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簡易 崔岦(간이 최립). 題石陽正仲燮水墨畫8幅(제석양정중섭수묵화 8). 중섭 이정의 수묵화 두 폭에 쓰다

산곡 2025. 1. 18. 10:08

簡易 崔岦(간이 최립).   題石陽正仲燮水墨畫 8幅 (제석양정중섭수묵화 8)

중섭 이정의 수묵화 두 폭에 쓰다

 

[ 제 1 폭 ]

大竹猶苞錦((대죽유포금)

왕대는 여전히 아름답게 우거져 있는데

小竹已抽玉(소죽이추옥)

작은 대나무는 벌서 옥 같은 죽순이 싹텄네

拂雲故在遲(붕운고재지)

구름을 뚫고 나가려다 일부러 멈칫거리는데

肯數出墻綠(긍수출장록)

담 위로 내민 푸름을 즐겨 헤아리는 듯하구나

 

[ 제 2 폭 ]

年來頗養竹(년래파양죽)

몇 년 전부터 대나무를 꽤 길러 왔는데

美者尤難活(미자우난활)

아릉다운 대는 더욱 살리기 힘들었네

綿竹君莫輕(면죽군막경)

그대는 솜대라고 가볍게 보지 마시게

歲寒不能殺(세한불능살)

한겨울 맹추위도 죽이지 못할 것이니...

 

[ 제 3 폭 ]

畫人何堵難(화인하도난)

사람을 그릴 때는 눈을 그리기가 어렵고

畫竹葉難似(하죽엽난사)

대나무를 그릴 때는 잎을 비슷하게 그리기 어렵네

君家一幅嫩(군가일폭눈)

그대의 집 한 폭의 어린 대나무 그림이

一洗凡畫史(일세범화사_)

뭇 화공들의 눈을 말끔히 씻어 주겠구려

 

[ 제 4 폭 ]

露滴看不見(로적간불견)

이슬방울을 보아도 보이지 않더니

竹垂覺露壓(죽수각로압)

대나무가 늘어진 것을 보니 이슬이 내리누른 모양이네

幽人遽拂拭(유인거불식)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이 재빨리 이슬을 털어내어

欲試丹鉛法(욕시단연법)

선인처럼 장생불사약을 만들어 보려나

 

[ 제 5 폭 ]

平居此君在(평거차군재)

평상시에 대나무와 함께 지내는데

復道故人來(복도고인래)

다시 오랜 친구가 찾아왔다고 알려 주네

閉戶冥相對(폐호명상대)

문을 닫고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으니

淸塵生古苔(청진생고태)

묵은 이끼에서 맑은 티끌이 피어오르네

 

[ 제 6 폭 ]

向來筠粉態(향래균분태)

지난날 대나무 껍질의 흰 가루로 그 모습 드러냈는데

猶汚乃家淸(유오내가청)

오히려 집안의 맑은 기운을 더럽혔네

一雨應玉汝(일우응옥여)

한바탕 내린 비가 마땅히 너를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니

從敎太瘦生(종교태수생)

지금부터는 몹시 여위어 지겠구나

 

[ 제 7 폭 ]

莫託先春梅(막탁선춘매)

으쓱거리지 말라 봄에 피는 매화 보다 먼저

侵凌腦後雪(침릉뢰후설)

섣달 뒤 내리는 눈발을 업신여기며 피어 있다고

玄冥行雪時(현명행설시)

겨울의 신이 눈을 마구 뿌릴 때

誰復靑靑閱(수복청청열)

누가 다시 싱싱하게 푸른 모습을 보았다는 말인가

 

[ 제 8 폭 ]

雖乏猗猗姿(수핍의의자)

비록 아름답고 무성한 모습은 전보다 못하지만

自如綽綽節(나여작작절)

넉넉한 절조는 여전하네

還須認武公(환수인무공)

도리어 모름지기 위나라 무공의 일을 알아야 하리라

九十猶箴闕(구십유잠궐)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잘못을 경계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