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계 李滉[퇴계 이황]. 十一月 入淸凉山[11월 입청량산]
동짓달에 청량산에 들어가다
休官處里閭[휴관처리려] :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마을에 살면서
養疾頗相梗[양질파상경] :
병을 다스리려하나 자못 도움이 통하지 않네.
仙山不在遠[선산부재원] :
신선의 산이 멀리 있지 않기에
引脰勞耿耿[인두노경경] :
목 늘여 마음에 잊지않고자 노력하였네.
夜宿孤山庵[야숙고산암] :
고산의 암자에서 밤을 지새고
晨去越二嶺[신거월이령] :
새벽에 나서 두 고개를 넘었네.
俯看積曾冰[부간적증빙] :
숙여 바라보니 이미 얼음이 쌓였고
仰視攢疊穎[앙시찬첩영] :
잇닿아 모인 빼어남 우러러보네.
跨木度奔川[과목도분천] :
나무를 넘고 빠른 내를 건너서
凌兢多所警[능긍다소경] :
두려움이 심하니 많은 곳을 조심하네.
深林太古雪[심림태고설] :
깊은 숲에는 아주 오랜 옛날의 눈이요
白日無纖影[백일무섬영] :
밝은 한낮에도 가는 그림자도 없구나.
側徑滑以阽[측경활이점] :
비뚤어진 지름길은 미끄러워 위태롭고
其下如坑穽[기하여갱정] :
그 아래의 구덩이는 함정 같구나.
行行力已竭[행행력이갈] :
가고 가다보니 힘은 이미 다하고
上上心愈猛[상상심유맹] :
오르고 오르니 마음은 갑자기 유쾌하네.
山僧笑且勞[산승소차로] :
산속 스님 우선 웃으며 위로하고
延我西寮靜[연아서료정] :
나를 서쪽의 조용한 집으로 인도하네.
安神八九日[안신팔구일] :
팔 구일을 마음을 편안히하고
閉戶藏頭頸[폐호장두경] :
출입구 닫고는 머리와 목을 감추었네.
不見滕六怒[불현등륙노] :
물 솟듯한 기세를 죽이며 보이지 않으니
焉知屛翳逞[언지병예령] :
숨어 은퇴한 즐거움 어찌 알리오.
今朝愛日姸[금조애일연] :
오늘 아침 아름다운 해를 사랑하여
策杖巖路永[책장암로영] :
지팡이 짚고 바위 길 가려니 요원하구나.
陟彼揷天嶺[척파삽천령] :
저 중첩한 산은 하늘에 산봉우리 꽃고
宇宙雙眼騁[우주쌍안빙] :
우주에 견주어 회포를 풀며 본다네.
衰筋畏峻極[쇠근외준극] :
쇠한 힘이 두려워 조심하여 높이 다다르니
此願未遽幸[차원미거행] :
이 염원에 어찌 은혜를 베풀지 못할까 ?
躋攀猶少試[제반유소시] :
더위잡고 오르니 오히려 살필것은 적고
顧眄雲千頃[고면운천경] :
다만 천 이랑의 구름만 바라보네.
妙意祗難言[묘의지난언] :
오묘한 정취 다만 말하기를 삼가고
佳處每獨領[가처매독령] :
아름다운 곳 탐내어 홀로 차지하네.
歲律行欲窮[세율행욕궁] :
세월의 법은 행하길 다하려 하는데
不恨身幽屛[불한신유병] :
몸을 가두어 감춘것을 후회하지 않네.
懷哉平生友[회재평생우] :
평생을 가까이 비롯하며 생각하니
使我心怲怲[사아심병병] :
나로 하여금 마음에 근심하고 근심하네.
珍諾未成踐[진락미성천] :
진귀함 따라 밟기를 아직 다 이루지 못하니
遐蹤又難請[하종우난청] :
멀리 좇아 다시 청하기가 어렵구나.
安得此同來[안득차동래] :
편안함 얻어 이에 함께 와서
努力造絶境[노력조절경] :
힘을 다해 멀리 떨어진 땅을 성취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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