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苕川雜詩 7(하일소천잡시 7) 여름날 소내에서 이것저것 읊은 시

산곡 2023. 12. 15. 09:55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苕川雜詩 7(하일소천잡시 7)

여름날 소내에서 이것저것 읊은 시

 

[ 제 1 수 ]

磁甕初鳴酒氣香(자옹초명주기향)

사기 항아리에서 빨깍거리며 술 익는 소리가 막 나자 술기운이 향기香氣로워

水邊閒喚賣魚郞(수변한환매어랑)

강가에서 물고기 파는 사내를 한가롭게 부르네.

只消一斗新舂麥(지소일두신춘맥)

새로 찧은 보리 한 말을 한갓 넘겨주고

賖得重脣二尺強(사득중순이척강)

두 자가 넘는 무거운 물고기를 사 왔네.

 

[ 제 2 수 ]

金色山梨半面黃(금색산이반면황)

금金빛 돌배가 반쪽은 누렇게 되어

含消正待十分香(함소정대십분향)

달고 물 많은 배 함소리含消梨처럼 충분充分히 향기香氣로워지기를 때마침 기다리고 있었네.

高枝已被烏兒啄(고지이피오아탁)

높은 가지에 달린 것은 이미 까마귀들이 쪼아서

仙味輸渠第一嘗(선미수거제일상)

고상高尙한 맛 처음 맛보는 것을 녀석들한테 내주었구나.

 

[ 제 3 수 ]

溫祚宮墟數里阡(온조궁허수리천)

온조궁溫祚宮 터에서 조금 떨어진 두렁에

年年只作種瓜田(년년지작종과전)

해마다 오이를 심어서 밭을 일구었네.

要沾酒喝憑誰買(요첨주갈빙수매)

술을 더 마시고 싶은데 누구한테 사오라고 하나.

會向蘆洲舴艋邊(회향로주책맹변)

모여서 거룻배 타고 갈대 우거진 강가로 가야겠구나.

 

[ 제 4 수 ]

雨歇沙堤落漲痕(우헐사제락창흔)

비 그치자 모래 둑에 넘치던 물 줄어들어

崩莎臥柳露全根(붕사와류로전근)

무너진 잔디밭에 누운 버드나무 온 뿌리가 다 드러났네.

試携笭箵隨鄰叟(시휴령성수린수)

종다래끼 들고 이웃집 노인老人 따라가

橬取魚兒到日昏(심취어아도일혼)

날 저물도록 어살로 물고기를 잡는구나.

 

[ 제 5 수 ]

絳帖重摹一兩章(강첩중모일양장)

진홍색眞紅色 두루마리에 한두 장章 다시 베껴 쓰고 있는데

書樓紅照已斜陽(서루홍조이사양)

서재書齋로 쓰는 다락을 붉게 비추더니 벌써 해 저무네.

小奴新獻靑藜杖(소노신헌청려장)

어린 종이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를 새로 바치니

行取松陰半晌涼(행취송음반상량)

반半나절 소나무 그늘에서 서늘한 바람을 쐬는구나.

 

[ 제 6 수 ]

連宵雨脚水東西 (련소우각수동서)

여러 날 밤을 계속해서 빗발이 여기저기 퍼붓더니

潦漲潮來上柳堤 (요창조래상류제)

불어난 강물이 버드나무 심은 둑 위로 올라오네.

門外刺舟新有響 (문외자주신유향)

문門밖에서 노 젓는 소리 막 들리더니

帆竿高與屋檐齊(범간고려옥첨제)

높이 솟은 돛대가 처마와 가지런하구나.

 

[ 제 7 수 ]

野老齊來約剪麻(야노제래약전마)

시골 노인老人들 다 같이 와서 삼 베기로 약속約束하더니

斫柴堆石近溪窊(작시퇴석근계와)

시냇가 우묵한 곳 가까이 땔나무 베고 돌을 쌓았네.

草堂自此無遮翳(초당자차무차예)

초가草家집 이제부터 가림막幕이 없어진 셈이니

全露前村八九家(전로전촌팔구가)

앞마을 여덟아홉 집이 다 드러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