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 기대승(1527) 70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題扇(제선) 부채에 글을 쓰다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題扇(제선) 부채에 글을 쓰다 鑠景流空地欲蒸(삭경류공지욕증) : 쇠가 햇볕에 녹아 흐르고 땅도 찌는 듯한데午窓揮汗困多蠅(오창휘한곤다승) : 점심때 창가에서 땀을 뿌리며 몰리는 파리에 성가시다憐渠解引淸風至(련거해인청풍지) : 저 부채가 청풍을 끌어올 줄 아니 기특하니何必崑崙更踏氷(하필곤륜경답빙) : 어찌 반드시 곤륜산에 가 얼음을 밟아야만 하랴團扇生風足(단선생풍족) : 둥근 부채 바람이 잘 일으키니秋來奈爾何(추래내이하) : 가을이 오면 너를 어이할까爲君多少感(위군다소감) : 너를 위해 다소간 느낌이 있나니寒熱不同科(한열불동과) : 차고 더움이란 본래 같이 논할 수는 없는 것이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贈引雲(차증인운) 차운次韻하여 인운引雲에게 주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贈引雲(차증인운)차운次韻하여 인운引雲에게 주다  滿地梧陰在 (만지오음재)오동나무 그늘이 땅에 가득한데 僧來問昔年 (승래문석년)승려가 와서 여러 해 전 일을 묻네. 池菴與根嶺 (지암여근령)지암池菴과 근령根嶺 却憶意茫然 (각억의망연)문득 생각하니 그 뜻이 아득하기만 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登龍頭峯 2(차등용두봉 2) 등용두봉(용두봉龍頭峯에 올라)」시에 차운하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登龍頭峯 2(차등용두봉 2)등용두봉(용두봉龍頭峯에 올라)」시에 차운하다  殘霞孤映閃江晴 (잔하고영섬강청)스러지는 저녁놀이 외롭게 비치니 맑은 강물이 번쩍이고 白鳥羣飛入浦橫 (백조군비입포횡)백조白鳥 떼 지어 날아 갯가를 가로지르며 들어오네. 淸興滿前人易散 (청여만전인역산)맑은 흥치興致가 눈앞에 가득하자 사람들 쉽사리 흩어지는데 夜來涵泳幾星明 (야래함영기성명) 밤사이 무자맥질하며 어느 별들이 밝을까.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登龍頭峯 1(차등용두봉 1) 등용두봉(용두봉龍頭峯에 올라) 시에 차운하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登龍頭峯 1(차등용두봉 1) 등용두봉(용두봉龍頭峯에 올라) 시에 차운하다 仲冬風日靜澄灣 (중동풍일정징만) 동짓달 날씨에 맑은 물굽이 고요하니 步上龍頭不用攀 (보상용두불용반) 걸어서 용두봉龍頭峯에 오르는데 더위잡을 필요 없네. 吟罷悠然豪氣發 (음파유연호기발) 읊고 나서 침착하고 여유롭게 씩씩하고 호방豪放한 기상氣像을 드러내는데 長天無際鳥飛還 (장천무제조비환) 끝없이 멀고도 넓은 하늘가에서 새가 날아서 돌아오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季眞韻(차계진운) 계진 이후백의 시에 차운하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次季眞韻(차계진운) 계진 이후백의 시에 차운하다 長林芳草路高低 (장림방초로고저) 길게 뻗쳐 있는 숲에 향기롭고 꽃다운 풀 무성하고 길은 높고 낮은데 雲裡層城望欲迷 (운리층성망욕미) 구름 속 겹겹의 성城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네. 一棹紅亭乘碧 (일도홍정승벽랑) 노 하나로 붉게 물든 정자亭子에서 푸른 물결을 타니 片帆遙指綵虹西 (편범요지채홍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돛이 멀리 일곱 빛깔 무지개 서쪽을 가리키네.

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別許曄令公(증별허엽령공) 허 엽 영공에게 작별하며 주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別許曄令公(증별허엽령공) 허 엽 영공에게 작별하며 주다 理在吾心未易明(리재오심미이명) 이치는 내 마음에 있지만 밝히기 쉽지 않으니 要從窮格驗推行(요종궁격험추행) 궁리와 격물로부터 미뤄 행해야 하네 尋常見解如差謬(심상견해여차류) 심상히 여겨 견해에 착오가 있으면 終恐工夫誤一生(종공공부오일생) 공부가 일생을 그르칠까 두렵노라 ​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澹俊(증담준) 담준 에게 지어 주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澹俊(증담준) 담준 에게 지어 주다 荷葉荷花映石扉 (하엽하화영석비) 연잎과 연꽃이 돌문에 비치는데 仰山聽水世情微 (앙산청수세정미) 산 쳐다보고 물소리 들으니 세속世俗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네. 僧來乞句吾無語 (승래걸구오무어) 승려가 와서 시구詩句를 요구하는데 나는 할 말이 없으니 佛地家意自違 (불지유가의자위) 부처의 경지境地와 유학자儒學者는 뜻이 저절로 다르다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僧道均(증승도균) 승려 도균道均에게 지어 주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贈僧道均(증승도균) 승려 도균道均에게 지어 주다 滿架葡萄樹 (만가포도수) 시렁에 가득한 포도나무 根深枝葉長 (근심기엽장) 뿌리가 깊으니 가지와 잎이 기네. 西來祖師意 (서래조사의) 달마 조사達磨祖師가 서쪽에서 온 뜻 歸去好商量 (귀거호상량) 돌아가서 헤아려 잘 생각해 보시게.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川上卽事(천상즉사) 냇가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川上卽事(천상즉사) 냇가에서 보이는 대로 바로 짓다) 秋水淨無苔 (추수정무태) 가을 물은 깨끗하여 이끼가 끼지 않고 游魚自曝腮 (유어자폭시)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스스로 볼을 햇볕에 쬐네. 銀刀爭日影 (은도쟁일영) 희고 칼 같은 조그만 물고기가 해그림자와 다투는데 疑是浪花開 (의시량화개) 물보라가 피어오르는 줄 알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縱 筆(종 필 2)붓 가는 대로 쓰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縱 筆(종 필 2)붓 가는 대로 쓰다 寓物寄幽冤 (만물기유원) 사물事物에 의지하여 깊은 원한 보내고 玩時結遐想 (완시경하상) 시대를 구경하며 원대한 생각을 끝내네. 逌然世外人 (유연세외인) 스스로 깨달아 얻은 세상 밖의 사람은 山中歸意王 (산중귀의왕) 산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왕성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又 ( 우 ) 또 지어 읊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又 ( 우 ) 또 지어 읊다 躡巖俯遠郊 (섭암부원교) 바위에 올라 먼 들판 굽어보고 倚松玩新月 (의송완신월) 소나무에 기대어 초승달 구경하네. 曳杖步幽徑 (예장보유경) 지팡이 짚고 그윽한 오솔길 걸으니 形影兩奇絶 (형영양기절) 형체形體와 그림자 둘 다 아주 신기하고 기이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8(도중만성팔수 8)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8(도중만성팔수 8)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疊疊雲峯乍起 (첩첩운봉사기) 겹겹으로 구름 낀 봉우리가 별안간 우뚝 솟고 靑靑野色愈鮮 (청청야색유선) 싱싱하게 푸른 들의 경치가 더욱 산뜻하네. 牧童牛背橫笛 (목동우배횡적) 목동牧童은 소 등에 올라타고 젓대를 불며 落日路繞溪邊 (락일로요계변) 해 질 녘 시냇가를 따라서 가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7(도중만성팔수 7)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7(도중만성팔수 7)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淸江抱村西去 (청강포촌서거) 맑은 강이 마을을 감싸고 서쪽으로 흐르는데 夾岸亂山四圍 (협안난산사위) 어지럽게 솟은 산들과 그 사이에 낀 언덕이 사방을 둘렀네. 我今匹馬東渡 (아금필마동도) 내가 이제 혼자서 말 타고 동쪽으로 건너는데 不知歸路是非 (부지귀로시비) 돌아가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지 못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6(도중만성팔수 6)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6(도중만성팔수 6)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老樹疎蟬咽咽 (노수소선열열) 오래된 나무에서는 매미가 성기게 목메어 울어 대고 松根流水涓涓 (송근유수연연) 소나무 밑에는 물이 졸졸 흐르네. 有人獨立階上 (유인독립계상) 누구인가 홀로 섬돌 위에 서서 倚杖閑望雲邊 (의장한망운변)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구름 저편을 바라보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5(도중만성팔수 5)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5(도중만성팔수 5)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籬前秧稻萋萋 (리전앙도처처) 울타리 앞에는 볏모가 무성하고 竹外鷄聲裊裊 (죽외계성뇨뇨) 대숲 밖에는 닭 울음소리 간드러지네. 老翁岸幘輕衫 (노옹안책경삼) 노인이 홑적삼에 두건頭巾을 비스듬히 치올려 쓰고 이마를 드러낸 채 起向花陰閑繞 (기향화음한요) 일어나 한가롭게 둘러싸인 꽃나무 그늘로 향하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 梅 花 4(매 화 4) 매화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 梅 花 4(매 화 4) 매화 海山深處似相期 (해산심처사상기) 산과 바다 깊숙한 곳에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竹外亭亭立瘦姿 (죽외정정입수자) 대숲 밖에 우뚝 솟아 야윈 모습으로 서 있네. 待得月明交送影 (대득월명교송영) 달빛 밝은 밤 기다려 서로 그림자 배웅하며 不妨吟罷數篇詩 (불방음파수편시) 두서너 편의 시 읊기를 다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3(매 화 3) 매화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3(매 화 3) 매화 粲粲枝頭春有期 (찬찬지두춘유기) 환하고 산뜻한 가지 끝에 봄날의 기약期約이 있으니 黃昏獨立淡瓊姿 (황혼독립담경자) 해 질 녘 맑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홀로 서 있네. 相知已撥形骸外 (상지이발형해외) 서로 알리라, 이미 몸뚱이 밖을 다스렸으니 何似閒吟處士詩 (하사한음처사시) 외로이 초야草野에 묻혀 사는 선비의 시 읊는 것이 으뜸이라는 것을….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2(매 화 2) 매화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2(매 화 2) 매화 梅下開尊愜素期 (매하개존협소기) 매화나무 아래 술자리 여니 소박한 모임에 기분 좋은데 最憐烟外偃風姿 (최연연회언풍자) 안개 밖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그 모습이 가장 어여쁘네. 徘徊不覺衣沾露 (배회불각의첨로) 이슬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一盞傾來一首詩 (일잔경래일수시) 술 한 잔 마시고 와서 시 한 수首 읊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1(매 화 1) 매화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梅 花 1(매 화 1) 매화 京洛趍塵誤汝期 (경락추진오여기) 서울의 바람에 날리는 티끌 속에 너와의 약속 어기고 祗今歸對舊冰姿 (지금귀대구빙자) 이제야 돌아와 예전의 깨끗한 모습과 마주하네. 淸香滿樹空相惱 (청향만수공상뇌) 맑은 향기가 나무에 가득해 부질없이 괴롭기만 한데 多病其如廢酒詩 (다병기여폐주시) 몸에 병이 많아 시를 짓고 술 마시는 일을 그만두었으니 어찌할까.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4(도중만성팔수 4)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4(도중만성팔수 4)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堤下荷花亂發 (제하하화란발) 방죽 밑에는 연꽃이 어지럽게 피었고 堤上楡柳交陰 (제상유류교음) 방죽 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가 뒤섞여 그늘을 드리웠네. 一雙白鷺竝坐 (일쌍백로병좌) 백로白鷺 한 쌍이 나란히 함께 앉아 있으니 爲問渠有何心 (위문거유하심) 묻겠는데, 너희는 무슨 마음을 지녔느냐?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3(도중만성팔수 3)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3(도중만성팔수 3)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野介人家八九 (야개인가팔구) 들에 인가人家 여덟아홉 채 되고 夕陽遠樹依微 (석양원수의미) 저물녘 멀리 있는 나무 어렴풋하게 보이네. 忽聞竹籬犬吠 (홀문죽리견폐) 갑자기 대울타리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리니 應有幽人獨歸 (응유유인독귀) 마땅히 은자隱者가 혼자서 돌아오겠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2(도중만성팔수 2)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2(도중만성팔수 2)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明月樓頭夢斷 (명월루두몽단) 명월루明月樓 위에서 꿈이 끊어졌지만 美人應在天涯 (미인응재천애) 아름다운 사람은 마땅히 하늘가에 있으리라. 起來裁書滿紙 (기래재서만지) 일어나서 사연을 많이 담은 긴 편지를 썼는데 碧山萬疊雲遮 (벽산만첩운차) 겹겹이 둘러싼 푸른 산이 구름에 가렸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1(도중만성팔수 1)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1(도중만성팔수 1)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 愁外水流花謝 (수외수류화사) 근심을 잊으니 물 흐르고 꽃 시드는데 意中雲白山靑 (의중운백산청) 마음속에는 흰 구름과 푸른 산. 蹇驢破帽西去 (건려파모서거) 다리 저는 나귀에 몸 얹어 찢어진 모자 쓰고 서쪽으로 가는데 無限長亭短亭 (무한장정단정) 10리와 5리마다 정자亭子가 끝없이 이어지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3(만 음 3) 생각나는 대로 읊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3(만 음 3) 생각나는 대로 읊다 北闕心長戀 (북궐심장연) 마음은 늘 궁궐宮闕을 그리워하니 天衣夢繡紋 (천의몽수문) 자수刺繡의 무늬가 새겨진 임금의 옷이 꿈에 보이네. 微臣才不稱 (미신재불칭) 벼슬이 낮은 신하의 재주가 변변찮으니 鵷鷺豈容羣 (원로기용군) 조정朝廷에 늘어선 벼슬아치와 어찌 한 무리가 될 수 있을까.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2(만 음 2) 생각나는 대로 읊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2(만 음 2) 생각나는 대로 읊다 筆吐龍蛇狀 (필토룡사장) 필치筆致는 용龍과 뱀의 모습을 드러내고 詩成錦繡紋 (시성금수문) 시詩는 수繡 놓은 비단緋緞의 무늬를 이루네. 百年難再遇 (백년난재우) 백년지기百年知己 두 번 만나기 어려우니 一代孰同羣 (일대숙동군) 한 시대에 누구와 함께 무리를 지을까.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1(만 음 1)생각나는 대로 읊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謾 吟 1(만 음 1) 생각나는 대로 읊다 月白竹風動 (월백죽풍동) 달 밝은데 바람이 대나무 숲을 스치니 曲池生夜紋 (곡지생야문) 굽은 연못에 밤 무늬 일렁거리네. 高軒坐不寐 (고헌좌불매) 높은 난간欄干에 앉아 잠 못 이루는데 村落息人羣 (촌락식인군) 마을에 사람들 소리 그쳤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西山秋眺(서산추조) 서산西山에서 가을에 바라보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西山秋眺(서산추조) 서산西山에서 가을에 바라보다) 山帶浮雲影 (산대부운영) 뜬 구름 그림자가 산을 두르고 川回素練光 (천회소연광) 흰 비단 빛이 내를 감도네. 孤鴻聲斷續 (고홍성단속) 외기러기 우는 소리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니 流恨入蒼茫 (유한입창망) 떠돌던 한恨이 아득히 멀어지네.

高峯 奇大承 (고봉 기대승). 圍棋(위기) 바둑을 두며

高峯 奇大承 (고봉 기대승). 圍棋(위기) 바둑을 두며 空堂閑坐且圍棋(공당한좌차위기) : 빈 방에 한가히 앉아 바둑판 둘러싸고 撥得幽懷自一奇(발득유회자일기) : 그윽한 회포 풀어보니 저절로 하나의 기이함이로다. 蜩甲形骸眞欲幻(조갑형해진욕환) : 허물 벗는 매미처럼 진지하게 탈 바꾸려 하고 蛛絲意緖政堪遲(주사의서정감지) : 거미가 줄치듯이 생각의 실마리는 신중하구나. 涪翁妙句心能會(부옹묘구심능회) : 부옹의 묘한 글귀 속으로 짐작하며 商皓神機手已知(상호신기수이지) : 상산 네 호탕한 선비의 신기한 기미도 손이 벌써 알았구나. 戲罷一場成浩笑(희파일장성호소) : 한 판 끝내고 호탕하게 웃으니 綠楊黃鳥亂啼時(록양황조란제시) : 푸른 버들 속 꾀꼬리가 어지럽게 우는 때로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歷訪朴孝伯(력방박효백) 박효백을 찾아가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歷訪朴孝伯(력방박효백) 박효백을 찾아가다 逢君話疇昔(봉군화주석) : 그대를 만나 옛이야기 나누면서 濁酒聊自斟(탁주료자짐) : 애오라지 탁주를 스스로 따르네. 微風動新竹(미풍동신죽) : 가는 바람 대숲에 일자 時有一蟬吟(시유일선음) : 때때로 매미 소리 들려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