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 송익필(1534)

龜峯 宋翼弼(구봉 송익필). 走筆書懷(주필서회)

산곡 2022. 11. 12. 06:57

龜峯 宋翼弼(구봉 송익필).  走筆書懷(주필서회)

붓을 달려 회포를 적다

 

滿目干戈裏(만목간과리) :

보이는 것이 다 전장이라

偸安一枝棲(투안일지서) :

편안함을 훔쳐 한 가지 둥지에 깃든다.

萍踵無遠近(평종무원근) :

부평초 따라 떠돌아 가깝고 곳 곳 가리지 않아

行伴是夫妻(행반시부처) :

가는 곳 마다 부부가 같이하네.

百結未掩髂(백결미엄가) :

백 번 깁은 누더기 몸도 가리도 못하고

霜風蕭瑟兮(상풍소슬혜) :

서릿바람은 쓸쓸하기만 하구나.

一飯祭不得(일반제불득) :

한 그릇 밥으로 제사를 지내려도 얻지 못하고

臥聞鳥夜啼(와문조야제) :

자리에 누워 새 우는 소리만 듣네.

骨肉斷音書(골육단음서) :

골육들 소식은 끊어지고

生死隔東西(생사격동서) :

생사는 모른 채 동서로 떨어져 있네.

白髮零落盡(백발영락진) :

흰 머리는 늙어서 다 빠지고

別久冤魂迷(별구원혼미) :

헤어진 지 오래되어 꿈에서도 어렴풋하네.

萬里同明月(만리동명월) :

만 리 먼 곳도 달빛이야 같지만

他鄕又鼓鼙(타향우고비) :

타향에선 또 전쟁의 북소리

農桑無舊業(농상무구업) :

농사는 옛 일이 되고

秋草任萋萋(추초임처처) :

가을 풀만 제멋대로 무성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