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1762)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肩輿歎(견여탄) 가마꾼

산곡 2023. 6. 16. 06:37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肩輿歎(견여탄) 가마꾼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사람들이 가마 타기 좋은 줄만 알고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가마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

肩輿上峻阪(견여산준판)

가마 메고 높은 비탈을 오를 적엔

捷若躋山麌(첩약제산우)

빠르기가 산 오르는 사슴과 같고

肩輿下懸崿(견여불현악)

가마 메고 낭떠러지를 내려갈 적엔

沛如歸苙羖(패여귀립고)

우리로 돌아가는 양처럼 쏜살같으며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가마 메고 깊은 구덩일 뛰어넘을 땐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다람쥐가 달리며 춤추는 것 같다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바위 곁에선 살짝 어깨를 낮추고

窄徑敏交股(착경민교복)

좁은 길에선 민첩하게 다리를 꼬기도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절벽에서 깊은 못을 내려다보면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놀라서 넋이 달아날 지경이건만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평탄한 곳처럼 신속히 달리어라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귓구멍에 씽씽 바람이 이는 듯하니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이 때문에 이 산에 노닐 적엔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이 낙을 반드시 먼저 꼽는다오

紆回得官帖(우회득관점)

멀리 돌아서 관첩*을 얻어 오는데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역속들이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더구나 너희야 역마 타고 부임하는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한림학사를 누가 감히 업신여기랴

領吏操鞭扑(영이조편복)

통솔하는 아전은 채찍과 매를 쥐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우두머리 중은 대오를 정돈하여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영접 하는 덴 시한을 어기지 않고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가는 데는 엄숙히 서로 뒤따라서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헐떡이는 숨소리는여울 소리에 섞이고

汗漿徹襤褸(오장철람누)

땀국은 헌 누더기에 흠뻑 젖누나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움푹 팬 곳 건널 땐 옆 사람이 받쳐 주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험한 곳 오를 땐 앞사람이 허리 굽히네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새끼 에 눌려 어깨엔 홈이 생기고

觸石跰未癒(촉석견미유)

돌에 부딪쳐 멍든 발은 낫지를 않네

自瘁以寧人(자치이영인)

스스로 고생하여 남을 편케 함이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당나귀나 말과 다를 것이 없구나

爾我本同胞 (이아본동포)

너와 나는 본시 같은 민족으로서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하늘의 조화를 똑같이 타고났건만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네 어리석어(안타까움) 이런 천역(천한 노동)을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내가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오(설의법)

吾無德及汝(오무덕급녀)

나는 너에게 덕 입힌 것 없는데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어찌 너희 은혜만 받는단 말이냐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형(지배층)이 아우(피지배층)를 불쌍히 안 여기면

慈衷無乃怒(자쇠무내노)

부모(임금님) 마음에 노여워하지 않겠는가

僧輩猶哿矣(승배유가의)

중의 무리는 그래도 괜찮거니와

哀彼嶺下戶(애피령불호)

저 산 밑의 민호들이 애처롭구나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큰 지렛대 쌍마(두 마리로 짝을 지은)의 가마에다가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온 마을 사람들은 복마꾼 참마꾼 으로 동원하네

被驅如犬鷄(피구여태계)

개와 닭처럼 마구 몰아대니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으르는 소리 시호보다 고약 하도다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가마 타는 덴 옛 경계 있는데도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이 도리를 분토처럼 버린지라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김매던 자는 호미를 놓아 버리고

飯者哺而吐(반자포이토)

밥 먹던 자는 먹던 밥을 뱉고서

無辜遭嗔喝(무고조진갈)

아무 죄 없이 꾸짖음을 당하면서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만 번 죽어도 머리만 조아리어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가까스로 어려움을 넘기고 나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어허, 그제야 노략질을 면하도다.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가마 탄 자 한마디 위로도 없이

浩然揚傘去(호연샹산거)

호연히(훌쩍) 일산 드날리며(양산 드날리며) 떠나가거든

力盡返其畝(력진근기무)

힘이 다 빠진 채 밭으로 돌아와선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실낱 같은 목숨 시름 시름 하누나

欲作肩輿圖(욕작견여도)

내 이 때문에 견여도를 그려 내어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려고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