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梅 花(매 화)매화꽃
姑射氷膚雪作衣(고사빙부설작의) :
고야산 신선 고운 살결에 눈으로 옷 지어 입고
香唇曉露吸珠璣(향진효로흡주기) :
향기로운 입술로 새벽 이슬에 구슬을 마시는구나
應嫌俗蘂春紅染(응혐속예춘홍염) :
속된 꽃술이 봄철 붉은 꽃에 물드는 것 싫어서
欲向瑤臺駕鶴飛(욕향요대가학비) :
신선 사는 요대 향해 학 타고 날아가려 하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題草書簇子(제초서족자) 초서족자에 쓰다
紅葉題詩出鳳城(홍엽제시출봉성) :
단풍잎에 시를 써서 봉성 밖으로 보내니
淚痕和墨尙分明(루흔화묵상분명) :
눈물 자국이 먹에 얼룩져 아직도 선명하도다
御溝流水渾無賴(어구류수혼무뢰) :
궁중 개울 흐르는 물 도무지 믿지 못하나니
漏洩宮娥一片情(누설궁아일편정) :
궁녀의 한 조각 정을 바깥으로 흘려 보내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梅 花(매 화)매화꽃
姑射氷膚雪作衣(고사빙부설작의) :
고야산 신선 고운 살결에 눈으로 옷 지어 입고
香唇曉露吸珠璣(향진효로흡주기) :
향기로운 입술로 새벽 이슬에 구슬을 마시는구나
應嫌俗蘂春紅染(응혐속예춘홍염) :
속된 꽃술이 봄철 붉은 꽃에 물드는 것 싫어서
欲向瑤臺駕鶴飛(욕향요대가학비) :
신선 사는 요대 향해 학 타고 날아가려 하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謾 興(만 흥) 흥겨워서
境僻人誰到(경벽인수도) :
사는 곳 궁벽하여 누가 찾을까
春深酒半酣(춘심주반감) :
봄은 무르익고 술은 반이나 익었네
花光迷杜曲(화광미두곡) :
꽃 경치 두곡 마을인 듯 하고
竹影似城南(죽영사성남) :
대나무 그늘 성남 땅 같구나
長嘯愁無四(장소수무사) :
장형의 수무사를 길게 읊조리고
行歌樂有三(행가악유삼) :
맹자의 인생삼락 걸으며 노래하네
靜中滋味永(정중자미영) :
고요한 가운데 재미는 끝없으니
豈是世人諳(기시세인암) :
세상 사람들 어찌 이 즐거움 알겠는가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喜僧惠文得寺(희승혜문득사)
혜문이 주지가 됨을 기뻐함
文也禪林秀(문야선림수) :
혜문이야 선문에서 뛰어난 인물
知名二十春(지명이십춘) :
알고 지낸지 이미 이십년
久聞詩摠好(구문시총호) :
시 잘 짓는 소문 이미 들었지만
爭及貌彌眞(쟁급모미진) :
풍모의 진실 됨에 어찌 미칠까
旣住靑蓮宇(기주청련우) :
이미 청련사의 주지가 되었으니
應分白氎巾(응분백첩건) :
당연히 흰 옷감이라도 나누어 주시겠지
通宵喜不寐(통소희불매) :
밤새도록 기뻐서 잠 못 자며
亦有玉堂人(역유옥당인) :
옥당의 친구 있는 줄 잊지 마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用東坡韻寄貞之上人(용동파운기정지상인)
동파의 운으로 지정 스님에게
歲律旣云暮(세률기운모) :
일년이 이미 저물어
凄風生戶窓(처풍생호창) :
싸늘한 바람 문틈으로 찾아든다
竹窓燈火靑(죽창등화청) :
죽창에는 파란 등 불빛
一段有佳趣(일단유가취) :
한 줄기 아름다운 멋이 흐르네
與君分一半(여군분일반) :
그대와 절반 나누었으니
愼勿輕受授(신물경수수) :
쉽게 누구에게 주거나 받지 마소
所與苟非人(소여구비인) :
나누어 준 사람이 진실로 바르지 않으면
火迫當還取(화박당환취) :
화급히 따라가 찾아오소서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讀陶潛傳戲成呈崔太尉
(독도잠전희성정최태위)
도잠전을 읽고 장난삼아 최태위에게 주다
酒中有何好(주중유하호) :
술 속에 좋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此語近眞趣(차어근진취) :
이 말은 정말 진리에 가깝다네
可笑陶淵明(가소도연명) :
우스워라, 도연명은
無錢尙嗜酒(무전상기주) :
돈은 하나 없으면서 술만 즐기었다니
我性淡無欲(아성담무욕) :
내 성질 담박하고 욕심 없어
於物不見囿(어물불견유) :
어떤 사물에도 얽매이지 않노니
不醉亦不醒(불취역불성) :
취하지 않고 또한 깨어있지도 않아
徑到無何有(경도무하유) :
어느 사이에 무하유 이상 세계에 이르렀도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書天壽僧院壁(서천수승원벽)
천수승원 벽에 쓰다
送客客未到(송객객미도) :
손을 보내니 손은 오지도 않고
尋僧僧亦無(심승승역무) :
스님을 찾아도 스님은 보이지 않네
唯餘林外鳥(유여임외조) :
오직 남아 있는 것, 숲의 새
欵曲勸提壺(관곡권제호) :
은근히 술 생각나게 하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山 房(산 방) 산방에서
春去花猶在(춘거화유재) :
봄은 가도 꽃은 피어있고
天晴谷自陰(천청곡자음) :
하늘이 맑으니 골짜기에 그늘이 진다
杜鵑啼白晝(두견제백주) :
대낮에 두견새 우니
始覺卜居深(시각복거심) :
비로소 내 사는 곳이 깊은 산속인 줄 알겠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蟻 (의) 개미
身動牛應鬪(신동우응투) :
몸을 움직이면 소처럼 싸우게 되고
穴深山恐頹(혈심산공퇴) :
구멍이 깊으면 산이 무너질까 두려워하네
功名珠幾曲(공명주기곡) :
공명은 구슬이 몇 굽인가
富貴夢初回(부귀몽초회) :
부귀는 꿈이 처음 돌기 시작하는 것이라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眼 (안) 눈
不安劉琨紫(불안유곤자) :
유곤의 붉은 눈도 가지지 못했으니
何須阮籍靑(하수완적청) :
어찌 반드시 완적의 푸른 눈을 바리오
冥然在一室(명연재일실) :
어둑하게 한 방에 있으려니
萬事見無形(만사견무형) :
만사를 무형으로 보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耳 (이) 귀
郭郛還繚繞(곽부환료요) :
귀바퀴는 둘려 있는데
洞穴自虛明(동혈자허명) :
뚫린 구멍은 절로 허명하구나
日永夔玄國(일영기현국) :
기현국에 해가 길기만 한데
誰將赤犢行(수장적독행)
누가 이끌어 붉은 송아지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鼻 (비) 코
長作洛生詠(장작낙생영) :
낙생 서생들은 길이 코 맨 소리로 읊고
思揖隆準公(사읍륭준공) :
역이기가 융준공에게 읍하던 일 생각난다
何時郢中質(하시영중질) :
어느 때 영중을 바탕으로
一遇運斤風(일우운근풍) :
한 번 자귀질하는 장인을 만나보리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漁村落照(어촌낙조)어촌 저녁놀
草屋半依垂柳岸(초옥반의수류안) :
초가집 반쯤 걸친 버들 늘어진 언덕
板橋橫斷白蘋汀(판교횡단백빈정) :
외다리 가로 놓인 흰 마름 물가
日斜悠覺江山勝(일사유각강산승) :
저무는 햇살에 강산 더욱 아름다워라
萬頃紅淨數點靑(만경홍정수점청) :
맑고 푸른 만 이랑 물결 속, 몇 점의 푸른 산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平沙落雁(평사낙안)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
水遠天長日脚斜(수원천장일각사) :
긴 강 높은 하늘, 햇살 빛치고
隨陽征雁下汀沙(수양정안하정사) :
햇살 따라 기러기 모래톱에 내린다
行行點破秋空碧(행행점파추공벽) :
줄지어 날며 가을 푸른 하늘을 점점이 가르네
低拂黃蘆動雪花(저불황로동설화) :
나직하게 갈대밭 스치자, 눈꽃이 흩날린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遠浦歸帆(원포귀범)먼 포구로 돌아가는 배
渡頭煙樹碧童童(도두연수벽동동) :
부두가 이내 낀 나무, 우뚝 푸르고
十幅編蒲萬里風(십폭편포만리풍) :
열 폭 엮인 부들에 멀리서 부는 바람
玉鱠銀蓴秋正美(옥회은순추정미) :
노어회, 순채국 가을이 별미네
故牽歸興向江東(고견귀흥향강동) :
돌아 갈 흥에 끌려 강동으로 향하는 배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江天暮雪(강천모설) 강 하늘 저녁 눈
雪意嬌多著水遲(설의교다저수지) :
흩날리는 눈은 교태를 띠고 강물에 내리기 싫어하고
千林遠影已離離(천림원영이이이) :
온 숲에는 멀리 이미 그림자 어른어른
蓑翁未識天將暮(사옹미식천장모) :
도롱이 쓴 늙은이 날 저무는 줄 모르고
醉道東風柳絮時(취도동풍유서시) :
취하여 말하기를, 봄바람에 버들 꽃 날리는 때라 하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瀟湘夜雨(소상야우) 소상강 밤비
一帶滄波兩岸秋(일대창파양안추) :
한 줄기 푸른 물결, 양 언덕엔 가을 짙고
風吹細雨灑歸舟(풍취세우쇄귀주) :
강바람 불어오고, 돌아오는 배전에 가랑비 뿌리네
夜來泊近江邊竹(야래박근강변죽) :
밤에 강변 대숲에 배를 대니
葉葉寒聲總是愁(엽엽한성총시수) :
대나무 입에 떨어지는 찬 빗소리는 모두의 수심이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煙寺暮鐘(연사모종)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
千回石徑白雲封(천회석경백운봉) :
돌고 돈 아득한 돌 길, 흰 구름 속에 잠기고
巖樹蒼蒼晩色濃(암수창창만색농) :
창창한 바위 숲에 어스름 짙어지네
知有運坊藏翠壁(지유운방장취벽) :
푸른 절벽에 절 하나
好風吹落一鐘聲(호풍취락일종성) :
때맞춘 바람에 종소리 울려온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西塞風雨(서새풍우)서새의 비바람
秋深笠澤紫鱗肥(추심립택자린비) :
가을이 깊으니 구리때 연못에 자색 고기비늘 살찌고
雲盡西山片月輝(운진서산편월휘) :
구름 걷히자 서산에 조각달이 빛나는구나.
十幅蒲帆千頃玉(십폭포범천경옥) :
열 폭 부들 돛은 천 이랑 옥 물결 위에 떠있고
紅塵應不到蓑衣(홍진응불도사의) :
세상 티끌이야 도롱이 입은 사람에게는 이르지 않으리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月季花(월계화) 월계화
萬斛丹砂問葛洪(만곡단사문갈홍) :
선약 찾은 갈홍에게 만 곡의 단사를 묻노니
何年深窖小園中(하년심교소원중) :
어느 해 이 작은 동산에 땅 파고 감추었는가
芳根染晩雲霞色(방근염만운하색) :
꽃다운 뿌리가 저문 구름 노을빛에 물들어
故作仙葩不老紅(고작선파불로홍) :
짐짓 신선 꽃송이로 늙지 않는 붉음 만들었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杏花鸜鵒圖(행화구욕도)
살구꽃 속의 구관조 새 그림
欲雨不憂春陰垂(욕우불우춘음수) :
올 듯 한 비는 오지 않고, 봄 구름만 자욱하고
杏花一枝復兩枝(행화일지복양지) :
살구꽃 한 가지 또 두 가지
問誰領得春消息(문수령득춘소식) :
누가 봄소식 받았는지 물어보니
唯有鸜之與鵒之(유유구지여욕지) :
오직 구관조와 구관조가 꽃가지에 있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偶 吟 (우 음)우연히 짓다
買斷煙林理小園(매단연림리소원) :
자욱한 안개 숲을 사들여 작은 동산 만드니
南窓睡起負朝暄(남창수기부조훤) :
잠 깨어 남창에서 일어나 따스한 아침볕을 받는다
白頭不悔儒冠誤(백두불회유관오) :
선비되어 신세 그르친것 흰머리 되어서도 후회 않아
尙把塵編敎子孫(상파진편교자손) :
오히려 먼지 앉은 책을 펴 들고 자손을 가르치노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內庭寫批有感(내정사비유감)
대권에서 비지를 쓰며
孔雀屛深燭影微(공작병심촉영미) :
공작 병풍 깊숙하고 촛불 그림자 희미한데
鴛鴦睡美豈分飛(원앙수미기분비) :
잠자는 고운 원앙새 어찌 나누어 날겠는가
自憐憔悴靑樓女(자연초췌청루여) :
가련하다, 초췌한 청루의 여인이여
長爲他人作嫁衣(장위타인작가의) :
오랫동안 남 위해 혼수 옷만 짓는다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野步 1(야보 1)들판을 거닐며
十里煙村際碧蕪(십리연촌제벽무) :
십 리 안개 낀 마을 푸른 들에 닿으니
獨遊仍佩紫微壺(독유잉패자미호) :
혼자 노닐다가 두자미처럼 술을 샀도다
雲拖雨脚斜陽外(운타우각사양외) :
구름은 사양 밖으로 빗줄기를 끌어가
掩却前山半有無(엄각전산반유무) :
앞 산을 덮어버려 절반이나 보일 듯 말 듯 하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野步 2(야보 2)들판을 거닐며
郭外人家路盡蕪(곽외인가로진무) :
성 밖의 인가 거리마다 풀이 무성하고
隔林啼鳥勸提壺(격림제조권제호) :
숲 건너 우는 새는 술병 들라 권하구나
未成數句前山暮(미성수구전산모) :
몇 귀의 시도 짓지 못했는데 앞 산은 저무니
老覺詩情澁欲無(로각시정삽욕무) :
시정이 무디어 없어지려는 것 늙어서야 알겠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早春江行 1(조춘강행 1)
이른 봄 강을 걸으며
花遲未放千金笑(화지미방천금소) :
꽃은 늦어 피어 천금 웃음 터뜨리지 않았는데
柳早先搖一搦腰(류조선요일닉요) :
일찍 핀 버들은 한 웅큼 허리를 먼저 흔드는구나
魚躍波間紅閃閃(어약파간홍섬섬) :
물고기는 물결 속으로 뛰어들어 붉은 빛 번쩍거리고
鷺飛天外白飄飄(로비천외백표표) :
하늘 가에 해오라기 날아 흰빛이 표표하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早春江行 2(조춘강행 2)
이른 봄 강을 걸으며
碧岫巉巉攢筆刃(벽수참참찬필인) :
푸른 봉우리는 우뚝 솟아 붓끝을 세운 듯
蒼江杳杳漲松煙(창강묘묘창송연) :
짙푸른 강은 아득히 소나무에 안개 자욱하구나
暗雲陣陣成奇字(암운진진성기자) :
어두운 구름은 뭉게뭉게 이상한 글자 만들고
萬里靑天一幅牋(만리청천일폭전) :
만 리의 먼 푸른 하늘은 한 폭의 그림이로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拾 栗(습 률) 군밤을 주우며
霜餘脫實亦斕斑(상여탈실역란반) :
서리 뒤에 터진 열매 반짝거리고
曉濕林間露未乾(효습림간로미건) :
새벽 습한 숲엔 이슬 아직 마르지 않았다.
喚起兒童開宿火(환기아동개숙화) :
어린아이 불러 묵은 불씨 헤쳐 보니
燒殘玉殼迸金丸(소잔옥각병금환) :
옥 껍질 다 탄 재에 황금 탄환 터진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燈夕2(등석2)등불 켜진 저녁
谷寒未放金鶯囀(곡한미방금앵전) :
골짜기 차가워 황금빛 꾀꼬리 지저귀지 못하고
風峭難敎海燕來(풍초난교해연래) :
바람이 사나워서 바다제비 오기 어렵게 하는구나
須信帝城春色早(수신제성춘색조) :
모름지기 믿나니 제성에는 봄빛이 일러서
銀花千樹徹宵開(은화천수철소개) :
수많은 나무의 은빛 꽃들이 밤 새워 피겠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燈夕1(등석1)등불 켜진 저녁
風細不敎金燼落(풍세불교금신락) :
바람이 잦아들어 금불똥을 떨어지지 않더니
更長漸見玉蟲生(경장점견옥충생) :
밤이 깊으니 차츰 촛불 심지가 생기는구나
須知一片丹心在(수지일편단심재) :
한 조각 붉은 신하의 마음을 알아야
欲助重瞳日月明(욕조중동일월명) :
순임금 겹눈동자는 일월 같은 밝음을 도우려함이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暮 春(모 춘) 저무는 봄
老來心事向春慵(노래심사향춘용)
늙어감에 심사가 봄에 더욱 게을러져
睡起空鷺落絮風(수기공로락서풍)
벼들 꽃 흩는 바람에 자다가 공연히 놀라 깨네
紅雨濛濛簾捲處(홍우몽몽렴권처)
주렴 걷힌 곳에 꽃비가 몽롱하고
淸陰漠漠鳥啼中(청음막막조제중)
새들의 울음 속에 푸른 그늘 아득하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書豐壤縣公舍(서풍양현공사)풍양현 공사에 적다
峯下人家陽朔境(봉하인가양삭경) :
봉우리 밑의 인가들은 양삭의 경계인데
雲間鷄犬武陵源(운간계견무릉원) :
구름 사이의 닭과 개 소리는 무릉도원이로다
使君不許黃牛佩(사군불허황우패) :
사군은 도둑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니
喜見風前麥浪翻(희견풍전맥랑번) :
바람 앞에 물결치는 보리밭 보는 것을 기뻐하노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內庭寫批有感(내정사비유감)
내정에서 비지를 쓰면서
孔雀屛深燭影微(공작병심촉영미) :
공작 병풍 깊숙한 곳에 촛불 그림자 희미하고
鴛鴦睡美豈分飛(원앙수미기분비) :
원앙 잠든 모습 행복한데 어찌 나누어 날겠는가
自憐憔悴靑樓女(자련초췌청루녀) :
스스로 불쌍하구나, 초췌한 청루의 처녀가
長爲他人作嫁衣(장위타인작가의) :
늘 남을 위해 시집갈 옷만 지어 주는 처지임을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宿韓相國書齋(숙한상국서재)
한상국 서제에 묵으며
二水溶溶分燕尾(이수용용분연미) :
흐르는 두 갈래 물길 제비 꼬리 갈라 놓고
三山杳杳駕鰲頭(삼산묘묘가오두) :
아득한 세 개의 산들은 자라머리를 타고 있구나
他年若許陪鳩杖(타년약허배구장) :
후일에 비둘기 장식 지팡이 짝하기를 허락하면
共向蒼波狎白鷗(공향창파압백구) :
우리 함께 푸른 물결 향하여 흰 갈매기 벗하리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半月城(반월성) 반월성
孤城微灣像半月(고성미만상반월) :
완만히 굽은 외로운 성, 반달을 닮고
荊棘半掩猩㹳穴(형극반엄성㹳혈) :
가시덩굴에 절반만 가려진 다람쥐 굴
鵠嶺靑松氣鬱菍(곡령청송기울념) :
곡령에는 푸른 소나무 기운이 울창하고
鷄林黃葉秋蕭瑟(계림황엽추소슬) :
계림의 노란 나뭇잎에 가을이 소슬하다
自從太阿倒柄後(자종태아도병후) :
이때부터 태아가 칼자루를 거꾸로 내 주었지
中原鹿死何人手(중원녹사하인수) :
중원의 사슴은 누구 손에 죽었는가
江女空傳玉樹花(강여공전옥수화) :
강 마을 여자들은 공연히 옥수화 곡조를 전하고
春風幾拂金堤柳(춘풍기불금제류) :
봄바람은 몇 번이나 김제의 버들나무를 흩날렸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竹醉日移竹 1(죽취일이죽 1)
죽취일에 대를 옮겨 심으며
古今一丘貂(고금일구초) :
진리는 고금이 같아
天地眞蘧廬(천지진거려) :
천지가 정말 같은 집이네
此君獨酩酊(차군독명정) :
그대는 혼자 취하여
兀兀忘所如(올올망소여) :
올올이 갈 곳을 잊었구나
江山雖有異(강산수유이) :
강산은 비록 다르나
風景本無特(풍경본무특) :
대나무 풍경이야 본래 다르지 않으리
不用更醒悟(불용갱성오) :
다시 술 깰 필요 없으니
操戈便逐儒(조과편축유) :
창 잡아 헛된 선비들 쫓아버리세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竹醉日移竹 2(죽취일이죽 2)
죽취일에 대를 옮겨 심으며
司馬賞客遊(사마상객유) :
사마천도 나그네로 떠돌고
夫子亦旅㝢(부자역여우) :
공자님도 천하를 떠돌았다네
新亭相對泣(신정상대읍) :
새 집에 와 서로 눈물 흘리니
數子眞兒女(수자진아녀) :
그대들 몇몇, 정말 아녀자구려
此君恥匏繫(차군치포계) :
박처럼 매달려 있는 것 부끄러워
所適天不阻(소적천부조) :
가는 곳이 어디라도 하늘은 막지 않네
何必登樓吟(하필등루음) :
어찌 반드시 누대에 올라 읊조려야하는가
信美亦吾土(신미역오토) :
진실로 아름다워라, 이곳도 내 살 땅이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竹醉日移竹 3(죽취일이죽 3)
죽취일에 대를 옮겨 심으며
我飮止數杯(아음지수배) :
내야 마셔야 몇 잔에 그치지만
君飮須一石(군음수일석) :
그대는 마신다면 한 섬을 다 마시네
及當醉陶陶(급당취도도) :
당연히 거나하게 취하면
至樂相與敵(지락상여적) :
지극한 즐거움이야 서로가 맞수였지
兩臉若春融(양검약춘융) :
두 뺨은 봄기운처럼 무르녹고
千愁盡氷釋(천수진빙석) :
온갖 근심 얼음 녹듯 없어진다네
何須校少多(하수교소다) :
어찌 반드시 많고 적음을 헤아리랴
且得適其適(차득적기적) :
자기 주량에 따라 마시리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竹醉日移竹 4(죽취일이죽 4)
죽취일에 대를 옮겨 심으며
支遁從安石(지둔종안석) :
승려 지둔도 사안석과 교유하였고
飽照愛惠林(포조애혜림) :
포조도 승려 혜림을 좋아했다네
自古龍象流(자고룡상유) :
예부터 시인은 스님과 교류했고
時與麟鳳遊(시여린봉유) :
수시로 스님은 시인과 놀았다네
詩法不相妨(시법불상방) :
시와 불법은 서로 꺼리지 않았으니
古今同一丘(고금동일구) :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네
共在圓寂光(공재원적광) :
다 같이 원숙하고 고요한 진리의 빛에 있으니
寧見別離愁(녕견별리수) :
어찌 자리 떠남에 근심하겠소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贈四友 1(증사우 1) 네 친구에게
昔在文陣間(석재문진간) :
옛날에는 문인들 속에 이름을 다고
爭名勇先購(쟁명용선구) :
이름 다투어 용맹하게 먼저 날뛰었다
吾嘗避銳鋒(오상피예봉) :
나는 일찌기 날카로운 칼날을 피했지만
君亦飽毒手(군역포독수) :
그대 또한 독한 손에 지쳐버렸구나
如今厭矛楯(여금염모순) :
지금은 창과 방패 싫어하여
相逢但呼酒(상봉단호주) :
서로 만나면 술만 달라고 하노라
宜停雙鳥鳴(의정쌍조명) :
마땅히 두 새 울음 그치게 하고
須念兩虎鬪(수념량호투) :
모름지기 두 호랑 싸움을 조심하여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贈四友 2(증사우 2)네 친구에게
陶朱雖相越(도주수상월) :
도주는 월나라 제상이지만
一舸泛溟渤(일가범명발) :
넓은 바다에 조각배 하나 띄웠다네
安石在晉朝(안석재진조) :
안석은 진나라 조정에 있으면서
雅賞東山月(아상동산월) :
동산 달을 운치있게 즐기었도다
今我與夫子(금아여부자) :
오늘날 그대와 나
豈是愛簪紱(기시애잠불) :
내가 어찌 벼슬을 사랑하리오
散盡東海金(산진동해금) :
동해의 금을 모두다 흩어버리고
行採西山蕨(행채서산궐) :
서산의 고사리나 캐러 가리라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贈四友 3(증사우 3) 네 친구에게
我飮止數杯(아음지수배) :
나는 겨우 술 몇 잔에 그치고
君飮須一石(군음수일석) :
그대는 반드시 한 섬 술을 마신다
及當醉陶陶(급당취도도) :
그러나 거나하게 취함에 이르러
至樂相與敵(지악상여적) :
아주 즐거워하기는 서로 다름없도다
兩臉若春融(량검약춘융) :
두 볼은 마치 봄이 무르익은 듯 하고
千愁盡氷釋(천수진빙석) :
일천 시름은 얼음인 듯 녹아버리는구나
何須校少多(하수교소다) :
어찌 구태어 많고 적음 따질까보냐
且得適其適(차득적기적) :
제각기 멋을 얻으면 그만인 것을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贈四友 4(증사우 4)네 친구에게
支遁從安石(지둔종안석) :
지둔 스님은 사안석을 따랐고
鮑昭愛惠休(포소애혜휴) :
포소는 시를 쓰는 혜휴를 사랑하였다
自古龍象流(자고룡상류) :
예부터 고승들은
時與麟鳳遊(시여린봉유) :
항상 귀인들과 한께 놀았도다
詩法不相妨(시법불상방) :
시와 불법이 서로 방해되지 않거니
古今同一丘(고금동일구) :
고금이 한 언덕이 되었도다
共在圓寂光(공재원적광) :
원적광 빛속에 함께 있으니
寧見別離愁(녕견별리수) :
어찌 서로 이별할 근심 있으리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寶石亭(보석정) 보석정
石虎宮中有棘生(석호궁중유극생) :
대궐의 석호에는 멧대추나무 나 있고
銅駝陌上無人行(동타맥상무인행) :
번화했던 동타 거리엔 다니는 사람 하나 없네
危亭寶石半零落(위정보석반영락) :
우뚝한 보석정은 반이나 허물어지고
殘月依依照古城(잔월의의조고성) :
지는 달 희미하게 옛 성을 비추네
當時絲管盡悽咽(당시사관진처인) :
당시의 음악소리 한결같이 슬프고 목메인데
泛泛金觴隨曲折(범범금상수곡절) :
물 위에 띄운 술잔 굽이 따라 오갔네
中流空惜魏山河(중류공석위산하) :
위 무후는 강 중류에서 공연히 산하를 아까워했고
醉鄕不管陳日月(취향불관진일월) :
진 후주는 술에 빠져 나라를 다스리지 않았다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讀韓信傳(독한신전)한신전을 읽고
王孫朝飢依漂母(왕손조기의표모) :
왕손이 아침도 굶어 빨래하는 노파에게 의탁하고
國士無雙心自許(국사무쌍심자허) :
나라에 둘도 없는 선비라 마음속으로 인정 받았네
不將一劒驚少年(부장일검경소년) :
단 한 칼로 아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
還把千金購降虜(환파천금구강로) :
도리어 천금을 주어 항복한 포로를 구하였네
當時破齊足自王(당시파제족자왕) :
그 당시 제나라 쳐부술 때 스스로 임금 되기 충분했지만
可憐與噲生爲伍(가련여쾌생위오) :
가련하구나, 번쾌와 함께 같은 편이 되다니
從來鳥盡弓必藏(종래조진궁필장) :
종래부터 새를 다잡으면 활은 반드시 감추는데
不用追思蒯生語(불용추사괴생어) :
깊이 생각해 괴생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扈從放榜(호종방방)
임금을 모시고 과거의 방을 붙이며
半簾紅日黃金闕(반렴홍일황금궐) :
주렴이 반만 걷힌 황금빛 찬란한 대궐
多士三千雁成列(다사삼천안성열) :
삼천 명 많은 선비 줄지어 늘어섰네
怱從丹階姓名傳(총종단계성명전) :
총총히 임금님 앞 계단에 나와 성명을 아뢰고
縱步靑雲岐路闊(종보청운기로활) :
청운의 뜻을 좇아 갈림길 밝히네
吐鳳成文價益高(토봉성문가익고) :
아름다운 문장을 지으니 가치 더욱 높아지고
畫寫着足難藏拙(화사착족난장졸) :
뱀을 그리는데 발 그리는 어리석음 감추기 어렵구나
老手曾經百戰餘(노수증경백전여) :
익숙한 솜씨 이미 백전의 노련한 사람들인데
今怪吳牛虛喘日(금괴오우허천일) :
시험날인 오늘은 오나라의 소처럼 헐떡이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燈 夕(등 석) 관등하는 저녁
電鞭初報一聲雷(전편초보일성뢰) :
번개채찍에 처음 우뢰소리 나자
春色先凝萬歲杯(춘색선응만세배) :
봄빛이 먼저 만수술잔에 엉기는구나
銀燭影中寒漏永(은촉영중한루영) :
은촛불 그림자 속에 누수는 차갑고
玉簫聲裏暖風催(옥소성리난풍최) :
옥피리 소리속에 따스한 바람 제촉하는구나
仙桃帶露枝偏重(선도대로지편중) :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는 가지가 무겁고
瑞莢含煙葉盡開(서협함연엽진개) :
연기를 머금은 상스러운 명협은 잎 활짝 피었다
輦路月明絲管沸(련로월명사관비) :
수레가는 길에 달이 밝고 온갖 풍악 들끓는데
翠蛾爭唱紫雲回(취아쟁창자운회) :
궁녀들 자운곡을 다투어 부르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崔太尉雙明亭(최태위쌍명정)
최태위의 쌍명정에서
謂公巢許寓城郭(위공소허우성곽) :
소부와 허유와 같은 숨어사는 선비라 하려니 성안에 살고있고
謂公虁龍愛林壑(위공기룡애림학) :
기룡 같은 현달한 재상이라 하려니 자연을 너무 사랑했네
千金買斷數畝陰(천금매단수무음) :
천금으로 몇 이랑의 땅을 사서
碧瓦朱欄開小閣(벽와주란개소각) :
푸른 기와 붉은 난간 갖춘 작은 집을 지었네
淸風冷冷午枕凉(청풍냉냉오침량) :
맑은 바람 시원하고 낮잠은 시원하고
蒼雲陣陣空庭落(창운진진공정락) :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의 구름, 그림자 뜰에 드리우네
求閑得閑識閑味(구한득한식한미) :
한가함 찾아 한가함을 얻으니 한가한 맛 알아
舊遊不夢翻階藥(구유불몽번계약) :
지난 날 놀던 섬돌 약초 뒤집을 꿈꾸지 않으리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傷杜相宅(상두상댁)두 제상의 집을 슬퍼하며
藥階會賞謝公苔(약계회상사공태) :
작약꽃 뜰에서 제상인 사공의 이끼를 감상했을 때
金鼎親調傅說梅(금정친조부설매) :
부열의 매실을 금 솥에서 친히 조리했었다
自許披雲開日月(자허피운개일월) :
구름을 헤치고 해와 달을 열라 스스로 허락했건만
時稱無地起樓臺(시칭무지기루대) :
누대 지을 땅 없다고 사람들 말했었다
炎州忽被蒼蠅弔(염주홀피창승조) :
염주에서 문득 파리 떼를 조상함을 보았단 말인가
華表難逢白鶴回(화표난봉백학회) :
화표로 돌아오는 백학을 만나기 어렵겠구나
新壁未乾三易主(신벽미건삼역주) :
새 벽이 마르기도 전에 세 번이나 바뀌는 주인
一聲隣笛不勝哀(일성린적불승애) :
이웃집 한 가닥 피리소리에 슬픈 마음 이길 수 없도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扈從放牓(호종방방) 방방을 호종하며
半簾紅日黃金闕(반렴홍일황금궐) :
황금 대궐, 반쯤 걷은 주렴에 붉은 해가 비춰들고
多士三千雁成列(다사삼천안성렬) :
많은 선비 삼천이나 기러기처럼 떼 지어 모여들었다.
忽從丹陛姓名傳(홀종단폐성명전) :
총총히 붉은 뜰에 올라 성명을 전하고
縱步靑雲岐路闊(종보청운기로활) :
푸른 구름에 걸음을 걸으니 길도 넓어지는구나.
吐鳳成文價益高(토봉성문가익고) :
봉을 토해 글을 만드니 값은 더욱 높고
畫蛇着足難藏拙(화사착족난장졸) :
화사착족 하다니 졸렬한 것 감추기 어려워라.
老手曾經百戰餘(로수증경백전여) :
익숙한 솜씨가 일찍 백 여 회 싸움 겪었는데
今怪吳牛虛喘月(금괴오우허천월) :
오나라 소가 보고 헐떡이는 것이 지금은 이상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飮中八仙歌(음중팔선가) 음중 팔 신선을 노래하다
長齋蘇晉愛逃禪(장재소진애도선) :
장재하는 소진은 선으로 달아나기 좋아하고
脫帽張顚草聖傅(탈모장전초성부) :
모자 벗은 장전은 초서로 성인이로다
賀老眼花眠水底(하로안화면수저) :
하지장은 눈이 아찔하여 물속에서 잠자고
宗之玉樹倚風前(종지옥수의풍전) :
최종지는 옥수가 바람 앞에 기대고
汝陽日飮須三斗(여양일음수삼두) :
여양왕 진은 하루에 반드시 술 서말은 마셨고
左相晨興費萬錢(좌상신흥비만전) :
좌상 이적지는 새벽부터 만전을 썼도다
太白千篇焦遂辯(태백천편초수변) :
이태백의 시 천 수와 초수의 웅변
八人眞箇飮中仙(팔인진개음중선) :
여덟이 참으로 술 마시는 신선이로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韓相國江居(한상국강거)한상국의 강변 거처
鑿破雲根構小樓(착파운근구소루) :
바위를 뚫어 작은 다락을 얽어놓으니
江山無限入簾鉤(강산무한입렴구) :
무한한 강산이 발갈퀴에 들어오는구나
謝公不惜千金費(사공불석천금비) :
사공은 천금 비용도 아끼지 않았고
范相應將一舸遊(범상응장일가유) :
범제상이 응당 쪽배 타고 노닐것이니라
二水溶溶分燕尾(이수용용분연미) :
두 강물이 금실금실 제비꼬리처럼 갈라지고
三山杳杳隔鼇頭(삼산묘묘격오두) :
세 산은 가물가물 자라머리처럼 떨어져있구나
他年若許陪鳩杖(타년약허배구장) :
지팡이 뒤를 따르기를 다른 해에 허락하면
共向滄洲狎白鷗(공향창주압백구) :
함께 바다로 가서 갈매기와 친하겠습니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詠 雪(영설) 눈을 읊다
千林欲瞑已棲鴉(천림욕명이서아)
온 숲이 저물어 갈가마귀 깃드는데
燦燦明珠尙照車(찬찬명주상조거)
찬란히 반짝이며 수레를 비추는 눈
仙骨共驚如處子(선골공경여처자)
신선도 놀랄 만큼 깨끗한 순수세상
春風無計管光花(춘풍무계관광화)
봄바람도 저 꽃들은 어쩌지 못하네
聲迷細雨鳴窓紙(성미세우명창지)
가랑비 소리인 듯 창호지를 울리고
寒引羈愁到酒家(한인기수도주가)
추위에 시름은 주막으로 발길 끌어
萬里都盧銀作界(만리도로은작계)
만리천지 은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渾敎路口沒三叉(혼교로구몰삼차)
뿌여니 동구 앞 세 갈래 길 덮었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續行路難 1(속행로난 1) 속행로난
登山莫編怒虎鬢(등산막편노호빈) :
산에 올라서는 성난 호랑이의 수염 만지지 말고
蹈海莫採眠龍珠(도해막채면룡주) :
바다에 가서는 잠든 용의 여의주 구슬 캐지 마라
人間寸步千里阻(인간촌보천리조) :
인간의 잘못된 작은 한 걸음 천리를 망치고
大行孟門眞坦途(대행맹문진탄도) :
대행과 맹문 같은 험한 길, 오리려 평탄한 길
蝸角戰酣閙蠻觸(와각전감료만촉) :
작은 싸움에 오랑캐만 시끄럽게 한고
路岐多處泣楊朱(노기다처읍양주) :
갈림길 많아 양주도 울었다
君不見(군불견)그대 보지 못했는가,
嚴陵尙傲劉文叔(엄릉상오유문숙) :
엄자릉 오히려 유문숙 없신 여겨
七里灘頭一竿竹(칠이탄두일간죽) :
칠리난두에서 낚시질 한 것을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續行路難 2(속행로난 2) 속행로난
我欲飇車叩閶闔(아욕표거고창합) :
나는 바람수레로 하늘의 문을 두드리고 싶고
請挽大河洗六合(청만대하세육합) :
은하수를 당겨다 우주를 씻어내고 싶소
狂謀謬算一不試(광모류산일불시) :
어리석고 잘못된 계산이라 한번도 시험하고 싶지 않고
蹄涔幾歲藏鱗甲(제잠기세장린갑) :
자국에 고인 물처럼 작은 일에 몇 년이나 마음 버렸던가
峨洋未入子期聽(아양미입자기청) :
산과 바다 같은 이상, 받아줄 종자기 같은 친구 없고
熊虎難逢周后獵(웅호난봉주후렵) :
웅호는 주후의 사냥 행열 만나지 못 하였네
行路難歌正悲 (행로난가정비 ) :
행로난 노래는 정말 서글픈 것
匣中雙劍蛟龍泣(갑중쌍검교룡읍) :
갑속의 쌍검에 교룡이 우는구나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續行路難 3(속행로난 3)속행로난
顔巷枕肱食一簞(안항침굉식일단)
안회는 누항에서 팔을베고 한 바구니 밥을 먹었으며
東陵晝膳脯人肝(동릉주선포인간)
(도척은)동릉에서 점심으로 사람의 간을 회 쳐 먹었네
世間萬事眞悠悠(세간만사진유유)
세상의 모든 일이 진실로 아득하여
直道由來作人難(직도유래작인난)
곧은 길엔 원래 사람 노릇 어렵다네
我欲伸鉤斬曲几(아욕신구참곡궤)
나는 굽은 갈고리를 펴고 굽은책상을 베고자하니
要須平直如金矢(요수평직여금시)
바르고 곧기가 쇠 화살 같아야 하네
黃河正漲碧琉璃(황하정창벽유리)
황하를 푸른 유리 같이 맑게 하여
不著一點秋毫累(부저일점추호루)
추호의 더러움도 묻지 않게 하고 싶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送朴察院赴西都留臺(송박찰원부서도류대)
서도 유수로 부임하는 박찰원을 보내며
百雉城盤九仭巖(백치성반구인암) :
아홉 길 암벽 위에 백 가퀴 둘린 성
繞城流水碧恬恬(요성류수벽념념) :
성을 둘러 흐르는 물 푸르고 잔잔하도다
垂楊古驛煙迷路(수양고역연미로) :
수양버들 늘어선 옛 역은 연기에 길이 아득하고
隔岸人家水拍簷(격안인가수박첨) :
강 건너 인가엔 물이 처마 끝에 닿은 듯 하도다
往事如波山獨在(왕사여파산독재) :
지난일은 물결같은데 산만 홀로 남았고
夕陽聞笛淚應霑(석양문적루응점) :
석양에 피리소리 들으면 눈물을 금치 못하리라
風霜十月乘驄去(풍상십월승총거) :
바람서리 치는 10월에 총마 타고 그대 가리니
始覺寒威倍舊嚴(시각한위배구엄) :
추위가 지난 번보나 갑절이나 엄함을 비로소 깨닫도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崔尙書命樂府送耆老會侑歡
(상서명악부송기로회유환)
최상서가 악사들을 기로회에 보내어 놀이를 돕다
白髮相懽笑語開(백발상환소어개) :
백발노인들 모여 서로 즐기며 담소하니
只餘風月侑金盃(지여풍월유금배) :
오직 남은 바람과 달이 금빛 술잔을 권하는구나
却愁軒騎悤悤散(각수헌기총총산) :
도리어 수레와 말탄 손님 총총히 헤어질까 근심되어
故遺笙歌得得來(고유생가득득래) :
피리와 노래로 일부러 덩실덩실 보냈구나
醉倒始知天幕闊(취도시지천막활) :
유령은 취해 넘어져 하늘 막이 넓은 줄 알았고
歸時爭見玉山頹(귀시쟁견옥산퇴) :
비틀거리며 돌아갈 때, 옥산이 무너짐을 다투어 보았도다
夜闌草屋眠初覺(야란초옥면초각) :
밤 깊어 초갓집에서 자다가 깨어나니
正似瑤臺曉夢回(정사요대효몽회) :
신선 사는 요대의 새벽 꿈결에서 깨어난 듯 하도다
臥陶軒 李仁老(와도헌 이인로). 憩炭軒村二老翁携酒見尋(게탄헌촌이로옹휴주견심)
탄헌촌에 쉬는데 첨지가 술을 가지고 찾아 와서
幽尋荒草徑(유심황초경) :
잡초 우거진 길을 그윽히 찾아나서
下馬繫枯柳(하마계고류) :
버들가지에 말을 매어놓았다네
何處白頭翁(하처백두옹) :
어디 사는 늙은인지
竝肩來貿貿(병견래무무) :
어깨를 나란히 터벅터벅 얼어오시네
山盤獻枯魚(산반헌고어) :
소반에는 마른 고기 올렸고
野榼供濁酒(야합공탁주) :
물통에는 막걸리 채워져 있다네
荒狂便濡首(황광편유수) :
골목에서 미친 듯이 정신없이 취해 떨어져
笑傲虛落間(소오허락간) :
오만함을 비웃는 듯이 빈 곳에 처하도다
雖慙禮數薄(수참례수박) :
비록 예절에는 보잘것 없어도
尙倚恩情厚(상의은정후) :
그 정의 터움은 오히려 고맙도다
倒載赴前程(도재부전정) :
거꾸로 말을 타고 앞길 말리니
村童齊拍手(촌동제박수) :
마을 아이들 일제히 손뼉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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