龜峯 宋翼弼(구봉 송익필). 走筆書懷(주필서회)
붓을 달려 회포를 적다
滿目干戈裏(만목간과리) :
보이는 것이 다 전장이라
偸安一枝棲(투안일지서) :
편안함을 훔쳐 한 가지 둥지에 깃든다.
萍踵無遠近(평종무원근) :
부평초 따라 떠돌아 가깝고 곳 곳 가리지 않아
行伴是夫妻(행반시부처) :
가는 곳 마다 부부가 같이하네.
百結未掩髂(백결미엄가) :
백 번 깁은 누더기 몸도 가리도 못하고
霜風蕭瑟兮(상풍소슬혜) :
서릿바람은 쓸쓸하기만 하구나.
一飯祭不得(일반제불득) :
한 그릇 밥으로 제사를 지내려도 얻지 못하고
臥聞鳥夜啼(와문조야제) :
자리에 누워 새 우는 소리만 듣네.
骨肉斷音書(골육단음서) :
골육들 소식은 끊어지고
生死隔東西(생사격동서) :
생사는 모른 채 동서로 떨어져 있네.
白髮零落盡(백발영락진) :
흰 머리는 늙어서 다 빠지고
別久冤魂迷(별구원혼미) :
헤어진 지 오래되어 꿈에서도 어렴풋하네.
萬里同明月(만리동명월) :
만 리 먼 곳도 달빛이야 같지만
他鄕又鼓鼙(타향우고비) :
타향에선 또 전쟁의 북소리
農桑無舊業(농상무구업) :
농사는 옛 일이 되고
秋草任萋萋(추초임처처) :
가을 풀만 제멋대로 무성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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