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 서거정(1420)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醉謌行(취가행) 취하여 짓다

산곡 2024. 4. 24. 22:02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醉謌行(취가행) 취하여 짓다

 

鳧何苦短鶴何長(부하고단학하장)

오리 다린 왜 짧으며 학은 왜 긴지

蚿何有餘蘷不足(현하유여기불족)

노래기 발은 왜 너무 많고 기(蘷)발은 왜 부족한지

物理由來自不齊(물리유래자불제)

사물의 이치가 워낙 가지런치 못하니

天公天公多戱劇(천공천공다희극)

조물주여, 조물주여, 장난이 심하네

折長補短我無術(절장보단아무술)

내게는 긴 것 잘라 짧은데 보충할 재주가 없고

損之益之我無策(손지익지아무책)

내게는 빼고 더할 방책도 없구나

夷齊饑夭兮盜跖壽富(이제기요혜도척수부)

백이ㆍ숙제는 굶어 요사하고 도척은 오래 살고 풍족하고

秦隋暴興兮鄒魯窮阨(진수폭흥혜추로궁액)

진ㆍ수는 폭정을 해도 흥하고 추ㆍ노는 궁해 빠졌고 운수도 나빴다

仁未必壽德未位(인미필수덕미위)

어진 자가 반드시 오래 살지 못하고 덕 있는 자가 벼슬을 얻지 못하고

淫未必禍善未福(음미필화선미복)

악한 자가 앙화 받지 않고 선한 자가 복받지 못하거늘

老蒼黙黙懸在上(로창묵묵현재상)

하늘은 그저 묵묵히 위에서 굽어보고만 있으니

我胡爲乎徒惻惻(아호위호도측측)

내 어이 이렇듯 슬퍼하는가

劉伯倫賀季眞 ?(류백륜하계진)

유백륜ㆍ하계진(하지장)은

古來賢達推第一(고래현달추제일)

예로부터 현달의 첫째로 치는데

但愛醇醪不離口(단애순료불리구)

다만 술을 사랑하여 입에서 떼지 않고

世間萬事皆外物(세간만사개외물)

인간의 만사를 다 외물로 여겼네

功名富貴皆筌蹄(공명부귀개전제)

공명과 부귀가 모두 다 전제일뿐

生死醉鄕能事畢(생사취향능사필)

취향에 나고 죽으면 그저 만족하련다

君不見四佳老人性本愚(군불견사가로인성본우)

그대는 못 보았나. 사가노인이 성품이 본시 어리석어서

是非善惡都不別(시비선악도불별)

시비와 선악을 도무지 구별치 못함을

有酒則飮無則沽(유주칙음무칙고)

술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사다가 퍼 마시고

日醉嗚嗚雙耳熱(일취오오쌍이열)

날마다 취하여 웅얼거리니 두 귀가 화끈화끈 뜨거운데

兩鬢胡爲白如雪(량빈호위백여설)

어쩌다 두 귀밑머리 눈 같이 희어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