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노수신(1515) 53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臺 上 (대상) 대위에서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臺 上 (대상) 대위에서 如山如海晩天空(여산여해만천공) 산 같고 바다 같은 저물녘 끝없이 열린 하늘 方丈蓬萊卽此通(방장봉래즉차통) 방장산과 봉래산도 곧 이곳에서 통하겠지 勞爾兩間流峙勢(노이양간유치세) 양쪽 사이 강과 고개의 형세가 애쓰니 一時收拾入昏瞳(일시수습입혼동) 잠깐 사이에 거두어져 흐린 눈속으로 들어오는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還表訓(환표훈) 표훈사로 돌아오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還表訓(환표훈) 표훈사로 돌아오다 緇流塡咽闖山門(치류전인틈산문) 승려들이 잔뜩 모여서 산 어귀를 엿보며 凈掃蒼苔駐白雲(정소창태주백운) 푸릇푸릇한 이끼를 깨끗이 쓸어내고 흰구름 머물게하네 賴有英靈如左右(뇌유영령여좌우) 다행스럽게도 영령들이 좌우에 있는 듯이 急馳南北舊移文(급치남북구이문) 북산이문을 남북을로 급하게 전했나 보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落 日 (낙 일) 저무는 해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落 日 (낙 일) 저무는 해 落日在籬根 (락인재리근) 저무는 해가 울타리 밑에 있으니 昏昏煙景重 (혼혼연경중) 연기煙氣 어린 아름다운 경치景致가 더욱 어두워지네. 風來動庭樹 (풍래동정수) 바람이 불어와 뜰의 나무를 흔들더니 復吹枯槁容 (복취고고용) 야위어서 파리한 이 얼굴에 다시 불어오는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和孤峯公佳月(화고봉공가월) 고봉공 김정金「가월(佳月」 시詩에 화답和答하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和孤峯公佳月(화고봉공가월) 고봉공 김정金「가월(佳月」 시詩에 화답和答하다 本體曾無息 (본체증무식) 본체本體는 일찍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淸輝竟得全 (청휘경득전) 맑고 깨끗한 빛은 끝내 온전穩全하네. 但能昭萬物 (단능소만물) 다만 만물萬物을 비추면 되지 何必照重泉 (하필조중천) 구태여 저승까지 비출 필요가 있을까……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夜讀二首 2(야독이수 2) 밤에 책冊을 읽으며 두 수首를 짓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夜讀二首 2(야독이수 2) 밤에 책冊을 읽으며 두 수首를 짓다 坐久南冠整 (좌구남관정) 남쪽 초楚나라의 죄수罪囚 종의鍾儀처럼 갓을 단정端正히 쓰고 오래도록 앉아서 更長燈火明 (경장등화명) 기나긴 밤에 등燈불 환하게 밝히고 있네. 整冠對明火 (정관대명화) 갓을 바루고 밝은 등불과 마주하고 있으니 無送亦無迎 (무송역무영) 배웅할 사람도 없고 맞이할 사람도 없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夜讀二首 1(야독이수 1) 밤에 책冊을 읽으며 두 수首를 짓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夜讀二首 1(야독이수 1) 밤에 책冊을 읽으며 두 수首를 짓다 萬念俱灰寂 (만념수회적) 온갖 생각들이 다 사라져 버렸으니 孤襟不鬼窺 (고금불귀규) 외로운 마음을 귀신鬼神도 엿보지 못하리라. 西隣雞欲唱 (서린계욕창) 서쪽 이웃집에서 닭이 울려고 할 때가 是我讀書時 (시아독서시) 바로 내가 책冊을 읽을 때로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蛙 ( 와 ) 개구리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蛙 ( 와 ) 개구리 突眼無他技 (돌안무타지) 눈이 튀어나오고 별다른 재주도 없는데 昂頭妄自尊 (앙두망자존) 머리를 쳐들고 망령妄靈되게 잘난 체하네. 古人焚牡鞠 (고인분모국) 옛사람이 씨 없는 국화菊花를 불태워 너희를 해쳤으니 於汝實爲冤 (어여실위원) 너희에게는 참으로 원통寃痛한 일이었으리라.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蟻 ( 의 ) 개 미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蟻 ( 의 ) 개 미 固已識君臣 (고이식군신) 본디 이미 임금과 신하臣下 사이의 의리義理를 알고 있는데 如何事戰爭 (여하사전쟁) 어찌하여 전쟁戰爭을 일삼을까. 紛紛强弱勢 (분분강약세) 어지럽게 강하고 약한 형세形勢에 의지해서 不斷慕羶情 (불단모전정) 누린내 그리워하는 마음을 끊지 못하는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燕 ( 연 ) 제 비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燕 ( 연 ) 제 비 衆雛自識機 (중추자식기) 뭇 새끼들도 저절로 떠날 때를 아는데 却與宿何枝 (각여숙하지) 더불어 어느 가지에 깃들일까. 客興都無戀 (객흥도무련) 나그네의 흥취興趣는 전혀 그리워하지 않는데 遲留爲社期 (지류위사기) 입추立秋가 지나 떠날 날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머무르는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鵲 ( 작 ) 까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鵲 ( 작 ) 까치 天上河橋斷 (천상하교단) 하늘 위에는 은하수銀河水에 놓여졌던 오작교烏鵲橋도 끊어지고 人間石印無 (인간석인무) 인간 세상에는 까치의 기이奇異한 자취도 볼 수 없네. 時來噪乾位 (시래조건위) 이따금 날아와서 마른자리에서 울어 대는 바람에 誤客看書圖 (오객간서도) 나그네가 제대로 책 읽지도 못하겠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螢 ( 형 ) 반딧불이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螢 ( 형 ) 반딧불이 只作皎皎行 (지작교교행) 다만 빛나고 밝게 날아다니면서 使人記所向 (사인기소향) 사람으로 하여금 향하여 가는 곳을 기억나게 하네. 微質旺中宵 (미질옹중소) 하찮은 존재存在가 한밤중에는 왕성旺盛하다가 不然光已喪 (불연광이상) 한밤중이 지나면 그 빛을 이미 잃어버리는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蛬 ( 공 ) 귀뚜라미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蛬 ( 공 ) 귀뚜라미 西風淡月斜 (서풍담월사) 가을바람 불어오는데 으스름한 달 비스듬하게 걸려 있고 露墮暗叢裡 (로타암총리) 어두운 숲 속에 이슬 내리네. 一聲思君子 (일성사군자) 울음소리 하나는 임을 그리워하는 듯하고 一聲怨君子 (일성원군자 다른 울음소리 하나는 임을 원망하는 듯하구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十六夜喚仙亭二首次韻 1(십육야환선정이수차운 1)16일 밤에 환선정의 시에 차운하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十六夜喚仙亭二首次韻 1 (십육야환선정이수차운 1) 16일 밤에 환선정의 시에 차운하다 二八初秋夜(이팔초추야) 칠월 십육일 초가을 밤 三千弱水前(삼천약수전) 삼천리 잔잔한 물이 앞에 흐르고 昇平好樓閣(승평호루각) 순천의 화려한 이 누각에 오르니 宇宙幾神仙(우주기신선) 천지가 신선 세계로다 曲檻淸風度(곡함청풍도) 굽은 난간엔 맑은 바람 스쳐 가고 長空素月懸(장공소월현) 높은 하늘엔 밝은 달이 걸려 있네 愀然發大嘯(초연발대소) 시름겨워 큰 휘파람 부노라니 孤鶴過蹁躚(고학과편선) 외로운 학이 빙빙 돌며 지나 가누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讀 書 2 (독 서 2)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鼻息尙如雷(비식상여뢰) 긴박한 때도 드르렁 드르렁 잘 잤고 氣貌還勝昔(기모환승석) 기모는 도리어 평소보다 나아 졌었네 人知誠所致(인지성소치) 사람들은 성의 소치인 줄을 알았고 自言學之功(자언학지공) 스스로는 학문의 힘이라 말하였지 二公古大賢(이공고대현) 이공은 예전의 대현이거니 豈是强制得(기시강제득) 어찌 이 경지를 강제로 얻었으랴만 淺見不無疑(천견불무의) 내 얕은 생각으로는 의심이 다소 있어 靜坐究其極(정좌구기극) 조용히 앉아서 깊이 궁구하노라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十六夜感嘆成詩(십육야감탄성시) 16일 밤에 탄식하면서 지은시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十六夜感嘆成詩(십육야감탄성시) 16일 밤에 탄식하면서 지은시 八月潮聲大(팔월조성대) 팔월 조수 소리 크기도 한데 三更桂影疏(삼경계영소) 삼경의 계수나무 그림자 천지에 맑아 驚棲無定魍(경서무정망) 자던 산도깨비 놀라 이리저리 날뛰고 失木有犇鼯(실목유분오) 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와 내달리는 날다람쥐 萬事秋風落(만사추풍락) 만사가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지니 孤懷白髮梳(고회백발소) 외로이 시름에 겨워 흰 머리털만 손질하네 瞻望匪行役(첨망배행역) 머나 먼 하늘 가 이곳에 유람 차 온 것 아니니 生死在須臾(생사재수유) 어이타 생사가 한 순간 이로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雁門岾望海(안문재망해) 안문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雁門岾望海(안문재망해) 안문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微茫左海大舞餘(미안좌해대무여) 희미하고 아득한 동쪽바다 넘실넘실 출렁거리는데 始鮮天浮地亦虛(시선천부지역허) 하늘 높이 떠 있으니 땅도 역시 넓은 줄 알겠네 堪笑西洲老豪傑(감소서주노호걸) 서쪽 땅의 나이 든 호걸들이 우습기만 하니 區區食雁門何如(구구식안문하여) 구차스럽게 기러기나 잡아먹고 사는데 이곳을 어찌 알까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繼祖窟(계조굴) 계조굴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繼祖窟(계조굴) 계조굴 終日巡峯問幾層(종일순봉분기층) 온종일 돌아본 봉우리가 몇 겹이던가 垂藤處處强登登(수등처처강등등) 등덩굴 드리운 곳마다 억지로 끙끙거리며 올랐지 空看小窟深千尺(공간소굴심천척) 까마득하게 깊숙한 작을 굴을 부질없이 들여다보니 松絡袈裟一老僧(송락가사일노승) 송락 쓰고 가사입은 노승 홀로 있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感泣奉謝贈金參奉(감읍봉사증김참봉) 감격하여 울면서 받들어 사례하여 김참봉 에게 주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感泣奉謝贈金參奉(감읍봉사증김참봉) 감격하여 울면서 받들어 사례하여 김참봉 에게 주다 此膝何會解屈人(차슬하회해굴인) 내 무릎을 일찍이 남에게 꿇은 적이 있던가 拜書今日却須眞(배서금일각수진) 서신에 절하는 오늘은 진정으로 꿇어야 겠네 白頭薄宦盆城子(백두박환분성자) 백발 나이로 미관말직에 있는 분성자 가 能視人親似已親(능시인친사이친) 남의 어버이를 자기 어버이처럼 생각해 주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2(취시솔의방필배민 2)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2(취시솔의방필배민 2) 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痛飮暢形神(통음창형신) 통음하여 형체와 정신을 풀어주고 諧謔同于人(해학동우인) 남들과 같이 농지거리도 해 가면서 隱惡卽揚善(은악즉양선) 악은 숨겨 주고 선은 드러내 주어 泛愛還有親(범애환유친) 두루 사랑하니 또 친한 이도 있네 田父及野老(전부급야노) 농부들 및 촌 늙은이들과 어울려 狎蕩盡潦倒(압탕진료도) 친압 방탕한 아주 산만한 모습으로 有問無不答(유눈무부답) 질문이 있으면 대답 안 한게 없거니 有邀肯辭造(유요긍사조) 초대가 있으면 어찌 가기를 사양하랴 囚跣或接客(수선혹접객) 쑥대머리에 맨발로 혹 손을 대해도 客喜反無責(객희반무책) 손은 되레 기뻐하고 책망하지 않네 吁汝盧寡悔(우여노과..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1(취시솔의방필배민 1)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1(취시솔의방필배민 1) 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吾父年丙辰(오부년병신) 내아버니 연세는 병진 생 이 신데 赢瘁自靑春(영췌자청춘) 청춘 시절부터 야위고 초췌하셨고 憂居不薑桂(우거불강계) 상중에는 강계도 못 잡수셨으니 遑望濕脚仁(황망습각인) 각습증이 낫기를 바랄 수 있으리오 吾母年丁巳(오모년정사) 내 어머니 연세는 정사 생 이 신데 勞心疾未已(노심질미이) 노심초사로 질병이 끊이지 않아 不得顧私親(부득고사친) 친정어머니를 돌봐 드리지 못하고 萬事懷孔悝(만사회공리) 오만 일로 걱정이 몹시 많으시네 外祖母誰依(외조모수의) 외조모는 누구를 의지한단 말인가 三歲添者稀(삼세첨자희) 삼세를 더하면 드문 나이라는데 有弟學未就(유제학미취) 아우는 아직..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歲暮戱題(세모희제) 귀양지 진도에서 세모에 장난삼아 짓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歲暮戱題(세모희제) 귀양지 진도에서 세모에 장난삼아 짓다 天地之東國以南(천지지동국이남) 천지의 동쪽 나라 남쪽 沃州城下數間庵(옥주성하수간암) 옥주의 성 밑에 두어 칸의 초당 有難赦罪難醫病(유난사죄난의병) 용서받기 어려운 죄와 고치기 어려운 병이 있고 爲不忠臣不孝男(위불충신불효남) 불충한 신하 불효한 자식이 되었도다 客日三千四百幸(객일삼천사백행) 귀양살이 삼천사백 일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니 生年乙亥丙辰慙(생년을해병진참) 을해년 에 태어나 병진년 지금까지 살아온 일이 부끄러워 汝慮守愼如無死(려노수신여무사) 너 노수신이 죽지 않고 살아서 報得君恩底事堪(보득군은저사감) 임금의 은혜를 무슨 수로 갚으려느냐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耆老宴作(기로연작)기로연 에서 지음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耆老宴作(기로연작) 기로연 에서 지음 壽到稀年且達官(수도희년차달관) 오래 살아 일흔 살에 재상 자리에 올랐지만 九人而已亦才難(구인이이역재난) 구인이 되기엔 재주가 턱없이 모자라네 金章鳩杖聯翩來(금장구장연편래) 금장과 구장을 연이어 내려주시어 入溪敞宇華筵開(입계창우화연개) 계곡의 탁 트인 집에서 축하 자리 벌였네 小至霜風振駞駱(소지상풍진타락) 소지 풍설이 락산 에 불어오니 今者不樂餘幾日(금자불락여기일) 오늘 아니면 몇 날이나 즐기리 我如老牛鞭不動(아여노우편부동) 채찍질해도 꼼짝 못하는 늙은 소 같은 이몸 未罷歡娛更蕭瑟(미파환오갱소슬) 즐거움이 끝나기 전에 다시 울적해 지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除夜獨酌有懷愴然(제야독작유회창연) 섣달 그믐날 밤 홀로 술을 마시다 슬픈 생각이 들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除夜獨酌有懷愴然(제야독작유회창연) 섣달 그믐날 밤 홀로 술을 마시다 슬픈 생각이 들다 落度羈鞿固(락도기기고) 불우한 신세는 굳게 속박되었지만 蕭條性命全(소조성명전) 적막한 곳에서 목숨은 보전하였네 連年逢竹爆(련년봉죽폭) 해마다 폭죽놀이 하는 날을 만나면 敍序逼天穿(서서핍천천) 명절 차례와 천천일 이 다가오누나 暮雨過沙谷(모우과사곡) 저녁 비는 사곡을 지나갈 터이고 東風散漢川(동풍산한천) 다슨 동풍은 한천에 흩어 지련만 屠蘇無所與(도소무소여) 도소주를 함께 마실 곳이 없으니 不守取拳眠(불수취권면) 수세도 말고 주먹 베고 잠이나 자련다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4(적거사미 4)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4(적거사미 4)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靜夜深深意(정야심심의) 고요한 밤의 깊고 깊은 뜻을 十年今始諳(십년금시암) 오랜만에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네 更無時俗語(갱무시속어) 전혀 시속의 말은 하지를 않고 聊與聖賢談(료여성현담) 즐겨 성현들과 담론을 하노라니 散却孤燈影(산각고등영) 외로운 등잔 불빛을 흩뜨려서 尊爲百晦庵(존위백회암) 존귀한일백 회암이 되나니 昏沈何處着(혼침하처착) 혼탁한 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造次見前參(조차견전참) 아무리 급한 때라도 앞에 드러나야지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3(적거사미 3)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3(적거사미 3)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卓午微風度(탁오미풍도) 한낮에 실바람이 솔솔 지나갈 제 窓間獨坐安(창간독좌안) 창 앞에 홀로 편안히 앉았노라니 日光熏滿眼(일광훈만안) 훈훈한 햇볕은 시야에 가득하고 春氣盎歸肝(춘기앙귀간) 온화한 봄기운은 폐간까지 스며드네 忘裏襟懷叔(망리금회숙) 백사를 잊은 가운데 마음은 고요하고 閑中宇宙寬(한중우주관) 한가로운 가운데 우주는 넓기만 하네 政宜居敬釣(정의거경조) 정히 간략함으로 곤경에 처해야 하니 無所用心難(무소용심난) 마음 쓰는 데가 없는 건 어렵고 말고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2(적거사미 2)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2(적거사미 2)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晏飯眞當肉(안반진당육) 늦게 먹는 밥은 참으로 고기와 맞먹거니와 母陽又不多關(모양우불다) 밥을 식혀 급하게 먹지않고 많이도 안 먹네 齗須泉冷瀨(은수천랭뢰) 잇몸은 반드시 찬 샘물로 양치질하고 腹要手溫摩(복요수온마) 배는 반드시 손으로 따습게 문지르고 緩趾無踰閾(완지무유역) 바걸음은 천천히 하되 사립 밖을 안 나가고 怡顔且眄柯(이안차면가) 정원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을 펴기도 하네 萬錢誰飫筋(만전수어근) 그 누구는 만 전어치씩을 실컷 먹으면서 九陌競鳴珂(구맥경명가) 장안거리에 옥가를 타투어 울렸던고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1(적거사미 1)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謫居四味 1(적거사미 1) 귀양살이의 네 가지 맛수 力疾迎淸曉(역질영청효) 병을 무릅쓰고 맑은 새벽 맞이하여 閑梳百下輕(한소백하경) 한가히 머리 백번을 선뜻 빗어 내리니 血行通有竅(혈행통유규) 혈액은 잘 순환해라 통하는 혈관이 있고 風退散無聲(풍퇴산무성) 풍증은 물러가서 소리없이 흩어져 버렸네 落處疎疎鬊(락처소소순) 떨어진 고엔 듬성듬성 헐클어진 난발이요 勻來箇箇莖(균래개개경) 가저런히 빗은 머리는 낱낱 흰 실이로다 敬加程子服(경가정자복) 삼가 정자관을 머리에 쓰고 牢結仲由纓(뢰결중유영) 중유의 갓끈을 단단히 매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