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재(여 1681) (11수)

金浩然齋(김호연재). 시모음

산곡 2024. 11. 17. 10:03

金浩然齋(김호연재).   醉作(취작) 술에 취한뒤

 

醉後乾坤濶(취후건곤활)

취한 뒤에는 천지가 넓고

開心萬事平(개심만사평)

마음을 여니 만사가 평화롭다

悄然臥席上(초연와석상)

초연히 자리 위에 누웠으니

唯樂暫忘情(유락잠망정)

오직 즐거워 잠깐 정을 잊었네

 

 

金浩然齋(김호연재).   國哀(국애) 국애

 

東方不弔遭艱憂(동방부조조간우)

동방을 불쌍히 여기지 않아 간우를 만났으니

田野愚民哭未休(전야우민곡미휴)

시골 백성들이 쉬지 않고 통곡하네

四紀君恩何處問(사기군은하처문)

사기의 임금 은혜 어느 곳에 물을까

回瞻北闕恨悠悠(회첨북궐한유유)

머리 돌려 북궐을 바라보니 한이 길고 기네

 

 

金浩然齋(김호연재).   謾吟 1(만음 1) 속절없이 읊다

 

夜靜溪山玉漏長(야정계산옥누장)

시내와 산에 밤은 고요한데 시간이 길었고

黃花浥露小庭香(황화읍로소정향)

국화 꽃 이슬 머금어 작은 뜰이 향기롭도다.

樞星倒嶺雪華散(추성도령설화산)

고갯마루 북두칠성 기울어 그름꽃은 흩어지고

落月盈軒秋色凉(낙월영헌추색량)

지는 달 마루에 가득한데 가을빛 서늘하구나.

微酒半醒志氣濶(미주반성지기활)

좋은 술 반쯤 깨니 지기(志氣)가 트이고

新詩欲動世情忘(신시욕동세정망)

새로운 시구가 생동하니 세상의 뜻을 잊노라.

自歎自歎身何似(자탄자탄신하사)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탄식하니 이 몸은 무엇인가?

無樂無悲一醉狂(무락무비일취광)

즐거움도 슬픔도 없이 취한 한 미치광이인 것을.

 

 

金浩然齋(김호연재).   謾吟 2(만음 2) 속절없이 읊다

 

滌蕩胸襟千古情(척탕흉금천고정)

말끔히 씻어낸 마음속 생각 천고의 정취이니

陶然醉臥聽流鶯(도연취와쳥류앵)

거나하게 취하여 누워 떠도느 꾀꼬리 살피네

凉風入戶秋期近(양풍입호추기근)

서늘한 바람 집에 드니 바라는 가을이 가깝고

白月盈庭夜氣淸(백월영정야기청)

뜰에 가득한 밝은 ㄹ달빛에 밤 기운이 깨끗하네

綠水冷冷籬外在(녹수냉냉리외재)

쌀쌀하게 찬 푸른물은 울타리 밖에 있는데

靑山隱隱檻前生(청산은은함전생)

푸른산은 은은하게 난간 앞에 싱싱하구나

功名祗是黃梁夢(공명저시황양몽)

공명은 다만 무릇 기장밥 짓는 사이의 꿈이니

何事區區與世爭(하사구구여세정)

무슨 일로 구구하게 세상과 더불어 다투리오.

 

 

金浩然齋(김호연재).   謾吟 3(만음 3) 속절없이 읊다 중에서

 

點檢人間四十年(점검인간사십년)

인간 세상 사십 년을 점검해 보니

貧憂疾苦互相連(빈우질고호상련)

가난과 근심 질병의 고통 서로 이어지네

窮通榮辱皆吾命(궁통영욕개오명)

영광과 치옥 깊이 생각하니 다 내 명이라

但省心身學聖賢(단성심신학성현)

다만 몸과 마음을 살펴 성현을 배우리라

 

 

金浩然齋(김호연재).    謾吟중(만음중) 속절없이 읊다 중에서

 

綠水冷冷籬外在(녹수냉냉리외재)

쌀쌀하게 찬 푸른물은 울타리 밖에 있는데

靑山隱隱檻前生(청산은은함전생)

푸른산은 은은하게 난간 앞에 싱싱하구나

功名祗是黃梁夢(공명저시황양몽)

공명은 다만 무릇 기장밥 짓는 사이의 꿈이니

何事區區與世爭(하사구구여세정)

무슨 일로 구구하게 세상과 더불어 다투리오.

 

 

金浩然齋(김호연재).   山深(산심) 산이깊어

 

自愛山深俗不干(자애산심속불간)

스스로 산이 깊고 속세 간섭하지 않음을 사랑하여

掩門寥落水雲間(엄문요락수운간)

쓸쓸히 떨어지는 물과 구름 사이에 문을 닫고 있네

黃庭讀罷還無事(황정독파환무사)

황정경 읽기를 마치니 한가하고 일이 없어

手弄琴絃舞鶴閑(수롱금현무학한)

손으로 거문고를 희롱하니 춤추는 학도 한가한 듯하네

 

金浩然齋(김호연재).   生涯(생애) 생애

 

生涯唯見白雲扉(생애유견백운비)

나의 삶은 오직 흰 구름의 사립문만을 보나니

知是南州一布衣(지시남주일포의)

이 사바세계 외로운 베옷 입은 한 백성임을 아네.

日暮寒天歸路遠(일모한천귀로원)

날은 저물고 찬 하늘의 돌아갈 길 머니

且將樽酒欲爲迷(차장준주욕위미)

또 술동이의 술은 가져 취하고저 하노라.

 

金浩然齋(김호연재).  夜吟(야음) 밤에읊다

 

月沈千嶂靜(월침천장정)

달빛 잠기어 온 산이 고요한데

川影數星澄(천영수성징)

샘에 비낀 별빛 밝은 밤

竹葉風煙拂(죽엽풍연불)

안개바람 댓잎에 스치고

梅花雨露凝(매화우로응)

비 이슬 매화에 엉긴다

生涯三尺劍(생애삼척검)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데

心事一懸燈(심사일현등)

마음은 한 점 등불이어라

惆悵年光暮(추창년광모)

서러워라 한 해는 또 저물거

衰毛歲又增(쇠모세우증)

​흰머리에 나이만 더하는구나

 

金浩然齋(김호연재).   屬四兄 (촉사형)촉사형

 

一別幾千里(일별기천리)

​한 번에 몇 천 리 이별하고

蓬飄各異州(봉표각이주)

쑥처럼 이 곳 저 곳 떠돌아다니노라니

十年歸未得(십년귀미득)

​십 년을 돌아가지 못 했네

​相見更何由(상견갱하유)

​서로 만나는데 다시 어떤 이유가 있나

​契濶寧堪說(계활녕감설)

​만나지 못하는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하리

艱難摠可憂(간난총가우)

힘들고 어려움이 모두 근심이라네

​心隨故月影(심수고월영)

마음은 고향의 달빛을 따라가니

​無夜不西流(무야불서류)

​밤마다 서쪽으로 흐르지 않은 적이 없네

 

金浩然齋(김호연재).   屬五兄(촉오형)촉오형

 

黯暗受懷苦(암암수회고)

암담하고 괴로우니

常如在敵園(상여재적원)

늘 적의 뜰에 있는 것 같네

無因更同抱(무인갱동포)

다시 만날 인연도 없이

有行各于歸(유행각우귀)

저마다 시집을 가야만 하네

路遠書難寄(로원서난기)

길이 머니 글을 부치기 어렵고

春深雁不飛(춘심안불비)

봄이 깊으니 기러기도 날지 않네

相分近十載(상분근십재)

서로 헤어진 지 십년이 가까우니

顔面夢中稀(안면몽중희)

꿈속에서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