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蘭雪軒(허난설헌). 染指 (염지)
봉선화 손가락에 물들이고
金盆夕露凝紅房(금분석로응홍방)
금분에 저녁 이슬 각시방에 어리면
佳人十指纖纖長(가인십지섬섬자)
가인의 열 손가락이 어여쁘고도 길어라
竹碾搗出捲菘葉(죽년도출권숭엽)
대 절구에 짓찧어 배추 잎으로 말아서
燈前勤護雙鳴璫(등전근호쌍명당)
귀고리 울리며 등잔 앞에서 동여 맸네
粧樓曉起簾初捲(장루효기염초권)
새벽에 일어나서 단장하고 발을 말아오리니
喜看火星抛鏡面(희간화성포경면)
반갑게도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
拾草疑飛紅蛺蝶(습초의비홍협접)
풀잎을 뜯을 때는 호랑나비 날아온 듯
彈爭驚落桃花片(탄쟁경락도화편)
가야금 탈 때는 봉선화 잎 떨어진다
徐勻粉頰整羅鬟(서균분협정라환)
토닥 토닥 분바르고 땋은 머리 매만지면
湘竹臨江淚血斑(상죽임강루혈반)
송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인 듯 고와라
時把彩毫妙却月(시파채호묘각월)
이따금 붓을 들어 초승달 눈썹 그릴 때
只疑紅雨過春山(지의홍우과춘산)
붉은 빗방울이 눈썹에 스치는 듯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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