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교산 허균(1569) 98

蛟山 許筠 (교산 허균). 省中遇雨(성중우우) 성안에서 비를 만나

蛟山 許筠 (교산 허균).   省中遇雨(성중우우) 성안에서 비를 만나 睡起高軒爽(수기고허상)졸다가 일어나 높은 마루 서늘하고遙空殷遠雷(요공은원뢰)먼 공중에 우레 소리 은은히 드려오네疾風驅雨至(질풍구우지)빠른 바람에 비 몰고 밀려드는데驚電漏雲回(경전루운회)놀란 번개 돌아 구름사이로 새어나오네泱漭奔流漲(앙망분류창)드넗게 달려온 물은 넘실거리고離披宿莽摧(리피숙망최)여기저기 어지럽게 풀은 쓰러져 있네斜陽天忽捲(사양천홀권)지는 해는 문득 활짝 걷히고霽色滿蓬萊(제색만봉래)갠 하늘빛 봉래궁에 가득하구나

蛟山 許筠(교산 허균). 守歲(수세) 한해를 지키며

蛟山 許筠(교산 허균).    守歲(수세) 한해를 지키며 舊歲隨更盡(구세수경진) : 묵은 해 밤과 다 가버리고 新年趁曉來(신년진효래) : 새해는 새벽 따라 오는구나. 光陰眞可惜(광음진가석) : 세월이란 참으로 아까운 것 客子轉堪哀(객자전감애) : 나그네 몸 더욱 서글퍼 지누나. 寶瑟頻移柱(보슬빈이주) : 보슬은 자주자주 기둥을 옮기고 香醪正滃杯(향료정옹배) : 맛있는 술은 잔에 넘칠 듯 찰랑이네. 明朝已三十(명조이삼십) : 밝은 아침이면 이미 내 나이 서른 살 衰病兩相催(쇠병량상최) : 늙음과 질병이 서로 재촉 하는구나.

蛟山 許筠(교산 허균). 良策(양책) 좋은 책락

蛟山 許筠(교산 허균).   良策(양책) 좋은 책락 公館夜超超(공관야초초)빈 공관이라 밤이 길기도 하여羅帷捲寂寥(라유권적요)고요에 못 견디어 비단 휘장을 걷는다初寒微霰集(초한미산집)첫 추위에 싸락눈 조금 내리고永夜朔風驕(영야삭풍교)북풍은 교만스레 긴 저녁 내내 불어오네飄泊情長倦(표박정장권)떠돌자니 정은 노상 게을러지고譏讒骨已銷(기참골이소)모략 속에 내 뼈는 이미 녹아 버렸구나關河信難越(관하신난월)관하를 넘기 참 어려우니天外降河遙(천외강하요)하늘 밖 은하수 아스라이 멀도다

蛟山 許筠(교산 허균). 芳林(방림) 향기로운 숲

蛟山 許筠(교산 허균).    芳林(방림) 향기로운 숲 入峽春猶在(입협춘유재)산골에 드니 아직 봄기운沿溪草正芳(연계초정방)개울 따라 풀이 막 향기롭구나歇鞍投古驛(헐안투고역)말 안장 풀고 옛 역사에 투숙하여欹枕借匡床(의침차광상)침상 빌어 베개에 몸을 기대었네怪鳥多幽響(괴조다유향)이상한 새의 그윽한 울음소리高林有晩香(고림유만향)높은 숲에 늦향기 가득하구나勞生幾時息(노생기시식)피곤한 인생 어느 때나 쉬게 되나雙鬢惜流光(쌍빈석류관)

蛟山 許筠(교산 허균). 夜客(야객) 밤손님

蛟山 許筠(교산 허균).   夜客(야객) 밤손님 客夜人無睡(객야인무수)나그네 신세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微霜枕簟寒(미상침점한)첫 서리 베개와 이불마져 싸늘하구나故林歸不得(고림귀불득)고향 동산에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新月共誰看(신월공수간)새로운 저 달을 누구와 같이 바라보랴北里調砧急(북리조침급)북녘 마을 다듬잇소리 빠르기도 한데西隣品笛殘(서린품적잔)서녘 이웃 피릿소리에 여운이 남는구나倚楹仍悵望(의영잉창망)기둥에 몸 기대어 서글피 바라보니鳴雁在雲端(명안재운단)울고 가는 기러기 구름 끝을 나는구나

蛟山 許筠(교산 허균). 登廣遠樓(등광원루) 광원루에 올라

蛟山 許筠(교산 허균).   登廣遠樓(등광원루) 광원루에 올라 高閣憑風逈(고각빙풍형)높은 누각 바람에 의지하여 아득하니閑登不待招(한등불대초)한가로이 올라가 부름을 기다리지 않는다亂離餘舊賞(란리여구상)난리가 겹치어도 옛 정취는 남아吟眺始今朝(음조기금조)오늘 아침에야 두루 돌아보노라雨洗靑山近(우세청산근)비에 씻긴 청산은 눈앞에 가깝고煙沈綠野遙(연침록야요)연기에 잠긴 푸른 들판은 아득하도다篠然忘遠客(소연망원객)먼 나그네 시름 소연히 잊어버리니西日下長橋(서일하장교)서쪽에 지는 해는 긴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蛟山 許筠(교산 허균). 西京道中(서경도중) 평양가는 길에

蛟山 許筠(교산 허균).    西京道中(서경도중) 평양가는 길에 牢落栽松院(뢰락재송원)창망하도다 재송원이여凄凉南浦橋(처량남포교)처량하다 남포의 다리로다江山如宿昔(강산여숙석)강산은 옛날과 같은데臺館半焚燒(대관반분소)관사는 절반이나 불타버렸구나謾自悲興廢(만자비흥폐)부질없이 흥망을 슬퍼할 뿐憑誰破寂寥(빙수파적요)누구를 의지하여 적막함 벗어날까東風知客意(동풍지객의)봄 바람은 나그네의 뜻을 알고吹送木蘭橈(취송목란요)목란의 놀이배로 불어오는구나

蛟山 許筠(교산 허균). 宣川(선천) 선천에서

蛟山 許筠(교산 허균).    宣川(선천) 선천에서 纔入宣川館(재입선천관)선천객사에 들어서자軒窓野望通(헌창야망통)창 밖으로 넓은 들판 훤히 보인다喬林藏畏景(교림장외경)큰 숲은 따가운 햇볕 감추고高檻受長風(고함수장풍)높은 난간은 긴 바람을 맞는구나爽覺詩功進(상각시공진)시힘이 솟는 것 상쾌히 느끼고墉抛酒聖中(용포주성중)술에 취하여 게으름을 날려버렸다坐看階藥爛(좌간계약란)뜰에 가득 작약꽃 바라보니何似妓裙紅(하사기군홍)어찌 기생의 다홍치마 같은가

蛟山 許筠(교산 허균). 登箭門嶺(등전문령) 전문령에 올라서

蛟山 許筠(교산 허균).   登箭門嶺(등전문령) 전문령에 올라서 行登箭門嶺(행등전문령)달려가 전문령을 올라보니斜日照前旌(사일조전정)지는 해가 앞 깃발을 비춘다萬里他鄕路(만리타향로)만리 떨어진 타향길에三年久客情(삼년구객정)삼년 기나긴 나그네 심정이로다雲邊開大陸(운변개대륙)구름 가에 큰 땅이 열리고波外隱關城(파외은관성)파도 밖은 관성이 보일 듯 말 듯 하구나民吏多相識(민리다상식)백성가 아전들 아는 사람 많아서慇懃滿路迎(은근만로영)은근히 길에 가득 몰려와 맞아주는구나

蛟山 許筠(교산 허균). 旅懷 (여회) 나그네 회포

蛟山 許筠(교산 허균).    旅懷 (여회)  나그네 회포 搖絃一曲動文君(요현일곡동문군)거문고 한 곡조 탁문군 을 불러 일으키니 關塞蒼蒼日欲曛(관새창창일욕훈)국경관문은 아득하고 날조차 저물어간다 落葉滿庭門早掩(낙엽만정문조엄)낙엽은 뜰에 가득 문 일찍 닫혔는데 雁聲偏向客中聞(안성편향객중문)기러기 소리 유달리 나그네에게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