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여 1563)

許蘭雪軒(허난설헌). 染指(염지 )봉선화 손가락에 물들이고

산곡 2023. 1. 26. 08:29

 

許蘭雪軒(허난설헌).    染指 (염지)

봉선화 손가락에 물들이고

 

金盆夕露凝紅房(금분석로응홍방)

금분에 저녁 이슬 각시방에 어리면

佳人十指纖纖長(가인십지섬섬자)

가인의 열 손가락이 어여쁘고도 길어라

竹碾搗出捲菘葉(죽년도출권숭엽)

대 절구에 짓찧어 배추 잎으로 말아서

燈前勤護雙鳴璫(등전근호쌍명당)

귀고리 울리며 등잔 앞에서 동여 맸네

 

粧樓曉起簾初捲(장루효기염초권)

새벽에 일어나서 단장하고 발을 말아오리니

喜看火星抛鏡面(희간화성포경면)

반갑게도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

拾草疑飛紅蛺蝶(습초의비홍협접)

풀잎을 뜯을 때는 호랑나비 날아온 듯

彈爭驚落桃花片(탄쟁경락도화편)

가야금 탈 때는 봉선화 잎 떨어진다

 

徐勻粉頰整羅鬟(서균분협정라환)

토닥 토닥 분바르고 땋은 머리 매만지면

湘竹臨江淚血斑(상죽임강루혈반)

송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인 듯 고와라

時把彩毫妙却月(시파채호묘각월)

이따금 붓을 들어 초승달 눈썹 그릴 때

只疑紅雨過春山(지의홍우과춘산)

붉은 빗방울이 눈썹에 스치는 듯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