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난고 김병연(1807) 98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山村學長(조산촌학장)산골 훈장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山村學長(조산촌학장) 산골 훈장을 놀리다 山村學長太多威(산촌학장태다위)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高着塵冠揷唾排(고착진관삽타배)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大讀天皇高弟子(대독천황고제자)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尊稱風憲好明주(존칭풍헌호명주)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每逢兀字憑衰眼(매봉올자빙쇠안)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輒到巡杯籍白鬚(첩도순배적백수)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一飯횡堂生色語(일반횡당생색어)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今年過客盡楊州(금년과객진양주)올해 나그네는 모두가 서울 사람이라 하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訓長(훈장) 훈장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訓長(훈장) 훈장 世上誰云訓長好(세상수운훈장호)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無烟心火自然生(무연심화자연생)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曰天曰地靑春去(왈천왈지청춘거)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云賦云詩白髮成(운부운시백발성)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雖誠難聞稱道賢(수성난문칭도현)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暫離易得是非聲(잠리이득시비성)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掌中寶玉千金子(장중보옥천금자)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請囑撻刑是眞情(청촉달형시진정)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 마음일세. *김삿갓은 방랑 도중 훈장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훈장에 대한 그의 감정은 호의적 이지 못해서 얄팍한 지식으로 식자(識者)인 체하는 훈장을 ..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送鍾城使君 2(송종성사군 2) 종성 사군을 전송하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送鍾城使君 2(송종성사군 2) 종성 사군을 전송하다  苔篆剝殘漫古墟(태전박잔만고허)이끼 글자 부스러진 아득한 옛 터전에  高麗之境問何如(고려지경문하여)고려 나라 지경은 묻노라 어떠하뇨 尋常石砮行人得(심상석노행인득)예사인 양 행인이 석노 촉을 주어가니 此是周庭舊貢餘(차시주정구공여)이게 바로 주 나라에 공납한 나머질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訓戒訓長(훈계훈장) 훈장을 훈계하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訓戒訓長(훈계훈장) 훈장을 훈계하다 化外頑氓怪習餘(화외완맹괴습여)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文章大塊不平噓(문장대괴불평허)문장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蠡盃測海難爲水(여배측해난위수)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牛耳誦經豈悟書(우이송경기오서)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含黍山間奸鼠爾(함서산간간서이)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凌雲筆下躍龍余(능운필하약용여)나는 날아 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罪當笞死姑舍己(죄당태사고사기)네 잘못이 매 맞아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敢向尊前語詰踞(감향존전어힐거)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말장난 말라.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서당을 찾아가니 마침 훈장은 학동들에게 고대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人自嘲(노인자조)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人自嘲(노인자조)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八十年加又四年(팔십년가우사년)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非人非鬼亦非仙(비인비귀역비선)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脚無筋力行常蹶(각무근력행상궐)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眼乏精神坐輒眠(안핍정신좌첩면)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思慮語言皆妄靈(사려어언개망령)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猶將一縷線線氣(유장일루선선기)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悲哀歡樂總茫然(비애환락총망연)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키만 한데時閱黃庭內景篇(시열황정내경편)이따금 황정경 내경편을 읽어보네.  *김삿갓이 노인의 청을 받아 지은 것으로, 기력이 쇠해서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도가(道家)의 경전을 읽으며 허무..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吟(노음) 늙은이가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老吟(노음) 늙은이가 읊다  五福誰云一曰壽(오복수운일왈수)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堯言多辱知如神(요언다욕지여신)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舊交皆是歸山客(구교개시귀산객)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新少無端隔世人(신소무단격세인)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筋力衰耗聲似痛(근력쇠모성사통)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胃腸虛乏味思珍(위장허핍미사진)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內情不識看兒苦(내정부식간아고)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謂我浪遊抱送頻(위아랑유포송빈)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으며 장수하 면 욕된 일이 많아 진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喪配自輓(상배자만) 아내를 장사지내고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喪配自輓(상배자만) 아내를 장사지내고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遇何晩也別何催(우하만야별하최)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未卜其欣只卜哀(미복기흔지복애)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祭酒惟餘醮日釀(제주유여초일양)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襲衣仍用嫁時裁(습의잉용가시재)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窓前舊種少桃發(창전구종소도발)창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簾外新巢雙燕來(염외신소쌍연래)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賢否卽從妻母問(현부즉종처모문)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其言吾女德兼才(기언오녀덕병재)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自顧偶吟(자고우음)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自顧偶吟(자고우음)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笑仰蒼穹坐可超(소앙창궁좌가초)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回思世路更超超(회사세로경초초)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居貧每受家人謫(거빈매수가인적)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亂飮多逢市女嘲(난음다봉시녀조)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萬事付看花散日(만사부간화산일)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一生占得月明宵(일생점득월명소)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也應身業斯而已(야응신업사이이)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漸覺靑雲分外遙(점각청운분외요)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卽吟(즉음) 즉흥적으로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卽吟(즉음) 즉흥적으로 읊다  坐似枯禪反愧髥(좌사고선반괴염)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風流今夜不多兼(풍류금야부다겸)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燈魂寂寞家千里(등혼적막가천리)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月事肅條客一첨(월사숙조객일첨)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紙貴淸詩歸板粉(지귀청시귀판분)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肴貧濁酒用盤鹽(효빈탁주용반염)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瓊거亦是黃金販(경거역시황금판)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莫作於陵意太廉(막작어릉의태염)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思鄕(사향) 고향 생각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思鄕(사향)고향 생각 西行己過十三州(서행기과십삼주)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此地猶然惜去留(차지유연석거유)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雨雪家鄕人五夜(우운가향인오야)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山河逆旅世千秋(산하역려세천추)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莫將悲慨談靑史(막장비개담청사)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須向英豪問白頭(수향영호문백두)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玉館孤燈應送歲(옥관고등응송세)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夢中能作故園遊(몽중능작고원유)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