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취헌 박은(1479)

挹翠軒 朴 誾(읍취헌 박은). 爾來絶不作文字(이래절부작문자) 근래 글을 짓지 않다가 택지의 시를 보고 감회가 일다

산곡 2023. 10. 2. 09:37

挹翠軒 朴 誾(읍취헌 박은).   爾來絶不作文字(이래절부작문자)

근래 글을 짓지 않다가 택지의 시를 보고 감회가 일다

 

窮勢門庭渾似掃(궁세문정혼사소)

한 해가 가도록 집 안이 도무지 적막하여

故人車馬絶相求(고인거마절상구)

찾아오는 친구들의 거마라곤 전혀 없구나

益知懷抱終難盡(익지회포종난진)

끝내 끓어 오르는 응어리 풀 수 없음을 알지만

更奈顚狂尙不收(갱나전광상불수)

치솟는 광기 추스르지 못함을 어이하리

自分疏慵須落魄(자분소용수락백)

나태한 몸이라 실의에 빠진 신세 당연하지만

爲誰牽挽且淹留(위수견만차엄류)

누가 만류하기에 이렇듯 도성에 머무는가

孤燈半夜淸無睡(고등반야청무수)

깊은 밤 외로운 등잔 아래 잠은 오지 않나니

已負田園黃菊秋(이부전원황국추)

전원에 핀 노란 국화꽃과의 약속 이미 저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