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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柳先生 陶淵明(오류선생 도연명). 飲酒 20수(음주 20수) 술을 마시다

산곡 2023. 12. 11. 08:19

五柳先生 陶淵明(오류선생 도연명).     飲酒 20수(음주 20수)  술을 마시다

 

[ 제 1 수 ]

衰榮無定在(쇄영무정재)

영고성쇄는 정해져 있지 않고

彼此更共之(피차갱공지)

피차에 서로 함께 하는 것이라

邵生瓜田中(소생과전중)

소평(召平)의 참외밭 가운데 있는 것이

寧似東陵時(녕사동릉시)

어찌 동릉후(東陵侯) 때 같기야 하겠는가?

寒署有代謝(한서유대사)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오고가듯이

人道每如玆(인도매여자)

사람의 도리도 언제나 같다.

達人解其會(달인해기회)

통달한 사람은 그 이치를 깨우쳐

逝將不復疑(서장부부의)

다시는 의심하지 않는다.

忽與一樽酒(홀여일준주)

문득 한 단지 술과 함께

日夕歡相持(일석환상지)

하루 밤을 즐거이 지낸다.

 

[ 제 2 수 ]

積善云有報(적선운유보)

선한일 많이 하면 하늘이 보상한다 했는데,

夷叔在西山(이숙재서산)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 있었네.

善惡苟不應(선악구불응)

선과 악에 진실로 응보 되지 않는데

何事空立言(하사공립언)

무엇 때문에 부질없이 빈 말을 내세웠는가.

九十行帶索(구십행대삭)

구십살 노인은 새끼줄로 허리띠 매고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기한황당년)

젊은 나이에 굶주림과 추위에 굽힐 수 있으랴.

不賴固窮節(불뢰고궁절)

곤궁하지만 꿋꿋한 절개 아니고서야

百世當誰傳(백세당수전)

먼 후세에 어찌 이름 전하겠는가?

 

[ 제 3 수 ]

道喪向千載(도상향천재)

도가 사라진 지 천년

人人惜其情(인인석기정)

사람마다 그 마음 인색하다.

有酒不肯飲(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먹으려 하지않고

但顧世間名(단고세간명)

그저 속세 명예만 돌아보는구나.

所以貴我身(소이귀아신)

내 몸 귀히 여기는 까닭은

豈不在一生(기부재일생)

어찌 한평생에 있지않을까.

一生復能幾(일생복능기)

한평생 그 또한 얼마나 되겠나

倏如流電驚(숙여류전경)

빠름이 번개에 놀라는 것과 같으니.

鼎鼎百年內(정정백년내)

덧없는 백년 내에서

持此欲何成(지차욕하성)

그 명예를 갖고서 무엇을 얻으리.

 

[ 제 4 수 ]

栖栖失群鳥(서서실군조)

허둥대다 무리 잃은 새여

日暮猶獨飛(일모유독비)

날이 저물어도 혼자 날고 있지.

徘徊無定止(배회무정지)

배회하머 멈춰 쉴 곳 없어

夜夜聲轉悲(야야성전비)

밤마다 우는 소리 더욱 슬프다.

厲響思清遠(여향사청원)

드센 소리는 고요하고 먼 곳 생각나게 하니

去來何依依(거래하의의)

오가며 어디에 의지하려는가.

自值孤生松(자치고생송)

스스로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만나

歛翮遙來歸(명핵요래귀)

날개죽지 거둬들여 멀리에서 되돌아왔다.

勁風無榮木(경풍무영목)

세찬 바람에 꽃피는 나무 없는데 

此蔭獨不衰(차음독불쇠)

이 나무 그늘만 쇠하지 않았구나.

託身已得所(탁신이득소)

이제 몸 의탁할 곳 얻었으니

千載不相違(천재불상위)

천년토록 떠나지 않으리.

 

[ 제 5 수 ]

結廬在人境(결여재인경)

오두막 짓고 변두리에 머무니

而無車馬喧(이무차마훤)

말과 수레로 떠들썩한 일이 없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그대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거처도 더 궁벽해지고 마는가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 따서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그저 망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산은 저녁 해에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새들은 서로 어울려 돌아온다.

此還有真意(차환유진의)

이 돌아옴에는 참된 뜻 있겠지만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말하려 해도 나는 이미 말을 잊었네.

 

[ 제 6 수 ]

行止千萬端(행지천만단)

사람의 행동거지는 천차만별 하거늘

誰知非與是(수지비여시)

그 옳고 그름을 누가 알겠는가.

是非苟相形(시비구상형)

옳고 그른 것의 모양새를 꾸며대고

雷同共譽毀(뇌동공예훼)

부화뇌동하여 칭찬과 헐뜯음을 같이 한다.

三季多此事(삼계다차사)

삼대(三代) 이후 그런 일 많았으나

達士似不爾(달사사불이)

통달한 선비는 이를 닮지 않았네.

咄咄俗中愚(돌돌속중우)

가련한 속세의 어리석은 자들이여,

且當從黃綺(차당종황기)

이제 나는 상산의 사호(四皓)를 따르고자 하네.

 

[ 제 7 수 ]

秋菊有佳色(추국유가색)

가을 국화 색깔 아름답기 그지없어

浥露掇其英(읍로철기영)

이슬에 젖은 그 꽃잎을 딴다

汎此忘憂物(범차망우물)

이 세상 시름과 근심 무두 술잔에 띄워

遠我遺世情(원아유세정)

세상 모든 정 모두 떠나 보낸다

一觴雖獨進(일상수독진)

술잔은 비록 홀고 비우고 있거니

盃盡壺自傾(배진호자경)

잔 비우니 술병은 저절로 기울어 진다

日入群動息(일입군동식)

해지면 온갖 움직임은 멎고

歸鳥趨林鳴(귀조추림명)

둥지로 돌아오는 새 숲을 향해 우는구나

嘯傲東軒下(소오동헌하)

동편 툇마루에서 휘파람 불며 거닐어 보니

聊復得此生(료부득차생)

또다시 산다하여도 이렇게 살아 봄직하다

 

[ 제 8 수 ]

靑松在東園(청송재동원)

푸른 소나무 동쪽 밭에 있으니

衆草沒其姿(중초몰기자)

온갖 풀들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凝霜殄異類(응상진이류)

된서리가 다른 풀들 시들어 버리게 하니

卓然見高枝(탁연현고지)

높은 가지가 우뚝 솟아 보인다.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숲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보았으나

獨樹衆乃奇(독수중내기)

홀로 남으니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提壺撫寒柯(제호무한가)

술병 들어 차가운 가지에 걸어놓고

遠望時復爲(원망시부위)

멀리서 바라보는 일 되풀이 한다.

吾生夢幻間(오생몽환간)

내 삶은 꿈같은 환상 속에 있는데  

何事紲塵羈(하사설진기)

무엇 때문에 속세의 굴레에 매어 지내겠는가?

 

[ 제 9 수 ]

淸晨聞叩門(청신문고문)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도상왕자개)

옷을 거꾸로 입은 채로 대문을 연다.

問子爲誰歟(문자위수여)

누구시냐고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전부유호회)

마음씨 좋은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候(호장원견후)

멀리서 술병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의아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고 나를 이상히 여긴다.

襤縷茅簷下(남루모첨하)

남루하고 초라한 집에 사니

未足爲高棲(미족위고서)

사는 것이 아직 넉넉하지는 못하나

一世皆尚同(일세개상동)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기를 숭상하니

願君汨其泥(원군골기니)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하네.

深感父老言(심감부로언)

농부의 말에 마음 깊이 느끼는 바 있지만

稟氣寡所諧(품기과소해)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한다네.

紆轡誠可學(우비성가학)

사는 태도를 바꾸는 것을 배울 수 있으나

違己詎非迷(위기거비미)

자신을 어기는 것이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는가.

且共歡此飮(차공환차음)

잠시 저와 함께 이 술이나 즐기시죠.

吾駕不可回(오가불가회)

제가 타고난 본성은 돌릴 수 없습니다.

 

[ 제 10수 ]

在昔曾遠遊(재석증원유)

예전에 먼 길 가 본적이 있었는데

直至東海隅(직도동해우)

길은 길고도 멀었고

道路逈且長(도로형차장)

바람과 물결이 길을 막았었다.

風波阻中塗(풍파조중도)

바로 동해 끝까지 이르렀었다.

此行誰使然(차행수사연)

누가 이 길을 가게 만들었는가?

似爲飢所驅(사위기소구)

굶주림이 나를 가게 한 것 같다.

傾身營一飽(경신영일포)

전력으로 배부름을 누리려고 노력하면

少許便有餘(소허변유여)

조금은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으리라.

恐此非名計(공차비명계)

그것이 좋은 계획이 아님을 염려하여

息駕歸閒居(소가귀한거)

가던 길 멈추고 돌아와 한가히 산다.

 

[ 제 11 수 ]

顏生稱爲仁(안생칭위인)

안회(顔回)는 인을 행하였다고 일컬어졌고

榮公言有道(영공언유도)

영계기(榮啓期)는 도덕이 있다고 전해지네.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

長飢至於老(장기지어로)

영계기는 오래 굶주리면서 늙어갔다네.

雖留身後名(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명성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일생역고고)

일생 내내 파리하게 야위어 갔다네.

死去何所知(사거하소지)

죽은 다음에야 어떻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칭심고위호)

원래 좋은 것은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네.

客養千金躯(객양천금구)

천금 같은 육신 귀한 손님 대하듯 대접해도,

臨化消其寶(임화소기보)

죽으면 그 보배 같은 몸 사라져 없어지네.

裸葬何必惡(나장하필오)

벌거숭이로 장사지낸들 싫어할 것 있겠나,

人當解意表(인당해의표)

사람들아 깊은 참뜻을 깨달아라.

 

[ 제 12 수 ]

長公曾一仕(장공증일사)

장장공(張長公)은 일찍이 한 번 벼슬하였으나

壯節忽失時(장절홀실시)

장년에 갑자기 때를 잃고 말았다네.

杜門不復出(두문불부출)

집안에 들어앉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終身與世辭(종신여세사)

죽을 때까지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네.

仲理歸大澤(중리귀대택)

양중리(楊仲理)가 대택(大澤)으로 돌아가자

高風始在茲(고풍시재자)

고상한 기풍이 그곳에서 생겨났다네.

一往便當已(일왕변당이)

한번 나갔으면 곧 바로 그만두어야지,

何為複狐疑(하위부호의)

무엇 때문에 다시 우물쭈물하는가?

去去當奚道(거거당해도)

가고 또 가되 어찌 그 길을 가려하는가,

世俗久相欺(세속구상기)

세속에서 오래도록 서로 속여 왔다네.

擺落悠悠談(파락유유담)

한가한 자들의 이야기는 털어버리고

請從餘所之(청종여소지)

내가 결심한 바를 따르기를 청하노라.

 

[ 제 13 수 ]

有客常同止(유객상동지)

항상 같이 사는 손님이 있는데,

趣舍邈異境(취사막이경)

사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네.

一士長獨醉(일사장독취)

한 선비는 늘 홀로 취해 있고

一夫終年醒(일부종년성)

한 사내는 늘 맨 정신이다.

醒醉還相笑(성취환상소)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발언각불령)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한다네.

規規一何愚(규규일하우)

고지식한 한 사람은 어찌 그리 어리석은지

兀傲差若穎(올오차약영)

취한 거만한 쪽이 빼어나 보인다.

寄言酣中客(기언감중객)

술 취한 손님에게 한 마디 전하노라.

日沒燭當炳(일몰촉당병)

해 지면 촛불 밝히고 즐기시게나.

 

[ 제 14 수 ]

故人賞我趣(고인상아취)

친구들이 내가 사는 모습 구경하려고,

挈壺相與至(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여럿이 찾아왔네.

班荊坐松下(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만들고,

數斟已複醉(수짐이복취)

몇 잔 술에 이내 취했다.

父老雜亂言(부로잡난언)

마을 노인들 어지러이 떠드니,

觴酌失行次(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불각지유아)

내가 있음조차 알지 못하는데

安知物為貴(안지물위귀)

어찌 명리 귀한 줄을 알겠는가?

悠悠迷所留(유유미소류)

한가롭고 근심 없어 머무는 곳도 잊는 것을 보니

酒中有深味(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맛이 있도다.

 

[ 제 15 수 ]

貧居乏人工(빈거핍인공)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손이 모자라서

灌木荒余宅(관목황여택)

관목들이 내 집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班班有翔鳥(반반유상조)

높이 나는 새는 또렷한데,

寂寂無行迹(적적무행적)

사람 발자취 없어 적적하다.

宇宙一何悠(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하여 그토록 영원한가?

人生少至百(인생소지백)

사람은 백 살을 살 수 없다네.

歳月相催逼(세월상최핍)

세월이 빠르게 닥쳐오니

鬢邊早已白(빈변조이백)

귀밑머리는 일찌감치 세어버렸다네.

若不委窮達(약불위궁달)

곤궁과 영달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素抱深可惜(소포심가석)

본래 품었던 생각이 참으로 아까울 것이네.

 

[ 제 16 수 ]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사람 들과 교제 적고

游好在六經 (유호재육경)

六經(육경) 읽기만 좋아했더니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마흔이 되어가는데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그대로 머무른 채 이룬 것 없다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빈궁 속에서도 꿋꿋이 절개 지키며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굶주림과 추위를 실컷 겪었다

敝廬交悲風 (폐려교비풍)

허물어진 초가집엔 슬픈 바람 불어오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무성한 잡초는 앞뜰을 뒤덮었다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베옷 걸치고 긴 밤 지새는데

晨雞不肯鳴 (신계불긍명)

새벽닭은 울려고 하지 않는다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날 알아줄 孟公(맹공)이 여기 없으니

終以翳吾情 (종이예오정)

끝내 이내 마음 어둡기만 하다

 

[ 제 17 수 ]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초 앞뜰에 피어

含薰待淸風 (함훈대청풍)

향기 머금고 맑은 바람 기다리누나

淸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맑은 바람 산들 불어오자

見別蕭艾中 (견별소애중)

쑥대 가운데서 구별되네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가고 또 가다가 옛 길 잃어버려도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道(도)를 따르면 혹 통할 수도 있으리라

覺悟當念還 (각오당념환)

깨달았으면 돌아갈 생각을 해야 하니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도 버려지느니라

 

[ 제 18 수 ]

子雲性嗜酒(자운성기주)

양자운(揚子雲)은 천성으로 술을 좋아했으나

家貧無由得(가빈무유득)

가난해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시뢰호사인)

때로는 호사가(好事家)들 덕분에 

載醪祛所惑(재료거소혹)

들고 온 막걸리로 미혹을 털어버렸다.

觴來爲之盡(상래위지진)

술잔이 돌아오면 쭉 들이켜 마셔 버리고

是諮無不塞(시자무불색)

물으면 막힘없이 대답해 주었다.

有時不肯言(유시불긍언)

때로는 말하려 들지 않았으니 

豈不在伐國(기부재벌국)

어찌 다른 나라를 정벌하는일 때문에 그러지 않았겠는가?

仁者用其心(인자용기심)

어진 사람은 마음 쓰는 것이 깊으니

何嘗失顯黙(하상실현묵)

말하고 말하지 않는 일을 실수할 수 있겠는가?

 

[ 제 19 수 ]

疇昔苦長飢(주석고장기)

지난 날 오랜 굶주림에 시달린 끝에

投耒去學仕(투뢰거학사)

쟁기를 내던지고 벼슬살이에 나섰다.

將養不得節(장양부득절)

그래도 가족들을 부양하기 부족하여,

凍餒固纏己(동뇌고전기)

춥고 배고픔이 나를 붙어 다녔네.

是時向立年(시시향입년)

삼십에 가까운 나이였는데

志意多所恥(지의다소치)

마음속에는 부끄러움 많았네

遂盡介然分(수진개연분)

기어코 변치 않는 내 본분을 다하고자,

拂衣歸田里(불의귀전리)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왔네.

冉冉星氣流(염염성기류)

천천히 별 따라 세월이 흘러서

亭亭復一紀(정정부일기)

어언간 또 12년이 지났네.

世路廓悠悠(세로곽유유)

세상의 길은 아득히 넓어

楊朱所以止(양주소이지)

양주(楊朱)처럼 길 몰라 망설였네.

雖無揮金事(수무휘금사)

비록 편안히 만년(晩年)을 보내지 못하지만,

濁酒聊可恃(탁주요가시)

탁주에 내 마음을 의지한다네.

 

[ 제 20 수 ]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伏羲(복희)와 神農(신농) 시절 오래되어

擧世少復眞 (거세소부진)

온 세상에 참됨 되찾는 사람 적구나

汲汲魯中叟 (급급노중수)

魯(노)나라 노인 바쁘게 애써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세상을 바로잡아 순박하게 만들려 했네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봉황새 비록 오직 않았으나

禮樂暫得新 (예악잠득신)

禮樂(예악)은 잠시 새로워졌다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洙泗(수사) 지방에서 심오한 말씀 끊어지고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세월은 흘러 미친 秦(진)나라에 이르렀네

詩書復何罪 (시서부하죄)

詩經(시경)과 書經(서경)은 또 무슨 죄가 있기에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던가

區區諸老翁 (구구제로옹)

부지런한 여러 노인들은

爲事誠殷勤 (위사성은근)

참으로 정성스레 경전을 전수했다네

如何絶世下 (여하절세하)

어찌하여 세상이 쇠망하여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六經(육경)을 가까이 하는 사람 하나도 없는가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하루 종일 수레를 몰아 달리지만

不見所問津 (불견소문진)

나루터 묻는 사람 보이질 않는다

若復不快飮 (약부불쾌음)

만약에 다시 통쾌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머리 위의 두건을 헛되게 하는 것이리라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단지 잘못한 말 많을까 유감스럽지만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그대는 마땅히 이 술 취한 사람을 용서하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