

뭇 새들이 몹시 시끄럽게 울어대니

祥鳳爲之惱(상봉위지뇌)

상서로운 봉황이 그 때문에 괴로워하네

願言乘高風(원언승고풍)

바라건대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 타고

一擧崐岡到(일거곤강도)

단번에 곤륜산에 이르렀으면...

 

[제 8 수]

水流何悤悤(수류하총총)

물살이 어찌나 빠른지

幽烟響出谷(유연향출곡)

조용히 흐느껴 우는 소리를 내더니 골짜기를 벗어나네

世故固不定(세고고부정)

세상사는 참으로 일정하지 않아서

欲辨已忘却(욕변이망각)

분별하려니 벌써 잊어버렸구나

 

[제 9 수]

靜夜天四垂(정야천사수)

고요한 밤하늘은 사방에 드리웠고

衆宿光相搖(중숙광상요)

수많은 별들이 서로 흔들리며 빛나네

夢覺何怳惚물(몽각하황홀)

꿈에서 깨니 어찌나 황홀한지

葉聲來蕭蕭(엽성래소소)

나뭇잎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오는구나

 

[제 10 수]

言之旣云傶(언지기운척)

말하면 이미 슬퍼지고

聽之中如銷(청지중여소)

들으면 마음이 녹는 듯하네

明發一掬淚(명발일국누)

부모님 생각에 한 움쿰의 눈물이

灑向叢桂條(쇄향총가조)

은자가 사는 계수나무 숲에 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