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매월당 김시습(1435) 99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無 題(무제) 제목없이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無 題(무제) 제목없이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雨中悶極(우중민극)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雨中悶極(우중민극)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夜 深(야심)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夜 深(야심)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老境(노경) 늙바탕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老境(노경) 늙바탕 老境侵尋近(노경침심근) 늙바탕이 차츰차츰 다가오건만還嗟識事稀(환차식사희) 더욱 인생사 아는 것이 적음을 탄식하네. 眼昏難辨物(안혼난변물) 눈은 흐릿해 물건을 분별하기 어렵고耳聵不知譏(이외부지기) 귀도 어두워 조롱을 알지 못하네.炕煖惟耽睡(항난유탐수) 구들은 따뜻하니 자는 것에 빠지고요蔬甘可療飢(소감가료기) 나물은 달아서 요기를 할 만하도다.人間多少事(인간다소사) 인간 세상의 이런 저런 일들이方覺頗相違(방각피상위) 이제야 자못 서로 어긋남을 알았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水落殘照(수락잔조)수락산저녁노을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水落殘照(수락잔조)수락산저녁노을 一點二點落霞外(일점이점낙하외) : 한점두점 떨어지는 저녁노을 저멀리三介四介孤鶩歸(삼개사개고목귀) : 서너 마리 외로운 따오기 둥지로 돌아가네.峰高利見半山影(봉고이견반산영) : 산봉우리가 높으니 아직도 그늘진 것을 볼 수 있고水落欲露靑苔磯(수락욕노청태기) : 물이 잦아지니 푸른 이끼들이 드러 나려고 하는구나.去雁低回不能度(거안저회불능도) : 돌아가는 기러기는 낮게 날아 산을 넘지 못하고寒鴉欲棲還驚飛(한아욕서환경비) : 갈 까마귀 돌아오려다 도로 놀라서 날아 가네!天外極目意何眼(천외극목의하안) : 하늘 밖으로 눈을 들어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데黔紅倒景搖晴暉(검홍도경요청휘) : 붉은 색이 와 닿는 경치는 맑은 빛이 흔들리누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登大同樓 (등대동루) 대동루에올라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登大同樓 (등대동루) 대동루에올라 大同波上大同樓  無限雲山散不收 (대동파상대동루  무한운산산불수 )대동강 파도 위에 대동루  끝없는 구름낀 산 흩어버리고 거두지 않네 楓落浿江秋水冷  霜淸箕堞暮煙浮 (패락패강추수냉  상청기첩모연부 )단풍 떨어진 패강 가을 물은 찬데  서리 맑은 기자 성가퀴 저녁 연기 떠돈다 白鷗洲畔月千里  黃葦渡頭風滿舟 (백구주반월천리  황위도두풍만주 )흰 갈매기 있는 모래톱 달은 천리   황위의 나룻터 바람은 배에 가득 因憶昔年興廢事  登高一望思悠悠 (인억석년흥폐사  등고일망사유유 ) 먼 옛날 흥망을 생각하며  높이 올라 바라보니 마음만 아득하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왕심연허(枉心煙墟)왕심 연기나는 곳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왕심연허(枉心煙墟)왕심 연기나는 곳 依依墟里靑煙生(의의허리청연생) :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 파란 연기 나고桑柘陰陰鷄犬鳴(상자음음계견명) : 산뽕나무 아래로 닭과 개가 울어대는구나十里麥壟一樣綠(십리맥롱일양록) : 십리 보리밭 이랑이 모두가 파랗고 幾家繅車三兩聲(기가소거삼양성) : 몇 집에서, 두세 번 울리는 고치켜는 소거차 소리 梨花落處白酒香(이화낙처백주향) : 배꽃 떨어지는 곳에 흰 술 익는 향기榕葉蔭中黃鸝鳴(용엽음중황리명) : 용나무 그늘 속에 들이는 꾀꼬리 울음소리老婦城裏賣菜還(노부성리매채환) : 늙은 부인 성안에서 채소 팔고 돌아오니兒童喜迓跳柴荊(아동희아도시형) : 아이들은 기뻐 맞으며 사립문으로 달려간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운주루(運籌樓)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운주루(運籌樓) 却敵奇謀樽俎間(각적기모준조간) : 적 물리치는 기묘한 작전 술잔치에 있고熊羆帳外列成班(웅비장외열성반) : 곰 같은 용맹한 것들이 장막 밖에 열지어 있다.山城風勁琱弓健(산성풍경조궁건) : 산성에 바람 거세나 옥으로 새긴 활이 튼튼하고海國煙消白馬閒(해국연소백마한) : 바다에 안개 사라지니 백마도 한가롭다車騎燕然初勒石(거기연연초늑석) : 거기 장군은 연연산에 처음 돌에 새겼고伏波交趾已征蠻(복파교지이정만) : 복파 장군은 교지에서 이미 오랑캐 정벌했다運籌壯策人如問(운주장책인여문) : 계획을 썻던 큰 책략을 사람이 묻는다면刀斗收聲門不關(도두수성문불관) : 조두는 소리 없고 관문도 닫지 않았다 하라.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牛頭原 (우두원) 우두원에서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牛頭原 (우두원) 우두원에서  牛頭原上暮煙收(우두원상모연수) : 우두원에 저문 연기 걷히고萬頃黃雲麥隴秋(만경황운맥롱추) : 넓은 들판 누런 구름, 보리두렁 가을이라白鳥一雙飜落日(백조일쌍번낙일) : 흰 새 한 쌍이 지는 해에 날아간다蒼波十里送歸舟(창파십리송귀주) : 십리 긴, 푸른 물결에 떠나는 배 보내니江山處處詩添興(강산처처시첨흥) : 강산 여기저기에 시 짓기에 더욱 흥겨웁고風月年年酒解愁(풍월년년주해수) : 해마다 풍월은 술 마시어 근심을 풀어준다野水斷橋村逕曲(야수단교촌경곡) : 다리 끊긴 들판 물에 시골 길은 굽어있고牧童相喚穩騎牛(목동상환온기우) : 목동은 서로 부르며 평온히 소 타고 돌아온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灌 蔬 (관 소)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灌 蔬 (관 소)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