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谷 李珥 (율곡 이이). 出東門(출동문) 동문을 나서며
乾坤孰開闢(건곤숙개벽)
하늘과 땅은 누가 열었으며,
日月誰磨洗(일월수마세)
해와 달은 또 누가 갈고 씻었느냐.
山河旣融結(산하기융결)
산과 내는 이미 얽혀져 있고,
寒署更相遞(한서갱상체)
추위와 더위는 서로 교대한다.
吾人處萬類(오인처만류)
우리네 사람은 만물에 처하여,
知識最爲巨(지식최위거)
지식이 가장 으뜸 가노라.
胡爲類匏瓜(호위류포과)
어찌 한 곳에 매달린 조롱박처럼 되어,
戚戚迷處所(척척미처소)
쓸쓸하게 한 처소에 매여 있으랴.
八荒九州間(팔황구주간)
팔방과 구주 사이에,
優遊何所阻(우유하소조)
어디가 막혀서 자유로이 놀지 못하랴.
春山千里外(춘산천리외)
저 봄빛 띤 산천리 밖으로
策杖吾將去(책장오장거)
지팡이 짚고 내 장차 떠나가리.
伊誰從我者(이수종아자)
나를 따를 자 그 누구일고,
薄暮空延佇(박모공연저)
저녁나절 부질없이 서서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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