簡易 崔岦(간이 최립). 題石陽正仲燮水墨畫 8幅 (제석양정중섭수묵화 8)
중섭 이정의 수묵화 두 폭에 쓰다
[ 제 1 폭 ]
大竹猶苞錦((대죽유포금)
왕대는 여전히 아름답게 우거져 있는데
小竹已抽玉(소죽이추옥)
작은 대나무는 벌서 옥 같은 죽순이 싹텄네
拂雲故在遲(붕운고재지)
구름을 뚫고 나가려다 일부러 멈칫거리는데
肯數出墻綠(긍수출장록)
담 위로 내민 푸름을 즐겨 헤아리는 듯하구나
[ 제 2 폭 ]
年來頗養竹(년래파양죽)
몇 년 전부터 대나무를 꽤 길러 왔는데
美者尤難活(미자우난활)
아릉다운 대는 더욱 살리기 힘들었네
綿竹君莫輕(면죽군막경)
그대는 솜대라고 가볍게 보지 마시게
歲寒不能殺(세한불능살)
한겨울 맹추위도 죽이지 못할 것이니...
[ 제 3 폭 ]
畫人何堵難(화인하도난)
사람을 그릴 때는 눈을 그리기가 어렵고
畫竹葉難似(하죽엽난사)
대나무를 그릴 때는 잎을 비슷하게 그리기 어렵네
君家一幅嫩(군가일폭눈)
그대의 집 한 폭의 어린 대나무 그림이
一洗凡畫史(일세범화사_)
뭇 화공들의 눈을 말끔히 씻어 주겠구려
[ 제 4 폭 ]
露滴看不見(로적간불견)
이슬방울을 보아도 보이지 않더니
竹垂覺露壓(죽수각로압)
대나무가 늘어진 것을 보니 이슬이 내리누른 모양이네
幽人遽拂拭(유인거불식)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이 재빨리 이슬을 털어내어
欲試丹鉛法(욕시단연법)
선인처럼 장생불사약을 만들어 보려나
[ 제 5 폭 ]
平居此君在(평거차군재)
평상시에 대나무와 함께 지내는데
復道故人來(복도고인래)
다시 오랜 친구가 찾아왔다고 알려 주네
閉戶冥相對(폐호명상대)
문을 닫고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으니
淸塵生古苔(청진생고태)
묵은 이끼에서 맑은 티끌이 피어오르네
[ 제 6 폭 ]
向來筠粉態(향래균분태)
지난날 대나무 껍질의 흰 가루로 그 모습 드러냈는데
猶汚乃家淸(유오내가청)
오히려 집안의 맑은 기운을 더럽혔네
一雨應玉汝(일우응옥여)
한바탕 내린 비가 마땅히 너를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니
從敎太瘦生(종교태수생)
지금부터는 몹시 여위어 지겠구나
[ 제 7 폭 ]
莫託先春梅(막탁선춘매)
으쓱거리지 말라 봄에 피는 매화 보다 먼저
侵凌腦後雪(침릉뢰후설)
섣달 뒤 내리는 눈발을 업신여기며 피어 있다고
玄冥行雪時(현명행설시)
겨울의 신이 눈을 마구 뿌릴 때
誰復靑靑閱(수복청청열)
누가 다시 싱싱하게 푸른 모습을 보았다는 말인가
[ 제 8 폭 ]
雖乏猗猗姿(수핍의의자)
비록 아름답고 무성한 모습은 전보다 못하지만
自如綽綽節(나여작작절)
넉넉한 절조는 여전하네
還須認武公(환수인무공)
도리어 모름지기 위나라 무공의 일을 알아야 하리라
九十猶箴闕(구십유잠궐)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잘못을 경계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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