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遣 憂12(견 우12) 근심을 보내고
[ 제 1 수]
鳧吏未必偏(부리미필편)
부리(鳧吏-조선朝鮮)라고 반드시 후미지고 으슥한 것은 아니고
震旦未必中(진단미필중)
진단(震旦-중국中國)이 반드시 가운데인 것도 아니네.
團團一丸土(단단일환토)
둥글둥글한 하나의 동그란 땅덩어리는
本自無西東(본자무서동)
본래부터 자연히 동서의 구분이 없네.
[ 제 2 수]
盡茹天下書(진여천하서)
온 세상의 책들 다 먹고 나서
竟欲吐周易(의욕토주역)
마침내『주역周易』을 토해 내려 했지.
天欲破其慳(천욕파기간)
하늘이 그 망설임을 깨뜨리려고
賜我三年謫(사아삼년적)
내게 삼 년간의 귀양살이 내려주셨네.
[ 제 3 수]
有天容我頂(유천용아정)
하늘이 있어 내 머리를 지탱할 수가 있고
有地容我足(유지용아족)
땅이 있어 내 발을 내디딜 수 있네.
有水兼有穀(유수겸유곡)
물이 있고 아울러 곡식도 있으니
自來充我腹(자래충아복)
저절로 와서 내 배를 채워주네.
[ 제 4 수]
富貴固一夢(부귀고일몽)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은 참으로 한 자리의 꿈에 불과하고,
窮阨亦一夢(궁액역일몽)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것 또한 한 자리의 꿈일 뿐이네.
夢覺斯已矣(몽각사이의)
꿈이란 깨고 나면 그뿐이고,
六合都一弄(육합도일롱)
천지天地와 사방四方 모두 한바탕 장난인 것을…
[ 제 5 수]
歷數世間累(역수세간루)
세상사 여러 가지 차례로 세어보니
妻孥居上頭(처노거상두)
처자식이 그 첫째를 차지하네.
誰知出家者(수지출가자)
누가 알겠는가, 집 떠난 사람이
浩蕩成玆遊(호탕성자유)
마음대로 당당하게 이렇게 노니는 줄을.
[ 제 6 수]
塗豕故相逐(도시고상축)
진창의 돼지와 함께 뒹굴고
糞蛆方自甘(분저방자감)
똥에 생긴 구더기조차도 바야흐로 스스로 달게 여기네.
毛嬙與淳母(모장여순모)
모장毛嬙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진귀한 음식 순모淳母는
且置不須談(차치불수담)
그냥 내벼려 두고 당연히 이야기하지도 않네.
[ 제 7 수]
登高常慮墜(등고상려추)
높은 곳에 오르면 항상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旣墜心浩然(기추심호연)
떨어지고 나면 마음이 넓고 커지네.
仰見軒冕客(앙견헌면객)
수레 타고 관冠 쓴 고관高官을 우러러보면
纍纍方倒懸(루루방도현)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것이 바야흐로 거꾸로 매달린 듯하네.
[ 제 8 수]
富貴以行惡(부귀이행악)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데 모질고 나쁜 짓을 하면
猶如虎傅翼(유여호전익)
가히 호랑이한테 날개를 붙인 것과도 같네.
吾今鳥鎩翮(오금조쇄핵)
나 이제 날갯죽지 잘린 새 신세라
寡虐以爲德(과학이위덕)
조금만 모질기를 덕목德目으로 삼고 있네.
[ 제 9 수]
君看食魚者(군간식어자)
그대는 보았는가, 복어 먹는 사람을?
味毒俱入腹 (미독구입복)
맛과 독을 함께 뱃속에 집어넣는다네.
旣不享其味(기불향기미)
그 맛을 처음부터 누리지 않았더라면
亦不吐其毒(역불토기독)
또한 그 독을 토하지도 않았을 텐데.
[ 제10 수]
孩兒無故啼(해아무고제)
어린아이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울다가
無故孩然笑(무고해연소)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렇게 웃기도 하네.
歡戚本無故(환척본무고)
기쁨이나 슬픔은 본래 까닭이 없는 법이니
年齡有長少(년령유장소)
나이에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네.
[ 제 11 수]
未展人常惜(미전인상석)
뜻을 아직 펴지 못했을 때는 사람들이 늘 아껴주다가
旣施人議短(기시인의단)
이윽고 뜻을 펴고 나면 사람들이 단점을 책잡네.
所以巢許倫(소이소허륜)
그런 까닭에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무리
掉頭就閒散(도두취한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가로움을 좇았네.
[ 제 12 수]
民飢不我怨(민기불아원)
백성들 굶주려도 나를 원망하지 않고
民頑我不知(민완아부지)
백성들 완고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네.
後世論我曰(후세론아일)
다음 세대의 사람들 나를 두고 말하겠지,
得志必有爲(득지필유위)
“뜻을 이뤘으면 틀림없이 해냈을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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