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退溪 李滉[퇴계 이황]. 歧亭十詠[기정십영] 在咸昌公儉池上[재함창공검지상] 함창 공검지 위에 있다.

산곡 2024. 8. 22. 07:50

退溪 李滉[퇴계 이황].    歧亭十詠[기정십영]

在咸昌公儉池上[재함창공검지상] 함창 공검지 위에 있다.

 

[ 제1영 ]. 神龍耕氷[신룡경빙] : 신기한 용갈이 얼음.

玄陰閉野陂水凝[현음폐야피수응] : 검은 음기로 막힌 들판 연못의 물이 얼자

素田百頃寒稜稜[소전백경한능릉] : 백 이랑의 넑은 밭에는 추위 몹시 춥구나.

淵潛神物亦憂人[연잠신물역우인] : 연못에 잠긴 신령 또한 백성들 근심하며

起蟄明告豐凶徵[기칩명고풍흉징] : 잠자다 일어나 풍흉의 징조 밝혀 알리네.

老農來看强解事[노농래간강해사] : 늙은 농부 와 보고 억지로 일을 풀이하고

水陸喜愕談經曾[수륙희악담경증] : 물과 땅에 기쁘고 놀란 이전 경험 말하네

勸汝作勞待天時[권여작로대천시] : 너는 힘써 일하여 천시 대비하길 권하니

無使坐負龍耕氷[무사좌부용경빙] : 용경 얼음 맡아 지키며 멋대로 하지 말라.

 

[ 제2영 ]. 涷雨飜荷[동우번하] :소나기 비가 연꽃을 뒤집다.

聞道杭州十里荷[문도항주십리하] : 말 들으니 항주에는 연 꽃이 십리라는데

錦雲此地還如何[금운차지환여하] : 비단 구름이 이 곳으로 돌아오면 어떨까.?

無端風雨滿空至[무단풍우만공지] : 끝없이 비와 바람 이르러 하늘 가득하며

翠蓋歷亂飜紅葩[취개력란번홍파] : 푸른 잎 어지럽게 지나 붉은 꽃을 뒤집네.

萬斛明珠瞥眼撒[만곡명주별안살] : 만곡 밝은 구슬을 눈깜짝 할 새 흩뿌리고

千指哀箏鬧手撾[천지애쟁료수과] : 슬픈 쟁 천 손가락이 손수 치듯 시끄럽네.

須臾雨卷定千植[수유우권정천식] : 마침 잠시 비 그치니 편안히 무성히 자라

淸遠更覺天香多[청원갱각천향다] : 맑고 깊은 고상한 향기가 다시 나타나네.

 

[ 제3영 ]. 平蕪散牧[평무산목] :거친 들판에 풀어 놓은 목장.

春燒沒盡春草綠[춘소몰진춘초록] : 봄의 들 불이 모두 꺼지니 봄 풀들은 푸르고

膴膴郊原盈遠目[무무교원영원일] : 비옥한 들판과 언덕은 눈 멀리까지 가득하네.

驅催不到村野間[구최부도촌야간] : 내쫒고 재촉함 시골 마을 사이 이르지 못하니

太平氣象看遊牧[태평기상간유목] : 태평한 기운 본 받아 즐기는 목동을 바라보네.

髫童忘機但鞭後[초동망기단편후] : 더벅머리 아이 욕심 잊고 다만 채찍 뒤로하고

飽滿歸來月下宿[포만귀래월하숙] : 배 가득 불러 돌아 오다 달빛 아래 잠을 자네.

不解謳歌堯與舜[불해구가요여순] : 요와 순임금 칭송하는 노래 깨닫지 못하지만

但願年豐協夢卜[단원년풍협몽복] : 다만 풍년이 들어 꿈과 점들이 맞기를 원하네.

 

[ 제4영 ]. 斜陽落雁[사양낙안] : 해질녁 내려 앉는 기러기.

秋日悠揚下天畔[추일유양하천반] : 가을 해 한가히 오르다 하늘 지경에 내리니

一陣點破遙空雁[일진점파요공안] : 한 무리 점 흩어지며 기러기 허공을 떠도네.

渺渺冥冥羽翮低[묘묘명명우촉지] : 아득히 멀리 어두워지니 날개죽지 구부리고

庚庚秩秩天機慣[경경질질천기관] : 차례 차례 바뀌어 이어가니 천기에 익숙하네.

稻粱多處有網羅[도량다처유망라] : 벼와 곡식이 많은 곳에는 그물이 있겠지만

風霜落後饒葭薍[풍상락후요가완] : 서리 바람 내린 뒤엔 갈대와 억새 넉넉하네.

君看禽鳥愼翔集[군간금조신상집] : 그대 보았나 새들 날면서 모이는것 삼가함을

世事茫茫歲向晏[세사망망세향안] : 세상 일 어둡고 아득한데 세월만 늦게 향하네.

 

[ 제5영 ]. 매塢淸香[매오청향] : 둑에 핀 매화의 맑은 향기.

誰將尤物破天荒[수장우물파천황] : 누가 무릇 뛰어난 물건인 천황을 깨뜨리나

小塢臨池栽韻芳[소오임지재운방] : 못에 임한 작은 둑에 향기로운 정취 심었네.

皎皎驚人氷雪白[교교경인빙설백] : 깨끗한 빛 빙설처럼 밝으니 사람들 놀래고

馥馥襲袂旃檀香[복복슴몌전단향] : 그윽한 향기 소매를 치니 단향목 향기라네.

孤山微吟占風情[고산미음점풍정] : 외로운 산에서 작게 읊으며 풍정 차지하고

草堂索笑開愁腸[초당삭소개수장] : 초당에 쓸쓸히 웃으니 마음 근심 사라지네.

麻姑後夜許同攀[마고후야허동반] : 마고와 늦은 밤에 함께 의지하길 허락하고

莫辭對月傾壺觴[막사대월경호상] : 달 마주해 술잔 기울이기를 사양하지 말게.

 

[ 제6영 ]. 竹林翠烟[죽림취연]  : 대 숲의 푸른 안개

萬玉森森擢岸邊[만옥삼삼탁안변] : 많은 옥 빽빽히 늘어서 언덕 가에 솟아나고

寒枝瘦葉搖蒼烟[한지수엽요창연] : 찬 가지에 가늘은 잎 푸른 안개에 흔들리네.

龍拏虎攫筍競長[용라호확순경장] : 용이 누르고 범이 당겨도 죽순은 높이 자라고

雪虐風饕節彌堅[설학풍도절미견] : 사나운 바람 모진 눈에도 절개는 더욱 강하네.

嘯詠誰知袁尹眞[소영수지원윤진] : 시를 읊조리던 원 부윤의 진솔함 누가 알리오

切磋還思衛武賢[절차환사위무현] : 갈고 닦음에 위무공의 현명함 다시 생각하네.

安得湖州入神筆[안득호주입신필] : 어찌하면 호수 고을에 들어 신의 필법을 얻어

爲寫一幅山家傳[위사일폭산가전] : 한 폭의 산을 다스려 묘사하여 집안에 전할까.

 

[ 제7영 ]. 孤山聽笛[고산청적] : 외진 산에서 피리 소리를 듣다.

遙山一抹暮天碧[요산일말모천벽] : 먼 산을 잠시 지나니 푸른 하늘 저무는데

山下何人弄長笛[산하하인롱장적] : 산 아래 어떤 사람이 긴 피리를 연주하네.

數聲隨風落洲渚[수성수풍락주저] : 바람 따라 소리 헤아리니 물가 쓸쓸하고

鳥獸悲號龍舞澤[조수비호룡무택] : 새와 짐승 슬피 울며 용이 못에서 춤추네.

君山舟上呂逢仙[군산주상여봉선] : 군산의 배 위에서 여봉선이 신선을 만난듯

奪秀亭中劉捻鐵[탈수정중류념철] : 탈수정 정자 안에서 유군이 철적을 잡았네.

憑欄終夕獨感慨[빙란종석독감개] : 밤새 난간에 기대어 홀로 마음 깊이 느끼니

烟水蒼茫墮寒月[연수창망타한월] : 아득히 푸른 물 안개 쓸쓸한 달빛 떨어지네.

 

[ 제8영 ]. 蛇淵釣魚[사연조어]  : 뱀 못에서 물고기를 낚다.

臨淵不作徒羨魚[임연부작도선어] : 못에 임해 잡지 못하고 물고기 무리 탐내니

竹竿一絲風嫋如[죽간일사풍뇨여] : 대나무 낚시대 줄 하나만 바람에 흔들리네.

大魚如神倏遠逝[대어여신숙원서] : 큰 물고기 신령 같아 갑자기 멀리 가버려도

芳餌來貪俄衆拏[방이래탐아중라] : 향긋한 미끼 탐내 오니 잠시 많이 붙잡았네.

渭川非熊事曠絶[위천비웅사광절] : 위천의 곰이 어긋남은 심히 공허한 일이고

東海連鼇談誕虛[동해연오담탄허] : 동해 바다 산의 자라는 헛된 거짓 이야기네.

我思江湖有散人[아사강호유산인] : 내 생각에 강호에 한가한 사람이 있으리니

金虀玉膾聊同渠[금제옥회료동거] : 좋은 채소에 훌륭한 회를 그와 함께 즐기리라.

 

[ 제9영 ]. 歧洲玩月[기주완월]  : 갈림길 물가의 달 놀이

歧亭主人去超越[기정주인거초월] : 갈림 길 정자의 주인은 멀리 넘어 가버렸는데

洲上尙懸當時月[주상상현당시월] : 물가 위엔 오히려 그 당시의 달이 매달려있네.

嗣世銜恩擁朱轓[사세함은홍주번] : 자손 대대로 은혜를 입으니 붉은 수레를 안고

得暇來看情不歇[득가래간정불헐] : 한가한 틈을 얻어 와서 보니 실상은 쉴 수 없네.

嗟我聞風激衰懦[차아문풍격쇠나] : 뜬 소문에 나는 한탄하며 심히 쇠하고 나약한데

況乃形勝眞仙窟[황내형승진선굴] : 하물며 이에 뛰어난 풍경 참으로 신선 세계로다.

何時亭中對罇酒[하시정중대준주] : 어느 때에야 정자 안에서 술자리 술잔 마주하며

水面同看涌銀闕[수면동간용은궐] : 물 위에 떠오르는 은빛 대궐을 함께 바라보나.

 

[ 제10영 ]. 露陰望雲[노음망운]  : 노음산 구름을 바라보며

亭前巨澤萬象分[정전거택만상분] : 정자 앞의 큰 못은 온갖 형상을 나누고

露陰入望山耶雲[노음입망산사운] : 노음에 들인 산의 사특한 구름 바라보네.

出岫何妨去作雨[출수하방거작우] : 드러난 봉우리 어찌 방해하려 비를 만드나

怡神不堪持贈君[이신불감지증군] : 즐거운 마음을 군자에게 보낼 수가 없구려.

船舷暝戛境非世[선현명알경비세] : 저물어 두드리는 뱃전은 인간 경계 아니오

頰笏朝拄人超群[협홀조주인초군] : 뺨의 홀 아침에 떠받드니 무리중 뛰어나네.

白衣蒼狗自世態[백의창구자세태] : 흰 옷이 푸른 개로 변하듯 절로 바뀌는 세상

向此雲山君莫云[향차운산군막운] : 이 구름 산을 바라볼 때에는 말하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