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232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博(박) 장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博(박) 장기  酒老詩豪意氣同(주로시호의기동) 술친구나 글친구들이 뜻이 맞으면戰場方設一堂中(전장방설일당중)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飛包越處軍威壯(비포월처군위장)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猛象준前陳勢雄(맹상준전진세웅)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直走輕車先犯卒(직주경차선범졸)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橫行駿馬每窺宮(횡행준마매규궁)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殘兵散盡連呼將(잔병산진연호장)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二士難存一局空(이사난존일국공)두 사가 견디다 못해 장기판을 쓸어 버리네. *주객(酒客)과 시우(詩友)가 대청 마루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읊었다. 포(包), 상(象), 차(車), 마(馬)의 활약..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偶吟(우음) 우연히 시로 읊다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偶吟(우음) 우연히 시로 읊다 時候忽已徂(시후홀이조) : 계절은 벌써 바뀌어明月又秋風(명월우추풍) : 밝은 달과 가을바람이네.孤懷攬逝雲(고회람서운)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척척비서동)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風雨日以至(풍우일이지)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咫尺間山川(지척간산천) : 지척간도 산천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老槐高百尺(노괴고백척) : 오래된 괴화나무 높이가 백 척이고飛花過墻翩(비화과장편)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搴花咏所思(건화영소사)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悵然心莫展(창연심막전)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籜石眷幽寂(탁석권유적) : 죽순 난 돌은 한적하고 그윽한 곳 그..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憂 來 5 (우 래) 근심이 밀려오니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憂 來 5 (우 래) 근심이 밀려오니 醉登北山哭(취등북산곡) 취해 북산에 올라가 크게 소리 내어 우니 哭聲干蒼穹(곡성천창궁) 슬피 우는 소리 맑고 푸른 하늘까지 사무치네. 傍人不解意(방인불해의) 곁사람 내 속뜻도 알지 못하고 謂我悲身窮(위아비신궁) 나더러 신세가 가난하고 어려워서 슬퍼한다네.

弘齋 正祖(홍재 정조). 慶會樓池(경회루지) 경회루 연못에서

弘齋 正祖(홍재 정조).   慶會樓池(경회루지) 경회루 연못에서 百架高樓尙舊基 (백가고루상구기)일백 시렁으로 이루어진 높은 누각樓閣은 아직도 옛 집터이고 十尋紋礎此深池 (십심문초차심지)열 길 속 무늬가 들어 있는 주춧돌은 이곳이 깊은 연못임을 알려 주네. 我朝開刱規模大 (아조개창규모대)우리 왕조王朝 처음으로 세운 그 틀이 크기도 하니 小子今來燕翼知 (소자금래연익지)이 몸은 이제야 조상이 자손을 편안하게 살도록 도와주셨다는 것을 알았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嬋娟洞(선연동) 선연동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嬋娟洞(선연동) 선연동 嬋娟洞艸賽羅裙(선영동초새라군)선연동의 풀은 비단 치마처럼 곱고 剩粉殘香暗古墳(잉분잔향암고분)진한 분의 남은 향기가 옛 무덤을 감싸네 現在洪娘休詑艶(현재홍랑휴이염)지금의 젊은 여인들 아름답다고 자랑하지 마오  此中無數舊如君(차중무수구여군)이 무덤들 속에 지난날 그대 같았던 여인들이 헤아릴 수 없다오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詠東史 29(영동사 29) 우리나라 역사를 읊다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詠東史 29(영동사 29) 우리나라 역사를 읊다 地定朝鮮四郡羅(지정조선사군라)조선 땅을 평정한 뒤에 사군을 설치하니 浪屯旣設又菟番(랑둔기설우도번)낙랑과 임둔은 이미 설치되어 있었고 또 현도와 지번을 세웠네 分封將相通商旅(분봉장상통사여)장수와 재상들에게 땅을 나누어 제후로 봉하고 상인들이 오가니 化變仁賢盜賊多(화변인현도적다)어질고 현명했던 풍속이 변해 도적이 많아졌구나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到右水營閱三鎭戰艦(도우수영열삼진전함)우수영에 이르러 세 진의 전함을 둘러보다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到右水營閱三鎭戰艦(도우수영열삼진전함)우수영에 이르러 세 진의 전함을 둘러보다 斜日朱旗閃遠空 (사일주기섬원공)해 질 녘 붉은 깃발이 먼 하늘에서 나부낄 때 柂樓看劍坐秋風 (이루간검좌추풍)가을바람 부는 망루望樓에서 칼 차고 앉아서 바라보네. 淸霜洗海如明鏡 (청상세해여명경)맑은 서리가 바다를 씻겨 주니 맑은 거울 같은데 高視扶桑一路通 (고시부상이로통)한 줄기로 곧장 통하는 해 뜨는 동쪽 바다를 멀리 바라보네.

潛叟 朴世堂[잠수 박세당]. 觀豐亭(관풍정) 관풍정

潛叟 朴世堂[잠수 박세당].    觀豐亭(관풍정) 관풍정 引注山泉百折回(인주산천백절회)여러 번 꺾고 굽이굽이 돌며 산의 샘물을 끌어다 대어 水田高下間棲臺(수전고하간서대)높고 낮은 무논 사이에 누대가 있네 想看秋日黃雲滿(상간추일황운만)가을날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가득할 것을 생각하니 始信君王重食來(시신군왕중식래)양식을 중히 여기는 임금을 비로소 믿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