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柳先生 陶淵明(오류선생 도연명). 擬 古 9수(의 고 9수) 옛것을 본뜸
[ 제 1 수 ]
榮榮窓下蘭(영영창하란) : 무성한 창 밑에는 난초
密密堂前柳(밀밀당전류) : 빽빽한 대청 앞 버들이라.
初與君別時(초여군별시) : 처음 그대들과 헤어질 때는
不謂行當久(불위행당구) : 갈 길이 오래라 생각하지 않았어라.
出門萬里客(출문만리객) : 문을 나선 만리길 나그네
中道逢嘉友(중도봉가우) : 도중에 좋은 친구 만났어라
未言心先醉(미언심선취) : 말 하기 전에 마음 먼저 취했지
不在接杯酒(불재접배주) : 술잔을 같이 들어서가 아니었어라.
蘭枯柳亦衰(란고류역쇠) : 난초 말라 버리고 버들도 쇠락하여
遂令此言負(수령차언부) : 마침내 말을 저버리게 되었어라.
多謝諸少年(다사제소년) : 진정 젊은이들에게 일르노니
相知不忠厚(상지불충후) : 남을 알아 줌이 충후하지 못하여라.
意氣傾人命(의기경인명) : 의기 드러어 목숨도 내놓은 터에
離隔復何有(이격복하유) : 떨어져 버린들 상관이 있으랴.
[ 제 2 수 ]
辭家夙嚴駕(사가숙엄가) : 집을 떠나 일찍이 떠날채비 갖춤은
當往至無終(당왕지무종) : 무종의 땅을 향해 가려는 것이라오
問君今何行(문군금하행) : 묻노니, 그대 지금 어디로 가는가
非商復非戎(비상복비융) : 송나라도 아니고 서융 또한 아니라오
聞有田子春(문유전자춘) : 듣건데, 전자춘이란 사람 있는데
節義爲士雄(절의위사웅) : 절의가 사나이 중의 으뜸이었다오
斯人久已死(사인구이사) : 이런 사람 오래 전에 죽고
鄕里習其風(향리습기풍) : 고향에서는 그의 기풍을 이어받았소
生有高世名(생유고세명) : 살아서는 세상에 뛰어난 이름 있었고
旣沒傳無窮(기몰전무궁) : 죽고나서는 무궁토록 전하여졌었소
不學狂馳子(불학광치자) : 못배워 미친듯이 달리는 자들은
直在百年中(직재백년중) : 그냥 살아서 남아들 있다오
[ 제 3 수 ]
仲春遘時雨(중춘구시우) : 한 봄에 때에 맞는 비 만나
始雷發東隅(시뢰발동우) : 동쪽 모롱이에 첫 우뢰 소리
衆蟄各潛駭(중칩각잠해) : 뭇 벌레들 잠에서 놀라깨어
草木從橫舒(초목종횡서) : 초목은 여기저기로 뻗어간다
翩翩新來燕(편편신래연) : 펄펄나는 갓 돌아온 제비들
雙雙入我廬(쌍쌍입아려) : 쌍쌍이 내 움막집으로 날아든다
先巢故尙在(선소고상재) : 처음 둥지는 물론 그대로 있어
相將還舊居(상장환구거) : 서로 이끌면서 옛 두지로 돌왔구나
自從分別來(자종분별래) : 헤어지고 난 이래로
門庭日荒蕪(문정일황무) : 뜰은 날로 황폐해졌도다
我心固匪石(아심고비석) : 내 마음이 본래 돌이 아닌데
君情定何如(군정정하여) : 그대들의 심정은 정녕 어떠하리오
[ 제 4 수 ]
迢迢百尺樓(초초백척루) : 높이 치솟은 백 척의 누각
分明望四荒(분명망사황) : 사방 끝까지가 다 내다보이는구나
暮作歸雲宅(모작귀운택) : 저녁에는 돌아가는 구름의 집
朝爲飛鳥堂(조위비조당) : 아침에는 나는 새들의 대청이구나
山河滿目中(산하만목중) : 산천은 눈 안에 가득 차고
平原獨茫茫(평원독망망) : 평평한 들판은 홀로 망망하구나
古時功名士(고시공명사) : 옛날 공명 쫓던 선비들
慷慨爭此場(강개쟁차장) : 강개에 차 이 싸움터에서 다투다
一旦百歲後(일단백세후) : 하루 아침에 평생을 마친 후
相與還北邙(상여환북망) : 모두가 같이 북망산으로 돌아갔구나
松柏爲人伐(송백위인벌) : 소나무와 전나무는 베어져 버리고
高墳互低昻(고분호저앙) : 높은 무덤이 서로 울퉁불퉁하도다
頹基無遺主(퇴기무유주) : 무너진 무덤터에는 주인 없으니
游魂在何方(유혼재하방) : 떠도는 혼은 어느 곳에 있는가
榮華誠足貴(영화성족귀) : 영화는 정녕 귀하게 여길만 하나
亦復可憐傷(역복가련상) : 역시 또한 가련하고 슬프기도 하여라
[ 제 5 수 ]
東方有一士(동방유일사) : 동방에 어떤 선비 있어
被服常不完(피복상불완) : 입는 옷도 항상 온전하지 못하다
三旬九遇食(삼순구우식) : 한달에 아홉 차례만 밥을 먹고
十年著一冠(십년저일관) : 10년 동안 관 하나 쓰고 지낸다
辛勤無此比(신근무차비) : 괴로움이 그 이상 더할 수 없어도
常有好容顔(상유호용안) : 언제나 좋은 얼굴 지니고 있었도다
我欲觀其人(아욕관기인) :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
晨去越河關(신거월하관) : 새벽에 떠나 황하 관문을 넘어 왔도다
靑松夾路生(청송협로생) : 푸른 솔들은 길을 끼고 나있고
白雲宿簷端(백운숙첨단) :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러 있도다
知我故來意(지아고래의) : 내가 우정 찾아간 뜻 알고
取琴爲我彈(취금위아탄) : 거문고 집어들고 나를 위해 타는구나
上絃驚別鶴(상현경별학) : 먼젓 가락은 이별하는 학을 놀라게 하고
下絃操孤鸞(하현조고란) : 뒤의 가락은 외로운 난새를 춤추게 했도다
願留就君位(원류취군위) : 원컨대, 머물러 있으면 그대 앞에 살고
從今至歲寒(종금지세한) : 지금부터 올 해의 추위가 이를 때까지 지내고 싶어라
[ 제 6 수 ]
蒼蒼谷中樹(창창곡중수) : 푸르고 푸른 골짜기 속 나무들
冬夏常如玆(동하상여자) : 겨울 여름 없이 언제나 이와 같구나
年年見霜雪(년년견상설) : 해마다 이슬과 서리 받는데
誰謂不知時(수위불지시) : 그 누가 철을 모른다 말하겠는가
厭聞世上語(염문세상어) : 세상에 나도는 말들 싫도록 들었으니
結友到臨淄(결우도임치) : 친구를 사귀려면 임치로 가야하리
稷下多談士(직하다담사) : 직하에는 이야기꾼 많기도 하다
指彼決吾疑(지피결오의) : 그들을 가리켜 나의 의심을 풀자
裝束旣有日(장속기유일) : 여장을 차린 지 이미 여러 날
已與家人辭(이여가인사) : 이미 집안 사람들 하직하였도다
行行停出門(행행정출문) : 어정거리다 문 밖 나서기를 그만두고
還坐更自思(환좌경자사) : 돌아와 앉아서 다시 혼자 생각하노라
不怨道里長(불원도리장) : 갈 길 멀다고 탓하는 것 아니고
但畏人我欺(단외인아기) : 다만 남이 나를 속일까 두려워라
萬一不合意(만일불합의) : 만에 하나 뜻이 맞지 않는다면
永爲世笑嗤(영위세소치) : 영영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는 것이라
伊懷難具道(이회난구도) : 속 마음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
爲君作此詩(위군작차시) : 그대를 위해 이 시를 지었노라
[ 제 7 수 ]
日暮天無雲(일모천무운)
해 저무는 하늘에 구름한 점 없고
春風扇微和(춘풍선미화)
봄바람이 부채로 부친 듯 온화 하네
佳人美淸夜(가인미청야)
미인은 아름답고 청초한 밤에
達曙酣且歌(달서감차가)
밤을 새며 술 마시고 노래한다오
歌竟長歎息(가경장탄식)
노래를 마치고 장탄식을 하는데
持此感人多(지차감인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물클하게 한다네
皎皎雲間月(교교운간월)
달빛은 구름사이에 교교하게 비치고
灼灼葉中華(작작엽중화)
나뭇잎 속엔 반짝이는 꽃들이 환하네
豈無一時好(개무일시호)
누군들 어찌 한 때는 어여쁘지 않을까
不久當如何(북구당여하)
금방 시들어 버리니 이를 어쩌겠소만
[ 제 8 수 ]
少時壯且厲(소시장차려) :
젊을 적에는 힘차고 강하여
撫劍獨行遊(무검독행유) :
검을 잡고 혼자서 나다녔었노라
誰言行遊近(수언행유근) :
나다닌 게 가까웠다 누가 말하는가
張掖至幽州(장액지유주) :
장액에서 유쥬까지 갔었도다
飢食首陽薇(기식수양미) :
주리면 수양산 고사리 먹고
渴飮易水流(갈음역수류) :
목마르면 역수 흐르는 물 마셨도다
不見相知人(불견상지인) :
아는 사람은 못만나고
惟見古時丘(유견고시구) :
오직 옛 무덤 봤을 뿐
路邊兩高墳(로변양고분) :
길 가의 두 개 높은 봉분
伯牙與莊周(백아여장주) :
백아와 장주였도다
此士難再得(차사난재득) :
이 선비들 다시 만나기 어려워
吾行欲何求(오행욕하구) :
나는 다니면서 무엇을 찾으려는가
[ 제 9 수 ]
種桑長江邊(종상장강변) :
뽕나무 장강 가에 심고서
三年望當採(삼년망당채) :
3년을 두고 마땅히 따게 되기 바랐다
枝條始欲茂(지조시욕무) :
가지와 잎이 비로소 무성해지려는데
忽値山河改(홀치산하개) :
홀연히 산과 물이 바뀌는 경우를 당했다
柯葉自摧折(가엽자최절) :
가지와 잎은 꺾이고 부러져
根株浮滄海(근주부창해) :
뿌리와 밑둥은 푸른 물에 떠올랐도다
春蠶旣無食(춘잠기무식) :
봄누에 이미 먹을 것 없으니
寒衣欲誰待(한의욕수대) :
겨울옷은 누구한테서 얻어 입으려나
本不植高原(본불식고원) :
본래 높은 언덕에 심지 않았으니
今日復何悔(금일복하회) :
오늘에 와서 다시 무엇을 후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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