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軒 張顯光(여헌 장현광). 立巖 十三詠(입암 십삼영)
입암에서 열세 수를 읊다
[ 제 1 수 ] 입암촌(立巖村) : 바위가 서 있는 마을
孤村巖底在 (고촌암정재)
외딴 마을이 바위 아래 있으니
小齋性足頤 (소제성족이)
작은 집이지만 천성天性을 기르기에 넉넉하네.
老矣無可往 (노의무가왕)
늘그막에 갈 곳이 없으니
從今學不移 (종금학불이)
지금부터 자리를 옮기지 않는 저 바위를 배우리라.
[ 제 2 수 ] 만욱재(晩勖齋) : 늘그막에 힘쓰는 집
末路人事茂 (말로인사무)
늘그막에도 세상일이 많으니
誰從早時勖 (수종조시욱)
누가 젊었을 때부터 노력했던가.
此固耄翁悶 (차고모옹민)
이것은 참으로 늙은이의 고민苦悶이라
勉修如不及 (만수여불급)
힘쓰고 닦는 것을 미치지 못하는 듯이 해야겠네.
[ 제 3 수 ] 사사헌(四事軒) : 네 가지를 하는 집
康節此時意 (강정차시의)
강절康節 소옹邵雍의 이때의 뜻
膾炙山人口 (회자산인구)
산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네.
雖不關世務 (수불관세무)
비록 세상일에는 관여關與하지 않더라도
自有貧中富 (자유빈중부)
저절로 가난한 가운데 부유富裕함이 있네.
[ 제 4 수 ] 수약료(守約寮) : -약속을 지키는 창
近思耄年業 (근사모년업)
내 몸 가까운 곳을 생각하니 늘그막의 일은
守約爲大要 (수약위대요)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네.
事事能不煩 (사사능불번)
모든 일이 번거롭지 않으면
身可出雲霄 (신가출운소)
몸이 구름 낀 하늘로 솟구치리라.
[ 제 5 수 ] 계구대(戒懼臺) :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대
聖訓戒危微 (성훈계위미)
성인 이 위태 롭고 쇠미 한 것을 경계하라고 가르쳤으니
何人無此心 (하인무차심)
어떤 사람이 이 마음이 없겠는가.
此學不傳久 (차학불전구)
이 학문學問이 전해지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니
陳篇誰復尋 (진편수복심)
옛날 서적書籍을 누가 다시 찾겠는가.
[ 제 6 수 ] 학욕담(鶴浴潭) : 학鶴이 목욕沐浴하는 못
山在樂聞後 (산재락문후)
산은 낙문사樂聞寺 뒤에 있는데
有潭名鶴浴 (유담면학욕)
학욕鶴浴’이라 이름 지어진 못이 있네.
鶴亦物之靈 (학역물지령)
학 또한 신령神靈스러운 짐승인데
影斷何嘗浴 (영단하상욕)
그림자 끊어졌으니 언제 목욕沐浴을 하게 될까.
[ 제 7 수 ] 피세대(避世臺) : 세상을 피하여 숨은 대
隱有市中者 (은유시중자)
저잣거리에도 은자隱者가 있으니
何須深處覓 (하수심처멱)
구태여 깊숙한 곳에서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農人斷崖徑 (농인단애경)
농민農民들이 벼랑길을 끊어 버렸으니
猶勝枝掃迹 (유승지부적)
오히려 나뭇가지로 자취를 쓸어 내는 것보다 낫겠네.
[ 제 8 수 ] 인학산(引鶴山) : 학鶴을 이끄는 산
鶴浴潭上山 (학욕담상산)
학욕담鶴浴潭 위에 산이 있는데
山名稱引鶴 (산명칭인학)
산 이름을 인학산引鶴山이라 부르네.
邇來鶴不至 (이래학부지)
요즈음 학이 오지도 않는데
何人名耦鶴 (하인명우학)
어떤 사람이 나란히 가는 학이라고 이름하였나.
[ 제 9 수 ] 상천봉(象天峯) : 하늘을 닮은 봉우리
團圓秀列峀 (단원수열석)
높이 솟은 산붕우리들이 둥글게 늘어서니
得名宜象天 (득명의상천)
상천봉象天峯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마땅하네.
居人欲象山 (거인욕상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산을 닮고자 한다면
立心盍無偏 (입심합무편)
작정하여 마음을 단단히 먹는 데 어찌 치우침이 없지 않겠는가.
[ 제 10 수 ] 산지령(産芝嶺) : 지초芝草가 자라는 고개
覓芝芝不見 (멱지지불견)
지초芝草를 찾아도 지초가 보이지 않으니
遑遑如有失 (황황여유실)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급하여 무엇을 잃은 듯하네.
何必求諸外 (가필구제외)
구태여 밖에서 구할 필요가 있을까.
一敬奇效實 (일경기효실)
‘공경恭敬’ ‘경敬’ 자字 하나면 기이奇異한 효험效驗을 볼 수 있으리라.
[ 제 11 수 ] 구인봉(九仞峯) : 아홉 길의 봉우리
有峯仞至九 (유봉인지구)
봉우리가 아홉 길이나 되니
豈待簣土積 (기대궤토적)
어찌 삼태기의 흙으로 쌓기를 기다렸겠는가.
來爲立巖對 (래위입암대)
와서 입암立巖과 마주하며
瞻向窮朝夕 (첨향궁조석)
아침저녁으로 한없이 바라보네.
[ 제 12 수 ] 도덕방(道德坊) : 도덕道德이 행해지는 동네
身往無非道 (신왕무비도)
몸이 가는 곳마다 도道가 행해지지 않는 곳이 없으니
心存皆是德 (심재개시덕)
마음속에 품은 것이 모두 덕德이라네.
吾人所同得 (오인소동득)
우리가 함께 얻은 것이니
知行我何獨 (지행아하독)
알고 행하는 것을 어찌 나 홀로 하겠는가.
[ 제 13 수 ] 경운야(耕雲野) : 구름이 밭을 가는 들판
峽居謀卒歲 (협거모졸세)
골짜기에 살며 한 해를 마치려고
耒鋤以晨昏 (뢰서이신혼)
가래와 호미 메고 새벽에 나갔다가 저물녘에 돌아오네.
往來雲煙裏 (왕래운연리)
구름과 연기 속을 오가네.
父子與季昆 (부자여계곤)
아버지와 아들, 막내와 맏이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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