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陵 杜甫(소릉 두보). 漫 興 9수 (만 흥 9수)흥겨워서
[ 제 1 수 ]
眼見客愁愁不醒(안견객수수불성),
나그네 시름 눈에 보여 시름에서 깨어나지 못하는데
無賴春色到江亭(무뢰춘색도강정)。
봄빛이 무뢰하게 강가 정자에 이르렀네.
即遣花開深造次(즉견화개심조차),
그래서 꽃들이 성급히 깊은 곳에도 피게 하고
便覺鶯語太丁寧(변각앵어태정녕)。
문득 꾀꼬리가 큰 소리로 울게 당부하였으리.
[ 제 2 수 ]
手種桃李非無主(수종도리비무주),
손수 심은 복숭아와 자두나무 주인이 없는 게 아니며
野老牆低還似家(야로장저환사가)。
시골 늙은이 집은 담장 낮아도 돌아오니 집과 같다네.
恰似春風相欺得(흡사춘풍상기득),
흡사 봄바람이 서로 주인이라고 업신여기는 듯
夜來吹折數枝花(야래취절수지화)。
밤사이 불어와 꽃가지 몇 개 꺾어놓았네.
[ 제 3 수 ]
熟知茅齋絕低小(숙지모재절저소),
내 초가집이 아주 낮고 작음을 잘 알아
江上燕子故來頻(강상연자고래빈)。
강가의 제비가 자주 날아온다네.
銜泥點汙琴書內(함니점오금서내),
진흙을 입에 물어와 거문고와 책 속을 더럽히고
更接飛蟲打著人(갱접비충타저인)。
더욱이 날벌레 잡는다고 내게 부딪친다네.
[ 제 4 수 ]
二月已破三月來(이월이파삼월래),
이월 이미 지나고 삼월이 왔네,
漸老逢春能幾回(점로봉춘능기회)。
나날이 늙어가니 봄날을 몇 번이나 맞을까?
莫思身外無窮事(막사신외무궁사),
몸 밖의 끝이 없는 일들은 생각하지 말고
且盡生前有限杯(차진생전유한배)。
우선 살아 있는 동안 많지 않은 술 마셔버리세.
[ 제 5 수 ]
斷腸春江欲盡頭(단장춘강욕진두) :
애끊는 봄날의 강, 강둑길이 끝나는 곳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립방주) :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방초 우거진 물가에 서다.
顚狂柳絮隨風舞(전광유서수풍무) :
미친 듯 날리는 버들개지는 바람 따라 춤추고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
가볍고 얇은 복사꽃은 물을 따라 흘러만 가는구나.
[ 제 6 수 ]
懶慢無堪不出村(나만무감불출촌),
게으름을 이겨내지 못해 마을에 나가지 않고
呼兒日在掩柴門(호아일재엄시문)。
아이 불러 해 떠있어도 사립문 닫으라한다.
蒼苔濁酒林中靜(창태탁주림중정),
푸른 이끼 위에서 탁주 마시니 숲은 고요한데
碧水春風野外昏(벽수춘풍야외혼)。
푸른 강에 봄바람 불고 들판은 어두워지네.
[ 제 7 수 ]
糝徑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버들개지가 쌀가루처럼 깔린 길은 흰 담요를 펼친 듯하고
點溪荷葉疊青錢(점계하엽첩청전)。
연잎 흩어져 있는 시내에는 푸른 동전을 포개놓은 듯하네.
筍根稚子無人見(순근치자무인견),
죽순의 뿌리는 거들떠보는 사람 없고
沙上鳧雛傍母眠(사상부추방모면)。
모래 위의 오리 새끼는 어미 곁에서 잠이 드네.
[ 제 8 수 ]
舍西柔桑葉可拈(사서유상엽가념),
집 서쪽에 부드러운 뽕잎은 손으로 집을 만하고
江畔細麥復纖纖(강반세맥부섬섬)。
강변의 가는 보리 다시 가냘프고 여려졌네.
人生幾何春已夏(인생기하춘이하),
인생 그 얼마인가, 봄은 이미 여름 되니
不放香醪如蜜甜(불방향료여밀첨)。
꿀처럼 향기로운 술잔 놓지 않으리.
[ 제 9 수 ]
隔戶楊柳弱嫋嫋(격호양류약뇨뇨),
사립문 사이에 버드나무 부드러워 하늘거리니
恰似十五女兒腰(흡사십오녀아요)。
마치 열다섯 살 계집아이의 허리 같구나.
誰謂朝來不作意(수위조래부작의),
그 누가 아침이 오는 것을 마음 쓰지 않는다고 말했나?
狂風挽斷最長條(광풍만단최장조)。
사나운 바람이 가장 긴 가지를 끌어당겨 끊어버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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