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雪谷 鄭誧(설곡 정포). 西江雜興 9수(서강잡흥 9수) 서강에서 마음에 남는 일들

산곡 2024. 6. 12. 08:21

雪谷 鄭誧(설곡 정포).   西江雜興 9수(서강잡흥 9수)

서강에서 마음에 남는 일들

 

[ 제 1 수 ]

風定長江綠潑油(풍정장강록발유) :

바람 잔 긴 강에 푸른 기름 뿌린듯

征帆一一集潮頭(정범일일집조두) :

가는 배마다에 조수 머리에 모여든다

篙師放火鳴鼉鼓(고사방화명타고) :

사공이 불 피워 자라북을 울리니

知是東南買客舟(지시동남매객주) :

곧 동남 지방의 장사치 배임을 알겠다

 

[ 제 2 수 ]

白髮漁翁竹一竿(백발어옹죽일간) :

백발의 늙은 어부 대나무 낚시대로

扁舟終日戰風瀾(편주종일전풍란) :

조각배에 종일토록 풍파로 싸운다

渠心只愛魚呑餌(거심지애어탄이) :

그 마음은 고기가 미끼 물어주기를 바랄 뿐이니

爭信旁觀膽亦寒(쟁신방관담역한) :

솔직한 마음은, 곁에서 보는 사람 간담이 서늘해진다

 

[ 제 3 수 ]

靑山似畵滿蓬窓(청산사화만봉창) :

봉창에 가득한 청산은 그림 같고

細雨如絲灑石矼(세우여사쇄석강) :

실 같은 보슬비는 돌다리를 씻는다

已是夜闌淸不寐(이시야란청불매) :

이미 밤이 늦었는데 잠은 오지 않는데

舟人更唱禮成江(주인갱창예성강) :

사공은 다시 예성강 노래를 부르는구나

 

[ 제 4 수 ]

江上女兒嬌且閑(강상여아교차한) :

강가의 계집아이 예쁘고도 편한하여

賽神簫鼓響空山(새신소고향공산) :

신에게 비는 북소리 빈 산을 울린다

日沈却怪歸來晩(일침각괴귀래만) :

해가 지는데도 늦게 감이 이상하였는데

家在靑林晻靄間(가재청림엄애간) :

집이 푸른 숲 아지랑이 속에 있었구나

 

[ 제 5 수 ]

十里秋霖江面肥(십리추림강면비) :

십리 가을장마에 강물이 붓고

殘雲更作雨霏霏(잔운갱작우비비) :

남은 구름이 다시 비가 되어 부슬부슬

夜來樓下濤聲壯(야래루하도성장) :

밤 되니 누대아래 소리 거세고

淸曉人家水半扉(청효인가수반비) :

맑은 아침, 인가는 사립문 반이나 물 들었네

 

[ 제 6 수 ]

憶昔塵中管送迎(억석진중관송영) :

세상에서, 보내고 맞은 일 생각해보니

每從簷隙候陰晴(매종첨극후음청) :

매번 처마 틈으로 날씨만 살펴 보았네

幸今江館身無事(행금강관신무사) :

다행히도, 지금 강가의 집에서는 별 일이 없어

未厭兼旬聽雨聲(미염겸순청우성) :

열 흘 내내 비 소리 들어도 싫지가 않다네

 

[ 제 7 수 ]

先王晩歲厭塵寰(선왕만세염진환) :

선왕께서는 만년에 세상을 싫어하여

玉輦時時到碧瀾(옥련시시도벽란) :

때때로, 옥 수레 타고 벽란도로 오셨다

廻首舊遊渾似夢(회수구유혼사몽) :

옛적 다니신 곳 둘러보아도 꿈만 같아

傷心獨對奉慈巒(상심독대봉자만) :

아픈 마음에, 홀로 봉은사 산봉우리만 바라본다

 

[ 제 8 수 ]

性海僧房江水邊(성해승방강수변) :

성해 승방은 강변에 있고

讀書臺觀故依然(독서대관고의연) :

독서당의 누대 경관은 예와 같도다

重來此地自多感(중래차지자다감) :

이곳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깊으니

碌碌無成二十年(녹록무성이십년) :

녹록하여라, 이십 년 세월에 이룬 것 하나 없네

 

[ 제 9 수 ]

江村秋後轉多蠅(강촌추후전다승) :

강촌에 가을 지나면 파리 더욱 많아져

對案時時食不能(대안시시식불능) :

밥상을 대할 때마다 먹을 수 없구나

早晩雨晴天氣好(조만우청천기호) :

조만간 비 개어 날씨 좋아지면

飄然一棹過昌陵(표연일도과창릉) :

표연히 배 한척 띄워 창릉을 지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