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암 이덕무(1741) 53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晩 秋 (만 추) 늦가을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晩 秋 (만 추) 늦가을  小齋秋日不勝淸(소재추일불승청)작은 방에서 맞은 가을날이 너무나 맑아 手整葛巾聽水聲(수정갈건청수성)거친 칡베로 만든 두건을 손으로 바로잡고 물소리를 듣네 案有詩篇籬有菊(안유시편리유국)책상에는 시를 모아 묶은 책이 울타리에는 국화가 있으니 人言幽趣似淵明(인언유취사연명)사람들이 이 그윽한 정취를 도연명 같다 말하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昭君怨(소군원) 왕소군의 원망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昭君怨(소군원) 왕소군의 원망  君恩曾未蒙(군은증미몽)임금의 은총은 일찍이 입지 못해서 胡롱詎能顧(호롱거능고)오랑캐의 은혜를 어찌 바라리오 妾身當武夫(첩신당무부)첩의 몸이 무장의 임무를 맡았으니 向月莫辛苦(향월막신고)달을 향해 괴로워하지 마시구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畵 扇 (화 선) 부책속 그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畵 扇 (화 선)  부책속 그림 白塔淸秋直(백탑청추직)흰 탑은 맑게 갠 가을 하늘로 곧게 솟았고 紅欄落日危(홍란락일위)붉은 난간 은 지는 해에 아슬아슬하게 높네 滿江飛木葉(만강비목엽)강에는 날리는 나뭇잎 가득한데 幽客水聲期(유객수성기)속세를 피해 한가롭게 사는 사람이 물소리와 기약 하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柴門有見(시문유견) 사립문에서 보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柴門有見(시문유견) 사립문에서 보다 短策誰家僕박(단책수가복)누구네 집 종이 짧은 채찍으로 駒驢小雨中(구려소우중)가랑비 속에 나귀를 모는가 問從那裡到(문종나리도)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手指南山楓(수지남산풍)손으로 남산의 단풍을 가리키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塞下曲(새하곡) 변방의 노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塞下曲(새하곡) 변방의 노래  都尉平明出(도위평명출)도위가 첫새벽에 나와서 手控滿月弓(수공만월궁)손수 보름달처럼 활을 당기네 翻身鳴鐵鏑(번신명철적)몸을 날쌔게 돌려 쇠촉을 울리니 一鴈落邊風(일안락변풍)기러기 한 마리다 변방의 바람에 떨어지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鴨綠江(압록강) 압록강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鴨綠江(압록강) 압록강 蘆筍尖尖燕學飛(로순첨첨연학비)갈대의 새싹은 뽀족하고 제비는 날기를 배우는데 江波縐綠染征衣(강파추록염정의)연푸른 강물결은 먼길 떠나는 사람의 옷을 물들이네 送人官妓多怊悵(송인관기다초창)사람을 배웅한 관기는 너무도 슬픈지 自拾汀花貼額歸(자습정화첩액귀)물가의 꽃을 손수 주워서 이마에 붙이고 돌아가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遼陽蔚遲塔(요양울지탑) 요양의 울지탑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遼陽蔚遲塔(요양울지탑) 요양의 울지탑  風鈴四百響郞當(풍령사백향랑당)수많은 풍경에서 뎅그렁뎅그렁 소리 울려퍼지는데 白塔千年奇夕陽(백탑천년기석양)오랜 세월이 지난 흰 탑은 저무는 해에 기대고 있네 原草尙餘當代綠(원초상여당대록)언덕의 풀에는 당나라의 푸른빛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行人立馬話文皇(행인립마화문황)길가는 사람이 말을 세우고 당나라 태종을 이야기 하는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十三山(십삼산) 13 산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十三山(십삼산) 13 산  田中盡日一山無(전중진일일산무)밭 가운데로 온종일 산 하나 없더니 忽得姸峯馬首孤(홀득연봉마수고)갑자기 아름다운 봉우리가 말의 머리 앞에 나타나네 去去揮鞭如欲拾(거거휘편여욕습)채찍을 휘두르며 줄곧 가면서 무엇을 주우려 하니 颯然平地落花跗(삽연평지락화부)가볍고 시원한 바람에 꽃이 평지에 떨어지는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偶 題 1(우 제 1) 우연히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偶 題 1(우 제 1) 우연히 쓰다 浮生鮮得刹那安(부생선득찰나안) 덧없는 인생이라 잠시의 편암함도 얻기 힘들어서 淹殺辛醎又苦酸(엄살신함우고산) 맵고 짠 것이 사라지니 또 쓰고 시네 任運騰騰皆順境(임운등등개순경)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모두 순조로울 것이니 何難八十一番難(하난팔십일번난) 여든한 번의 어려움이 무엇이 어렵다 하겠는가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星州途中(성주도중)성주로 가는 도중에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星州途中(성주도중) 성주로 가는 도중에 駿馬春風千里餘(준마춘풍천리여) 봄바람 속에 준마타고 머나먼 길을 가니 輕裝臈藥奚囊儲(경장납약해낭저) 납육과 약을 가볍게 꾸려서 종이 자루에 넣었네 世人爭道飛仙好(세인쟁도비선호) 세상 사람들은 찰방을 날아다니는 신선이라고 다투어 말한는데 不識兼銜是檢書(불식겸함시검서) 내가 겸직한 것이 검서 임을 모르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燈夕飮尹仁之宅(등석음윤인지택) 4월 초파일에 윤인지 댁에서 술을 마시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燈夕飮尹仁之宅(등석음윤인지택) 4월 초파일에 윤인지 댁에서 술을 마시다 丹鳳門西萬柳枝(단봉문서만유지) 단봉문 서쪽에 수많은 버들가지 늘어지고 城高北斗閃朱旗(성고북두섬주기) 성은 북두칠성처럼 높아 붉은 깃발이 나부끼네 君家易識復難忘(군가역식복난망) 그대의 집은 알기는 쉬워도 다시 잊기는 어려우니 來把盈盈燈夕巵(래파영영등석치) 찾아와서 초파일의 가득 찬 술잔을 쥐었구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桂山夜話(계산야화) 계산에서 밤에 나눈 가벼운 이야기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桂山夜話(계산야화) 계산에서 밤에 나눈 가벼운 이야기 百年甘作信天翁(백년감작신천옹) 한평생 달갑게 신천옹이 되었으니 飮啄無關雨與風(음탁무관우여풍)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마시고 쪼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네 各氣一分消未得(각기일분소미득) 객쩍게 부리는 하찮은 혈기도 삭이지 못해 有時來往酒人中(유시래왕주인중) 이따금 주당들 사이를 오가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 畵 2(제 화 2) 그림에 대하여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 畵 2(제 화 2) 그림에 대하여 쓰다 白雨蕭蕭急(백우소소급) 소나기가 갑자기 스산하게 쏟아지는데 牛搖綠蓑鳴(우요록사명) 멀리 푸른 도롱이 쓴 소가 울고 있네 誰家濃樹裏(수가농수리) 누구네 집이 짙은 나무 그늘 속에 山窓的歷明(산창적력명) 산집의 창이 저다지도 또렷하게 밝은가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閣吏金德亨畵扇(제각리김덕형화선) 각리 김덕형의 부채 그림에 대하여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題閣吏金德亨畵扇(제각리김덕형화선) 각리 김덕형의 부채 그림에 대하여 쓰다 靑靑荷一柄(청청하일병) 싱싱하게 푸른 연잎의 자루 위에 裊裊魚鷹立(뇨뇨어응립) 물수리가 사뿐히 서 있네 魚兒可憐黠(어아가련힐) 가엾고 불쌍한 물고기 새끼들이 약아서 萍底銀鱗急(평저은린급) 개구리밥 밑으로 재빨리 비늘을 숨기는 구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3(추풍사 3) 가을바람의 노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3(추풍사 3) 가을바람의 노래 秋風凄凄兮鴻雁飛(추풍처처혜홍안비) 가을바람 차갑고 쓸쓸하게 불어오니 기러기 날고 歲聿其暮兮已授衣(세율기모혜이수의) 한 해가 마침내 저물어 가니 벌써 겨울옷을 준비했네 蒲柳驚秋兮木葉稀(포류경추혜목엽희) 갯버들은 가을을 놀라게 하고 나뭇잎 드무니 我心悠悠兮陟崔巍(아심유유혜척최외) 내 마음 한가롭고 여유로워 험준한 산에 오르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2(추풍사 2) 가을바람의 노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2(추풍사 2) 가을바람의 노래 秋風瑟瑟兮鴈南征(추풍슬슬혜안남정) 가을바람 스산하고 기러기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瞻望天涯兮水澄淸(첨망천애혜수징청) 하늘가를 바라보니 물은 맑소 깨씃하네 草虫喓喓兮入戶鳴(초충요요혜입호명) 풀벌레 지게문으로 들어와 찌르르르 울어대니 我心無聊兮薄遊城(아심무료혜박유성) 내 마음 심심하고 지루하여 성에 가서 가볍게 노릴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1(추풍사 1)가을바람의 노래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秋風詞 1(추풍사 1) 가을바람의 노래 秋風淅淅兮鴈已來(추풍석석혜안이래) 가을바람 살랑살랑 부니 기러기 벌써 날아왔고 天澗雲淨兮梧葉摧(천간운정혜오엽최) 구름 걷히니 하늘 넓어지고 오동잎 떨어지네 節届高秋兮黃華開(절계고추혜황화개) 절기가 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이라 누런 국화 피었으니 我心卽閒兮登彼臺(아심즉한혜등피대) 내 마음 이제 한가로워 저 대에 오르리라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贈南邑客(증남읍객) 남쪽 고을에서 온 나그네에게 지어 주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贈南邑客(증남읍객) 남쪽 고을에서 온 나그네에게 지어 주다 偶逢南邑客(우봉남읍객) 우연히 남쪽 집의 봄을 마주했네 相對南家春(상대남가춘) 서로 남쪽 집의 봄을 마주했네 逌然談近夕(유연담근석) 저녁이 다되도록 웃으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不似新交人(불사신교인) 새로 사귀는 사람 같지가 않구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蠟 梅 2(납 매 2) 랍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蠟 梅 2(납 매 2) 랍매 蠟本花精釀(랍본화정양) 밀은 본디 꽃의 정수로부터 생겨난 것이라 裁花反孰眞(재화반숙진) 만든 꽃과 심은 꽃 중에 어느 것이 진짜인지 靜看空色相(정간공색상) 조용히 맑은 하늘빛을 바라보니 宛爾是前身(완이시전신) 완연하구나 이것이 바로 전신 이로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六月二十三日醉(육월이십삼일취) 6월23일 술에 취해서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六月二十三日醉(육월이십삼일취) 6월23일 술에 취해서 今年已過半(금년이과반)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으니 歎歎欲何爲(탄탄욕하위) 한탄해 봐야 무었하겠는가 古俗其難見(고속기난견) 오래된 옛 풍속은 보기가 어려우니 吾生迺可知(오생내가지) 우리 인생도 곧 알 만하지 않은가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4(용산로중잡제 4)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4(용산로중잡제 4)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何來八九屋(하래팔구옥) 여덟아홉 집이 어디에서 왔는지 依山新作村(의산신작촌) 산을 의지해서 새로 마을을 이루었네 小溪樹影度(소계수영도) 나무 그림자가 작은 내를 넘어가니 翁言日欲昏(옹언일욕혼) 한 노인이 해가 저물어 간다고 하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3(용산로중잡제 3)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3(용산로중잡제 3)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上山復下山(상산복하산) 산에 올라갔다가 다시 산에서 내려오니 却歡過險難(각환과험난) 다니기에 위험하고 어려운 곳을 지나온 것이 도리어 기쁘네 且看多石處(차간다석처) 돌 많은 곳을 또 바라보니 嵲屼亦非安(얼올역비안) 마음이 불안해서 또한 편안하지가 않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2(용산로중잡제 2)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2(용산로중잡제 2)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路傍有古墓(로방유고묘) 길가에 오래된 무덤이 있는데 墓上雜花生(묘상잡화생) 무덤 위에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꽃이 피었네 子孫何處在(자손하처재) 잔손은 어디에 있는지 不禁孤兎行(불금고토행) 여우와 토끼가 제멋대로 나돌아 다니는데도 내벼려 두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1(용산로중잡제 1)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龍山路中雜題 1(용산로중잡제 1) 용산으로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쓰다 田水綠如藍(전수록여람) 밭물이 쪽 같이 푸른데 白鷺獨立久(백로독립구) 백로가 오래도록 홀로 서 있네 我今羡爾閑(아금이이한) 나는 지금 한가로운 네가 부러운데 應笑行勞苦(응소행로고) 길 가느라 힘들여 수고하고 애쓰는 나를 응당 비웃겠지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寒 棲 (한 서) 가난한 집

炯庵 李德懋 (형암 이덕무). 寒 棲 (한 서) 가난한 집 不識公卿名(불식공경명) 높은 벼슬아치 이름은 모르고 頗知圖書趣(파지도서취) 자못 책과 함께하는 멋이 있다는 것만 안다네 庭木如我心(정몫여아심) 뜰에 있는 나무도 내 마음 같아서 翼然淸風聚(익연청풍취) 나뭇가지 쫙 펼쳐 부드럽고 맑은 바람을 모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