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容齋 李荇(용재 이행). 詠物五絶(영물오절) 곤충을 소재로 하여 지은 절구 다섯 수

산곡 2024. 5. 19. 16:02

容齋 李荇(용재 이행).   詠物五絶(영물오절)

곤충을 소재로 하여 지은 절구 다섯 수

 

[ 제 1 절 ]

蜘蛛吐纖纊 (지주토섬광)

거미가 가는 솜을 토해 내어

日夜伺群飛 (일야하군비)

밤낮으로 날벌레들을 노리네.

紛紛口腹計 (분분구복계)

먹고살기 위한 어지러운 꾀

世上自多機 (세상자다기)

세상에는 본디 거짓이 많은 법이네.

 

[ 제 2 절 ]

高蟬吸風露 (고선흡풍로)

높은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는 바람과 이슬을 마시지만

枵腹何曾果 (효복하증과)

굶주려서 빈 배는 언제 배부른 적이 있었던가.

所以天地間 (소이천지간)

이런 까닭에 하늘과 땅 사이에

獨淸者唯我 (독청자유아)

홀로 깨끗한 것은 오직 나뿐이라고 하네.

 

[ 제 3 절 ]

蒼蠅何營營 (창승하영영)

쉬파리가 어찌나 분주하고 바쁘게 날아다니는지

變亂白與黑 (변란백여흑)

흰색과 검은색이 뒤바뀌니 어지럽기만 하네.

我吟止棘詩 (아음지극시)

내가 파리 떼에 대한 시를 읊조리는데

誰使彼蕃殖 (수사피번식)

누가 저것들을 붇고 늘어서 많이 퍼지게 했나.

 

[ 제 4 절 ]

促織在長夜 (촉직재장야)

귀뚜라미가 기나긴 밤

女功須及時 (여공수급시)

모름지기 길쌈하기에 좋은 때라고 울어 대네.

今年公稅重 (금년공세중)

올해는 나라에 바치는 세금도 무거운데

機上更無絲 (기상경무사)

베틀 위에는 도리어 실이 하나도 없네.

 

[ 제 5 절 ]

螢火不自煖 (형하부자온)

반딧불은 본디 따뜻하지 않으니

空庭風露淸 (공정풍로청)

텅 빈 뜰에 바람과 이슬이 맑고 깨끗하네.

腐草豈能化 (부초기능화)

어찌 개똥벌레가 썩은 풀에서 생겨났을까.

列星應委精 (열성응위정)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이 응당 정기精氣를 맡겨 두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