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 李滉 [퇴계이황]. 移竹 次韻康節高竹 8[이죽 차운강절고죽 8]
대나무를 옮기고 강절의 고죽에 차운하다
1 절
穉竹兩三叢[치죽양삼총] : 어린 대나무 두 세 포기를
移來見其生[이래견기생] : 옮겨 와 그가 자람을 살피네.
且喜新萌抽[차희신맹추] : 장차 새로운 죽순을 뽑아내면 기쁜데
何妨逸鞭行[하방일편행] : 어찌 격하게 매질함을 거리끼는가 ?
物遇人之幽[물우인지유] : 대나무는 숨어 사는 사람을 만났고
人荷時之明[인하시지명] : 사람은 이를 숭상 할 기회를 맡았네.
山園一畝內[산원일무내] : 산속 화원의 어느 밭이랑 안에서
幸矣相娛情[행의상오정] : 다행이 서로 즐기는 멋을 만났구려.
2 절
穉竹種前庭[치죽종전정] : 어린 대나무를 뜰 앞에 심으니
我窓淸且幽[아창청차유] : 나의 창이 맑고 또한 그윽하구나.
猗猗見長夏[아의견장하] : 여름에 연약하고 길게 자라는걸 보니
凜凜期高秋[늠름기고추] : 하늘 높은 가을에는 늠름함을 기약하네.
入而對此君[입이대차군] : 들어오면 대나무를 마주하고
出而漱溪流[출이수계류] : 나가서 산 골짜기 흐르는 물에 씼는다네.
淸寒不厭多[청한불염다] : 차갑고 추운것이 겹쳐도 싫어하지 않으니
遇境恣所收[우경자소수] : 뜻이 맞는 경우엔 마음대로 쉬며 거처하리라.
3 절
穉竹種我庭[치죽종아정] : 어린 대나무를 나의 뜰에 심으니
亦在幽巖下[역재유암하] : 또한 그윽한 바위도 뒤에 있구나.
有松倂有梅[유송병유매] : 소나무 있는곳에 나란히 매화도 있으니
三節足成詑[삼절족성이] : 삼절이 갖추어짐에 으쓱하구나.
畸人有時來[기인유시래] : 기인이 있어 때 맞춰 찾아오시니
俗駕寧對謝[속가영대사] : 속인을 능가하니 편안히 대하여 사례하네.
誠堪老此間[성감노차간] : 삼가하고 즐기며 이 사이에서 늙으니
肉食久已罷[육식구이파] : 육식은 옛날에 이미 그만두었다네.
4 절
穉竹始成行[치죽시성항] : 어린 대나무 비로소 의지가 굳세어지니
已似伯夷淸[이사백이청] : 이미 백이와 숙제를 닮아 사념이 없다네.
挺然衆卉中[정연중훼중] : 초목의 무리 가운데 뛰어나게 훌륭하니
自可樹風聲[자가수풍성] : 스스로 가히 품격과 성망을 세우는구려.
讓國一時義[양국일시의] : 나라를 사양함은 한결같은 시대의 의리요
恥粟百世情[치속백세정] : 곡식을 부끄러워하니 백세의 진리라네.
長歌採薇曲[장가채미곡] : 고사리 캐는 노래가 긴 노래라고
孰云鳴不平[숙운명불평] : 누가 불평하며 이를 말하리오.
5 절
穉竹移難活[치죽이난활] : 어린 대는 옮기면 살리기 어려우니
日夕勤灌蓋[일석근관개] : 매일 저녁 물을 주고 덮어주었네.
托地如有欣[탁지여유흔] : 땅에 닿아 의지하니 기쁨이 있고
植立儼相對[식립엄상대] : 똑바로 자라 서로 대하니 의젓하구나.
蕭灑淸眞意[소쇄청진의] : 바람 불어 흔들려도 참된 풍정은 사념이 없으니
忽與我心會[홀여아심회] : 문득 나의 마음과 더불어 깨닫는구려.
譬德詠淇澳[비덕영기오] : 덕을 비유하여 기욱편을 읊나니
詩人眞知愛[시인진지애] : 시인은 참으로 즐길 줄을 알았구나.
6 절
穉竹有美姿[치죽유미자] : 어린 대나무 아름다운 자태가 있으니
尖新脫綳初[첨신탈붕초] : 뾰족한 새순이 처음으로 묶은것을 벗어났네.
遷地醉來忘[천지취래망] : 땅을 옮겨 올때는 취하여 잊었고
舞梢笑時舒[무초소시서] : 춤추는 가지 끝은 웃을때마다 펴지네.
重露淸晨後[중로청신후] : 맑은 새벽 이슬 자주 내린 뒤에
微涼小雨餘[미량소우여] : 적은비 내린 나머지 조금 서늘하구나.
何須鳳鳴管[하수봉명관] : 어찌 구태여 봉황새가 우는 율관의
長短算分銖[장단산분수] : 길고 짧음을 저울눈으로 셈하여 나눌까.
7 절
穉竹拔地生[치죽발지생] : 어린 대나무 땅위에 성하고 싱싱하니
意欲干雲上[의욕간운상] : 마음은 높은 구름을 범하려하네.
丹穴五色禽[단혈오색금] : 단혈의 다섯가지 빛깔의 새는
雝雝去何向[옹옹거하향] : 화락하게 즐기며 어디를 향해 가는가.
蕭蕭伴幽居[소소반유거] : 쓸쓸함과 벗하여 조용히 살다보니
柴門日淸曠[시문일청광] : 사립문은 나날이 한가하여 황량해지네.
足明溪上翁[족명계상옹] : 넉넉하게 갖추어져 산골짝 어른께 드리니
不願封侯相[불원봉후상] : 봉후의 도움도 바라지 않는구려.
8 절
穉竹自成林[치죽자성림] : 어린 대나무 스스로 숲을 이루니
爽籟生寒葉[상뢰생한엽] : 차가운 잎에서 서늘한 소리가 나네.
樊川豈爾知[번천기이지] : 번천[두목]이 어찌 너를 알리오
比之萬夫甲[비지만부갑] : 갑옷 입은 일만 장부에 비유하였구나.
亦恐道太孤[역공도태고] : 길도 또한 매우 고루할까 염려되어
栽菊繞成匝[재국요성잡] : 국화를 널리 둘러싸 무성해지도록 심었네.
除害不可無[제해불가무] : 해로운것을 없애는데 불가함이 없으니
時時親操鍤[시시친조삽] : 때때로 친히 삽질을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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