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齋 李翊 (농재 이익). 華浦雜詠 9수(화포잡영 9수)
화포에서 이것저것 읊다
[ 제 1 수 ]
老翁打穀嫗春糧(노옹타곡구춘량)
노인은 도리깨질을 하고 노파는 양식을 찧고
鷄啄遺秔狗舐糠(계탁유갱구지강)
닭은 남은 메벼를 쪼고 개는 겨를 핥는구나
時有邨人來問訉(시유촌인래문범)
이따금 마을 사람이 안부를 불으러 와서는
談農說圃到斜陽(담농설포도사양)
농사와 채소밭 얘기하느라 해 질 녘에 이르네
[ 제 2 수 ]
籬落蕭條白日明(리락소조백일명)
울타리는 쓸쓸하고 해는 밝은데
午鷄咿喔樹顚鳴(오계이악수정명)
한낮에 닭이 나무 꼭대기에서 꼬끼오 울어 대네
主人警欬囱前到(주인경해창전도)
주인이 헛기침하며 창문앞에 와서
看進肴盤與酒觥(간진효반여중굉)
안주와 술을 담은 소반을 올리는구나
[ 제 3 수 ]
世人總說白鷗閒(세인통설백구한)
세상 사람들 모두 갈매기가 한가롭다고 말하지만
惟白鷗閒在靜觀(유백구한재정관)
갈매기의 한가로움은 오직 조용히 바라보는 데 있제
誰遺鳴飛不離水(수유명비불리수)
누가 갈매기로 하여금 물에서 떠나 울면서 날아오르지 못하게 했는가
嗒焉終日坐忘還(탑언종일좌망환)
온종일 멍하니 앉아 돌아가는 것을 잊었구나
[ 제 4 수 ]
浦口遙看雪旆翻(포구요간설패번)
저 멀리 흰 깃발 나부끼는 것을 바라보는데
一群鳧雁盡驚喧(일군부안진경훤)
한 무리 물오리와 기러기가 놀라서 시끄럽게 울어 대며날아가네
居民指道潮頭至(거민지도조두지)
주민들이 가리키며 밀물이 들어온다고 말하는데
無限千兵萬馬奔(무한천병만마분)
끝업은 천군만마가 달려오는 듯하구나
[ 제 5 수 ]
潮去留痕汐又回(조거류흔석우회)
썰물이 빠지면서 흔적을 남겼다가 밀물이 다시 돌아오니
乾坤一轂與同催(건곤일곡여동최)
하늘과 땅은 한 수레바퀴라 함께 재촉하며 움직이는 구나
要看盈極還虧際(요간영극환휴제)
가득 차면 다시 이지러지는 것을 보고 싶어서
坐待東天月上來(좌대동천월상래)
앉아서 동쪽 하늘에 달이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네
[ 제 6 수 ]
邨屋纔容一脈寬(촌옥재용일맥관)
시골집이 겨우 무릎하나 들어갈 정도라
初來惟覺起居難(초래유각기거난)
처음에 와서는 오직 지내기가 어려운 것만 누꼈었네
閉門自有閒心境(폐문자유한심경)
문을 닫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한가로워져서
何處投軀不易安(하처투구불역안)
어디에 몸을 맡긴들 편안하지 않겠는가
[ 제 7 수 ]
無源潢潦號龍華(무원황료호룡화)
수원도 없는 웅덩이 이름이 용화인데
新汲盆中雜土沙(신급분중잡토사)
새로 물을 길어 온 동이 속에 흙모래가 섞였네
久久自能安習性(구구자능안습성)
오래되니 버릇이 들었는지 저절로 편안해서
作羹炊飯味還奢(작갱취반미환사)
국을 끓이고 밥을 지었는데 맛이 도리어 좋기만 하구나
[ 제 8 수 ]
災莫如風歲色荒(재막여풍세색황)
바람만 한 재항이 없어 수확을 앞두고 흉년이 드니
郊原一夜徧蟲蝗(교원일야편충황)
하룻밤에 교외의 들이 벌레와 메뚜기로 온통 덮혔네
請看滯穂兼遺秉(청간체수겸유병)
버려진 이삭과 남은 볏단을 보리 바라는데
無實容長葉不妨(부실용장엽불방)
실속은 없이 겉모습만 좋으니 버려도 괜찮으리라
[ 제 9 수 ]
新凉入室稍親燈(신량입실초친등)
초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방으로 스며드니 바랴흐로
등불을 가까이할 만해
旅宿經旬課讀增(여숙경순과독증)
객지에서 열흘을 지내며 책을 더 읽네
可喜窮邨無客問(가희궁촌무객문)
기쁘구나 외진 마을이라 찾아오는 손님 없고
門前時見乞糧僧(문전시견걸량승)
문 앞에 이따금 양식 얻으러 오는 스님만 보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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