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정 변계량(1369) 76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金神寺(금신사) 금신사에 묵으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金神寺(금신사) 금신사에 묵으며 金神洞府深復深(금신동부심복심)금신동 그 골짜기는 깊고도 깊은데時有老僧邀獨尋(시유노승요독심)때때로 늙은 스님 맞으려 홀로 찾았다鹿糜穩眠草如織(녹미온면초여직)사슴이 편히 잠든곳 풀은 베 짠 듯한데蝙蝠亂飛山正陰(편복난비산정음)박쥐가 어지러이 날자 산그늘이 내린다石根嵓泉碎玉斗(석근암천쇄옥두)바위 아래 돌샘의 물소리 옥 부서지듯風吹蘿月散黃金(풍취나월산황금)바람은 담쟁이덩굴 사이로 황금 달빛 흩는다曉來欲覺聞鍾坐(효내욕각문종좌)새벽 잠 깰 무렵 앉아 종소리 듣는데當日少陵知此心(당일소능지차심)그 날의 소릉도 이 마음을 느꼈으리라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신흥(晨興) 벽에 일어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신흥(晨興) 벽에 일어나 殘夜涼侵簟(잔야량침점) : 새벽 서늘한 기운 대자리에 들고窓虛露氣通(창허노기통) : 창문이 비어 이슬 기운 스며든다四鄰明宿火(사린명숙화) : 사방의 이웃에 등불을 밝고萬井動晨鍾(만정동신종) : 마을마다 새벽종이 울려온다日出疎煙外(일출소연외) : 엷게 낀 노을 밖에 해 떠오르고秋生積雨中(추생적우중) : 지루한 장마 끝에 가을이 찾아왔다幽棲忘盥櫛(유서망관즐) :깊숙이 살다 보니 세수와 빗질도 잊었는데客至强爲容(객지강위용) : 손님이 찾아와 억지로 단장했지요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차령통사벽상운(次靈通寺壁上韻) 영통사 벽의 시를 차운하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차령통사벽상운(次靈通寺壁上韻) 영통사 벽의 시를 차운하다 地僻塵機息(지벽진기식) : 땅이 궁하여 세상 마음 사라지고 樓高暑氣微(루고서기미) : 누각이 높으매 더운 기운 사라진다 鳥隨鳴磬下(조수명경하) : 새는 울리는 경쇠소리 따라 날아내리고 僧趁暮鍾歸(승진모종귀) : 중은 저눌녘 종소리에 맞추어 돌아 온다 移石雲生袖(이석운생수) : 돌을 옮겨 앉으니 구름은 소매에서 일어나고 看松露滴衣(간송로적의) : 솔을 우러러 보니 옷자락에 이슬이 젖어든다 秋霜山菓熟(추상산과숙) : 가을 서리에 산과일 익어가는데 更此扣岩扉(경차구암비) : 다시 여기서 바윗문을 두드리노라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제청계산행상인원(題靑溪山行上人院) 계산 행상인원에 제하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제청계산행상인원(題靑溪山行上人院) 계산 행상인원에 제하다 石路千崖盡(석로천애진) : 돌 길은 천길 절벽에서 끝나고香煙一室淸(향연일실청) : 향 연기 피어오르는 맑은 한 선실이로다客來求煮茗(객래구자명) : 손은 와서 차 끓여달라 청하고僧坐自飜經(승좌자번경) : 중은 앉아 스스로 경적을 뒤적인다樹老何年種(수로하년종) : 나무는 오래되었는데 어느 해에 심었는지鍾殘半夜聲(종잔반야성) : 종소리 잦아지니 한밤이 되었구나悟空人事絶(오공인사절) : 공을 깨달아 세속의 일을 다잊고高臥樂無生(고와악무생) : 높이 누워 무를 아는 삶을 즐기는구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제승사(題僧舍) 사에 제하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제승사(題僧舍) 사에 제하다 俗客來參佛(속객래참불) : 속객이 찯아와 부처님 뵙는데高僧坐誦經(고승좌송경) : 고승은 가만히 앉아 경을 외우시네晝燈熏古壁(주등훈고벽) : 낮 등불이 옛 벽을 그슬리고老檜響空庭(노회향공정) : 늙은 전나무는 빈 뜰에서 소리를 내네塔立三層白(탑립삼층백) : 탑은 솟아 세 층이 희고山回四面青(산회사면청) : 산은 둘러 사면으로 푸르구나禪窓更無事(선창경무사) : 선방에 다시 아무 일 없으니終日倚風欞(종일의풍령) : 종일토록 바람부는 난간에 기대었도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등성거산금신사(登聖居山金神寺) 성거산 금신사에 올라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등성거산금신사(登聖居山金神寺)성거산 금신사에 올라 攀蘿登絶頂(반라등절정) : 칡 덩굴을 잡고 정상에 올라보니碧殿拱寒虛(벽전공한허) : 푸른 전각이 찬 허공에 꽂혀 있구나佛古稱尊者(불고칭존자) : 불상은 오래되었는데 존자라 일컫고山靈號聖居(산령호성거) : 산은 신령스러워 성거라 이름하는구나鍾聲雲外落(종성운외락) : 종소리는 구름 밖으로 떨어지고松影月中疏(송영월중소) : 솔 그림자는 달빛 속에 성글구나最愛安禪子(최애안선자) : 가장 사랑스러운 안선자여渠心政自如(거심정자여) : 선정에 든 이 마음 정말 자약하구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차자강운(次子剛韻) 자강의 운을 빌어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차자강운(次子剛韻) 자강의 운을 빌어  關門一室淸(관문일실청) : 닫힌 문, 한 칸 방이 맑기도 한데 烏几淨橫經(오궤정횡경) : 책상에는 정갈히 경전이 가로 놓여있다 纖月入林影(섬월입림영) : 초승달은 숲 그늘로 비춰들고 孤燈終夜明(고등종야명) : 외로운 등불이 밤새도록 밝구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寄鼎谷(기정곡) 정곡에 부침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寄鼎谷(기정곡) 정곡에 부침 蓬轉東南影與身(봉전동남영여신) : 동서남북 여기저기 떠돈 신세舊情誰復似雷陳(구정수복사뢰진) : 그 누구와 뇌진 같이 옛 정을 회복할까病深藥物渾無賴(병심약물혼무뢰) : 병이 깊어 온갖 약물 소용없고吟苦詩篇頗有神(음고시편파유신) : 시를 읊으니 기분 다소 편안하네 虛白連天江群曉(허백연천강군효) : 하늘까지 텅 빈 공간, 날 새어 강은 밝아지고暗黃浮地柳是春(암황부지류시춘) : 누른 먼지 이는 땅에 버드나무, 이제 봄이라 自憐令節情懷惡(자연령절정회악) : 좋은 시절에 도리어 내 마음 서글퍼져題句時還寄故人(제구시환기고인) : 때때로 시를 지어 그대 내 친구에게 부쳐본다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곽외도중시황생원(郭外道中示黃生員) 성 밖 길에서 황생원에게 보이다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곽외도중시황생원(郭外道中示黃生員) 성 밖 길에서 황생원에게 보이다 匹馬城西路(필마성서노) : 필마로 도성 밖 서쪽 길로 나가 飄然是浪遊(표연시낭유) : 이리저리 정처 없이 마음껏 다녔도다. 夕陽尋岳寺(석양심악사) : 석양에 산 속의 절을 찾아가니 細雨上江樓(세우상강누) : 이슬비 속을 강루로 올라간다. 雲合孤村暮(운합고촌모) : 구름이 모이자 외로운 마을 저물고 山圍大野秋(산위대야추) : 산으로 에워싸여 큰 들판은 이미 가을. 行行頻得句(항항빈득구) : 다니면서 자주 시구를 얻었지만 愧欠玉人酬(괴흠옥인수) : 화답할 사람이 없어 부끄럽기만 하였다.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팔관대회(八關大會) 팔관 큰 모임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팔관대회(八關大會) 팔관 큰 모임 鴛鴦會此儼成行(원앙회차엄성항) : 원앙들 모여서 엄숙히 줄 지어 再拜揚休禮度彰(재배양휴례도창) : 재배하고 덕을 드러내니 예절이 빛난다 千步脩廊分左右(천보수낭분좌우) : 좌우에는 천보의 긴 행랑 펼쳐있고 半空危殿拱中央(반공위전공중앙) : 반공 솟은 전각 중앙에 서 우뚝하다 風飄鳳管雲烟斷(풍표봉관운연단) : 바람에 나부끼는 봉관이 노을에 사라진다 山擁龍旗日月光(산옹룡기일월광) : 용의 깃발을 산이 끼니 일월이 빛난다 朝罷百僚開錫宴(조파백료개석연) : 조회 뒤에 백관에게 연회를 베풀자 一庭微雪報嘉祥(일정미설보가상) : 정원에 날린 눈발이 상서로운 해를 알린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등금신사(登金神寺) 금신사에 올라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등금신사(登金神寺) 금신사에 올라 縹緲金神寺隔烟(표묘금신사격연) : 아득히 넌 금신사에 노을이 끼고 初登却似上靑天(초등각사상청천) : 처음 올라가자 푸른 하늘인가 싶었다. 星臨戶牖開山脊(성림호유개산척) : 별들은 창에 닿아 산등성이 펼쳐있고 風動幢幡照日邊(풍동당번조일변) : 바람은 깃발 흔들어 태양 가에 펄럭인다. 眼見高僧曾悟道(안견고승증오도) : 고승을 보아하니 일찍이 도를 깨쳐 誰能此地共安禪(수능차지공안선) : 누가 능히 이곳에서 함께 편히 참선할까 自嗟熱惱無終極(자차열뇌무종극) : 번뇌가 끝이 없어 탄식하고 있다가 溪水松聲爲肅然(계수송성위숙연) : 개울물 소리, 솔잎 소리에 숙연지는구나.

春亭 卞季良(춘정변계량). 송인귀녕(送人歸寧) 부모님 문안가는 사람을 보내며

春亭 卞季良(춘정변계량). 송인귀녕(送人歸寧) 부모님 문안가는 사람을 보내며 天寒霜雪頻(천한상설빈) : 날씨 추워져 눈과 서리 빈번히 날리는데 之子遠寧親(지자원녕친) : 그대는 먼 곳으로 부모님 문안 가신다지 爲問重逢日(위문중봉일) : 다시 만날 날을 물어보니 新春定暮春(신춘정모춘) : 새봄이나 늦어도 늦봄은 될 거라고 하였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觀音窟(관음굴) 관음굴에서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觀音窟(관음굴) 관음굴에서 聖居山東天磨西(성거산동천마서) 성거산 동쪽 천마산 서쪽 觀音之窟幽且淸(관음지굴유차청) 관음굴은 한적하고 깨끗하다 朴淵水下垂玉虹(박연수하수옥홍) 박연에서 물 쏟아져 무지개 토하고 倚祥臺逈干靑冥(의상대형간청명) 기대어선 의상대 아득히 창공에 솟아있다 兩箇石佛是眞象(량개석불시진상) 두 개의 석불은 바로 진상이고 白頭老僧非世情(백두노승비세정) 백발의 노승은 속세의 정 없었다 生平遊歷未曾有(생평유력미증유) 평생 일찍이 유람한 적 없어 殷勤掃壁題姓名(은근소벽제성명) 벽을 쓸어 성명 써 보고 싶어 한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遣興(견흥) 유흥을 달내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遣興(견흥) 유흥을 달내며 寂寞家何事(적막가하사) 적막하여 집에 할 일도 없는데 淸明日漸長(청명일점장) 청명이 돌아오니 점점 해만 길어진다 暖風吹午夢(난풍취오몽) 따뜻한 바람은 낮잠에 불어오고 幽草自春香(유초자춘향) 그윽한 풀은 절로 봄 향기 풍기는 구나 遣興披書帙(견흥피서질) 유흥을 달래고자 책을 펼쳐 보고 寬心索酒觴(관심삭주상) 마음을 펴 보고자 술잔을 찾는단다 向來眞趣足(향내진취족) 여태껏 정말로 유흥에 만족했는데 誰復憶羲皇(수복억희황) 누가 다시 복희씨를 생각하리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송우교지영주(送禹喬之榮州) 영주로 가는 우교를 송별하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송우교지영주(送禹喬之榮州) 영주로 가는 우교를 송별하며 乾坤暑退秋欲生(건곤서퇴추욕생) : 천지에 더위 물러나고 가을이 오니 喬也忽有還鄕情(교야홀유환향정) : 우교가 갑자기 귀향하고 싶은 마음 들구나. 家山杳與白雲橫(가산묘여백운횡) : 고향 산천 아득히 흰 구름 비꼈는데 家有兩親安且寧(가유량친안차녕) : 집안에 부모님은 편안히 계시는가. 歸哉一笑稱壽觥(귀재일소칭수굉) : 돌아가서 한 번 웃고 축수하는 잔 올리고 斑斕之服明戶庭(반란지복명호정) : 색동옷은 찬란하게 집안에 빛나게 하리라. 吾聞子家傍州城(오문자가방주성) : 듣건대 그대 집은 고을 곁에 있다니 柔桑可蠶田可耕(유상가잠전가경) : 뽕나무로 양잠하고 농사도 짓겠구나. 況復新秋積雨晴(황복신추적우청) : 더구나 첫가을에는 장마..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수양행(首陽行) 수양행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수양행(首陽行) 수양행 瞻彼首陽山之幽(첨피수양산지유) : 그 수양산의 그윽한 곳 바라보니 我思古人何悠悠(아사고인하유유) : 옛 사람 생각하는 내 심정이 이리도 깊은가 棄國不啻若弊屣(기국부시야폐사) : 나라 버리는 것을 헌 신발 버리듯이 하니 睥睨四海歸于周(비예사해귀우주) : 세상이 주나라로 돌아감을 흘겨보는구나 周家王業惟日彊(주가왕업유일강) : 주 나라 왕업이 날마다 강해지자 赫怒欲救斯民瘡(혁노욕구사민창) : 크게 노해 백성의 상처를 구제하려하였구나 三千一心貔虎士(삼천일심비호사) : 한 마음 된 삼천 명의 용맹한 무사들 勢甚建瓴誰得當(세심건령수득당) : 막강한 그 세력 그 누가 감히 맞서리오 奮髥一語柱殷衰(분염일어주은쇠) : 분연연한 한 마디 말로 은나라 기둥 되려했으나 確乎..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곽외도중(郭外道中)도성 밖, 길가다가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곽외도중(郭外道中) 도성 밖, 길가다가 遲日長郊霽景鮮(지일장교제경선) : 날이 긴 날 교외 비 갠 경관 산뜻한데 蹇驢來往懶搖鞭(건려내왕나요편) : 노새 타고 오고가며 채찍 들기도 싫어지다. 晴川垂柳依官道(청천수류의관도) : 맑은 시에 수양버들 관도에 늘어서고 落照浮雲接塞天(낙조부운접새천) : 낙조에 뜬 구름이 변방 하늘에 접했구나. 鷄犬一村花似錦(계견일촌화사금) : 개 닭 우는 한 마을에 꽃이 비단 같고 牛羊滿野草如烟(우양만야초여연) : 소와 양들이 들판에 가득하고 풀은 연기 같다. 行行記得農人語(항항기득농인어) : 길 가면서 농부들의 이야기 들어 보니 共說今年更力田(공설금년갱력전) : 금년에는 농사에다 힘을 더 쓰자고 말하는구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무진십일월초이일이갱 (戊辰十一月初二日二更) 무진 년 십일 월 초이틀 날 이경 밤에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무진십일월초이일이갱 (戊辰十一月初二日二更) 무진 년 십일 월 초이틀 날 이경 밤에 建子之月哉生明(건자지월재생명) : 동짓달 초이틀 초승달이 밝아오니 風雨颯沓驅雷霆(풍우삽답구뇌정) : 비바람 몰아치고 벽력까지 치는구나. 龍蛇未蟄山岳摧(룡사미칩산악최) : 산악이 흔들거리니 용과 뱀 잠 못 들고 杞國得不憂天傾(기국득부우천경) : 기 나라에서는 하늘 무너질까 걱정하리라. 憂來徑欲彈素琴(우내경욕탄소금) : 걱정되어 거문고 퉁기고 싶으나 鍾期已去無人聽(종기이거무인청) : 종자기가 세상 떠나 들어줄 이 없구나. 天心仁愛曷有極(천심인애갈유극) : 하늘이 아끼는 마음 끝도 없어라. 空令讀書者歎驚(공령독서자탄경) : 헛되이 책 읽은 이가 경탄을 자아낸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상즉위명조수조하(上卽位明朝受朝賀) 즉위한 날 아침 조회를 받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상즉위명조수조하(上卽位明朝受朝賀) 즉위한 날 아침 조회를 받다 天命人歸在嗣王(천명인귀재사왕) : 천명과 인심이 주상에게 돌아가니 勃興垂拱正當陽(발흥수공정당양) : 분연히 일어나 공수하고 남쪽으로 앉으셨다. 絳侯撥亂開新業(강후발난개신업) : 강후 주발이 난리를 평정하고 새 업을 여니 漢室從玆獲再昌(한실종자획재창) : 한 나라가 이에 다시 번창했었다. 文武分行庭左右(문무분항정좌우) : 문무관은 조정의 좌우에 도열하고 冕旒臨下殿中央(면류림하전중앙) : 주상은 면류관 차림으로 중앙에 임하셨도다. 永安宗社伊誰力(영안종사이수력) : 종사가 안정된 건 누구의 힘이었든가 應使斯民竟不忘(응사사민경부망) :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변계량(卞季良). 고열행(苦熱行) 괴롭고 무더운 날의 노래

변계량(卞季良). 고열행(苦熱行) 괴롭고 무더운 날의 노래 日出東北飛天衢(일출동배비천구) : 동북에서 해가 떠서 하늘로 날아오르니 朱光萬里烘爐中(주광만리홍노중) : 붉은 빛은 만 리나 뻗어 이글대는 화로가 되었다. 海波欲渴山翠乾(해파욕갈산취건) : 바닷물결 마르고 푸른 산빛 말라 가니 飛鳥翅垂迷西東(비조시수미서동) : 나는 새도 날개 처져 동서 방향마저 잃었구나. 平人執熱亦何怪(평인집열역하괴) : 평범한 백성 땀 흘리는 건 이상할 것도 없지만 不見南畝鋤禾翁(부견남무서화옹) : 남녘 들판에 논매는 늙은이 안 보이지 않는구나. 終年勞力竟食人(종년노력경식인) : 일 년 내내 노력하여 먹여 살리니 先王所以思農功(선왕소이사농공) : 이것이 선왕이 농민의 공을 생각한 까닭이도다.

변계량(卞季良). 송우박사(送禹博士)우박사를보내며

변계량(卞季良). 송우박사(送禹博士)우박사를보내며 手拂斑衣賦遠征(수불반의부원정) : 색동옷 벗어 놓고 먼 길 떠나는데 飄然行色似流星(표연항색사류성) : 거침없는 그 행색이 유성과 같았었지요. 勸來別袖酒花暖(권내별수주화난) : 이별의 옷소매 권하는 술 따뜻하고 載却離鞍詩葉淸(재각리안시엽청) : 떠나는 말안장에 싣는 시는 청아하였어요. 極目鄕山橫釰戟(극목향산횡일극) : 눈에 가득한 고향에 창칼이 비꼈으니 傷心野草點丹靑(상심야초점단청) : 마음이 아프게도 들풀에 얼룩진 핏자국. 君歸好向同年道(군귀호향동년도) : 그대가 돌아가서 동년에게 일러 주게나 莫惜因風寄一聲(막석인풍기일성) : 인편에 한 마디 소식 아낌없이 전하라고.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初冬夜雨(초동야우) 초겨울비오는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初冬夜雨(초동야우) 초겨울비오는밤 旅窓冬夜靜(여창동야정) 객 창가 겨울밤은 고요하고 危坐轉悠哉(위좌정유재) 정좌하고 앉으니 갈수록 그윽하네 夢斷三更雨(몽단삼갱우) 삼경의 빗소리에 꿈은 깨어나고 心驚十月雷(심경십월뇌) 시월 뇌성에 내마음은 놀라고 壁燈熏散秩(벽등훈산질) 벽의 등불 그을음 흩어지고 爐火沒深灰(노화몰심회) 화롯불은 깊은 재속으로 침몰하네 少壯須勤力(소장수근력) 젊었을 때 마땅히 힘을 다해야지 光陰自解催(광음자해최) 세월은 저절로 흘러감을 재촉하나니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유감(有感) 느낌이 있어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유감(有感) 느낌이 있어 國事年來急(국사년내급) : 나라 일이 올 해 들어 위급해지니 吾儒道漸迂(오유도점우) : 우리 유가의 도가 점차 현실과 멀어진다. 開書還自廢(개서환자폐) : 책을 펼쳤다가 도리어 다시 덮고 擧酒却長吁(거주각장우) : 술잔을 들어 장탄식을 하노라. 殺氣吹東土(살기취동토) : 살기가 동방으로 불어오고 浮言動萬夫(부언동만부) : 떠도는 유언비어에 백성들이 동요한다. 未能忘大義(미능망대의) : 나는 아직도 대의를 잊을 수 없어서 袍笏日區區(포홀일구구) : 관복 입고 날마다 구구하게 나다니노라.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숙부흥사(宿復興寺)부흥사에서 묶다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숙부흥사(宿復興寺)부흥사에서 묶다 失路投山寺(실노투산사) : 길 잃어 산 속의 절간을 찾았더니 人傳是復興(인전시복흥) : 사람들이 말하는 부흥사 그 절이란다. 靑松惟見鶴(청송유견학) : 푸른 소나무에 오직 학만 보여서 白日不逢僧(백일부봉승) : 낮에는 스님을 만나 보지 못하였다. 古壁留金象(고벽류금상) : 오래된 고벽에는 금불상 남아 있고 空樑耿玉燈(공량경옥등) : 빈 들보에는 옥등잔이 빛나고 있었다. 前軒頗淸絶(전헌파청절) : 앞마루가 자못 깨끗한 절경이라 過客獨來憑(과객독내빙) : 지나가는 나그네 특별이 이곳만 찾는다.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중송(重送) 다시 보내며

春亭 卞季良(춘정 병계량). 중송(重送) 다시 보내며 京都爲客久(경도위객구) : 경성 나그네 신세 오래되어 鄕郡覲親歸(향군근친귀) : 고향으로 어버이를 뵈러 가는구나. 寂寞陳蕃榻(적막진번탑) : 진번의 손님 자리는 없고 光輝老子衣(광휘노자의) : 노래자 저고리 옷이 빛나겠구나. 江城紅稻熟(강성홍도숙) : 강가의 고을에는 붉은 벼들 익어 가고 村市白魚肥(촌시백어비) : 시골의 저자에는 물고기가 살쪄있다. 去去供調膳(거거공조선) : 간 곳마다 음식 차려줄 것이니 廻輈愼莫遲(회주신막지) : 지체 말고 뱃머리 돌리려 가시게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 거두(巨蠹) 큰 좀벌레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 거두(巨蠹) 큰 좀벌레 巨蠹巨蠹從何來(거두거두종하내) : 큰 좀 벌레야 큰 봄벌레야 어디에서 왔나 來此東國爲國災(내차동국위국재) : 이 동방에서 찾아와서 나라의 재앙이 되었지. 食盡松柏與梓漆(식진송백여재칠) : 송백과 가래나무 옻나무 남김없이 먹어 치우니 山空野闊惟蒿萊(산공야활유호래) : 산이 비고, 들이 거칠어져 쑥대만 남았구나. 嗟爾巨蠹食不厭(차이거두식부염) : 아, 너 큰 좀 벌레는 물리도 않고 먹어치우니 萬姓疾首徒哀哀(만성질수도애애) : 백성들이 머리에 병이 생겨 탄식만 하는구나. 安得壯士一去之(안득장사일거지) : 어찌하면 장사 얻어 단번에 없애버리어 再使國中多良材(재사국중다량재) : 다시금 나라 안에서 좋은 재목 많이 생기게 하나.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無題(무제)제목없이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無題(무제)제목없이 軒冕從來世所誇(헌면종래세소과) 관직은 옛날부터 세상 자랑거리 相公須信聖恩加(상공수신성은가) 공은 임금님 은혜 입었음 믿어야 해요 卽今門戶光輝大(즉금문호광휘대) 오늘날 가문이 빛나고 성대하나 況乃高堂白髮何(황내고당백발하) 고당에 백발 된 어버이를 어찌하시려나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午吟(오음) 낮에 읊다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午吟(오음) 낮에 읊다 綠樹陰濃近午天(녹수음농근오천) 푸른 나무 짙은 그늘 정오가 가까운데 白雲當戶正如綿(백운당호정여면) 흰 구름은 문 앞에 다가와 무명베 같도다 鳥啼花落茅齋靜(조제화낙모재정) 새울고 꽃 지는 조용한 띳풀 서재에서 剩得蒲團盡日眠(잉득포단진일면) 왕골 자리에 누워서 종일토록 잠들었다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偶吟 2(우음2) 우연히 읊다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偶吟 2(우음2) 우연히 읊다 易數元來未易窮(역수원내미역궁) 주역수리는 원래 쉽게 연구되지않지만 先生能向一中通(선생능향일중통) 선생은 일관되게 집중하며 통달하게 되었다 天根月窟曾探躡(천근월굴증탐섭) 천근과 월굴을 일찍이 찾아 오르니 須信堯夫在海東(수신요부재해동) 우리나라에도 요부 소옹같은 학자 있으리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偶吟 1(우음1) 우연히 읊다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偶吟 1(우음1) 우연히 읊다 螢雪辛勤十載餘(형설신근십재여) 고생하며 공부한지 십여 년에 少年豪氣塞堪輿(소년호기새감여) 소년의 호기가 천지에 충만하다 一庭綠草春將半(일정녹초춘장반) 정원에 푸른 풀 봄이 반이나 지나 且取星書强卷舒(차취성서강권서) 달력 가져다가 억지로 천천히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