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白居易(백거이). 琵琶行(비파행)

산곡 2023. 2. 23. 09:16

白居易(백거이).    琵琶行(비파행)

 

潯陽江頭夜送客(심양강두야송객)

심양강 나루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할 때

楓葉荻花秋瑟瑟(풍엽적화추슬슬)

단풍잎 억새꽃에 가을이 쓸쓸했네

主人下馬客在船(주인하마객재선)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님은 배에 있는데

舉酒欲飲無管絃(거주욕음무관현)

술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네

醉不成歡慘將別(취불성환참장별)

취해도 기쁘지 않고 우울하게 이별하려할

別時茫茫江浸月(별시망망강침월)

이별의 시간 아득하고 강에 달이 지려하네

 

 

忽聞水上琵琶聲(홀문수상비파성)

홀연히 물위에서 비파소리 들리니

主人忘歸客不發(주인망귀객불발)

주인은 돌아갈 것을 잊고 객은 출발하지 않았다

尋聲暗問彈者誰(심성암문탄자수)

소리를 찾아 은근히 연주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琵琶聲停欲語遲(비파성정욕어지)

비파소리가 멎고 대답이 늦어지는데

移船相近邀相見(이선상근요상견)

배가 움직여 가까워지자 서로 볼 수 있었네

添酒回燈重開宴(첨주회등중개연)

술을 추가하고 등을 돌려 다시 연회를 열어

 

 

千呼萬喚始出來(천호만환시출래)

거듭 부르고 다시 재촉하니 처음으로 나타나는데

猶抱琵琶半遮面(유포비파반차면)

비록 비파를 안았으나 얼굴은 반으로 가리고

轉軸撥絃三兩聲(전축발현삼량성)

조임축을 돌리고 현을 두 세번 튕겨보는 소리

未成曲調先有情(미성곡조선유정)

곡을 이루지 않아도 먼저 정이 있다

絃絃掩抑聲聲思(현현엄억성성사)

현마다 눌러 타니 소리마다 생각이 들어있어

似訴平生不得志(사소평생불득지)

평생 얻지 못한 뜻을 하소연 하는 것같고

 

 

低眉信手續續彈(저미신수속속탄)

고개 숙이고 손가락에 맡겨 연이어 타니

說盡心中無限事(설진심중무한사)

마음 속의 끝없는 이야기를 다 말하네

輕攏慢撚抹復挑(경룡만연말복도)

가벼이 누르고 느리게 비틀면서 문지르고 다시 튕긴다

初爲霓裳後六么(초위예상후육요)

처음에는 예상곡이요 뒤에는 육요곡이구나

大絃嘈嘈如急雨(대현조조여급우)

여섯 현이 시끄러우니 소나기 같고

小絃切切如私語(소현절절여사어)

작은 현이 절절히니 밀어를 나누는 듯

 

 

嘈嘈切切錯雜彈(조조절절착잡탄)

시끄럽고 절절하니 곡이 어긋나고 뒤섞여 연주하네

大珠小珠落玉盤(대주소주락옥반)

큰 구슬 작은 구슬 옥쟁반에 떨어지고

間關鶯語花底滑(간관앵어화저골)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 꽃아래로 미끄러지고

幽咽泉流氷下灘(유인천류빙하탄)

그윽하게 삼키는 샘물 소리 얼음 아래 여울소리

水泉冷澀絃凝絕(수천냉삽현응절)

샘물은 차고 막히듯 현 역시 엉키고 끊어지네

凝絕不通聲漸歇(응절불통성점헐)

엉키고 끊어져 통하지 않으니 소리 점차 멎추고

 

 

別有幽愁暗恨生(별유유수암한생)

별도로 그윽한 근심 몰래 한이 생겨난다

此時無聲勝有聲(차시무성승유성)

이때 소리 없으니 소리 있는 것보다 낫네

銀瓶乍破水漿迸(은병사파수장병)

은병이 별안간 부서져버리니 물과 장은 흩어지고

鐵騎突出刀鎗鳴(철기돌출도창명)

철기마병이 뛰쳐나오니 칼과 창이 울린다

曲終收撥當心畫(곡종수발당심획)

곡이 마침내 끝나 활을 거두니 당연히 마음을 긋는다.

四絃一聲如裂帛(사현일성여열백)

네 현이 한소리로 비단을 찢는 듯하고

 

 

東船西舫悄無言(동선서방초무언)

동쪽 배 서쪽 배 조용히 말이 없네

惟見江心秋月白(유견강심추월백)

강 한가운데를 보니 가을달은 희고

沈吟放撥插絃中(심음방발삽현중)

깊은 한숨 내쉬고 활을 현에 끼우며

整頓衣裳起斂容(정돈의상기렴용)

옷을 정돈하고 일어나며 얼굴을 거두어 들이네

自言本是京城女(자언본시경성녀)

스스로 말하기를 본래 경성의 여자인데

家在蝦蟆陵下住(가재하마릉하주)

집은 하마릉에 있었고 능 아래 살았죠

 

 

十三學得琵琶成(십삼학득비파성)

십삼세에 배워 익혀 비파를 완성했고

名屬教坊第一部(명속교방제일부)

이름은 교방 제1부에 들었죠

曲罷曾教善才服(곡파증교선재복)

곡을 마치면 스승조차 선재로다 감탄했고

妝成每被秋娘妒(장성매피추낭투)

화장을 마치면 매번 기녀들 질투 했죠

五陵年少爭纏頭(오릉년소쟁전두)

함양의 젊은이들 팁을 다투고

 

 

一曲紅綃不知數(일곡강초불지수)

한곡에 붉은 비단 수를 셀 수 없었죠

鈿頭銀篦擊節碎(세두은비격절쇄)

자개 장식 은빗은 박자 맞추다 부서지고

血色羅裙翻酒汙(혈색라군번주한)

피빛 비단치마 쏟은 술에 더러워 졌죠

今年歡笑復明年(금년환소복명년)

금년 웃음소리 후년에도 반복되니

秋月春風等閒度(추월춘풍등한도)

가을 달 봄 바람 헤아려 보지도 않았죠

弟走從軍阿姨死(제주종군아이사)

동생은 군에 들어가고 이모는 돌아가시니

 

 

暮去朝來顏色故(모거조래안색고)

저녁이 가고 아침이 오는 사이 안색은 늙었습니다

門前冷落車馬稀(문전랭락차마희)

문전은 쓸쓸하고 차마도 드물게 되어

老大嫁作商人婦(노대가작상인부)

늙은이에게 시집가 상인의 아내 되었죠

商人重利輕別離(상인중이경별이)

상인은 이익을 중시해 이별은 가벼워

前月浮梁買茶去(전월부량매다거)

지난달 부량으로 차를 사러 갔네

去來江口守空船(거래강구수공선)

왔다 갔다 강입구에서 빈배를 지키니

 

 

繞船月明江水寒(요선명월강수한)

배를 에워싸는 달은 밝고 강물은 차

夜深忽夢少年事(야심홀몽소년사)

야심한 밤에 갑자기 꿈에 옛일이 떠올라

夢啼妝淚紅闌干(몽제장누홍난간)

꿈에 울다 눈물 화장 붉게 난간을 적셨죠

我聞琵琶已嘆息(아문비파이탄식)

나는 비파소리 듣고 이미 탄식했는데

又聞此語重唧唧(우문차어중즉즉)

또 이런 이야기 소리 듣고 다시 탄식

同是天涯淪落人(동시천애륜락인)

같이 하늘 끝으로 몰락한 사람이구나

 

 

相逢何必曾相識(상봉하필증상식)

사람 만나는 것이 어찌 알던 사람 만이랴

我從去年辭帝京(아종거년사제경)

나는 지난해에 서울을 하직하고

謫居臥病潯陽城(적거와병심양성)

귀양살이 병을 얻어 심양성에 살고 있네

潯陽地僻無音樂(심양지벽무음락)

심양땅은 벽지라 음악이 없고

終歲不聞絲竹聲(종세불문사죽성)

해가 다하도록 거문고와 피리소리 들리지 않지

位近湓江地低濕(위근분강지저습)

가까운 분강에 있어 땅은 낮고 습한데

 

 

黃蘆苦竹繞宅生(황로고죽요택생)

누런 갈대 참죽만이 집을 에워싸고 자라

其間旦暮聞何物(기간단모문하물)

그간 아침저녁으로 들었던 것은

杜鵑啼血猿哀鳴(두견제혈원애명)

두견이 울고 원숭이 슬피 우는 소리

春江花朝秋月夜(춘강화조추월야)

봄강 꽃피는 아침 가을 밤

往往取酒還獨傾(왕왕취주환독경)

왕왕 술 마시고 혼자 돌아올 때

豈無山歌與村笛(기무산가여촌적)

어찌 산 노래와 시골 피리소리 없겠소

 

 

嘔啞嘲哳難爲聽(구아조찰난위청)

까악 까악 까마귀 지절대는 소리 듣기 어려워

今夜聞君琵琶語(금야문군비파어)

오늘밤 그대 비파 소리 듣고

如聽仙樂耳暫明(여청선락이잠명)

신선의 음악 함께 듣자니 귀가 잠시 밝아졌네

莫辭更坐彈一由(막사갱좌탄일유)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곡 연주해 주오

爲君翻作琵琶行(위군번작비파행)

그대 위해 비파소리 시로 짓겠소

感我此言良久立(감아차언양구립)

나의 이 말에 감동해 오랫동안 서있네

 

 

卻坐促絃絃轉急(각좌촉현현전급)

물러나 앉아 현을 잡고 현을 급히 돌리니

淒淒不似向前聲(처처불사향전성)

처량하기가 이전의 음과 다르네

滿座重聞皆掩泣(만좌중문개엄읍)

좌석에 가득한 사람들 듣고는 모두 눈물을 감추었다

座中泣下誰最多(좌중읍하수최다)

좌중에 누가 가장 많이 우는가

江州司馬青衫濕(강주사마청삼습)

강주사마의 푸른 적삼이 젖었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