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次屛間晦翁八絶(차병간회옹팔절)
병풍에 쓰인 회옹 주희의 절구 여덟 수에 차운하다
[ 제 1 수 ]
日長澹無趣 (일장담무취)
낮은 기나긴데 조용하고 흥도 일지 않으니
高齋晝眠閒 (고재주면한)
높직한 서재에서 한가롭게 낮잠 자네.
吏散門柳下 (이산문류하)
아전衙前들은 문 앞 버드나무 아래서 흩어지고
鳥鳴庭樹間 (조명정수간)
새들만 뜰에 심은 나무들 사이에서 울어 대네.
[ 제 2 수 ]
不登江上舟 (불등강상주)
강 위의 배에는 오르지 않고
却坐空中閣 (각좌공중각)
공중누각空中樓閣에 앉아 있네.
雲月兩徘徊 (설월량배회)
달과 구름이 짝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氛昏一以廓 (분혼일이곽)
흐릿한 기운이 넓게 쫙 퍼졌네.
[ 제 3 수 ]
南厓淸籟生 (안애청뢰생)
남쪽 언덕에서는 맑은 바람 소리 들리고
北厓玉溜滴 (북애옥류적)
북쪽 벼랑에서는 옥玉 같은 물방울이 떨어지네.
乘興獨窺臨 (승흥독규림)
흥에 겨워 홀로 찾아와
春山露巾幘 (춘산로건책)
봄 산에서 두건 차림 드러내네.
[ 제 4 수 ]
夕嵐翳羣岫 (석람예군수)
저녁 이내가 많은 산을 가리고
朝霞明一川 (조하명일천)
아침노을이 한 줄기 내를 밝히네.
鳥飛忽無所 (조비홀무소)
나는 새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魚泳方悠然 (어영방유연)
물고기가 바야흐로 침착하고 여유롭게 헤엄치네.
[ 제 5 수 ]
寥朗郡齋幽 (료랑군재유)
쓸쓸하고 밝은 밤 군수郡守의 서재書齋는 그윽한데
下簾映江月 (하렴영강월)
주렴珠簾 아래 강물에 비친 달이 환하네.
空峽自泠泠 (공협자랭랭)
텅 빈 골짜기 저절로 시원한데
風瀨無斷絶 (풍뢰무단절)
여울에 바람 부니 흘러내리는 물소리 끊임없이 들리네.
[ 제 6 수 ]
錦繡繚爲山 (금수요위산)
수를 놓은 비단처럼 산이 두르고
山前江水瀉 (산전강수사)
산 앞으로는 강물이 쏟아져 내리네.
空翠無四時 (공취무사시)
먼 산의 푸른빛은 사철 변함이 없고
樓臺日瀟灑 (루대일소쇄)
누대樓臺는 날마다 맑고 깨끗하네.
[ 제 7 수 ]
春水下三島 (춘수하삼도)
봄물이 세 섬으로 흘러내리니
源潭花氣連 (원담홯기련)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못까지 꽃기운이 잇닿았네.
遙期問津客 (요기문진객)
멀리 나루터에 있는 나그네 찾아가리라 기약하지만
興在蘭舟前 (흥재란주전)
아름다운 배 앞에서 흥이 이네.
[ 제 8 수 ]
江閣早晩風 (강각조만풍)
강가 누각樓閣에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來從仙穴裏 (래종선혈리)
신선神仙들 사는 동굴 속에서 불어오네.
試問北窓枕 (시문불창침)
북쪽으로 난 창 아래 누워서 즐기는 도연명陶淵明의 여유가
何如南郭几 (하여남곽궤)
안석案席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는 남곽자기南郭子綦보다 나은 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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