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고 김병연(1807)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人自嘲(노인자조)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산곡 2024. 12. 16. 07:17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人自嘲(노인자조)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八十年加又四年(팔십년가우사년)

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

非人非鬼亦非仙(비인비귀역비선)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

脚無筋力行常蹶(각무근력행상궐)

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

眼乏精神坐輒眠(안핍정신좌첩면)

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

思慮語言皆妄靈(사려어언개망령)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

猶將一縷線線氣(유장일루선선기)

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

悲哀歡樂總茫然(비애환락총망연)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키만 한데

時閱黃庭內景篇(시열황정내경편)

이따금 황정경 내경편을 읽어보네.

 

 

*김삿갓이 노인의 청을 받아 지은 것으로,

기력이 쇠해서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도가(道家)의

경전을 읽으며 허무에 심취한 것을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