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 범성대(1126) 39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1(동일전원잡흥 11)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1(동일전원잡흥 11)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探梅公子款柴門 (탐매공자관시문)매화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하러 온 공자公子가 우리 집 사립문을 두드리는데 枝北枝南總未春(지북지남총미춘) 북쪽으로 향한 가지, 남쪽으로 향한 가지 모두 아직 꽃이 피지 않았네. 忽見小桃紅似錦(홀견소도홍사금) 문득 비단처럼 붉게 핀 작은 복숭아꽃을 보더니 却疑儂是武陵人(각의농시무릉인) 도리어 나를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신선으로 여기는 듯하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0(동일전원잡흥 10)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0(동일전원잡흥 10)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黃紙蠲租白紙催(황지견조백지최) 황제의 조서詔書인 누런 빛깔의 종이가 세금을 덜면 관부官府의 문서인 흰 종이가 독촉하여 皂衣旁午下鄕來(조의방오하향래) 검은 옷 입은 관리 번거롭게 마을로 내려오네. 長官頭腦冬烘甚(장관두뇌동홍심) “현령縣令께서 머리가 몹시 흐리멍덩해지셨나 보오. 乞汝靑錢買酒迴(걸여청전매주회) 자네가 동전을 주면 술이나 사 가지고 돌아가겠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9(동일전원잡흥 9)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9(동일전원잡흥 9)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煮酒春前臘後蒸(자주춘전랍후증) 봄 되기 전에 술을 빚고 납일臘日 뒤에 데우니 一年長饗甕頭淸(일년장향옹두청) 한 해 내내 늘 갓 익은 술을 마시네. 진居何似山居樂(진거하사산거락) 도회지에서 사는 것이 어찌 산속에서 사는 즐거움과 같으리오. 秫米新來禁入城(출광신래금입성) 술 담글 때 쓰는 차좁쌀이 새로 와서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8(동일전원잡흥 8)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8(동일전원잡흥 8)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榾柮無煙雪夜長(골돌무연설야장) 섶나무는 연기가 나지 않고 눈 내리는 밤은 길기만한데 地爐酒煨煖如湯(지로주외난여탕) 질화로에 데운 술은 끓인 물처럼 뜨끈하네. 莫嗔老婦無盤飣(막진노부무성정) 늙은 아내는 소반에 안주 없다고 탓하지 말라며 笑指灰中芋栗香(소지회중우률향) 웃으며 재 속에 들어 있는 토란과 밤을 가리키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7(동일전원잡흥 7)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7(동일전원잡흥  7)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撥雪挑來踏地菘(발설도래답지숭) 눈을 헤치고 야생 배추를 어깨에 메고 오니 味如蜜藕更肥醲(미여밀우경비농) 그 맛이 꿀에 절인 연뿌리 같은데 더욱 기름지고 진하네. 朱門肉食無風味(주문육식무풍미) 권세 높은 벼슬아치네 집에서 먹는 육식肉食에는 음식의 고상한 맛이 없으니 只作尋常菜把供(지작심상채파공) 다만 그렇고 그런 채소나 받아먹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6(동일전원잡흥 6)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6(동일전원잡흥 6)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放船閑看雪山晴(방헌한간설산청) 배를 띄우고 한가로이 맑게 갠 하늘 아래 눈 쌓인 산 바라보노라니 風定奇寒晩更凝(풍정기한만경응) 바람은 그쳤는데 추위 심해져서 해 질 녘에 더욱 얼어붙네. 坐聽一篙珠玉碎(좌청일고주옥쇄) 앉아서 들으니 상앗대질 한 번에 구슬과 옥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데 不知湖面已成冰(부지호면이성빙) 호수의 수면이 벌써 얼은 줄 몰랐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5(동일전원잡흥 5)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5(동일전원잡흥 5)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乾高寅缺築牛宮(곤고인결축우궁) 맑게 갠 하늘은 높고 날씨는 차가운데 외양간을 지어서는 巵酒豚蹄酹土公(치주돈제뢰토공) 약간의 술과 돼지 발굽 차려놓고 땅귀신께 제사를 지내네. 牯牸無瘟犢兒長(고자무온독아장) 수소, 암소 병 걸리지 말고 송아지도 잘 커서  明年添種越城東(명년첨종월성동) 내년에는 월성越城 동쪽에도 경작지를 넓혀서 씨를 더 뿌리게 해 주소서.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4(동일전원잡흥 4)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4(동일전원잡흥 4)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松節然膏當燭籠(송절연고당촉롱) 소나무 마디의 기름 불태우면 마땅히 촛불을 켜드는 채롱만큼은 되는데 凝煙如墨暗房櫳(응연여묵암방롱) 엉긴 연기는 그을음처럼 방 안을 어둡게 하네. 晩來拭淨南窗紙(만래식정남창지) 저물녘에 남쪽으로 난 창의 종이를 말끔하게 닦아서 깨끗하게 했더니 便覺斜陽一倍紅(편각사양일배홍) 갑자기 지는 해가 갑절이나 붉어졌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3(동일전원잡흥 3)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3(동일전원잡흥 3)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屋上添高一把茅(옥상첨고일파모) 띠를 한 다발 더 깔아서 옥상 위를 높게 하고 密泥房壁似僧寮(밀니방벽사승료) 방 벽을 촘촘하게 승방僧房처럼 진흙으로 바르네. 從敎屋外陰風吼(종교옥외음풍후) 설사 집 밖에 찬바람 몰아쳐도 臥聽籬頭響玉簫(와청리두향옥소) 누워서 들으니 울타리 근처에서 옥퉁소 부는 소리 들리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2(동일전원잡흥 2)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2(동일전원잡흥 2)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炙背檐前日似烘(자배천전일사홍) 처마 앞에서 등을 쬐니 햇볕이 화톳불 같아 煖醺醺後困蒙蒙(난훈훈후곤몽몽) 따뜻한데다가 술에 취해 기운이 얼큰하니 흐리멍덩하게 졸리네. 過門走馬何官職(과문주마하관직) 말을 타고 달리며 문을 지나는 사람은 어떤 벼슬아치일까? 側帽籠鞭戰北風(측모롱편전북풍) 모자 비뚤어진 채 옷소매로 채찍을 감싸 쥐고는 겨울바람과 싸우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동일전원잡흥 1)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冬日田園雜興 1(동일전원잡흥 1) 겨울 전원의 여러 흥취 斜日低山片月高(사일저산편월고) 지는 해가 산 밑으로 잠기고 조각달이 높이 뜨자 睡餘行藥繞江郊(수여행약요강교) 잠에서 깬 뒤 약 기운 잘 돌라고 강물이 흐르는 근교를 둘러보네. 風霜擣盡千林葉(풍상도진천림엽) 바람과 서리가 온 수풀의 나뭇잎들을 떨어뜨리니 閒倚筇枝數鸛巢(한의공지수관소) 한가로이 대지팡이에 기대어 황새 둥지를 세어 보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詠河市歌者(영하시가자) 하시의 가수를 노래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詠河市歌者(영하시가자) 하시의 가수를 노래함 豈是從容唱渭城(기시종용창위성) 어찌 저것이 태연하게 을 부르는 것일까? 個中當有不平鳴(개중당유불평명) 그 가운데 마땅히 불평의 소리 섞였으리. 可憐日晏忍饑面(가련일안인기면) 가련하구나! 해 저무는데 배고파도 꾹 참고 强作春深求友聲(강작춘심구우성) 억지로 지어내는 깊은 봄날의 꾀꼬리 소리!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雙 廟 (쌍 묘) 장순(張巡)과 허원(許遠) 두 장수의 사당(祠堂)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雙 廟 (쌍 묘) 장순(張巡)과 허원(許遠) 두 장수의 사당(祠堂) 平地孤城寇若林(평지고성구약림) 평평한 땅의 외딴 성에 숲을 이루어 달려든 도적 떼 兩公猶解障妖祲(량공유해장요침) 두 장수는 아직도 재앙을 일으키는 요사스러운 기운을 막아 주시네. 大梁襟帶洪河險(대량금대홍하험) 개봉開封은 요충지要衝地라 물길이 험한 황하黃河가 지켜 주는데 誰遣神州陸地沈(수견신주육지침) 누가 중원中原 땅을 가라앉게 하였나?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12(춘일전원잡흥 12)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12(춘일전원잡흥 12) 봄 전원의 여러 흥취. 桑下春蔬綠滿畦(상하춘소록만휴) 뽕나무 아래 봄철의 채소가 밭을 초록색으로 가득 채웠는데 菘心靑嫩芥薹肥(숭심청눈개대비) 배춧속은 푸르면서도 부드럽고 겨자 줄기는 통통하네. 溪頭洗擇店頭賣(계두세택점두매) 시냇가에서 씻어서는 골라다가 시장에 내다 팔고 日暮裹鹽沽酒歸(일모리염고주귀) 저물녘에야 소금 꾸리고 술 사가지고 돌아오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11(춘일전원잡흥 11)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11(춘일전원잡흥11) 봄 전원의 여러 흥취. 吉日初開種稻包(길일초개종도포) 상서祥瑞로운 날에 처음으로 볍씨 포대를 여니 南山雷動雨連宵(남산뢰동우련소) 남산南山에는 천둥이 쳤고 비는 여러 날 밤을 계속해서 내렸네. 今年不欠秧田水(금년불흥앙전수) 올해는 못자리 물이 모자라지 않겠네. 新漲看看拍小橋(신창간간백소교) 새로 불어난 물이 차츰 작은 다리에 부딪치는 것을 보니.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10(춘일전원잡흥 10)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10(춘일전원잡흥10)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種園得果廑償勞(종원득과근상노) 밭에 씨 뿌려 열매 얻어도 들인 노고勞苦에 겨우 돌려받는 정도인데 不奈兒童鳥雀搔(불내아동조작소) 아이들하고 참새 따위의 작은 새들이 농작물을 마구 건드리는 것은 견뎌 낼 수 없네. 已揷棘針樊筍徑(이삽극침번순경) 벌써 가시를 꽂아서 죽순 길에 울타리를 쳤고 更鋪漁網蓋櫻桃(경포어망개앵도) 다시 물고기 잡는 그물을 펼쳐서 앵두를 덮었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9 (춘일전원잡흥 9)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9 (춘일전원잡흥 9) 봄 전원의 여러 흥취. 步屧尋春有好懷(보섭심춘휴호회) 나막신 신고 천천히 걸으며 봄 찾아 나서니 기분 좋은데 雨餘蹄道水如杯(우여제도수여배) 비 온 뒤 길에 남은 나막신 자국은 물 담긴 잔과 같네. 隨人黃犬攙前去(수인황견참전거) 나를 따르던 누렁이가 잽싸게 앞으로 뛰어가더니 走到溪邊忽自迴(주도계변홀자회) 시냇가까지 달려가서는 갑자기 스스로 돌아오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8(춘일전원잡흥 8)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8(춘일전원잡흥 8) 봄 전원의 여러 흥취. 郭裏人家拜掃回(곽리인가배소회) 성안 사람들 성묘省墓를 하고 돌아가는데 新開醪酒薦靑梅(신개료주천청매) 막걸리 항아리 새로 열고 아직 익지 않은 푸른 매실 올리네. 日長路好城門近(일장로호성문근) 해 길고 길 좋은 데다가 성문도 가까우니 借我茅亭煖一杯(차아모정난일배) 짚으로 지붕을 이은 우리 정자亭子 빌려 술 한 잔 덥히시게.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7(춘일전원잡흥 7)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7(춘일전원잡흥 7) 봄 전원의 여러 흥취. 寒食花枝揷滿頭(한식화지삽만두) 한식날 꽃가지를 머리에 가득 꽂고 蒨裙靑袂幾扁舟(천군청몌기편주) 다홍치마, 파란 저고리 입고 몇 척의 조각배에 탔을까? 一年一度遊山寺(일년일도유산사) 한 해에 한 번 산속에 있는 절에서 즐겁게 노니 不上靈巖卽虎丘(불상령암즉호구) 영암산靈巖山 아니면 호구산虎丘山에 오르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6(춘일전원잡흥 6)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6(춘일전원잡흥 6) 봄 전원의 여러 흥취 騎吹東來里巷喧(기취동래리항훤) 나팔을 불며 동쪽에서 온 기마병이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行春車馬鬧如煙(행춘차마료여연) 봄 순시巡視 나온 수레와 말 다가오는 소리가 시끄럽게 연기처럼 퍼져오네. 繫牛莫礙門前路(계우막애문전로) 문 앞에 소 매어 놓아 길을 막지 말고 移繫門西碌碡邊(이계문서록도변) 문 서쪽 돌 고무래 옆으로 옮겨 매어 놓으시게.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5(춘일전원잡흥 5)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5(춘일전원잡흥 5)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社下燒錢鼓似雷(두하소전고사뢰) 사당祠堂 아래에서 종이돈을 불태우는데 북소리가 우레처럼 울리더니 日斜扶得醉翁回(일사부득취옹회) 날 저물자 술 취한 노인은 부축 받으며 돌아오네. 靑枝滿地花狼藉(청지만지화랑자) 푸른 가지 온 땅에 가득하고 꽃도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우니 知是兒孫鬪草來(지시아손투초래) 이것은 분명 아이들이 풀싸움한 뒤끝임을 알겠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4(춘일전원잡흥 4)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4(춘일전원잡흥 4) 봄 전원의 여러 흥취 老盆初熟杜茅柴노분초숙두모시) 낡은 동이에 갓 익은 두모시杜茅柴를 담아 攜向田頭祭社來(휴향전두제사래) 논머리로 들고 와 지신地神에게 제사 지내네. 巫媼莫嫌滋味薄(무온막혐자미박) 무당할멈이여! 술맛이 좋지 않고 싱겁다고 불평하지 마시게. 旗亭官酒更多灰(기정관주경다회) 술집에서 파는 관주官酒에는 도리어 석회石灰가 훨씬 많이 들어갔다네. * 두모시杜茅柴 - 시골에서 대충 담가 만든 술. 도수度數가 낮고 맛이 떨어진다. * 관주官酒 - 나라에서 만들어 파는 술. * 석회石灰 - 그 당시에는 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관주에 석회를 집어넣었다고 한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3(춘일전원잡흥 3)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3(춘일전원잡흥 3) 봄 전원의 여러 흥취. 高田二麥接山靑(고전이맥접산청) 높은 곳에 있는 밭에는 보리와 밀이 푸르게 산과 이어지고 傍水低田綠未耕(방수저전록미경) 물가 낮은 곳에 있는 밭에는 초록색 풀을 아직 갈지 못했네. 桃杏滿村春似錦(도행만촌춘사면) 복숭아꽃, 살구꽃이 마을에 가득하니 봄은 비단처럼 아름다운데 踏歌椎鼓過淸明(답가추고과청명) 발로 땅을 구르며 노래하고 북을 치면서 청명절淸明節을 보내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2(춘일전원잡흥 2)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2(춘일전원잡흥 2) 봄 전원의 여러 흥취. 土膏欲動雨頻催(토고욕동우빈최) 기름진 땅은 살아 움직이고 비가 자주 재촉하니 萬草千花一餉開(만초천화일향개) 수많은 풀과 온갖 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 피었네. 舍後荒畦猶綠秀(사후황휴유록수) 집 뒤편의 묵은 밭두둑에는 이미 초록 물결 무성하고 鄰家鞭筍過牆來(린가편순과장래) 이웃집 죽순이 담 밑을 뚫고 나왔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1(춘일전원잡흥 1) 봄 전원의 여러 흥취.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春日田園雜興 1(춘일전원잡흥 1) 봄 전원의 여러 흥취. 柳花深巷午雞聲(류화심항오계성) 버들개지 늘어선, 외따로 뚝 떨어져 있는 동네에 한낮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 들리고 桑葉尖新綠未成(상엽첨신록미성) 뽕잎은 뾰족하게 새로 났지만 아직은 푸르지 않네. 坐睡覺來無一事(좌수각래무일사) 앉아서 졸다가 깨어나도 할 일 하나도 없으니 滿窗晴日看蠶生(만창청일간잠생) 창 가득 맑은 햇살 속에 누에 태어나는 모습 바라보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揷 秧 (삽 앙) 모내기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揷 秧 (삽 앙) 모내기 種密移疏綠毯平(종밀이소록담평) 촘촘한 모판에서 성기게 옮겨 심으니 녹색 담요를 깔아놓은 듯하고 行間淸淺縠紋生(행간청천곡문생) 줄 사이 맑고 얕은 물 찰랑찰랑하니 비단결 무늬 이루었네. 誰知細細靑靑草(수지세세청청초) 누가 알겠는가, 가늘디가늘고 싱싱하게 푸른 풀잎, 中有豊年擊壤聲(중유풍년격양성) 바로 거기에 풍년豊年 들어 부르는 소리 있음을…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翠 樓 (취 루) 상주(相州)의 어느 술집에서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翠 樓 (취 루) 상주(相州)의 어느 술집에서 連衽成帷迓漢官(련임성유아한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며 남쪽에서 온 사신들을 맞이하여 翠樓沽酒滿城歡(취루고주만성환) 취루翠樓에서 술을 사며 온 성이 기쁨으로 가득하네. 白頭翁媼相扶拜(백두옹온상부배) 허옇게 센 머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 부축하며 절을 하고는 垂老從今幾度看(수노종금기도간) 이렇게 늙었는데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걱정하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淸遠店 (청원점) 청원(淸遠)의 객사(客舍)에서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淸遠店 (청원점) 청원(淸遠)의 객사(客舍)에서 女僮流汗逐氈輧(녀동류한축전병) 계집종이 땀 흘리며 휘장 두른 수레를 뒤따라가서는 云在淮鄕有父兄(운재회향유부형) 회남淮南 땅에 부모 형제가 살고 있다고 하네. 屠婢殺奴官不問(도비살노관불문) 노비를 죽여도 관아官衙에서는 죄를 묻지 않으니 大書黥面罰猶輕(대서경면벌유경) 커다란 글씨로 얼굴에 묵형墨刑을 가하는 것은 처벌이 오히려 가볍다고 하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夜坐有感(야좌유감) 밤에 앉아 느끼는 바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夜坐有感(야좌유감) 밤에 앉아 느끼는 바 靜夜家家閉戶眠(정야가가폐호면) 고요한 밤 집집마다 문을 닫고 자는데 滿城風雨驟寒天(만성풍우취한천) 성 안 가득 비바람이 겨울 하늘에 몰아치네. 號呼賣卜誰家子(호호매복수가자) “점치세요!” 외치는 사람은 누구네 집 자식일까? 想欠明朝糴米錢(상차명조적미전) 생각건대 내일 아침 쌀 살 돈이 모자라는 모양이네.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發合江數里寄楊商卿諸公(발합강수리기양상경제공)

石湖 范成大(석호 범성대). 發合江數里寄楊商卿諸公 (발합강수리기양상경제공) 합강合江에서 출발하여 몇 리 떨어진 곳에서 상경商卿 양광楊光을 비롯한 몇몇 친구들에게 부치다 臨分滿意說離愁(임분만의설리수) 헤어질 때 마음속에 이별의 슬픔을 간직한 채 草草無言只淚流(초초무언지루류) 시름에 겨워 말도 없이 다만 눈물만 흘릴 뿐이었네. 船尾竹林遮縣市(선미죽림차현시) 고물에서 돌아보니 현縣의 시장은 안 보이고 대나무 숲만 보이는데 故人猶自立沙頭(고인유자입사두) 오랜 친구들은 여전히 그대로 강가에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