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허난설헌(여) 1563) 97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4 (감우4) 봉래산에 올라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4 (감우4) 봉래산에 올라 夜夢登蓬萊(야몽등봉래) 어젯밤 꿈에 봉래산에 올라 足躡葛陂龍(족섭갈피룡) 갈파의 못에 잠긴 용의 등을 탔었네 仙人綠鈺杖(선인록옥장) 신선께서 파란 옥지팡이를 짚고 邀我芙蓉峰(요아부용봉) 부용봉에서 나를 맞아 주셨네 下視東海水(하시동해수) 아래로 동해물을 내려다보니 澹然若一杯(담연약일배) 한잔의 물처럼 고요히 보였지 花下鳳吹笙(화하봉취생) 꽃 아래서 봉황이 피리를 불고 月照黃金罍(월조황금뢰) 달빛이 고요히 황금 술항아리를 비춰주었지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 3 (감우 3) 하늘의 이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라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3 (감우3) 하늘의 이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라 東家勢炎火(동가세염화) 동쪽 집 세도가 불길처럼 드세던 날 高樓歌管起(고루가관기) 드높은 다락에선 풍악소리 울렸지만 北隣貧無衣(북린빈무의) 북쪽 이웃들은 가난해 헐벗으며 枵腹蓬門裏(효복봉문리) 주린 배를 안고서 오두막에 쓰러졌네 一朝高樓傾(일조고루경) 그러다 하루아침에 집안이 기울어 反羨北隣子(반선북린자) 도리어 북쪽 이웃들을 부러워 하니 盛衰各遞代(성쇠각체대) 흥하고 망하는 거야 바뀌고 또 바뀌어 難可逃天理(나가도천리) 하늘의 이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라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2 (감우2) 부귀를 구하지 않으리라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2 (감우2) 부귀를 구하지 않으리라 古宅晝無人(고택주무인) 낡은 집이라 대낮에도 사람이 없고 桑樹鳴鵂鶹(상수명휴류) 부엉이만 혼자 뽕나무 위에서 우네 寒苔蔓玉砌(한태만옥체) 섬돌에는 차가운 이끼가 끼고 鳥雀栖空樓(조작서공루) 빈 다락에는 새들만 깃들었구나 向來車馬地(향래차마지) 전에는 말과 수레들이 몰려들던 곳 今成狐兎丘(금성호토구) 이제는 여우 토끼의 굴이 되었네 乃知達人言(내지달인언) 달관한 분의 말씀을 이제야 알겠으니 富貴非吾求(부귀비오구) 부귀는 내 구할 바가 아닐세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1(감우1) 난초 내모습

許蘭雪軒(허난설헌). 感遇1(감우1) 난초 내모습 盈盈窓下蘭(영영창하란) 하늘 거리는 창가에 난초 枝葉何芬芳(지엽하분방)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西風一披拂(서풍일피불) 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零落悲秋霜(영락비추상)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秀色縱凋悴(수색종조췌) 빼어난 그 모습은 시들고 파리해져도 淸香終不死(청향종불사)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感物傷我心(감물상아심)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涕淚沾衣袂(체루점의몌) 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許蘭雪軒(허난설헌). 奇女伴(기녀반) 처녀때 짝지에게

許蘭雪軒(허난설헌). 奇女伴(기녀반) 처녀때 짝지에게 結盧臨古道(결로임고도) 옛 놀던 길가에 초가집 짓고서 日見大江流(일견대강류) 날마다 큰 강물을 바라다 보았네 鏡匣鸞將老(경갑난장노) 거울에 새긴 난새 혼자서 늙어가고 花園蝶已秋(화원접이추) 꽃 동산의 나비도 이미 가을 신세란다 寒沙初下鴈(한사초하안) 차거운 모래밭에 기러기 내려앉고 暮雨獨歸舟(모우독귀주) 저녁비에 조각배 홀로이 돌아가네 一夕紗窓閉(일석사창폐) 하룻밤에 비단 창문 닫긴 내 신세 那堪憶舊遊(나감억구유) 옛 친구와 놀때는 어찌 감히 생각이나 했으랴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8 (견흥8)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8 (견흥8) 芳樹藹初綠(방수애초록) 꽃 나무에 푸르름 짙어지고 蘼蕪葉已齊(미무엽이제) 궁궁이 싹은 가지런히 돋았네 春物自硏華(춘물자연화) 봄철이라 화창도 한데 我獨多悲悽(아독다비처) 나는 자꾸 슬픔에 잠기네 壁上五岳圖(벽상오악도) 벽위엔 오악도 걸려있고 牀頭參同契(상두참동계) 상머리엔 창동계 놓여 있으니 煉丹倘有成(연단당유성) 단약이 완성되어 신선이 되면 歸謁蒼梧帝(귀알창오제) 선계로 돌아가 순임금을 뵈오리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 7 (견흥 7)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 7 (견흥 7) 有客自遠方(유객자원방) 먼 곳에서 온 길손 遺兒雙鯉魚(유아상리어) 나에게 잉어 한 쌍을 주었네 副之何所見(부지하소견) 잉어 배 갈라 보니 中有尺素書(중유척소서) 비단에 쓴 편지 있네 上言長相思(상언장상사) 처음엔 보고싶다 하시곤 下問今何如(하문금하여) 끝에는 잘 지내는지 물으셨네 讀書知君意(독서지군의) 님의 뜻 알고 나선 零淚沾衣裾(영루첨의거) 난 그만 울어 버렸네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6 (견흥6)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6 (견흥6) 仙人騎綵鳳(선인기채봉) 선인이 오색 찬란 봉황타고 夜下朝元宮(야하조원궁) 밤에 조원궁에 내려왔네 降幡佛海雲(강번불해운) 붉은 깃발 바다구름 헤치고 霓衣鳴春風(예의명춘풍) 휘황찬란 무지개 옷 봄바람에 너풀거리네 邀我瑤池岑(요아요지잠) 나를 요지로 맞이하고 飮我流霞鐘(음아유하종) 유하주 한잔 내게 권하였네 借我綠玉杖(차아녹옥장) 네게 녹옥장을 건네주어 登我芙蓉峯(등아부용봉) 부용봉 으로 오를 수 있었네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5 (견흥5)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한다는말 비로소 믿겠네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5 (견흥5)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한다는말 비로소 믿겠네 近者崔白輩(근자최백배) 요즘들어 최경창과 백광훈 등이 攻詩軌盛唐(공시궤성당) 상당의 시법을 받아 시를 읽히니 寥寥大雅音(요요대아음) 아무도 아니 뜨던 대아의 시풍 得此復鏗鏘(득차복갱장) 이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쩡쩡 울리네 下僚困光祿(하료곤광록) 낮은 벼슬아치는 벼슬 노릇이 어렵기만해 邊郡悲積薪(변군비적신) 변방의 고을살이 시름만 쌓이네 年位共零落(연위공령락) 나이 들어 갈수록 벼슬길이 막히니 始信詩窮人(시신시궁인) 시가 사람을 가난케 한단 말을 비로소 믿겠네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4 (견흥4) 새 여인에게 주지마세요

許蘭雪軒(허난설헌). 遣興4 (견흥4) 새 여인에게 주지마세요 精金凝寶氣(정금응보기) 보배스런 순금으로 鏤作半月光(누작반월광) 반달모양 노리개를 만들었지요 嫁時舅姑贈(가시구고증) 시집올 때 시부모님 주신 거라서 繫在紅羅裳(계재홍라상) 다홍 비단 치마에 매고 다녔죠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오늘 길 떠나시는 님에게 드리오니 願君爲雜佩(원군위잡패) 서방님 증표로 차고 다니세요 不惜棄道上(불석기도상) 길가에 버리셔도 아깝지는 않니만 莫結新人帶(막결신인대) 새 여인 허리띠에는 달아주지 마세요