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김시습(1435) 76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壯 志(장지)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壯 志(장지)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 晴(희청) 희청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 晴(희청) 희청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古廟空山裏(고묘공산리) 옛 사당이 빈 산 속에 있어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古廟空山裏(고묘공산리)옛 사당이 빈 산 속에 있어김시습은 마을 사람들이 산신을 위해 제사 지내는 잔치를 이렇게 묘사했다. 古廟空山裏(고묘공산리)옛 사당이 빈 산 속에 있어春風草樹香(춘풍초수향)봄바람에 초목이 향기롭다.煙雲增壯氣(연운증장기)안개구름은 봄기운을 더하고雷雨助威光(뇌우조위광)우레와 비는 봄 신의 위엄을 돕는데缶鼓祈年樂(부고기년악) 장구와 북으로 일 년 평안을 기원하고豚蹄祝歲穰(돈제축세양) 돼지 다리로는 풍년 들기를 비누나老翁扶醉返(노옹부취반) 노인들 취해 부축 받아 돌아가고白酒瀝神床(백주력신상) 흰 술은 신당 제상에 흥건하여라.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興義館同野人宿(흥의관동야인숙) 홍의관에서 야인과 묵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興義館同野人宿(흥의관동야인숙) 홍의관에서 야인과 묵다 異言憑寄譯(이언빙기역) : 야인의 통하지 않는 말 통역으로 들어보니貉道尙夷平(맥도상이평) : 오랑캐의 도리도 편하고 태평함을 좋아한다네皮服圍金帶(피복위김대) : 가죽옷에 금띠를 두르고毛冠嚲玉纓(모관타옥영) : 털모자에 옥끈이 늘어져 있었다네常爲步卒罵(상위보졸매) : 언제나 병졸들의 욕 먹으며又喜叱呵聲(우희질가성) : 꾸짓고 호령함을 좋아하였네夜半侏離甚(야반주리심) : 밤 깊어 어릿광대노릇 심하게 하고張拳亦可驚(장권역가경) : 주먹을 걷어붙이니 또한 놀랄만도 하였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암두(巖竇) 바윗굴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암두(巖竇) 바윗굴 煙生巖竇深(연생암두심) : 연기 나는 바윗굴 깊기도 한데禪榻護檉林(선탑호정림) : 참선하는 걸상 호위하는 위성버들 숲.不許俗塵雜(부허속진잡) : 티끌 세상에 섞이는 것 허락지 않아多爲猿鳥尋(다위원조심) : 대개는 잔나비와 산새 찾게 된다.苔侵一逕細(태침일경세) : 이끼가 침범해 길은 온통 좁아지고雲擁半山陰(운옹반산음) : 구름이 가리워 산의 절반이 그늘진다.誰識有嘉遯(수식유가둔) : 도 지켜 숨어 삶을 그 누가 알랴已忘生滅心(이망생멸심) : 생과 멸을 생각하는 마음 벌써 잊었다.

김시습(金時習). 분죽(盆竹) 화분 속 대나무

김시습(金時習).   분죽(盆竹) 화분 속 대나무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爲憐貞節操(위련정절조) : 정절과 지조가 애련하여種得小瓦盆(종득소와분) : 작은 흙 화분에 심었어라.玲瓏如有態(령롱여유태) : 영롱하여 자태가 있는 듯瀟洒又無煩(소쇄우무번) : 산뜻하여 번거로움 없어라.嫋嫋風吹動(뇨뇨풍취동) : 산들산들 바람에 불리고漙漙露滴飜(단단로적번) : 방울방울 이슬에 뒤치는구나.誰知一撮土(수지일촬토) : 누가 알리오, 한 줌 흙 속逬却化龍根(병각화용근) : 뻗어 나와 용 될 뿌리 있음을.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만유(漫遊) 마음대로 놀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만유(漫遊) 마음대로 놀다 川澤遨遊慣(천택오유관) : 자연에 노는 것 버릇 되어紅塵夢已忘(홍진몽이망) : 세상의 꿈은 이미 잊었다오如童放學館(여동방학관) : 아이들 학관에서 방학한 듯 하고似馬走毬場(사마주구장) : 말이 격구장을 달리는 듯 하다오屐齒遍山麓(극치편산록) : 나막신 신고 산기슭 두루 다녀新詩盈草堂(신시영초당) : 새로 지은 시가 초가에 가득하다後人應笑我(후인응소아) : 후세 사람들 나를 비웃을 것이니天地一淸狂(천지일청광) : 천지간에 한 멀쩡한 미치광이 있었다고.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友見訪 (희우견방) 친구의 방문을 기뻐하며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友見訪 ( 희우견방)친구의 방문을 기뻐하며 客裏無人弔(객리무인조) : 객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柴扉盡日關(시비진일관) : 사립문을 종일토록 닫아둔다.無心看世事(무심간세사) : 무심코 세상 일 보다가有淚憶雲山(유루억운산) : 눈물지어 구름에 잠긴 산을 생각한다.故舊成疏闊(고구성소활) : 옛 친구는 소탈함을 이루었는데親朋絶往還(친붕절왕환) : 친한 친구들 왕래함을 끊어버렸다.喜君留半日(희군류반일) : 그대 찾아와 한나절 머물러주니相對一開顏(상대일개안) : 마주보고 서로 얼굴빛 한번 펴본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椵縣(가현) 가현에서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椵縣(가현) 가현에서 驟雨暗前村(취우암전촌) : 소나기에 앞 마을 어두워지고 溪流徹底渾(계류철저혼) : 흐르는 개울은 밑바닥까지 흐려진다 疊峯遮客眼(첩봉차객안) : 첩첩한 산봉우리에 길손의 눈 가리고 一徑入溪源(일경입계원) : 지름길 한 줄기 개울 언덕으로 통한다 靑草眠黃犢(청초면황독) : 푸른 풀에는 누런 송아지 잠들어있고 蒼崖叫白猿(창애규백원) : 푸른 언적에서 흰 원숭이 울부짖는다 十年南北去(십년남북거) : 십년간 남북으로 다녀봡지만 歧路正銷魂(기로정소혼) : 갈림길 만나니 또 초조한 넋이 되노라.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野 鳥 (야조) 야생조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野 鳥 (야조)야생조류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시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14首(탐매14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14首(탐매14수) 切莫隨風逐馬蹄(절막수풍축마제) 바람 따라 말 발굽에 휩쓸리지 마라 歸時雖好惹還非(귀시수호야환비) 돌아오니 좋긴 해도 네 모습 처량하다 自從一見塵泥涴(자종일견진니완) 진흙탕에 뒹글고 나면 謾得貞名世上誹(만득정명세상비) 정결한 그이름 더럽혔다 세상사람들 비난하리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3首(탐매 13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3首(탐매 13수) 花時高格透群芳(화시고격추군방) 봄날 함빡 웃는 너의품격 꽃중에 빼어나고 結子調和鼎味香(결자조화정미향) 열매 맺어 국에 쓰면 그 맛이 향기롭다 直到始終存大節(직도시종존대절) 종 큰 절개를 지키니 衆芳那敢窺其傍(중방나감규기방) 다른 꽃들이 어찌 근처에 얼씬 할소냐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2首(탐매 12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2首(탐매 12수) 半乾枯葉着春枝(반건고엽착춘지) 반쯤 말라 시든 잎 꽃가지에 달렸구나 細料東風不解吹(세료동풍불해취) 동풍은 잎의 뜻 모르고 무심히 부는구나 爲子却能先着蘂(위자각릉선착예)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이 먼저 피면 故防無葉被人欺(고방무엽피인기) 사람들 잎도없이 핀다고 흉볼까애타는 마음을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1首(탐매 11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1首(탐매 11수) 一枝枯瘦一枝榮(일지고수일지영) 한 가지는 말랐고 다른 가지엔 싹이 움트니 腸斷春心作麽生(장단춘심작마생) 봄 그리워 애타는 마음 작은 생명 힘겹게 내었네 雨露恰是無情物(우로흡시무정물) 무정하구나 우로여 耐見彫殘不受亨(내견조잔불수형)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꽃가지를 어찌 보고만 있단 말이냐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0首(탐매 10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0首(탐매 10수) 我曾恰似放翁狂(아증흡사방옹광) 내 일찍이 육유처럼 미쳐 三十年來物我忘(삼십년래물아망) 삼십년 내내 물아를 잊고 살았는데 今日見君還有意(금일견군환유의) 오늘 너를 보는 것은 그만한 뜻이 있어서이니 明朝定欲道霞觴(명조정욕도하상) 내일은 정년 술 한잔 하며 너를 탐하리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9首(탐매 9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9首(탐매 9수) 世人培養膽甁中(세인배양담병중) 세상 사람들 꽃병에 매화를 꽂아두고 紙帳明窓竟日同(지장명창경일동) 지장 둘러 창가에 두고 해종일 보네 不覺數交多取謾(불각수교다취만) 자꾸 보다보면 왠지 시들해지니 何如苦訪雪泥融(하여고방설니융) 눈 진창길 걸어 힘들게 찾아야 제 멋이지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8首(탐매 8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8首(탐매 8수) 孤山兩句得精神(고산양구득정신) 고산 두 구절에 매화 정신 담아내고 數語可驚千古人(수어가경천고인) 말 몇 마디로 옛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리 疎影暗香雖得骨(소영암향수득골) 소영 암향 네 모습 제법 그렸다만 未知寒蘂獨淸眞(미지한예독청진) 차가운 꽃술에서 뿜어 나오는 그 청진은 몰랐구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7首(탐매 7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7首(탐매 7수) 騷墨風流幾讚君(소묵풍류기찬군) 소인묵객 풍류객 그토록 너를 노래 했지만 說君眞味未深聞(설군진미미심문) 너의 참모습 아직 제대로 듣지 못했네 蕭條老榦開三四(소조노간개삼사) 쇠잔한 늙은 줄기에서 피운 서너 송이 便是超群眼有筋(편시초군안유근) 하도 예뻐 너를 보는 눈빛이 반짝이누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6首(탐매 6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6首(탐매 6수) 雪路尋君獨杖藜(설로심군독장려) 눈길에 너를 찾아 홀로 지팡이 짚고 나서니 箇中眞趣悟還迷(개중진취오환미) 속 참된 아취 깨달은 듯 도로 아득해지네 有心却被無心使(유심각피무심사) 무심한 너를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어 直到參橫月在西(직도삼횡월재서) 먼동이 트는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서성거리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5首(탐매 5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5首(탐매 5수) 色耶香耶聖難知(색야향야성난지) 색인지 향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月下精神便是奇(월하정신편시기) 달빛 아래 정신만은 기이 하구나 仔細辨來色的處(자세변래색적처) 색을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無情淡色被香欺(무정담색피향기) 무정한 옅은 색인걸 향기 때문에 속았구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4首(탐매 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4首(탐매 수) 大枝蟠屈小枝糾(대지반굴소지규) 큰 가지 구불어지고 작은 가지가 서로 얽히고 一幹斜橫杜若洲(일간사횡두약주) 한 줄기는 두약 피는 물가에 비스듬히 걸쳤네 淸影若非三五魄(청영약비삼오백) 보름의 만월아래 맑게비친 네 모습 없었다면 平生描得定無由(평생묘득정무유) 한 평생을 그려 본들 무슨 소용이리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3首(탐매 3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3首(탐매 3수) 夙聞貞潔最多情(숙문정결최다정) 정결한 그 모습 정도 정말 많아 不與東風紅紫爭(부여동풍홍자쟁) 봄바람에 피는 붉은 꽃들과 다투지 않는다네 一見孤山心便許(일견고산심편허) 고산을 한 번 보고 그만 함빡 빠져 버리면 由來行誤曩時名(유래행오낭시명) 지난날 그 이름 그르치고 말테니까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2首(탐매 2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2首(탐매 2수) 魏紫姚黃摠有名(위자요황총유명) 도황과 위자 모두 진귀한 모란인즉슨 繁華定被得春情(번화정피득춘정) 화려한 자태로 춘정을 끌기 때문이네 那如阿堵心貞(나여아도심정) 세인들아 매화의 곧은 마음 안다면 白不與世人高下評(백불여세인고하평) 함부로 입 놀려 품평하지 말지니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탐매 1)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探梅 1(탐매 1) 大枝小枝雪千堆(대지소지설천퇴) 크고 작은 가지마다 눈이 쌓여도 溫暖應知次第開(온난응지차제개) 따뜻한 기운 용케도 알고 차례대로 피는구나 玉骨貞魂雖不語(옥골정혼수불어) 옥골의 곧은 혼 비록 말은 없지만 南條春意最先胚(남조춘의최선배) 남쪽 가지 춘의 알고 먼저 꽃망울 틔우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陶 店 도점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陶 店(도점)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目 羞(목수 ) 목수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目 羞(목수 ) 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還 山(환산)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還 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尋 訪 (심방)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尋 訪 (심방)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正叔見訪(희정숙견방)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喜正叔見訪(희정숙견방)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途 中(도중)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途 中(도중)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