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 8수 (견흥 8수)

산곡 2022. 10. 24. 17:03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  8수 (견흥 8수)

 

[ 제 1 수 ] 

梧桐生嶧陽(오동생역양)

역양산 오동나무

幾年倣寒陰(기년방한음)

한음속에 수많은 세월 견디어왔네

幸遇稀代工(행우희대공)

다행히 뛰어난 장인을 만나

劚取爲鳴琴(촉취위명금)

소리 좋은 거문고가 되었네

琴成彈一曲(금성탄일곡)

마음을 다해 한 곡조 탔건만은

擧世無知音(거세무지음)

온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네

所以廣陵散(소이광릉산)

이래서 광릉산의 거문고 곡조

終古聲堙沈(종고성인침)

천고의 소리는 묻혀 사라졌다네

 

[ 제 2 수 ] 

鳳凰出丹穴(봉황출단혈)

단혈에서 나온 봉황

九苞燦文章(구포찬문장)

아홉 빛깔 깃털이 찬란하구나

覽德翔千仞(람덕상천인)

너흘너흘 천길을 날아오르며

噦噦鳴朝陽(홰홰명조양)

아침 햇살 받으며 우는구나

稻梁非所求(도량비소구)

곡식 따윈 쳐다보지 않고

竹實乃其飡(죽실내기손)

오로지 죽실 만 먹네

奈何梧桐枝(나하오동지)

어이타 오동나무 가지에

反棲鴟與鳶(반서치여연)

올빼미 솔개만 터를 잡느뇨

 

[ 제 3 수 ] 

我有一端綺(아유일단기)

내게 아름다운 비단 한필이 있어

拂拭光凌亂(불식광능난)

먼지를 털어내면 맑은 윤이 났었죠

對織雙鳳凰(대직쌍봉황)

봉황새 한쌍이 마주보며 수놓여 있어

文章何燦爛(문장하찬란)

반짝이는 그 무늬가 정말 눈부셨지요

幾年篋中藏(기년협중장)

여러해 장롱 속에 간직 하다가

今朝持贈郞(금조지증랑)

아늘 아침 님에게 정표로 드립니다

不惜作君袴(불석작군고)

님의 바지 짓는거야 아깝지 않지만

莫作他人裳(막작타인상)

다른 여인 치맛감으로 주지 마세요

 

[ 제 4 수 ] 

精金凝寶氣(정금응보기)

보배스런 순금으로

鏤作半月光(누작반월광)

반달모양 노리개를 만들었지요

嫁時舅姑贈(가시구고증)

시집올 때 시부모님 주신 거라서

繫在紅羅裳(계재홍라상)

다홍 비단 치마에 매고 다녔죠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오늘 길 떠나시는 님에게 드리오니

願君爲雜佩(원군위잡패)

서방님 증표로 차고 다니세요

不惜棄道上(불석기도상)

길가에 버리셔도 아깝지는 않니만

莫結新人帶(막결신인대)

새 여인 허리띠에는 달아주지 마세요

 

[ 제 5 수 ] 

近者崔白輩(근자최백배)

요즘들어 최경창과 백광훈 등이

攻詩軌盛唐(공시궤성당)

상당의 시법을 받아 시를 읽히니

寥寥大雅音(요요대아음)

아무도 아니 뜨던 대아의 시풍

得此復鏗鏘(득차복갱장)

이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쩡쩡 울리네

下僚困光祿(하료곤광록)

낮은 벼슬아치는 벼슬 노릇이 어렵기만해

邊郡悲積薪(변군비적신)

변방의 고을살이 시름만 쌓이네

年位共零落(연위공령락)

나이 들어 갈수록 벼슬길이 막히니

始信詩窮人(시신시궁인)

시가 사람을 가난케 한단 말을 비로소 믿겠네

 

[ 제 6 수 ]

仙人騎綵鳳(선인기채봉)

선인이 오색 찬란 봉황타고

夜下朝元宮(야하조원궁)

밤에 조원궁에 내려왔네

降幡佛海雲(강번불해운)

붉은 깃발 바다구름 헤치고

霓衣鳴春風(예의명춘풍)

휘황찬란 무지개 옷 봄바람에 너풀거리네

邀我瑤池岑(요아요지잠)

나를 요지로 맞이하고

飮我流霞鐘(음아유하종)

유하주 한잔 내게 권하였네

借我綠玉杖(차아녹옥장)

네게 녹옥장을 건네주어

登我芙蓉峯(등아부용봉)

부용봉 으로 오를 수 있었네

 

[ 제 7 수 ]

客自遠方(유객자원방)

먼 곳에서 온 길손

遺兒雙鯉魚(유아상리어)

나에게 잉어 한 쌍을 주었네

副之何所見(부지하소견)

잉어 배 갈라 보니

中有尺素書(중유척소서)

비단에 쓴 편지 있네

上言長相思(상언장상사)

처음엔 보고싶다 하시곤

下問今何如(하문금하여)

끝에는 잘 지내는지 물으셨네

讀書知君意(독서지군의)

님의 뜻 알고 나선

零淚沾衣裾(영루첨의거)

난 그만 울어 버렸네

 

[ 제 7 수 ]

芳樹藹初綠(방수애초록)

꽃 나무에 푸르름 짙어지고

蘼蕪葉已齊(미무엽이제)

궁궁이 싹은 가지런히 돋았네

春物自硏華(춘물자연화)

봄철이라 화창도 한데

我獨多悲悽(아독다비처)

나는 자꾸 슬픔에 잠기네

壁上五岳圖(벽상오악도)

벽위엔 오악도 걸려있고

牀頭參同契(상두참동계)

상머리엔 창동계 놓여 있으니

煉丹倘有成(연단당유성)

단약이 완성되어 신선이 되면

歸謁蒼梧帝(귀알창오제)

선계로 돌아가 순임금을 뵈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