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遣 憂 12(견 우 12) 근심을 보내고

산곡 2025. 3. 3. 07:31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遣 憂12(견 우12) 근심을 보내고 

 

[ 제 1 수]

鳧吏未必偏(부리미필편)

부리(鳧吏-조선朝鮮)라고 반드시 후미지고 으슥한 것은 아니고

震旦未必中(진단미필중)

진단(震旦-중국中國)이 반드시 가운데인 것도 아니네.

團團一丸土(단단일환토)

둥글둥글한 하나의 동그란 땅덩어리는

本自無西東(본자무서동)

본래부터 자연히 동서의 구분이 없네.

 

[ 제 2 수]

盡茹天下書(진여천하서)

온 세상의 책들 다 먹고 나서

竟欲吐周易(의욕토주역)

마침내『주역周易』을 토해 내려 했지.

天欲破其慳(천욕파기간)

하늘이 그 망설임을 깨뜨리려고

賜我三年謫(사아삼년적)

내게 삼 년간의 귀양살이 내려주셨네.

 

[ 제 3 수]

有天容我頂(유천용아정)

하늘이 있어 내 머리를 지탱할 수가 있고

有地容我足(유지용아족)

땅이 있어 내 발을 내디딜 수 있네.

有水兼有穀(유수겸유곡)

물이 있고 아울러 곡식도 있으니

自來充我腹(자래충아복)

저절로 와서 내 배를 채워주네.

 

[ 제 4 수]

富貴固一夢(부귀고일몽)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은 참으로 한 자리의 꿈에 불과하고,

窮阨亦一夢(궁액역일몽)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것 또한 한 자리의 꿈일 뿐이네.

夢覺斯已矣(몽각사이의)

꿈이란 깨고 나면 그뿐이고,

六合都一弄(육합도일롱)

천지天地와 사방四方 모두 한바탕 장난인 것을…

 

[ 제 5 수]

歷數世間累(역수세간루)

세상사 여러 가지 차례로 세어보니

妻孥居上頭(처노거상두)

처자식이 그 첫째를 차지하네.

誰知出家者(수지출가자)

누가 알겠는가, 집 떠난 사람이

浩蕩成玆遊(호탕성자유)

마음대로 당당하게 이렇게 노니는 줄을.

 

[ 제 6 수]

塗豕故相逐(도시고상축)

진창의 돼지와 함께 뒹굴고

糞蛆方自甘(분저방자감)

똥에 생긴 구더기조차도 바야흐로 스스로 달게 여기네.

毛嬙與淳母(모장여순모)

모장毛嬙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진귀한 음식 순모淳母는

且置不須談(차치불수담)

그냥 내벼려 두고 당연히 이야기하지도 않네.

 

[ 제 7 수]

登高常慮墜(등고상려추)

높은 곳에 오르면 항상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旣墜心浩然(기추심호연)

떨어지고 나면 마음이 넓고 커지네.

仰見軒冕客(앙견헌면객)

수레 타고 관冠 쓴 고관高官을 우러러보면

纍纍方倒懸(루루방도현)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것이 바야흐로 거꾸로 매달린 듯하네.

 

[ 제 8 수]

富貴以行惡(부귀이행악)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데 모질고 나쁜 짓을 하면

猶如虎傅翼(유여호전익)

가히 호랑이한테 날개를 붙인 것과도 같네.

吾今鳥鎩翮(오금조쇄핵)

나 이제 날갯죽지 잘린 새 신세라

寡虐以爲德(과학이위덕)

조금만 모질기를 덕목德目으로 삼고 있네.

 

[ 제 9 수]

君看食魚者(군간식어자)

그대는 보았는가, 복어 먹는 사람을?

味毒俱入腹 (미독구입복)

맛과 독을 함께 뱃속에 집어넣는다네.

旣不享其味(기불향기미)

그 맛을 처음부터 누리지 않았더라면

亦不吐其毒(역불토기독)

또한 그 독을 토하지도 않았을 텐데.

 

[ 제10 수]

孩兒無故啼(해아무고제)

어린아이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울다가

無故孩然笑(무고해연소)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렇게 웃기도 하네.

歡戚本無故(환척본무고)

기쁨이나 슬픔은 본래 까닭이 없는 법이니

年齡有長少(년령유장소)

나이에나 많고 적음이 있을 뿐이네.

 

[ 제 11 수]

未展人常惜(미전인상석)

뜻을 아직 펴지 못했을 때는 사람들이 늘 아껴주다가

旣施人議短(기시인의단)

이윽고 뜻을 펴고 나면 사람들이 단점을 책잡네.

所以巢許倫(소이소허륜)

그런 까닭에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무리

掉頭就閒散(도두취한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가로움을 좇았네.

 

[ 제 12 수]

民飢不我怨(민기불아원)

백성들 굶주려도 나를 원망하지 않고

民頑我不知(민완아부지)

백성들 완고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네.

後世論我曰(후세론아일)

다음 세대의 사람들 나를 두고 말하겠지,

得志必有爲(득지필유위)

“뜻을 이뤘으면 틀림없이 해냈을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